수요일, 7월 08, 2009

[B급 프로그래머] 티맥스 윈도우 개발 총괄 담당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 네 가지

어제 거의 희비극에 가까웠던 티맥스 윈도우 발표를 원거리에서나마 모니티링하면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아주 희한한 경험을 했다. 황XX 줄기세포 건이나 심XX D 워 때야 생명공학과 영화를 모르기에 B급 프로그래머는 구석에 찌그러져 얌전히 구경만 했지만, 이번 경우에는 다르다. B급 프로그래머도 나름 '프로그래머'이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더라도 할 말은 하고 넘어가야겠다.



RTM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아직 RC, 아니 베타, 아니 알파 수준도 안 되는 제품을 들고 나와서 태극기 휘날리는 가운데 애국심과 개발자들의 열과 성과 투입한 자금과 놀라운 기술력(!)을 집중 강조해서 혹시나 하고 지켜본 B급 프로그래머를 정신적으로 아주 피곤하게 만든 점 용서해준다. 기존 legacy IE조차도 화면 렌더링에 문제를 노출한 점 용서해준다. 스타크래프트도 힘들게 동작하는 호환성을 보여준 점 용서해준다. 프린터를 연결해서 인쇄 한 장 안 한 점 용서해준다. 자사 운영체제가 아닌 남의 운영체제에서 오피스랑 웹 브라우저 시연한 점 용서해준다. 제품 구경하러 온 고객을 일괄적으로 학생 취급해 지루하고 따분하고 졸리는 강의로 때운 점 용서해준다. 월화수목금금금에 이혼당하고 아파서 쓰러지고 쇠진(burn-out)해버린 기술자들의 영웅(?)담을 들러주는 만행도 용서해준다(도대체 이런 영웅은 누가 만들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 용서해준다. 하지만 반드시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은 듣고 넘어가야겠다.




  1. 지금 티맥스 윈도우 개발자들이 티맥스 윈도우로 티맥스 윈도우와 티맥스 오피스 슈트와 티맥스 웹 브라우저를 빌드한 다음에 테스트하고 있는가? 즉, 티맥스 관계자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전매특허인 개밥 먹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매특허라서 피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어제 상황을 보아하니 개밥 먹기 수준에 이르기에는 앞으로 갈 길이 너무나 멀다.


  2. 버그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는 자료를 토대로 7월 7일을 기준으로 직전 3개월 동안 버그 추이가 어떤가? 구체적인 숫자는 필요없고 가로 축 시간 세로 축 버그 숫자로 그래프만 그려서 보여주시라.
  3. 사용자로부터 문제점을 수집할 프로세스와 기술은 확보된 상황인가? 왓슨 버킷과 같은 사용자가 겪는 문제점을 담은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4. 운영체제, 오피스, 웹 브라우저를 통틀어 무엇을 진짜로 티맥스 자체에서 개발했고, 무엇을 외부 컴포넌트로 사용했고, 무엇을 오픈 소스에서 가져왔는지 밝혀달라. 나중에 정직할(?) 생각하지 말고 지금 투명할(!) 생각을 해라.


기업 비밀이라서 상기 네 가지 질문을 답하기 곤란하다고 말한다면 개발 자체가 정말 곤란한 상황임을 입증하는 꼴이다. 이 블로그 독자 중에서 T사 소속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익명으로라도 제보를 해주면 감사하겠다.



박 회장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욕하고 까대기 전에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반성문인 하드 코드부터 읽어보시라. 어제 발표회장 분위기를 보아하니 반성은 없고 자랑만 난무하는데, 치열한 자기 성찰과 반성이 없는 조직은 반드시 망한다.



EOB

댓글 12개:

  1. 유명한 프로젝트 관리 관련 서적 저자들 이력 보면 MS 에서 윈도우나 오피스 개발에 참여했던 이들이 상당수죠.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많은 개발자들 일화 통해 '이혼', '별거', '심리치료' 등은 익히 접한 레파토리고요. 하여 ... 이번에 정작 우리가 기대해야 하는건 한국형 OS가 아니라 한국형 프로젝트 관리의 실태와 그에 기반한 한국형 프로젝트 관리 기법, 뭐 이런거지 않을까 싶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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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S 에서도 프로젝트 개발 중에 이혼 별거 심리치료 등을 겪었었나요? 티맥스야 애당초 유명하니까 어느정도 예상은 했던 거지만 MS 가 그랬다면 이건 충격이 아닐수 없는데...

    참... 이 직업은 당췌 먹고 살기 힘들군요. 먹고 살려고 인생을 접어야 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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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실제로 showstopper를 읽어보면 윈도우 NT을 개발하다 여럿 이혼 당했습니다. 심지어 과부 프로젝트라고 불리기도... 윈도우 탐색기를 개발한 여자 개발자도 이혼 당했다고 하니 뭐 손발 다 드는 상황이겠죠.

    당시, NT 코어 팀이 넣은 민원 중 하나가 _세탁기_였다고 합니다. 몇 달 동안 집에 못갔으니 당연히 아쉬운 필수품이었겠죠.

    BUT, 요즘은 마이크로소프트 문화가 그렇지 않습니다. 하드 코드에 나오는 에릭 브레히너 이야기를 유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요즘 타임머신을 타고 쌍 팔년도로 돌아갔다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듭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자동차(?)가 후진 기어를 넣고 가속 페달을 꽉꽉 밟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오싹해집니다.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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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어제 중계 보면서 참 대단하더군요. ㅎㅎ

    개발자들 불쌍... 거기 사장하고, 그 뒤로 발표한 개발 총 책임자던가... 하는 사람... 밟아버리고 싶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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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어제 발표를 한 두 명의 수석분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데, 참으로 어떤 철학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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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jrogue님이 포스팅하신 원주제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tzara님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우리들도 한국형 프로젝트 관리 기법, 즉 우리 문화에 맞는 관리 기법을 생각하고 찾아내야 합니다. 미국 회사, 한국 회사 모두 일해본 입장에서 프로젝트 관리 서적을 번역하다보면 외국 조직/개발 문화에서는 합리적이고 효과적이지만 한국 조직/개발 문화에서는 뭔가 삐걱할 부분이 참 많이 보입니다. 그걸 한국에다 그대로 적용하려 나선다면......토양과 지형과 기후가 다른 곳에다 똑같은 공법으로 집을 짓으려는 느낌이랄까요.

    어떤 프로젝트 관리 서적이든 번역서라면 어디까지나 "참조"로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번역서를 읽을 때는 책에서 당연하다고 가정하는 자기네 문화, 즉 우리와 근본적인 문화 차이를 항상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원주제와 전혀 엉뚱한 답글을 달아서 jhrogue님 죄송합니다. ^^;; tzara님께서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단어를 꼬집어서 언급하시는 바람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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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이건 마치 월드컵 출전 한국 축구팀 평가전 경기 본 후, 히딩크 자서전 읽은 동네 조기 축구 하는 애가 "야 한국팀 감독 봐라...미주알 고주알...야 선수... 일루 와서 보고해봐..." 하는거나 다를바 없다...

    필요하면 히딩크를 hire해야 될 일이지...
    히딩크 자서전 읽은 듣보잡하고 도대체 뭘 하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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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 nokarma, 내 지난 번에 한번 경고했지만, 너는 여기 댓글 쓸 자격이 없어.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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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1. 경품으로 보내주신 책(하드코드) 잘 받았습니다. 예비군 갔다 오느라 오늘에서야 받았네요. 잘 보겠습니다 :)

    2. 문제의 T사 소속 독자로써 위 질문들에 대해 확실히 대답드리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전 OS 관련 팀이 아니라 한 가지도 확실히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3.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면 작금의 사태에 문제가 많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만 댓글로 다신 내용대로 MS도 초기에는 치뤄야했던 희생?들을 과연 티맥스라고 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 적은 리소스를 가지고 현재의 MS 방식으로 현재의 MS 를 따라잡는다는건 불가능하니까요(MS를 따라잡는다는 글은 저로써도 참 쓰기 힘든 표현인데;; 어쨋든 회사의 논리는 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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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joybro님, 티맥스 역시 마이크로소프트가 겪었던 초기 성장통을 똑같이 한번 더 겪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얻은 교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마 우리에게 이런 얼토당토 않은 재앙이 닥칠까?"라는 안이한 판단으로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 시연을 강행한 상부 결정이 문제를 겉잡을수 없이 증폭시켰다는 생각입니다.

    혹시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므로 주말에 시간을 내어 몇 가지 마이크로소프트 개발 뒷 이야기를 정리해서 특집 기사로 올려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티맥스와 티맥스 코어 개발자분들께서는 힘내시기 바랍니다.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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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joybro님 고생많으십니다. 근데 '적은 리소스로 MS를 따라잡는다'는 불가능한 작전을 수행한다는 고민에는 응원을 드리고싶지만, 너무 터무니없이 작전을 짰고 수행 진행 상태는 엉망진창이라고 밖에...그럼에도 티맥스는 포장을해서 제품가치는 올렸으니 외부적으로 작전은 성공한 셈인거죠? 대부분의 국책과제가 그렇듯이...어째뜬 기왕시작하신거 끝까지 화이팅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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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논의로 옮겨가기 위해 댓글을 잠그겠습니다. 내일 오전에 새로운 글에서 뵙겠습니다. :)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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