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경제/경영서 리뷰 블로그(?)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엉뚱한 IT 서적만 잔뜩 선전해서 뿔이 난 독자들이 계실테다. 반성 좀 하고, 금주부터는 가을을 맞이하여 다시 경제/경영서 리뷰를 개시할테니 기대하시라. 그러면 1번 타자 나가신다.
다양한 기질을 타고 나고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는 사람들 사이에 함께 뭔가를 하면서 갈등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이다. 작년 여름에 소개한 Love: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에서 소개했겠지만,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주는 측면에 빠져서 사랑을 시작한 다음 이를 극복함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한다. 그렇다면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리더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복잡한 갈등과 불협화음을 어떻게 치유해야 하나?
리더 간의 갈등 관리은 1부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존 스컬리의 사랑(?)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두 거물이 어떻게 서로에게 콩깍지가 씌였고 어떻게 서로를 증오하게 되었고 어떻게 갈라서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사례를 들어가며 분석을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1부와 2부에서는 가상적인 사례를 잡아 관계를 분석하고, 관계 복원에 필요한 열쇠를 찾고, (서로에게 악영향을 주는) 상호 작용 패턴을 해체하고, 사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하고, 진실이라고 알고(아니 착각하고) 있는 가짜 사실을 바꾸는 방법을 설명한다. 마지막 3부는 실질적으로 관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변화를 위한 노력 집중, 올바른 변화 전력, 동기 부여를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이 책의 사실상 하이라트인 4부는 링컨의 예를 들어 감수성이 관계 변화에 어떤 놀라운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감수성은 B급 프로그래머 창의력 세미나에 참석하신 분들께는 이미 이야기했지만 모순되는 상황을 다루는 강력한 무기이므로 감수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책은 부록도 재미있다. 특히 부록 B는 반성의 사다리라는 제목으로 상황을 해석할 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을 소개한다. 이 내용이 아주 낯익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비폭력 대화에서 사용하는 생각을 배재하고 먼저 객관적인 관찰에 집중하라는 충고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록 B 본문 중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을 소개한다.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아버지는 깃털을 바삐 쪼고 있는 새를 가리키며 파인만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새의 이름을 전 세계 모든 언어로 안다고 해도 그 새 자체를 아는 것은 아니란다. 너는 단지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저 새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지만을 알게 된 것뿐이란다. 저 새를 보고 그 새가 무엇을 하는지 보는 게 더 중요하단다."
파인만은 나중에 이것을 이런 교훈으로 표현했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사물의 이름을 아는 것과 그 존재 자체를 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객관적으로 파악한 상황에서 숨겨진 욕구를 발견한다"는 비폭력대화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드는 정말 훌륭한 통찰력이다. 여러 가지 심리학적이고 사회학적인 배경이 들어가 있기에 내용이 다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직장 생활에서 갈등을 경험한 분이라면(안 그런 사람 있나? 낄낄)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강력 추천한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