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9월 27, 2009

[독서광] 88만원 세대: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빨간색이니 파란색이니 왼쪽이니 오른쪽이니 난리칠까봐 읽은지 오래된 이 책 서평을 뒤늦게 올릴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올리기로 했다(사실상 특별한 내용이 없다). 빨/파, 좌/우를 따지고 싶은 분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Back 버튼을 누르시라. 낄낄...



이 책이야 워낙 유명하니 온라인 서점이나 구글 검색해보면 온갖 종류의 서평이 나오니 B급 프로그래머는 일반적인 서평을 쓰지 않겠다. 그 대신 88만원 세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몇 가지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고민해보겠다.



3년 전에 친분있는 H 은행 부행장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셨다. 신입 사원 공채 면접에 들어갔다가 겪은 일화였다. 후보자 다섯 명이 들어왔는데, 1번 타자가 중국어로 자기 소개를 하더라 이거지... 그러자 2번 타자도... 3번 타자도... 4번 타자는 미국에서 대학을 마친 모양이던데, 중국어 대신 유창한 영어로 자기 소개를... 마지막 5번 타자 역시 중국어로... 뭐 중국 대사관 직원 선발하는 것도 아닌데 모두 막강 외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5명 중에 스펙(?)상 떨어뜨릴(일반 은행원에게는 너무 과할 정도로 오버 스펙이니) 사람은 없다는 데 있다.



비슷한 무렵 모 대학교 전산과 교수님과 저녁을 함께할 시간이 있었는데, 학생들 진로 관련해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학생들 상위 10%는 S전자에 입사하고, 차상위 10%는 S전자에 입사하기 위해 재수하며, 차차상위 10%는 S전자에 유리하게 입사하도록 그룹사에서 운영하는 캠퍼스에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뭐 일단 30%는 S전자에 간다고 치고, 나머지 학생들도 상당수 L사, K사, 또 다른 S사에 들어가버린다. 결국 남은 학생은 대학원에 가거나(우짜다 대학원이 이 모양으로... T_T), 그나마 중견 중소기업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중간 중간에 의치한으로 이동하는 인력은 빼고 생각한게 이 정도다.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는 듯한 사례라고 보여지기 쉽지만... 이게 바로 한국의 자화상이며 88만원 세대를 일으키는 문제의 시초다. 사교육이니 뭐니하면서 사람에게 어마어마한 돈/시간/노력을 아끼지 않는 학부모들이 아주 투텁게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개인이 특별나게 두각을 나타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돈, 명예, 안전함이 걸리는 직종과 분야라면 진입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한다. 취약한 사회 보장 제도로 인해 사회가 아니라 개인이 전적으로 위험 관리를 해야하기 때문이며, 안전판을 쌓으려면 결국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런 피튀기는 경쟁에서 뒤진 사람들은 88만원 세대로 가는 편도 차편을 끊을 수 밖에 없으며, 일단 한번 들어간 이상 빠져나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설상가상으로 요즘 정책들이 후손들에게 짐을 지우는(green 사업(?)한다고 국채를 왕창 발행하면 누가 갚지? 국민연금 펑크나면 누가 떼울까?)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더더욱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생각도 든다. 세금 좀 깎아주는 얄팍한 서민 살리기(?) 정책이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후손 죽이기(?) 정책이 될지도 모르니 88만원 세대 입장에서는 당황이 아니라 황당한 상황이다. 애비가 애를 들고 패니 얻어맞던 애가 "니 새끼 죽지 내 새끼 죽나?"라고 한마디 했다는 농담도 요즘 시절에는 씨도 안 먹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도 느끼는 바이지만 이런 현상을 극복하거나 아니 완화할만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사회 성원의 합의를 이끌어 개인의 위험을 분산해서 사회가 떠 맡도록 해주는 튼튼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이상 아주 풀기 어려운 숙제라 하겠다. 독자 여러분들도 88만원 세대를 읽으면서 각자 현상과 해법에 대해 고민 한 번 해보시길...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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