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2월 02, 2011

[독서광] 머니랩: 돈이 벌리는 경제 실험실



흔히 연구실에서 뭔가를 한다면 다소 이론적이고 현실에 뒤떨어지고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돈이 벌리는 경제 실험실"이라는 부제가 붙은 "머니랩"을 처음 보면서 "실험실"과 "랩"이라는 단어에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제목과 부제에 낚여 구입한 사회적 원자 생각도 나고 해서 말이다. 하지만 독서 과정에서 이 책이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실전서임이 밝혀지면서 신나고 재미있게 읽었다.



"정부가 정책을 세우면 국민은 대책을 세운다"는 유명한 말이 있는데, 이 책은 HP와 같은 대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울 때 헛점은 없는지 과연 기대했던 효과가 있는지를 미리 실험해보는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실험 경제학을 소개하고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겉으로는 좋아보이는 정책도 얼마든지 악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여기에 대해 충분히 시물레이션을 해보지 않으면 완전히 당하기 마련인지라 어떻게든 충분히 시물레이션을 거쳐 다른 부작용이 없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험 경제학은 바로 이런 요구에 의해 생겨난 학문으로 행동 경제학과도 유사성이 많다.



이 책은 "리스크", "형평성", "상호주의", "합리성", "평판", "신뢰"라는 키워드를 놓고 사람들의 욕망과 행동을 파헤치고 있다. 뒷부분에서는 시스템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미래를 예측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금 다루고 있긴 하다(이미 예상했겠지만... 자신의 맥락에 맞춰 적용하기란 항상 언제나 늘 어렵다!). 이 책은 리스크와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인간의 불합리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행동 경제학에서 다루는 내용과 유사한 부분도 많지만 평판과 신뢰를 강조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에 대한 속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색다른 맛을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자 그러면 본문에 나오는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위험을 피하기 위한 서로 다른 두가지 전략'은 위험 분산과 위험 이전 방법이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만한 것이 무엇인가'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이성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이 거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역시 명심할 대목이다. 그러므로 내 감정이 상대의 감정을 짓누르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협상을 위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부자란 아내의 친구의 남편보다 연봉을 100달러 더 받는 사람이다."


당신이 설득해야 하는 혹은 협상을 앞둔 누군가가 있다면 기필코 대면해서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러 기를 써야 할 것이다. 반면, 당신이 누군가에게 설득당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면, 그리고 그 설득에 넘어가고 싶지 않다면 기필고 대면하지 않을 방법을 찾는 편이 현명할지 모른다.


협상에서 무언가 상대에게 제안을 할 때는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성인의 판단력을 동원하고, 상대의 제안을 거절할 때는 단순한 어린아이의 판단력을 동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성찰은 현실에서 아주 유용하다.


언제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도록 노력하고, 내 입장에서 중립적이거나 심지어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상대에게는 전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때로는 실제 나의 모습보다 더 친절하게 행동하고, 지나친 흥정을 삼가고, 내 요구를 주장할 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는 문제와 전혀 '연관이 없는' 정보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무작정 가정하는 것은 오류다. 하지만 상대가 무조건 비이성적이고 허황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 역시 심각한 오류의 원인이 된다. 결국 우리가 기준 삼을 수 있는 것은 의도가 아니라 사실뿐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데에는 지독히 재능이 없다.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바로 의심을 가지는 반면, 다른 사람들 역시 나에 대해 미심쩍어 한다는 것은 잊곤 한다.


평판에는 사람들이 보통 감지하지 못하는 중요한 차이를 가진 두 가지 '핵심 양태'가 있다. '품질이나 역량'에 대한 평판이 그 하나고, '의도나 동기'에 대한 평판이 다른 하나다.


"미래에 할 일을 가지고 평판을 만들 수는 없다."


요점은 평판이 '미래를 약속해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실 평판은 과거에 대한 정보에 불과하다.


나쁜 행동 자체가 개인의 의도가 아닌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 나쁜 행동은 그 어떤 악의도 아닌, 단지 무능력의 결과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기꺼이 일을 맡길 만한지 판단하려면, 신뢰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즉 '의도', '능력', '맥락' 모두를 유념해야 한다.


신뢰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따른다.


생산성이 없는 학생이라면 학위를 따느라 시간과 돈을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유력한 대학의 학위는 지원자의 능력에 대한 고용주의 신뢰를 높여주는 값비싼 신호다."


장기간 동안 비싼 값으로 제품을 팔 수 있는 기업이라면, 그 가격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을 파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특정한 규칙을 실행해 사업을 일대 혼란에 빠뜨리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정말 도출되는지 실험하고 시물레이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이상적이다.


"물고기는 먹이를 낚아채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있다. 에너지를 최소로 쓰면서 물속을 유영하고, 본능적으로 위치를 정하고 효과적으로 공격한다. 하지만 물고기는 유체역학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들 물고기처럼 사업가 역시 사업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업가가 자신의 일을 지배하는 원리를 정확히 이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제/경영이 많은 독자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풍부한 사례(종종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도 나올지 모르겠다. 실제로 B급 관리자도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에 걸쳐 과거 실수한 기억이 생생하게 나면서 마음 한 구석이 푹푹 찔렸다. T_T)를 읽으며 즐겁게 머리 속으로 경제 실험을 하시기 바란다. 강력 추천!



참고: 이 책을 읽다보면 중간 중간 생각해볼 문제가 나오는데, 일부는 본문 중에 답이 있고 일부는 없는 경우가 있다. 쉬운 문제부터 머리 아픈 문제까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므로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문제 풀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주 신날 것이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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