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밤에 J.B님 때문에 말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철도 경영 보드 게임 시리즈인 18xx 모임(그 날은 동부 캐나다를 기초로 만든 1856을 다 같이 연구(?)했다)에 참석해 구경만 하려다 졸지에 바통 이어받아 맛을 보고 말았다. 18xx 시리즈는 현실을 너무나도 잘 반영하고 있기에(최대주주 먹튀, 적대적 M&A, 높은 가격에 개인 회사 주식 인수, ...) 경제/경영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눈에 하트짜가 안 그려질 수 없게 만드는 게임이다.
한 판을 끝내기 위해 거의 4~5시간이 필요하므로, 맛만 보다 중간에 눈물을 머금고 탈출(?)했는데 다음 날 가만히 생각해보니 옛날에 뭔가 강력하게 홀렸던 철도 경영 게임이 하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구글을 찾아봤다(경고: 여기서부터 의지력이 약한 사람들은 보지 말기 바란다). 시드 마이어가 만든 레일로드 타이쿤은 분명히(!) 아니었고 기차, 버스, 항공까지 다 망라하며 컴퓨터 A.I와 싸우느라 정말 열이 끝까지 받았는 게임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마구 괴로워하다 구글의 도움을 받아 결국 찾아냈다. 과거 6개월 동안 말렸던 악마의 게임은 바로 Transport Tycoon이었다! 이 게임은 시간 말아먹는 악마(?)의 퍼블리셔로 불렸던 마이크로프로즈가 1990년대 중반에 출시했으며, 육로, 철로, 항공로를 이용해 최대의 수익을 올리면서 경쟁사를 완전히 말아먹어야 하는 경영 시물레이션의 수작이다. 심시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또 다른 각도로 이 게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약자로 TT와 TTD(Transport Tycoon Deluxe)로 더욱 유명한 Transport Tycoon을 다운로드(!)하려고 살펴보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TTD 애호가들이 기존 프로그램의 운영체제 호환성과 버그를 참지 못하고 TTD Patch 프로젝트를 시작해 원본 게임 파일을 그대로 두고 필요한 부분만 패치하는 방법으로 게임의 수명을 늘이고 있었다(아쉽게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2007년도에 중단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로 아예 원본 TTD를 역공학 기법으로 완전히 뒤집어 도스/윈도우 플랫폼 뿐만 아니라 신형 윈도우(XP/비스타/7 계열)는 물론이고 리눅스, 맥OS X(최근에 지원이 조금 약해지긴 했다)에서도 돌아가는 OpenTTD 프로젝트가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OpenTTD 버전 1.0에 와서는 그래픽, 사운드, 음악까지 모두 오픈소스 결과물을 활용하므로 게임을 합법적으로 즐기기 위해 TTD 라이선스가 필요하지 않다.
호기심(야옹야옹~~~)을 못 이기고 OpenTTD를 내려받아 설치해보니 너어무우나 훌륭한 짜임새에 눈물이 앞을 가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어 번역 담당도 있어서 거의 모든 메시지(번역 프로젝트 상황판을 보면 한국어 번역률이 98.7%라고 나온다)가 친절한(!) 한국어로 나온다(이 분께 갑자기 커피를 사주고 싶어졌으니, 혹시 우연히 이 글을 보시게 되면 댓글을 부탁드린다). 이 게임을 처음하는 분들이라면 복잡한 규칙에 머리가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진짜 큰일날지도 모른다고 미리 경고한다. (Open)TTD는 1950년부터 시작해 2050년에 끝나게 되는데, 현실 시간으로 사상하면 대략 24시간 정도라고 한다(무슨 이야기인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ㅋㅋㅋ).
간만에 화끈한(?) 맛을 봤으니 얼른 OpenTTD를 지워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지금 지우러 가야 하므로 블록 쌓기는 여기까지...
EOB
저는 요새 게임들이 아무리 화려하고 대단하다고 해도
답글삭제어렸을 때 하던 NetHack, rogue에 더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라서
이런 유혹은 너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시네요 하하하
공부해야 되는데^^;
으악~! Mac OS에서도 돌아간다는 이야기에 눈 돌아가고 있습니다.
답글삭제저는 그저 좋은 게임, 그것도 자주 돌리기 힘든 게임을 소개시켜드렸을 뿐인데, 어찌하여 손쉽게 돌릴 수 있는 악마의 게임을 소개시켜주시나요... 훌쩍~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돌려볼까나.. -_-;;
OpenTTD 번역자 TELK 님이십니다~~
답글삭제접촉은 http://telk.kr
여기로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