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0월 13, 2012

[독서광] 스크럼

오늘은 가을맞이 애자일 특집편의 마지막으로 '스크럼'을 소개하겠다. 스크럼한 페이지에 들어갈만큼 설명이 짧기 때문에 도입과 실천이 쉽다고 생각하기 딱 좋다. 하지만 스크럼 이면에 숨겨진 자기 조직화와 관련한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도입하다가는 진짜 큰 코 다친다. 다시 말해 스크럼은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자생적인 개발 조직이 구축되지 않으면 실천할 이유도 없고 실천할 방법도 없다. 소프트웨어는 본질적으로 복잡하니까 끊임없는 변화와 예측 불가능한 사건/사고가 터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변화와 예측 불가능에 대한 대응책이 없다면 죽음의 행진에 빠져들기에 설령 프로젝트가 요행히 성공리에 끝난다고 하더라도 팀도 망가지고 팀원도 망가지고 다음 재미있는 게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자기 조직화와 지식 습득 창출을 위한 체계적인 방법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크럼'은 지난번에 소개한 익스트림 프로그래밍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방법론 소개나 우수 사례를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크럼의 이면에 숨겨진 철학과 원리를 소개하며, 어떤 측면에서 실제 현업에 도움을 주는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좋은 책이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스크럼 실천법과 적용법을 중심으로 실제 스크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소개하는 부분과 스크럼의 이론적인 내용을 다루는 부분과 실제 사례와 응용 방법을 다루는 부분이 차례로 나온다. 스크럼은 독특한 용어와 개념을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 접할 때는 이질감이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실천법과 적용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으므로 익숙해지고 나면 끈기와 집념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봐도 틀림없다. 여기서 문제는 '왜?'다. 스크럼을 기계적으로 실천하다보면 도대체 이런 무의미한 작업을 계속해야 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 없는데(고민 안하는 분들은 둘 중 하나: 스크럼이 뭔지를 확실하게 알고 있거나, 또는 엉덩이가 무겁거나(책상에 오래 앉아 있고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좋은 특성이다)), 이럴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면 도가 통할지도 모르겠다.

'컴퓨터 vs 책' 블로그 애독자라면 자기 조직화와 복잡계를 다루는 여러 책(예: 혼돈의 가장 자리, 부의 기원)을 읽어보셨을 테니까, '스크럼'을 읽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팀 관점에서 자기 조직화와 복잡계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따져보면 이해도가 더욱 높아지리라 본다. 책 소개 내용 중에서 가장 멋진 부분을 소개하며 서평을 마무리 한다. 결론: 강력 추천!

‘스크럼’의 가치는 존중과 헌신, 개방과 집중 그리고 믿음과 용기이다. 소외된 개인이 아니라 자기 조직화된 구조에서 각기 경력과 경험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며 자신의 공약을 지키려고 헌신한다.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드러낸 가운데 자신의 모든 기술과 노력을 맡은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서로 손을 내밀고 잡아주는 믿음과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고 관철시키려는 용기, 이 모든 것을 열린 마음으로 존중해 주는 가치, 바로 스크럼의 진정한 가치이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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