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7월 13, 2013

[독서광] 관찰의 힘

거의 한 달 동안 경제/경영 블로그(?)답지 않게 컴퓨터 관련 내용만 올리고 있었다. 반성하면서 오늘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래를 보다'라는 부제가 붙은 '관찰의 힘'을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겠다. 이 책은 근래 읽은 책 중에서 표지 날개가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었다. 잠깐 살펴볼까?

  • 세계인의 가방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세가지 물건은?
  • 배가 한껏 부른데도 왜 더 먹게 될까?
  • 공원에 있는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 표지판을 누구를 위한 것일까?
  • 태국의 십대 소녀들이 가짜 명품백보다 가짜 치아교정기를 사는 이유는?
  • 인터넷 검색이 기억력을 쇠퇴시킬까?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 누군가 연락처를 묻는다면 어떤 정보를 주겠는가? 이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 페이스북 주소?
  • 안면 인식 기능의 발달로 익명성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세상은 더 좋아질까? 나빠질까?
  • 스마트폰을 택시에 두고 내렸는데 위치 수신이 된다면 그것을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을까?
  • 물건의 소유와 공유 중 어느 쪽이 더 편리할까?
  • 낯선 사람이 천 원만 빌려달라고 한다면, 줄 것인가 말 것인가?
  • 중국에서 글로벌 대기업 이베이가 내수 업체 타오바오에게 완패한 이유는?
  • 고속도로 휴게소의 본질은 주유일까 휴게일까?
  • 휴대 전화의 기능 중 딱 한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BUT... 표지 날개 내용만 보면 정말 끝내줄지 몰라도 본문에 나오는 정답은 뻔하다(최소한 '컴퓨터 vs 책' 블로그의 애독자분들 수준이면 본문에서 아주 색다르고 신기한 내용이 펼쳐지지 않으리라 믿는다). 아쉽게도 이 책은 저자가 속한 프로그 디자인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얻은 경험과 뒷이야기를 정리한 수준에서 흐지부지 막을 내려버린다.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파악하는 방법을 일본, 한국, 중국을 포함한 여러 아시아 국가와 개발도상국을 돌아보며 일반 관광객이 느끼지 못한 여러 경험담을 곁들여 재미있게 풀어쓰려 노력했지만, 거기서 얻은 경험을 어떻게 제품에 연결시킬지에 대한 고리는 (최소한 이 블로그 주인장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부제에서 강조한 '일상에서 미래를 찾는 방법'이라는 상투적인 선전 문구 따위는 잊어먹고 눈 높이를 한 단계 낮춰 (조금 색다른) '디자인 연구에 대한 방법'을 본문에서 기대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다.

결론: 디자인 연구 방법을 찾는 분들에게는 살짝 추천, 이 책으로 뭔가 세상에서 통찰을 얻어 현재 만들고 있는 제품/상품/서비스에 직접 적용하려 마음먹은 분들께는 강력하게 비추천.

뱀다리: 국내에서 이 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행서'(응?) 형태를 따르기 때문일 듯이 보이는데... (여기서 경고 하나!) 멋지게 보인다고 해서 이 책에서 나오는 일련의 엉뚱한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다가는 진짜 큰 코 다친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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