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7월 12, 2014

[독서광] 언씽킹

이미 행동 경제학(또는 심리학)에 대한 책을 여러 권 블로그에 소개했으므로 오늘도 또(응?) 행동 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려니 조금 망설여지긴 했지만, 그래도 독자 여러분을 위해 간략하게 독후감을 작성하고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언씽킹(unthinking)"이라는 책이다. 들어가기 전에 잠시 주의 사항 하나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이 책은 정말 미국적이라 미국 문화와 역사와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읽을 경우 거리감이나 당혹감을 느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따라서, 읽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미리 언급해둔다.

자,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을 설명하고 있을까? 머리말에 가장 먼저 나오는 다음 문구가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해주는 핵심 포인트라 보면 틀림없다.

우리는 언제나 생각 없이 결정한다.

아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시리라. 결정 하나 내리기 위해 이리 재고 저리 재고 밤에 잠도 못자고 고민하고... 누구나 중요한 결정을 위해 심사숙고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책 제목부터 생각하는(thinking)에 un을 붙인 생각이 없는(unthinking)이니 손발 다 들 지경이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고? 그렇다면 이 책 목차를 보자.

  1. 우리는 하루 종일 놀고 있다
  2. 우리는 놀라움을 갈망한다
  3. 우리는 진짜 이야기를 원한다
  4. 우리는 루저를 사랑한다
  5. 우리는 눈에 띄고 싶어한다
  6. 우리는 특별한 것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7. 우리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식상한 것은 싫어한다
  8. 우리는 내일의 태양을 믿는다
  9. 우리는 눈으로 생각한다
  10. 우리는 단순한 것에 사로잡힌다
  11. 우리는 디자인 때문에 바뀐다

목차를 보면 이 책의 흐름에 대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 책은 스타트랙의 스폭 일등 항해사가 아니라 커크 선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성이 아닌 감정과 직관이 앞서는 사람말이다. 문장 구성이 아니라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의 운율을, 논리정연한 설교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갈구해온 스토리를, 골리앗이 아니라 다윗을,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키가 크고 잘 생긴 사람이 아니라 우리를 닮아 키도 작고 평범하게 생긴 사람을, 익숙하면서도 식상하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것을, 염세주의 보다는 낙천주의를, 추한 것 보다는 아름다운 것을, 복잡한 것보다는 부드럽고 둥글고 단순한 것을 원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가 행동에 앞서 머리 속에서 벌어지는 동작 원리(응?)를 설명하려 무지 애쓴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행동 심리학을 사용해 제기한 문제의 해법이 '마케팅'으로 귀결되기에 이 책의 한계는 명확하다.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사람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긴 하지만, 연결을 위한 연결을 만들어내려다 보니 아무래도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고 산만하게 흩어져버린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 중간 중간 재미있는 사례와 아이디어가 나오긴 하지만, 밑줄 그어가며 읽기에는 부족함이 많으므로 기존에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다른 책(독서광 태그를 선택한 다음 쏟아지는(?) 경영/경제 관련 서평을 보기 바란다)을 읽는 편을 권장한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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