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책을 구입해서 읽고 싶은 마음은 돼지 털 끝만큼도 없었지만, 필요성(?)에 의해 금쪽같은 돈을 들여 구입한 다음에 첫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참고로 이 책은 832페이지이며, 술주정뱅이처럼 똑 같은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쉴세없이 반복하므로 아주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만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가 가능하리라... 한국 내에서도 주류 언론에 호의적인 서평을 쓴 사람들은 진짜로 이 책 첫 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 제대로(?) 읽어 보기나 했는지 궁금하다.) 읽어보았다.
결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이 책 만드느라 소비되었을 종이와 잉크값이 아깝다.
부제가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이라고 하는데, 통찰은 고사하고 자기 주장을 아전인수격으로 이리저리 짜맞춘 책이다. 빠르고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야기를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형식으로 꾸며놓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열심히 인용한 빈약한 통계,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진 내용, 동어 반복을 제대로 활용한 세뇌 작용(세계화가 필요한 이유는? 세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으로 인해 다 읽고 나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지 혼란만 커진다.
프리드먼 주장에 따르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제대로 되고 엄한 부모님 아래에서 제대로 큰 다음 부가가치 높은 일을 찾아서 (물론 미국 주도의 다국적 기업에 입사하거나 다국적 기업과 관련을 맺고 있는 자국내 하청 기업에 취직해서) 자아 계발과 더불어 세계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서 공학을 전문으로 배우고, 엄한 부모님 아래에서 제대로 큰 다음에 (여기까지는 좋다) 부가가치 높은 일을 찾아서 공무원이나 의사/판사 시험을 친다. 한국이 인도나 중국보다 영어를 못해서 다국적 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 빌붙어 사는 한국 하청 기업에 입사하는 사람이 적을까? 프리드먼씨, 인도나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시시콜콜 늘어놓으셨는데, 그렇다면 그 뛰어난 통찰력으로 대한민국을 한번 설명해보시지 그래?
뱀다리: 프리드먼 보다는 채프먼 주장이 훨씬 와 닿는다. In Search of Stupidity 1장 내용을 슬쩍 미리 한번 볼까?
2006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델 랩탑이 리튬 이온 배터리 셀 결함으로 화염에 휩싸인 장면이 사진으로 찍혔다. 이 사진은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전 세계에 퍼졌다. 이 사건은 델 사에게 특히나 곤혹스러웠는데, 회사가 직전 해에 ‘안 그래도 그저그런’ 고객 지원 서비스를 ‘패커드 벨 망령이 되살아날 수준’으로 삭감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첨단 기술 영웅과 내일의 어릿광대는 아둔한 결정 한 방의 차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한 사건이라 하겠다. 델 사는 즉시 고객 지원에 1억불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 돈이면 불가해한 발음으로 자기 이름을 “라메시”가 아니라 “랄프”라고 발음하며 “솔리드 드라이브를 제거해서 연결 구멍에 접착이 올바른지 확인해 주시겠습니까?”라고 요청하는 인도인을 더 이상 고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적어도 델 사 고객은 그렇게 믿었다.
프리드먼이 14장 '델의 충돌예방 이론'에서 그렇게 극찬하던 델 사는 요즘 자기 사업 모델에 대해 심각한 고민과 중국 아웃소싱에 대한 고심에 빠져있다고 한다. 참으로 웃긴 세상이다.
EOB
저도 작년 초에 읽어보긴 했는데...
답글삭제너무 세계화에 대해서 당연시하고 인도를 가만 놔두면 미국의 위험한 경쟁상대가 될것이다라는 늬앙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자가 미국 사람들 정신차리게 하려고 일부러 이런 책을 쓴게 아닐까 싶어요. ㅎㅎ
신뢰의 가치는 무시하기 힘든 것이죠...
답글삭제이코노믹 비즈니스 부전공쪽 과목에서 이 책을 추천하던데 말이죠. 말씀대로라면 돈 버린 사람이 많겠네요. -_-;;
답글삭제프리드먼 예전 책들은 괜찮은 것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확실히 요즘은 심하게 매너리즘에 빠져 있죠. 그냥 전공인 중동문제만 파고 들었으면 좋았을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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