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리눅스를 처음 시작할 때 참조할만한 책이나 문서 부족으로 무척 고생한 경험은 없는가? 리눅스에 대한 문서가 인터넷에 널렸고, 도움말 파일(유닉스 세상에서 도움말이란 십중팔구 악명높은 man(1) 페이지를 의미한다)을 읽으면 된다는 충고 아닌 충고가 판을 치지만 실제로 두 팔 걷어붙이고 쓸만한 책을 찾아보려면 딱히 없다. 배포판 설치와 활용 관련 서적이나 유틸리티 소개와 프로그래밍 서적은 그나마 가물에 콩나듯 몇 권 보이긴 하지만 배포판 설치가 끝난 다음에 리눅스를 리눅스 답게 본격 활용하기 위한 지침서를 찾기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마크 G 소벨 큰 형님께서 집필하신 "A Practical Guide to Linux(R): Commands, Editors, Shell Programming을 번역한 리눅스 실전가이드가 나왔기에 리눅스 초보자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주리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나온 리눅스 서적과 비교해서 이 책은 어떤 점이 다를까?
잠시 인터넷을 활용해 간단한 검색을 해보자. 아마존에 들어가서 Mark G Sobell이라고 저자 검색을 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리눅스 실전가이드 원저자인 소벨은 1980년대 중반부터 유닉스 관련 교과서를 집필해왔으며, 출간한 책마다 별 넷 반아니면 다섯을 받고 있다. 명불허전이라고 리눅스 실전가이드 역시 풍부한 예제를 곁들인 정확하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유닉스에 연이은 리눅스 입문서로서 대를 이어가는 중이다. 고백하자면 본인 역시 90년대 초반에 소벨이 쓴 UNIX System V: A Practical Guide(물론 3판이 아니라 2판이었다)로 유닉스를 배웠고 이 때 배운 지식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려먹고 또 우려먹고 또또 우려먹고 있고 (리눅스가 계속해서 살아남는다면) 앞으로도 최소 10년은 더 우러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리눅스 실전가이드는 GUI 방식으로 동작하는 화려한 응용 프로그램은 (거짓말 조금 보태 - 429페이지에 tkCVS 유틸리티 덤프 화면이 나온다) 단 한 페이지도 다루지 않는다. 그 대신 일반 터미널에서 동작하는 표준 셸을 기준으로 리눅스를 리눅스 답게 활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각종 유틸리티와 명령어를 (어떻게 보면 우직할 정도로) 하나씩 짚어나간다. 손쉽게 다루는 리눅스 배포판 설명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거의 준프로그래밍에 가까운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 때문에 좌절할지도 모르겠지만,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리눅스를 처음 설치한 다음에 터미널에 셸을 하나 띄어 놓고 이 책에 나온 설명에 따라 기본 유틸리티 사용법, 파일 시스템 관련 명령, 셸 기본 명령과 고급 명령, 편집기, 셸 프로그래밍과 문자열 처리와 관련한 활용법을 하나둘씩 익히다보면 시스템 관리자, 시스템 프로그래머, 응용 프로그래머로서 갖춰야할 기초를 쌓을 수 있다. 몇 번 강조하지만 예전에 뛰어난 유닉스 프로그래머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유닉스 관리자였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뛰어난 리눅스 프로그래머는 뛰어난 리눅스 관리자이다. 유닉스 아니 리눅스 운영체제 자체가 거대한 프로그래머용 도구 상자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시스템 관리자가 프로그래머이고 프로그래머가 시스템 관리자라는 현상이 절대로 이상하지 않다. 따라서 리눅스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특정 라이브러리나 프로그래밍 언어에 바로 뛰어드는 대신 이 책부터 독파하면 어떨까?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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