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톰 드마르코 큰 형님이 지은 데드라인: 소설로 읽는 프로젝트 관리를 찾으러 인터넷 서점에서 질의를 날렸더니 '데드라인'이라는 다른 책이 검색되어서 그냥 무심코 흘려넘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모르고 지나쳐버린 '데드라인'을 지금에 와서야 읽게 되었으니 세상에는 인연이라는 끈이 있는 모양이다.
이 책은 평상시에 아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데드라인'을 이겨내고 승리한 원동력을 분석해서 성공한 기업의 조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일단 목차부터 살펴볼까?
- 로키산에 천둥소리를 낸 터너 건설: NFL 브롱코스 팀의 신축 경기장을 만드는 이야기
- 미국 영화배급산업의 스타, 에어본 익스프레스: 필름 프린트 배급사인 테크니컬러와 손잡고 UPS와 페덱스를 울게 만든 초특급 필름 배송 작전
- NASA의 2001 화성탐사 오디세이: '더 빨리, 더 좋게, 더 싸게'라는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JPL과 록히드 마틴 사의 경험담
- 생사의 벽을 넘은 FBI의 납치범 검거작전: 제한된 시간 내에 납치범을 검거하기 위한 FBI 요원 이야기
- 777여객기 인도를 위한 보잉의 질주: 에어버스에 밟히고 있던 보잉이 탈출구를 마련한 777 개발 이야기
- 단 이틀이 걸린 Conoco의 재해 복구활동: 수해 지역 자원 봉사에도 데드라인이 존재한다.
데드라인을 회피하고 눌리기 보다는 데드라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이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은 기업 이야기는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대부분 데드라인을 넘기기 마련인데(물론 안 그런 프로젝트도 있지만... 아주 찾기 드물기에 천연 기념물 수준이다), 항공기나 우주선 제작과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복잡도를 보이는 프로젝트이거나 시간에 생사가 달렸기에 심리적인 압박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데드라인에 맞춰 진행하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중요하다. 다른 분야에 있는 회사도 데드라인을 맞추는데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딱히 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이 책은 각기 다른 회사 사례를 들어 데드라인 달성에 적합한 프로젝트 관리 기법을 소개하므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예: 회사 분위기나 팀워크가 좋으면 데드라인을 달성할 수 있다)를 늘어놓는 다른 '성공' 서적과는 확실히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다. 데드라인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이에 대한 해결책, 사후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각도로 데드라인을 분석해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한 독자라면 책을 읽다 도중에 몇 번이나 무릎을 치면서 감탄을 하게 될거다.
본문 중에 아름다운 문구 몇 개를 적어드릴테니 감상하시기 바라며, 세부 내용은 직접 책을 읽어보시라!
사람들은 상대방의 태도를 따라하는 습관이 있다.
경영진이 직원 사기를 가장 빨리 저하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현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과거 실적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우주 탐사에는 질양, 동력, 시간, 예산 등 모든 것에 제약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스케줄을 탄력적으로 설정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거의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JPL과 록히드 마틴 매니저들에게 직원은 단순히 '마음대로 이용하는 재원'이 아니라 '국보(國寶)'나 다름이 없었다. 팀원들이 매니저가 잡무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매니저들은 이에 대한 마땅히 대가를 받게 된다. ... 성공에 몰두하는 팀원에게 회초리를 휘두른다면 차라리 간섭할 때보다 훨씬 낮은 생산성을 얻게될 것이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가는 여럿이 해결할 때보다 시간만 엄청나게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실패할 확률도 높다
만성적으로 해결책만 찾으려는 사람들은 거의 해결책을 찾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 문제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카티아로 만든 3차원 보잉 777 모형은 직원들의 동기 부여 차원에서 하나의 데드라인 관리 도구로 이용될 수 있었다는 점은 예상치 못했다.
한가지 힌트: 이 책이 나온지 제법 되어서 절판에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처럼 갑자기 온라인 서점에서 인기 폭발하는 바람에 책 구하느라고 여기저기 뛰어다니지 마시고 지금 바로 구입하시라. 교보문고에는 이미 '일시 수급 불능' 문구가 떴다.
EOB
음하하... 내가 주문해서 그리 되었을 거다. 안 그래도 교보문고에서 전화 왔었음.
답글삭제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 구하려고 발버둥 쳤던 일이 떠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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