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1월 19, 2007

[독서광] 경제학 콘서트



경제학 서적을 읽다보면 일반 상식에 반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전개된다. 이 중에서도 사회적인 통념이나 가치관을 반영한 관습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이 전개되면 사람들이 많이 불편함을 느끼는 듯이 보인다. 예를 들어, 지구를 구하려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재활용 쓰레기 분리가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완전히 꽝인 상황이 발생하며, 개발도상국 국가(예전에 대한민국도 이렇게 불렸었지?)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를 위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불매 운동에 참여하는 순간 착취당한다고 생각한 노동자가 기아로 허덕이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진실은 저 넘어에 있다는 X 파일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경제학 콘서트 역시 평소에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하거나 잘못알고 있는 여러 가지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풀어쓰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은 '희소성'이다. 책 전반에 걸쳐 경제학적으로 성곡을 거두려면 기술의 우월성도, 시장 선점도, 자본의 위력도, 뛰어난 아이디어도 아닌 '희소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경제라는 녀석이 제한된 자원을 놓고 사람들끼리 물고 뜯꼬 확보하려는 전쟁 아닌 전쟁으로 볼 수 있기에 이런 시각은 여러 가지 복잡한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상당히 유효한 방법으로 보여진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을 보면 커피 가격은 임대료에 다 녹아 있다는 희소성을 활용한 '스타벅스 경영 전략'으로 시작해서, 저렴한 슈퍼마켓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슈퍼마켓이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신세계 강남점 시티 슈퍼 가격이 왜 비싼지 이 책을 읽고나서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싼 물건을 구입하려면 여기저기 판매점을 기웃거리는 대신 아무 곳이나 들어가 싼 물건을 사면 된다. :)), 효율성과 공정성을 놓고 생각하는 '경제학자가 꿈꾸는 완전 시장', 교통체증을 막기위한 방법을 설명하는 '출퇴근의 경제학', 정보 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좋은 중고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팔지 않는다', 최초가 아닌 최고를 찾아서 움직여야 승리하는 '주식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게임 이론으로 주파수 경매를 설명하는 '인생도, 세상도 게임이다', 독재와 개발에 얽힌 모순을이야기 하는 '정부가 도둑인 나라', 교환의 마법을 통해 세계화를 되짚어보는 '다함께 잘사는 방법', 민영화의 기적에 숨어있는 비밀을 분석한 '중국, 무엇이든 기회가 되는 곳'으로 끝난다. 앞에서 소개한 개념이 뒷 이야기 전개에 이어지도록 만들어 놓았으므로 목차에 따라 차근차근 읽어야 한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다른 독자가 어떻게 읽었는지 살펴보니 어렵다는 이야기가 상당히 많았다.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이 되는데


  • 번역 자체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 내용이 머리 속으로 들어오려도 튕겨나는 경우가 있었고(여러 번 읽고 나서 가까스로 원문을 추측(?)해서 이해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 일반 대중을 위한 손쉬운 경제학 서적이라고 선전하고(전 국민의 경제 교과서???) 이름도 낚시성에 가깝게 '경제학 콘서트'라고 붙여서 그냥 읽기만 하면 경제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기존에 손쉬운 다른 경제학 서적을 읽어서 미리 어느 정도 경제 원리에 대해 감을 잡고 있어야 하며,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두뇌를 활용해야하므로 머리 쓰기 싫어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피하는 편이 좋겠다.



독자에 따라 상당히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9, 10장 세계화와 관련한 내용이다. 가치 중립적이고 눈이 달리지 않은 돈이 나라 사이를 오가는 상황에서 미시적으로 보면 비인간화와 팍팍한 삶을 만들어내는 공업화, 국제화, 세계화(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다)가 거시적으로 보면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인다는 역설 아닌 역설을 보며 경제학이 무지 어렵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냉혹한 쩐의 전쟁 뒷 이야기가 궁금하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EOB

댓글 2개:

  1. -0- 저도 읽었는데 왜 한 반쯤은 본 것 같고 반쯤은 안본 것 같을까요;;

    세계화에 관련된 내용은 다른 세계화 지지자들도 많이 언급한 내용 같네요. :) 세계화의 방법도 여러가지지만 요새는 신자유주의가 워낙 대세인듯.

    다 읽은 다음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으면 '자유무역'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보실 수 있을지도.. (그렇다고 해서 무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무조건 시장을 열어제끼라고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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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소장하고 있다지요 ;-) 말씀대로 제목은 참 쉬울 것 같은 책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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