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마왕(?) 뽐뿌에 말려서 '스타워즈'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제대로 잘 합쳐놓은 월. E를 보고 말았다. 감상평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거 정말 끝내주는데?"
월트 디즈니표 가족 영화답게 꼬맹이 청소부 로봇인 월. E와 이브의 가슴 뭉클한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새 엔딩 크레딧.
영화를 보다보니 몇 가지 떠오른 잡 생각: 뭐 당연히 스포일러지? ㅋㅋ
- 월. E: 딱 보자마자 스타워즈에서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 R2D2를 연상. 에피소드 IV에서 황량한 사막에 외톨이가 된 R2D2랑 폐허가 된 쓰레기 더미에서 홀로 외롭게 임무를 수행하는 월. E. 모습이 겹쳐서 가슴이 '찡'했다(멀리서 광각으로 잡아낸 첫 도입부는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최고의 장면!). 여기서 분위기 깨는 소리 하나 하자면... 태양열 전지 충전 후 리부팅 시 울리는 차임은 매킨토시 시동음이다. 중간에 아이포드도 보이고 하던데... 관객들 안(아니 못) 웃음. ㅋㅋ
- 이브: 아이포드 디자이너인 조나단 아이브의 작품답게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처자 로봇. 손 한번 잡으려다 잘못하면 레이저 블레스터로 통구이될지도... 결론: 여자는 너무 무서워.
- 오토 파일럿: 스페이스 오디세이 HAL.
- 중간에 나오는 음악 중 '푸른 도나우 강'과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모두 스페이스 오디세이 우주 도킹 씬과 깨달음(자각) 씬에 나오는 메인 테마.
- 쓰레기 폐허 더미에 갇히는 장면은 에피소드 IV에서 패러디. 이후 도킹 독에서 가까스로 우주 공간으로 안 빨려들어가고 살아남는 장면은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연상.
- 선장이 오토 파일럿과 싸우는 장면은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HAL과 최후로 한 판 붙는 장면을 연상. 하지만 오토 파일럿이 데이지(!)는 안 부르네?
- 월. E.와 이브를 돕는 청소 로봇과 고장난 로봇들, 그리고 귀뚜라미(?)는 B급 영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조연으로 쏠쏠한 재미를 부여하는데 밉지 않고 귀여웠다.
- 중간에 월. E.와 이브의 우주 유영 장면은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너무나 사실적인 정적 이미지와 대비해서 역동성을 부여함으로써 영화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음.
- 승객들 모두 약하고 뚱뚱하니 지구에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나온 대답이 걸작. "운동하면 됩니다" -->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운동하기 위해 트랙 도는 장면이 갑자기 떠 올랐는데, 실제로 우주선 액시엄 내에 있는 트랙을 안 보여줘서 왕 섭섭.
- 마지막에 월. E.가 기억을 잃어버리고 그냥 평범한 청소부 로봇이 되었다면 너무나 좋을뻔 했는데, 역시 월트 디즈니 가족 영화라는 한계. 가슴 ___찌이잉___한 사랑 영화를 원한단 말야!
월. E.는 특수 효과나 편집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의 승리다.
EOB
ㅎㅎ 영화대마왕의 뽐뿌에 말린걸 감사하셨을 듯.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대한 영화인들의 뜨거운 사랑에 스탠리 큐브릭은 땅속에서도 잠자리가 늘 뿌듯~할 듯.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열 손가락 꼽아도 모자라지만, 무엇보다도 월E가 "이~버~"를 보자마자 황량한 지구에 울려퍼지던 "La Vie en Rose". 그렇게 사랑에 빠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It only takes a moment. 아, 난 왜 늘 이모양이냐는. 디즈니스러운 해피엔딩으로 급전환하지만, 안 그랬으면 보는 순간엔 가슴 터져서 죽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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