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잠깐 웹을 봐야하거나 전자편지를 점검하거나 일정표를 봐야할 때, 노트북 전원을 올리고 깃발이 펄럭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 없는 배터리에 발을 동동 구른 경험이 누구나 한번 있을 것이다. 물론 매킨토시 사용자라면 잠들기 모드를 활용해서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윈도우 세상에서는 갈 길이 멀다.
이번에 델이 제안한 'Latitude ON' 기술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발걸음을 떼어놓았다는 생각이다. 뭐 대단히 특별한 기술은 아니고 기존 노트북 중에서 컴퓨터 전원을 연결하지 않고 MP3등을 들을 수 있게 만든 몇몇 제품 개념을 확장했다고 보면 틀림없겠다. 적용하는 기술은 아주 간단하다. 일반 노트북 내부에 저전력 CPU를 사용한 회로기판을 집어넣고 여기에 소형 리눅스와 몇 가지 응용 프로그램(웹 브라우저, 전자편지 클라이언트, 오피스/PDF 뷰어)등을 탑재한 다음에, 필요에 따라 듀얼부트(?)가 가능하게 만들면 끝난다.
델에서는 아톰 기반 프로세서와 리눅스 데스크탑 배포판을 탑재해서 내장 Eee PC를 만들려고 하는 모양이다. 물론 파이어폭스를 비롯해 기본으로 탑재한 응용 프로그램만 사용이 가능하며 추가나 변경이 어렵다고 한다('웹 브라우저 보안이 뚫리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잠시 들었다. 뭔가 대비책이 있겠지...). 이렇게 사용하면 뭐가 좋을까? 우선 요즘 노트북에 장착된 배터리는 코어 계열 CPU에 대응하므로, 저전력 아톰 기반 넷븍이 쓰기에는 _과한_ 수준이다. 델에 따르면 'Latitude ON' 기능만 사용한다면 몇 시간이 아니라 하루를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외부에서는 아톰(정보 소비 모드)으로 내부에서는 코어(정보 창출 모드)로 사용할 경우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경량 XP나 비스타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닭쫒던 개 지붕 처다보는 심정일테다. 만일 경량 XP나 비스타를 준비해놓았더라면 노트북 하나에 운영 체제 라이선스 두 개를 팔 수도 있는 훌륭한 시장이 떠오르는 데 말이다. 낄낄...
하지만 B급 프로그래머 생각에 'Latitude ON'은 찻잔속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물론 XP나 비스타 부팅 속력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긴 하지만... 인텔이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기존 CPU도 저전력으로 가며 노트북 전용 초절전 CPU도 공정이 개선되고 있으므로 굳이 CPU 두 개를 노트북에 탑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저전력 고성능(???) 듀얼 코어 아톰도 사람들 기대를 잔뜩 부풀게 만들고 있는데, B급 프로그래머는 아톰 구조를 다 뜯어 고쳐 듀얼 코어 전용 아톰 2를 개발하거나 아톰 코어에 그래픽 코어를 붙여 비대칭 듀얼 코어를 만들기 전에는 듀얼 코어화가 힘들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EOB
듀얼 코어 Atom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분(?)들도 계시더라능~ ^^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