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0월 26, 2008

[끝없는 뽐뿌질] 레이저복합기 캐논 MF4010



2주 전인가? 갑자기 HWP 파일을 인쇄할 일이 생겼는데, 집에 프린터가 없어서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조금 급한 일이라서 프린터 가능한 곳을 동네에서 수소문하러 다녔는데... 동사무소도 X고, 믿었던 우체국(과거에 민원 봉사실처럼 인터넷과 프린터 가능한 라운지가 있었는데 걷어내고 보험 상담실로 바뀌었더라. 흑)도 X, 심지어 _정보_ 도서관(정보라는 말을 왜 붙였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도 X였다. 하는 수 없이 PC방을 찾아 나섰는데, 첫번째로 방문한 PC방에서는 아예 프린터를 안 키워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결국 HWP 프린터 가능한 PC 방을 찾아내어 페이지 당 거금 300원을 들여서 인쇄했다. 실수해서 두 페이지 엉뚱한 내용을 찍기도 하면서. 흑흑...



그래서 $이 생기면 반드시 프린터를 사야지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는데, 프린터 살 돈이 생겼다(생색내기로 정부에서 퍼주는 _유가 환급금_ 이런 $ 아니다. B급 프로그래머는 환급금을 받을 상황(?)이 아니다. 낄낄...).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쓸만한 레이저 복합기(스캐너+복사기+프린터)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발표 자료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스캐너가 필요했는데(재금까지는 여기저기 빌붙거나 극악의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로... 흑...), 옳다구나 하는 찬스가 아닌가?



구매에 앞서 다음과 같은 요구 사항을 정리해보았다. 간단하게 정리한 이유는 요구사항이 많아지면 반대 급부로 가장 중요한 '가격'이 올라가는 시소 게임을 벌일테니 말이다.




  • 가격: 20만원 초반대가 좋겠다. 집에서 사용할 물건이므로 예산은 1번 순위다.
  • 색상: 절대로 컬러 레이저는 사양이다. 토너 유지비도 유지비려니와 속력(4번 항목 참조) 면에서 좌절이니...
  • 크기: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물론 복합기 특성상 높이는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할 듯이 보인다.
  • 속력: 급한 성격상 느려터진 프린터는 절대 사양한다.
  • 스캐너 성능: 전용 스캐너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성능이 나와야 한다.
  • 플랫폼: 맥 OS X는 지원하지 않더라도 불쌍한 B급 프로그래머가 사용 중인 윈도우 _2000_은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


우선 복합기는 종류가 많지 않았다. 삼성 계열과 캐논 계열이 불붙는 경쟁을 벌이고 있었고, 상위 레벨에서는 HP가 자리를 지키는 듯이 보였다. 이런저런 평가를 보니 삼성 계열 복합기는 스캐너에 문제가 있다는 평이 많았다(아무래도 복사기 기술이 딸리는 듯). 그래서 캐논 계열 복합기를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가격대를 살펴보니 MF4010 모델이 눈에 들어왔다. 야루고 시뤄봐야 답 없으니 바로 구매했고, 어제 배송까지 완료되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큰 덩치에 일단 실신... 작고 아담한 기기를 원하는 분들이라면 포장 박스부터 혼을 빼놓을 듯. 가로와 세로가 각각 두 뼘정도되고 높이도 한뼘 반 정도 되는데, 볼륨감이 느껴진다. 부피와 더불어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으로 프린터 살 때 내부에 번들로 따라오는 토너(Canon FX9-'S')는 별도 구매 토너(Canon FX9)와는 달리 토너 용량이 1/2로 줄어든 모델(원래는 2천장인데 1천장까지 인쇄 가능)이라고 한다. 하긴 정품 토너 하나가 7만원 정도니... 머리 속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 버럭! 아무래도 앞으로는 절반 가격인 호환 토너를 사서 써야 할 듯.



추가 매뉴얼, 드라이버, 스캔용 번들 소프트웨어만 간단하게(사용하지도 않을 덩치 큰 부록 응용 프로그램은 당근 설치 안 한다) 설치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작업은 스캐너 기능이다. 아파트 관리비 영수증이 눈에 띄여서 스캐너를 돌려보니 전반적으로 조금 연하게 나오긴 했지만(역시 $$$!), 크게 문제가 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조작(?)을 가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긴하겠지만 게으른 B급 프로그래머라... :P 다음으로 복사 테스트를 해보았다. 난이도가 높은 테스트 문서인 대덕 연구단지 배치도를 복사해보았는데, 첫번째 시도에서 일반 품질, 두번째 시도에서 최고 품질로 지정했지만 역시 100% 만족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스캐너와 인쇄쪽이 앙상블을 이루며 조금씩 품질을 저하시킨 결과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고대하던 인쇄 테스트를 진행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문서를 한 장 인쇄해보았는데, 인쇄 속력은 USB 1.1로 연결(암암, 아직도 B급 프로그래머는 펜티엄 III 500Mhz 구형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번개처럼 나왔다. 하지만 아무런 설정을 손대지 않고 인쇄한 기본 품질을 따져보자면... 기존 HP 인쇄물에 너무나도 익숙한 B급 프로그래머가 느끼기에는 전반적인 인쇄 결과가 조금 가늘고 힘이 없어 보였다(앞서 배치도 복사물이 불만스러웠던 두 가지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므로 익숙해지면 HP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낄낄...



결론을 이야기하지면 딱 투입한 $만큼 성능이 나오므로, MF4010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가정용이나 취미생활용 복합기로 적합하다. 설마 업무용으로 이 프린터를 사서 본전 뽑으려는 사람은 없겠지? 낄낄...



맥 지원에 대해 한 마디: 캐논은 UFR II이라는 독자 규격을 사용하므로 PCL이나 포스트스크립트 프린터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못한다. 한국 캐논 홈 페이지에서는 윈도우 드라이버만 제공하므로, 잽싸게 유럽 캐논 홈 페이지로 들어가서 다운로드 페이지에 나와있는 드라이버를 내려받아서 성공적으로 설치한 다음에 출력 테스트까지 완료했다. USB 프린터 드라이버 인식도 잘 되고(드라이브 설치 전에는 프린터 드라이버 인식 불가, 하지만 드라이버 설치 후에 새로 프린터를 추가하면 UFR II로 자동 인식된다), ghostscript-cups 출력이 아니므로 속력도 제법 나온다. 하지만 스캐너용 MF 드라이버는 없기에 맥에서는 인쇄 전용 기기로만 사용이 가능한 듯이 보인다. 혹시 스캐너로 활용하는 방법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댓글 부탁드리겠다.



EOB

댓글 4개:

  1. 없습니다. 없고요.

    저도 조금 난감한게 스펙에는 분명 맥 지원이라고 써놓고선 프린터만 꼴랑 지원한다니...

    스캐너 거의 사용하지도 않고, 필요하면 VMWare 띄우면 되지만 낚인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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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무실 집기들이 점점 더 필요해지시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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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헉~ 저도 복합기가 필요해서 저 모델을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맥에서는 저런 치명적(!) 단점이 있었군요. 알려주신 정보 덕분에 여기선 가볍게 패스하렵니다.

    인터넷 신청하면 Karstadt 백화점의 70유로 상품권을 준다길래 그걸로 복합기를 사려고 대기중인데, 인터넷 설치기사가 도통 방문할 생각을 안하네요. 신청한지 이제 한 달 다 되어갑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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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extreme님, 삼성 제품에는 맥용 스캐너 드라이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햇습니다. 흑흑... 삼성도 있는데... 맥 보급율이 높은 일본 회사인 캐논(넥스트에 혼쭐이 났나?)이 없다니... OTL

    // Blogger ROM[롬] == Will[윌]님, 안 그래도 사무 집기가 하나둘씩... ㅋㅋ

    // josh님, 독일에서 인터넷 설치 쉽지 않아요. ㅋㅋ 예전에는 부품 하나 올 때마다 한 달이 걸려서 결국 설치까지 6개월 걸렸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니...

    그나저나 맥 완벽 지원 복합기는 샘숭을 살펴보셔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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