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월 23, 2011

[독서광] 장인: 아름다운 외길



이 책은 태우님이 선물로 주셨는데, 천성적인 게으름 때문에 다 읽고 나서 이제야 서평을 올려본다(아직도 서평 못 쓴 책도 잔뜩, 읽은 책은 더욱 많아 산더미...).



요즘처럼 기술이 1년을 못버티고 휙휙 바뀌는 핫(!)하고 쿨(!)한 시대에 한 가지만 고집하며 자신의 역량을 끊임없이 갈고 닦는 장인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옛 것을 고집하고 외길만 걷는 '장인'의 가치와 미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체가 사치라고도 보이겠지만... 그래도 한번 뿐인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필요한 가르침을 (비록 간접적이지만) 받는다는 데서 이 책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꼰대(?) 이야기라면 질겁을 하고 내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 몸 바쳐 평생을 한 가지 일에만 전력을 다한 선배들의 말은 이모저모로 배울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이 책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일본의 장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책은 크게 장인들의 말, 장인들과 나눈 대화, 장인 대학에서 연설한 내용로 나눠지며, 장인들과 나는 대화와 장인 대학에서 연설한 내용은 일본 전통 문화를 다루므로 일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장인들의 말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몇 개 뽑아서 정리해보겠다.



나는 솜씨 없는 놈은 가르치지 않아. 그런 놈 가르치면 내 솜씨까지 무뎌져버려.


요즘 젊은 치들이란 또박또박 설명을 해주면 제법 일을 잘 처리합니다. 야, 제법이로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좋을 대로 해봐"하고 말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게 희한합니다.


도제제도의 세계에서는 물건도 만들어왔지만, 사람도 만들어왔지.


수련시절엔 인간 취급 못 받고, 간심히 한 몫 하는 사람이 되지요. 그러던 차에 자신이 제자를 거느리게 되었을 땜 묘하게도 친절히 대해주게 돼버려요. 결국 제자를 위해서는 몹쓸 짓입니다. 어중간한 장인을 만들어버리는 거지요. 연민 때문에...


인간이란 '출세했나 안 했나'가 아니다. '천박한가 천박하지 않은가' 둘 중 하나다.


사진을 박아 내거나 좋아라하고 매스컴과 인터뷰를 하는 장인은 장인이 아닙니다. 장인은 자기 자신의 일 이외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입니다.


예술가가라는 게 모두 피곤해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건 말이지 예술가인척 하니까 피곤한 거예요.


비평가들은 대단한 것인 양 좋다 나쁘다 얘기합니다만, 그건 좋다 나쁘다가 아니고 단순히 자기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몇 해 전에 (야외에서 전어구이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며) 줄타기 공연을 관람하면서 줄 위에서 뛰고 앉고 눕고(!) 하는 놀라운 모습 이외에도 줄타기 달인이 줄타기에 앞서 자신이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산신령(?)과 스승에 대해 한참 동안 예를 표하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곱씹어 보게 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컴퓨터 분야에서는 왜 이리 장인(?)을 만들어내기 어려운지 정리해볼 계획이다.



EOB

댓글 1개:

  1. 아...아직 읽을 책도 많은데..저한테 필요한 책이란 느낌이 팍팍 옵니다.
    "아..나는 천박하지 않은가..???"

    - klim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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