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월 16, 2011

[독서광] 사회적 원자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라는 부제에 낚여(!) 구입한 이 책은 인간과 사회를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주장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강화하기 위해 기존 경제학에 대해 집중 공격을 퍼붓지만 차별성이 떨어지므로 자기 얼굴에 금칠한 꼴이다. 주장하는 이론 자체가 아주 독창적이면서 이론적으로 탄탄하다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뭐 책을 읽다보면 기존에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가 줄줄이 나온다) 바람에 자꾸 본전 생각이 나게 만들었다. 잠깐 본문 내용을 볼까?



극적이고 예기치 않게 꼬이고 실생활의 흥분과 긴장을 잘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또는 인간 세계에 대한 과학 법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한다.


요렇게 썼지만 자신도 여기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니 이게 문제다. 원자와 분자라는 물리학적인 기본 구성 요소를 사회 과학에 접합해 뭔가 엄청난 비밀을 캐낼 듯이 몰아붙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다른 주장을 하나 살펴볼까?



과학자들이 인간 세계의 법칙을 발견해서 완벽한 세계를 만들려고 해도 사람들은 거기에 반항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 차려진 밥상도 심통 맞게 걷어차 버리는 '종잡을 수 없는 두발 동물'이다. 그저 자기가 반항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생각하며 책을 서술했으니 본문에서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는 안 봐도 블루레이다. 물론 인간의 예측 불허를 강조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썼다고 이해가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지 계속해서 나오면 질린다(책 1/2 지점까지 테이프를 반복해서 틀고 있다). T_T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왜 많은 회사들이 피고용자들에게,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 꼭 줘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급여를 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마크 뷰캐넌이 경제학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위의 인용문으로 요약 정리할 수 있다. 다음 서평에 소개하겠지만 '머니 랩'과 같은 책에서는 1장(chapter)를 투입해 상호 호혜주의라는 주제로 급여와 관련한 멋진 실험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많은 경제/경영/심리학자들이 마크 뷰캐넌에 앞서 뭔가를 캐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마크 뷰캐넌은 그걸 몰랐거나 아니면 모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여튼 이 책은 "개인은 예측 불허하고 변덕스러우며 멍청하지만, 집단은 예측 가능하며 질서 있고 똑똑하다"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다. 한 줄 결론: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는 생각.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다른 좋은 책도 많으므로 이 책은 독자 여러분께 추천하지 않음.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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