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7월 30, 2013

[B급 프로그래머] "‘한국의 저커버그’가 양성되기 위한 조건"에 대한 불만

C|net Korea에 올라온 ‘한국의 저커버그’가 양성되기 위한 조건을 읽다보니 글쓴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은근슬쩍 이류 시민으로 디스하는 듯하다. 뭐 다른 내용은 그렇다치더라도 다음 내용은 전산학과 컴퓨터 공학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3. 커뮤니케이션 능력
일반 코더에게는 그렇게 높은 수준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지 않지만 뛰어난 아키텍트가 되려면 상당히 중요한 능력이다. 대화능력, 듣기능력, 토론기술, 대인기술, 설득능력, 인내력 등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암기식 교육환경에서는 키워지기 어렵다. 어렸을 때부터 토론식 교육 환경이 필요하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4. 문서 작성 능력
가독성이 뛰어난 문서를 작성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쓰기 능력, 정보 조직화 기술 등이 필요하며 일반 코더들이 가장 부족한 능력 중 하나이다. 십 수년의 학교 교육을 통해서 기초를 다져야 하며 실전 개발을 통해서도 오랫동안 단련해야 향상되는 능력이다.

5. 컴퓨터, 소프트웨어 지식
소프트웨어 동작원리, 자료구조, 알고리즘, 개발언어 등 개발의 기초 지식이다. 대학의 소프트웨어 관련학과에서 주로 가르치는 것이고 단시간에 기초를 닦을 수 있고 독학도 가능하며 실전 개발을 통해서 꾸준히 습득하는 지식이다.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6. 코딩 능력
누구나 아는 코딩 파워다. 일반 코더의 능력을 구분하는 기준이며 그 능력차이는 코더마다 천지차이다. 단기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프로그래머들이 별로 떨어지지(지 않는) 능력이다.

7. 소프트웨어 공학 경험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개발하기 위한 공학적인 지식과 경험이다. 소프트웨어 분석, 설계, 소스코드관리, 이슈관리, 테스트, 프로세스, 툴, 개발문화 등 광범위한 영역의 경험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배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제대로 된 개발환경에서 실전 개발을 통해 배워야 하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위 내용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서 작성 능력, 소프트웨어 공학 경험은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컴퓨터/소프트웨어 지식, 코딩 능력은 단기간에 학습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본인 생각 말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면 어떨까 싶다. 3개월만 학습하면 아키텍처/운영체제/알고리즘 전문가가 되고 다시 3개월만 더 학습하면 C/Java 프로그램을 발로도 짤 수 있다면, 4년 동안 대학교에 다니며 학기말마다 밤새가며 프로젝트 끝낸다고 고생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열심히 일하는 프로그래머를 코더로 격하한 다음 부족한 능력을 '커뮤니케이션, 문서, 소프트웨어 공학 경험'으로 싸잡아 매도한다고 해서 과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까? "넌(개발자) 불치병(커뮤니케이션,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 공학 능력 부재)에 걸렸으니 이제 큰 일 났네?"라고 약올리는 경우랑 뭐가 다르지? 제발 바라건데, 메타 개발만 하지 말고 직접 훌륭한 소프트웨어 공학 도구를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하거나 필요한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알맹이 있는 책을 출간해 제발 불쌍한 우리 코더들 좀 구원해주시기 바란다.

다시 한번 러멜트 교수의 말을 인용하겠다.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개발자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리고 코딩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제대로 동작하는 깨끗한 코드를 작성하려면 엄청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당신이 멋진 자동차를 설계할 능력이 있다면, 내게서 전략을 배우는 데 며칠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아무리 전략으로 박사 논문을 쓴 사람이라도 자동차를 설계하려면 몇 년을 공부해도 어림 없을 것이다." - 리처드 러멜트(UCLA 전략학 교수)
EOB

댓글 11개:

  1. 이정도(?) 수준의 전규현씨의 글에서 납득할수 없거나 화가 나신다면...
    http://allofsoftware.net/ 가서 몇개 읽어보시면 이해가 가실겁니다.

    대부분의 글이 틀린말은 아닌데 부분 부분 동의할수 없는 부분들이 배치되어 있곤하지요.

    물론 위의 말은 좀 순화한거고 격하게 반박하고 싶은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전규현씨의 대부분의 글이 저에게 그렇게 다가오기 때문에 이제는
    그려려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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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원문의 글쓴이가 개발자 출신이라는게 의심스러운 글입니다.
    예전 2002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 국가대표를 평가한 말이 생각나네요
    당시 우리나라는 정신력하고 체력은 뛰어난데 기술이 부족해서 월드컵에서 늘 진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히딩크 감독이 볼때는 제일 문제는 기초 체력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반까지는 대등하게 하다가
    후반에 급격히 무너지곤 했죠. 어쩌면 우리 스스로 그나마 체력이랑 정신력은 뛰어나다고 자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기술도 안됐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초 체력이었습니다.
    위의 글도 당시 우리나라가 범했던 것과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 코딩 능력과 컴퓨터, 소프트웨어 지식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겠죠.
    소프트웨어 동작원리, 자료구조, 알고리즘, 개발언어 같은 기초 지식을 단기간에 배우면 단기간에 써먹을 수 있는 지식만 얻을 수 있겠죠. 그리고 단기간에 사라질 소프트웨어들만 우후죽순처럼 나오겠죠. 위와 같은 생각이 부디 원문 글쓴이 한분만의 생각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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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씀하신 바와 같이 기초 체력이 여전히 부족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방위에 걸쳐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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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익명님, 'all of software' 블로그를 방문해서 글을 읽어보니... (제 기준으로는) '괴작'입니다. T_T

    이미 정확하게 지적하셨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닌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좌충우돌이네요.

    하지만 개발자들이 죄책감과 좌절감을 느끼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 힐링팔이와 동격이므로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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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에 익명입니다.

      공감하셨다니 좀 더 첨언하면 전규현씨의 이력을 보시면 이 상황이 이해가 가실겁니다.
      한컴과 안랩이 주 경력인데(한쪽은 CTO), 둘다 전형적인 굴뚝 산업입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는 문제는 여기에서 배운 경험을 모든곳에 다 적용시키는거 같다 겁니다.
      그래서 그분이 큰 그림은 옳바른 말씀이지만 세부의 실천으로 들어가면 곳곳에서 충돌 지점들이
      발생합니다. 마치 90년대 초반에 나온 SE 책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렇다고 이분은 학계에서 첨예한 대립으로 토론을 통해서 이론을 정립하시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례나 논문들의 마음에 드는 부분을 인용해서 글을 생산하십니다.
      작년부터인가 기고도 여기저기 하시구요. 저는 글을 읽다가

      '어 뭔가 이상한데 제목은 괜찮은데 내용은..'

      하면 대부분 전규현님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꾸준한 활동이 권위로 이어지는거 같습니다.
      전 그래서 일단 SW 글중에 필자가 전규현씨인지 확인하고 읽는 습관까지 생겼습니다.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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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너무나도 명쾌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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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본문만 읽고 설마 그사람 싶었는데 씨넷링크 들어가보니 역시 그사람이네요. 가끔 이런저런 경로로 그사람 블로그글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뒷목잡은 경험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X맨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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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 저도 이번에 제대로 뒷목 잡고 말았는데... 앞으로는 정신 건강을 위해 필터링할 생각입니다.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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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대부분 '아키텍트', '코더' 운운하는 사람들이 저런 경향이 있더군요
      Coders at work 에 등장하는 '코더'들 보면 어떤 생각을 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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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무슨 저글링 생각나네..
    "저커버그"가 아니라.."주커버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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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거 아니지만, 저커버그로 읽는게 맞습니다. 원래 이름을 그렇게 부릅니다.

      기자들이 발음기호대로 주커버그 하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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