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1월 05, 2007

[독서광] 대한민국 진화론



요즘 출판가에도 '삼성' 마케팅이 크게 뜨고 있다고 한다. 삼성 XXX가 읽은 책, 삼성 XXX가 관련된 책, 삼성 XXX도 놀란 책...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어떻게 하던 삼성을 끌어들여 뭔가를 해보겠다는 참으로 가상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득도 많고 실도 많은 마케팅 기법이다(모든 책에 다 삼성 XXX라고 붙으면 마케팅 문구로서 가치가 없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진화론' 역시 '삼성전자 최초 여성임원 이현정'이라는 거창한 부제까지 달고 나와서 삼성에 숨겨진 진화 방법론(?)이나 비밀(?)을 폭로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낚시성 제목이므로 속으면 안 된다. 삼성 그룹에서 책을 왕창 구입했다는 둥 고위층(?)이 진노했다는 둥 이런 소문도 떠 도는 듯이 보이는데,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법.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크게 i) 자기 주변 이야기 ii) 한국 문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i) 자기 주변 이야기는 다시 자기 자신 소개와 자기 가족 이야기로 나뉘어지며, 한국 문화 이야기는 일반적인 한국 문화 특성과 한국 기업 문화 특성으로 나뉘어진다. 한국 기업 문화 특성에서 삼성을 열심히 까줬으면 몇몇 사람들 속이 다 시원해졌겠지만, 한국 기업에서 만연한 일반적인 병폐를 설명하므로 딱히 반 '삼성'적인 내용은 없었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익히 알고 있던 문제점을 '삼성'이라는 문구로 포장해서 전달한다는 의심이 들긴하지만, 뭐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책은 많이 팔려야 출판사도 좋고 저자도 좋을테니...



책 자체 내용은 좀 중언부언하는 경향이 없진 않지만(그래... 수필집이니까 용서가 가능하다)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과감하게 한국 문화와 기업 문화의 아픈 곳에 태클을 걸고 있는데, 특히 여성 입장에서 가족과 여성, 한발 더 나아가서 소수를 등한시하는 한국 문화에 대해 직격탄을 날려준다. 소수를 등한시하는 문화가 결국에는 남자들도 스스로 손해보도록 만드는 세상을 강하게 꼬집어버린다.



하지만 저자인 이현정씨는 철두철미한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신봉자이므로 조금 왼쪽으로 기우신 분들께는 본문 중에 상당히 불편하게 다가오는 내용도 있을지 모르겠다. 예로 '공짜와 진짜'라는 장에서 '기업의 목적이 사회 환원인가?'라는 제목을 달고 반 기업 정서에 대해 '공짜 좋아하는 국민 정서'라고 분석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삼성 '안티'가 아니라 교묘한 반 삼성 '안티'적인 내용을 은연중에 전달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품어본다.



총평: 기대치만큼 흥미롭거나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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