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적에 대본소에 가서 온갖 3류 무협 소설을 무척 즐겨 읽곤했다. 블로그 주인장의 독서 취향이 무척 잡스러운 원인이 바로 여기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대학교 들어와서는 김용 선생님에 푹 빠져서 중간 고사를 망치기도 했다. 3류 무협만 읽다가 사조영웅전을 보는 순간 느끼는 짜릿함이란... ㅎㅎ
그런데 요즘은 무협지를 잘 보지 않는다. 무협지를 써도 될만큼(한 때 심심풀이로 무협지를 써 보겠다고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스토리를 풀어놓자, 옆에 있던 사람들이 너무 _전형적_이라는 말을 했다. ㅎㅎ) 충분히 읽었기 때문일까? 그래도 뭔가 대용품이 필요한 법이다.
발터 뫼르스 팬이라면 감히 싸구려 무협지랑 비교한다고 버럭(!)할지도 모르겠지만,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은 서양판 무협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온갖 내용이 뒤죽박죽되어 있다. 책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이런 요소 때문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하고 싶다. 주인공의 고난, 유배, 훌륭한 스승과 만남, 스승의 비밀, B급에서 볼 수 있는 조연들(주로 내부 배반자), 사랑, 우정, 전투를 통해 높아지는 내공, 기기묘묘한 기계 장치, 듣도보도 못한 희한한 생물(동식물),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등장 인물이 하필 그 때 그 곳에서 마주치는 우연, 악의 화신, 악의 화신 옆에 빌붙어 사는 딸랑이, 권선징악,... 뭐 이 정도로 이 소설을 묘사할 수 있다면 무협지랑 다를 바가 무엇이랴?
여튼 삶이 무미건조하고 따분하면 '루모...'를 한번 읽어보자. 귀여운(?) 볼퍼팅어 루모의 뒤를 쫓아가며 손에 땀을 쥐며 가슴 졸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아, 지난번 읽었던 꿈꾸는 책들의 도시보다 블로그 주인장 취향에 더 맞는 듯이 느껴진다는 힌트도 독자 여러분께 줘야지?
EOB
푸른곰 선장의 13 1/2의 삶에서 구조공룡과 푸른곰이 구해줬던 그 볼퍼딩어 루모일까요? 긴축재정에도 불구하고 서점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 없군요 ^^; 책 지름 블로그!? *^^* 이런 가볍게 빠져들수 있는 얘기에 목말랐는데 마침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정황으로 봐서 푸른곰이 구해준 그 녀석이 맞는데, 어렸을 때 구조된 일은 까맣게 잊고 있네요 ㅋㅋㅋ
답글삭제우드스톡님... 이런 뽐뿌질 공격을. 흑. 저 아직 푸른곰... 안 읽었다구요. T_T
답글삭제- jrogue
ㅎㅎ 아껴뒀다 천천히 읽으세요~ 푸른곰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와 루모의 분위기가 섞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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