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6월 11, 2013

[일상다반사] OODA 루프와 F-16 전투기 설계 사상

오늘은 지난 번에 독후감을 올려드렸던 REPETABILITY: 최고의 전략은 무엇인가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별도로 분리해서 소개하겠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경영학을 공부하신 분이라면 들어봤을지도 모르는 OODA 루프다. OODA는 observe(관찰), orient(방위 확인), decide(결정), act(행동)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전장에서 전술적인 결정을 내려야할 때 사용하는 프레임워크다. OODA의 탄생은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 밀덕 사이에서 유명한 떡밥으로 남은 F-86과 Mig-15의 공중전에서 비롯된다. 분명히 스펙(응?) 상으로는 열세인 F-86이 Mig-15와 맞서 우월한 성적표를 받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이론이다.

(F-86의 캐노피를 보면 시야 확보를 위해 상부로 돌출되어 있다)

한국전에서 잠시 F-86을 몰고 전투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던 존 보이드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어떤 사건에 부딪혀 반응하는 과정을 이론으로 정립했다. 이론 자체는 간단하다. 공중전(또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은 상대편보다 더 빠르게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을 유지하는 능력에 있으며, 이를 수행하는 과정을 관찰, 방위 확인, 결정, 행동으로 나눈다. 각 과정은 관찰로 피드백을 주는 연결고리를 생성하며, 이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리듬을 타게 된다. 이 때, 더 빠른 템포를 이용해 상대편이 사용하는 OODA 연결 고리를 단절하거나 부셔버리면 승리를 거두게 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시야각이 넓은 버블 캐노피와 중간 고도에서 기동성이 뛰어난 장점을 활용해 관찰/방위 확인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시야가 넓으므로 먼저 적기를 발견할 수 있으므로), 행동을 빨리 가져가는(주로 전투가 벌어지는 중간 고도에서 기동성이 뛰어나므로) 방법으로 Mig-15에 비교해 속력과 화력 부족이라는 열세를 F-86이 극복했다는 설명이다.

OODA 루프는 미 국방성이 추진했던 (F-4에서 F-15로 이어지는) 대형 전투기 사업과 반대로 가는 경량급 전투기 개발의 이론적인 초석이 된다. 베트남 전을 거치며 천하무적인 듯이 보였던 F-4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기동성이 높고 가벼운 전투기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가벼운 기체, 넓은 시야각, 놀라운 기동성을 특징으로 내세운 F-16이 탄생하게 된다.

(F-16의 캐노피 역시 시야 확보를 위해 상부로 돌출되어 있다)

OODA 루프를 이해하기 전까지는 F-16 전투기의 설계 사상에 대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전투기인가?), 위키피디아에서 설명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바로 이해가 되어버렸다.

  • 넓은 가시성을 위한 프레임이 없는 버블 캐노피(관찰, 방위 확인)
  • 조종 과정에서 손쉬운 제어를 위한 옆에 달린 조종간(행동)
  • 30도로 기울어져 조종사에게 가해지는 관성력을 줄이는 좌석(행동)
  • 민첩한 동작을 위한 전기 신호식 비행 조종 제어 장치(Fly-By-Wire)와 미션 컴퓨터(행동)

F-16은 1976년 이후 4천 5백대가 넘게 만들어졌으며 대한민국 공군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모델로 자리잡았고, 아직도 생산 중에 있다.

뱀다리: 역사/경영학적으로 OODA 루프에 접근하고 싶다면, 패스트컴퍼니에 실린 The Strategy of The Fighter Pilot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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