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7월 30, 2007

[일상다반사] 코레일 대략 유감


무자비한 철도회원 숙청(?) 작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얼마전부터 코레일 홈페이지에서는 구 철도 회원 계정 접근을 차단해버렸다. 물론 코레일 입장에서야 어서 빨리 신규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싶겠지만, 고객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행정의 표본이다. 직접 경험했던 문제점을 정리해보았다.



사건의 발단은 7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7월 말에 부산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구 철도 회원 자격으로 표를 미리 예매해두었다. 물론 신용카드 결제까지 끝낸 상황이다. 내려갈 날짜를 하루 앞두고 다시 한번 예매 시각을 확인하러 www.barota.com으로 접속했을 때 자동으로 www.korail.com으로 들어갔다. 뭐 여기까지는 좋다.



로그인 창에서 접속을 시도하니, 접속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멤버십 통합에 따른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 미등록 고객으로 접속하니 휴대폰 번호를 넣어라고 한다. 무슨 얼어죽을 휴대폰 번호? 그래서 회원 등록번호 찾기 기능을 이용해서 예전 구 철도 회원 계정을 입력하니 본색이 들어나고 말았다.



구 철도회원은 탈퇴하고 다시 가입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몇 가지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 탈퇴했을 경우 구 회원 트랜잭션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냥 날아갈까?
  • 탈퇴하지 않고 표 정보만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신용카드 승인은 취소되지 않은 상태라 아직 트랜잭션은 살아다고 보여지지만, 이 상황에서 뭐 어떻게 하라고?
  • 신규 회원을 가입하려면 탈퇴를 먼저 해야 하는데 탈퇴 후 다시 가입할 경우 구 회원 트랜잭션을 자동으로 마이그레이션 해주나?


남아있는 마일리지나 할인 혜택 이런 부가적인 내용은 뒤로 하고, 황당하게도 예매한 결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니 열이 받을만하지 않은가?



서울역이나 광명역을 방문할 경황이 없어서 급히 집 근처 일반 열차 표 구입이 가능한 국철 역을 방문해서 조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국철 역 매표소에서 참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 jrogue: (구 회원 카드를 보여주며) 예매한 표 확인 부탁드릴께요.
  • 직원: 고객님, 구 회원 카드로는 예약/예매가 불가능합니다.
  • jrogue: 틀림없이 얘매했습니다. 신용카드 승인까지 떨어진거 알고 왔습니다.
  • 직원: (반신반의) 그러면 신규 멤버십으로 전환하셨나???
  • jrogue: 아뇨. 그렇지만 일단 한번 조회 넣어보세요.
  • 직원: (surprising!!!) 아니 이거 어떻게 예매하신거에요? (화면에 트랜잭션이 나온다)
  • jrogue: (그러면 그렇지) 저도 자초지종은 잘 모르겠고... 어쨌거나 나온 표 모두 다 발권해주세요.


결국 원하는 표는 손에 다 넣었다. 그리고 구 철도 회원 탈퇴하고 2만원 돌려받으며 깨끗하게 철도 공사와의 인연을 끝냈다.



구 회원으로 뛰면서 적립한 남아 있는 마일리지도 하나도 안 아깝고(나중에 주민등록번호를 불러 사용하게 해준다고 하는데... 알게 뭐야?), 1만원 더 내고 신 멤버십으로 가입했을 때 받게 되는 혜택(아무 필요도 없는 교통카드(! - 지금 내 지갑에 교통 카드가 석 장이나 들어있다) 겸용 기능을 비롯한 몇 가지 가맹점 할인 해택 + (기존 5% 할인을 폐지하고 제공하는) 5% 마일리지 적립이란다)도 하나도 안 부러웠다. 그저 카드 재발급 비용으로 5천원씩 받는다는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인 안내 문구에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뱀다리: 신규 코레일 홈페이지 예매 시스템 설명에 따르면 회원이 아니더라도 표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본인만 구입가능하며, 신용카드랑 휴대폰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신용카드 결제를 통한 SMS 티켓만 발권이 가능하니까. 소위 말하는 국민의 공기업이 정말 잘 놀지?



EOB

댓글 5개:

  1. 코레일 담당자들은 정말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낸듯 싶더군요. 얼마전엔 큐비인가 뭔가 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그쪽으로 회원을 돌리는 듯 하더니만, 이번엔 코레일 홈피를 업데이트해서 복잡하게 만들고. 기차 검색에서는 항상 'KTX'가 기본 선택되어 있고 (전, KTX없는 곳이라 항상 무궁화 타야하는데...)
    이래저래 자기네 편한대로 마구 만들어버리는 철도청이죠.. 최근에는 정말 자주 불편하게 만드는 듯 싶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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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일반회원으로 전환하면 회비없이 예매가 되더라구요. 저도 속아서 1만원 내고 회원가입할뻔 했죠.
    하지만 알수없는 고객번호(거의 난수)를 외우거나 적어둬야 한다는거..
    도대체 생각은 어디다 두고 사이트관리하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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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하면서 느낀 점이지만, 국영기업의 방만한 운영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철도는 그 정점에 서있구요.

    적어도 사기업은 꼼수를 부려도 교묘하기라도 한데, 이건 3살짜리도 알아볼 수 있을만큼 뻔히 속내가 드러나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기도 안 차더군요.

    사기업이었으면 부도가 나도 수천번은 났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국감으로 인해 평소 모습에서 변하는 건 딱 한 가지입니다. 국회에 선물 보내기...

    아... 다시 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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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근데 이름이 언제부터 '코레일'로 바뀌었는지.. 왜 국적도 불분명한 이름을...그게 뭐가 멋있다고...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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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서비스 변경할 때 마다 '고객'이라는 말을 꺼내들지만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선은 이미 그어놓은 다음, 자신들을 위해서 일을 변경해 놓고 고객을 위해서 한걸음 다가섰다고 말을 합니다.

    - 몇달전인지 작년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전날 예매시 결제를 즉시하지 않으면 예매할 수 없도록 바뀌었고,
    - 7월에는 새로 회원을 가입하라는 불편함으로 (고객을 위해 비용도 없이 자동 전환할 수도 있었을건데...)
    - 7월 변경 이후 예매시 선택해야 할 항목도 많아지고, 좌석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도 안됩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기업의 편리함을 위해, 고객에게 불편함을 던져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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