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9월 11, 2007

[독서광] 생각의 탄생: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GEB를 읽고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포기했거나, 이머전스(미래와 진화의 열쇠)는 너무 쉬워서 시시한 사람에게 딱 어올리는 책이 바로 '생각의 탄생'이다. (결론 부분에 나오지만) 이 책은 놀이와 취미를 조화롭게 여기는 창조적인 전인(全人)을 양산해야 이 사회가 발전한다고 주장하며,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전문가가 아닌 상상력이 풍부한 박식가(polymath)에 대한 화려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책 감상 전에 역시 기하/도형 문제 몇 개 풀어보자




  1. 위에서 볼 때와 모든 측면에서 보았을 때 원 모양인 물체는 무엇인가?
  2. 위에서 볼 때와 모든 측면에서 보았을 때 정사각형인 물체는 무엇인가?
  3. 모든 측면에서 보았을 때 삼각형인 물체는 무엇인가?


여기까지는 너무 쉬워서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르겠다. 답은 이미 알고 있듯이 구, 정육면체, 사면체(삼각뿔)이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어떤가?




  1. 위에서 볼 때는 원모양, 모든 측면에서 볼 때는 정사각형인 물체는 무엇인가?
  2. 위에서 볼 때는 정사각형, 모든 측면에서 볼 때는 삼각형인 물체는 무엇인가?
  3. 위에서 볼 때는 삼각형, 모든 측면에서 볼 때는 정사각형인 물체는 무엇인가?
  4. 위에서 볼 때는 원 모양, 모든 측면에서 볼 때는 삼각형인 물체는 무엇인가?


여기까지 잘 따라온 독자를 위해 특별 문제를 제시하겠다. ;)




  1. 위에서 볼 때는 원모양이고, 한 측면에서 보면 원모양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사각형인 물체는 무엇인가?
  2. 위에서 볼 때는 삼각형, 모든 측면에서 보면 원모양인 물체는 무엇인가?
  3. 위에서 볼 때는 원모양, 한 측면에서 보면 삼각형, 나머지 측면에서 보면 사각형인 물체는 무엇인가?


아마 마지막 그룹 문제를 풀면 당신은 충분한 창의성과 상상력과 수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책을 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어, jrogue군 이런 물체가 존재하긴 하는가?"라는 의심이 들면 '생각의 탄생'을 사서 104페이지 그림 2-4를 보기 바란다.



책에서 이런 기하학적인 문제를 다루는 이유는 천재/대가들이 생각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천재/대가들은 글자를 읽으면 머리 속에서 도형이 그려지고 머리 속에서 다양한 각도로 이리 저리 돌리는 놀라운 묘기를 부릴 수 있다고 한다(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난다긴다 하는 뛰어난(?) 사람들을 인터뷰 해보았는데, 사실이다. 정말로 머리 속에서 어려운 도형을 놓고 이리 저리 돌린다. T_T).



머리 아픈 문제도 풀었으니 본문을 한번 살펴보자. 이 책은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학습도구를 관찰, 형상, 추상화,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 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라는 13개 범주로 나눠 설명한다. 각 범주를 딱딱하게 설명하는 대신 각 분야에서 소위 말하는 대가들에 대한 엄청난(?) 스토킹을 토대로 찾아낸 예를 통해 설명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에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특수한 전문 분야에 전념해야 한다는 현대적인 교육 방식에 반기를 들고 육체와 정신을 결합하여 통합적인 감각과 사고 방식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본문 곳곳에 미술이 음악으로, 음악이 과학으로, 과학이 미술로 치환되는 광경을 수 없이 목격할 수 있으며, 심지어 책 마지막 부분에는 "교육의 목적은 모든 학생들이 화가이자 과학자로서, 음악가이자 수학자로서, 무용수와 공학자로서 사고하도록 도와주는데 있다."라는 문구까지 등장한다.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을 연상하게 만들지만, 이 책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괴델이 빠지는(?) 바람에 수학적인 난해함이 줄어들어서 일반 독자에게도 쉽게 다가가리라는 생각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무척 화려하다. 리처드 파인만, 버지니아 울프, 피카소, 헨리 밀러, 알버트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드 다빈치, 모리스 에셔, 헬렌 켈러, 조지아 오키프, 바흐, 루이스 캐럴, ... 와 같은 예술과 과학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잘 간추려 소개하므로 기존 백과사전에서 나오는 과학자나 예술가를 획일화시키는 도식적인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뱀다리: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나마 내가 유일하게 예술에 가까운 분야에서 취미 활동(?)으로 여기고 있었던 요리에 좀더 집중하기로 했다. 여러분들은 음악, 미술, 체육 모든 분야에서 머리가 텅 빈 깡통인 사람의 비애를 아는가? T_T



EOB

댓글 6개:

  1. 그 비애는 당연히 너무 잘 알지요 ㅎㅎ 요즘 이런책 찾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전 이런 주제를 정보처리 방법으로 분류하는 이상한 깡통을 가지고 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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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런 지나칠 수 없는 퀴즈를....

    1.구 2.육면체 3.삼각뿔
    1.원기둥 2.사각뿔 3.프리즘 4.원뿔
    1.보류 2.보류 3.폴라포껍데기(--;)

    보류인 항목은 안떠올라서 더 생각해보고 나중에 책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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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런게 아닐까요? 눈으로 보기전에는 모르겠네요.
    보류1. 원지름 길이의 원기둥을 같은 원기둥으로 수직으로 돌려서 관통해서 잘라낸 모양
    보류2. 구를 정삼각형모양의 프리즘으로 관통해서 잘라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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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형 덕분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잃지 못한 책도, 살 책 목록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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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3은 원기둥을 비스듬히 자르되, 절단면이 바닥의 원과 한 점에서 만나도록 잘라서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두 번 자르면 폴라포 모양이 되겠네요 ^^) 1은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가끔 나왔던 직교하는 원기둥이 서로 겹치는 영역의 모양인듯. 2는 도저히 모르겠는데... 그냥 1에서 사각형으로 보이는 면을 대각선으로 썰어버리면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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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하아.. 언어 이해 능력에 문제가 있는것인지 전 1그룹의 2번 문제에 좌절하다가 한참후에야 스크롤을 했더니,

    4방향의 측면을 말한것이였군요. 모든 측면이라고 해서 탑뷰에서의 모서리 방향에서 볼때도 정사각형이 나오는게 있는줄 알았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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