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해왔지만 궁극적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미국 철도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도입해서 얻은 이익은 별로 없다고 투덜거리는 분석가들이 많았다. 물론 이런 분석가들은 이익을 창출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IT 기술 발전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었지만 말이다.
이번에 다시 돌아온 앨빈 토플러가 지은 '부의 미래'를 읽다보니 IT 기술 발전이 가져온 부의 창출 효과에 대해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간략하게 정리하려고 한다. 잡설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블로그 주인장 생각이니 이상하더라도 그려러니 하고 넘어가기 바란다.
각 가정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부터 삶의 질이 올라가고 생활이 편리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리적인 제약이 없이 물건을 사고 주식을 거래하고 돈을 송금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복 받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왜 이런 일을 집에서 까지 해야하는지 의문을 품을 경우가 많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밤에 인터넷 뱅킹을 하다가 오류 번호가 'EA312DB'라는 오류 대화 상자가 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은행 창구였으면 1분 안에 처리가 가능하겠지만 콜센터에서 전화도 받지 않는 한 밤중에는 갑갑한 상황이 된다. 또 다른 예는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할 경우 아주 쉽게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보다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현상이다. 물건을 직접 보지 못하니('seeing is believing') 그 만큼 물건 하나를 고를 때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반품이 가능하고 불가능하고는 나중 이야기다), 기왕 인터넷에서 구매하니 조금이라도 더 싼 물건을 고르기 위해 온갖 비교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가격 비교 사이트가 있다고?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쏟아내는 엄청난 차이점(예: 신용카드에 따른 할부 가능, 신용 카드 사용 불가, 쿠폰, 특별 할인 판매 기간, 적립금, 고객 등급에 따른 할인율)을 최종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결국 사람이 하지 않던가?).
발전된 IT 기술을 활용해서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지만, 결국 남(기업) 좋은 일을 대신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T_T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에서는 이런 현상을 프로슈머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프로슈머라... producer와 consumer를 결합한 용어로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수행하는 생산소비자라고 보면 된다. 프로슈머는 무보수로 서비스를 만들어내며, (기존 화폐 위주 경제 관점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직업군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블로그를 적어서 온라인 서점을 대신하여 서평(이 블로그는 주로 쓸데없는 내용이 많아 딱히 '서비스' 제공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ㅎㅎ)을 올리는 행위도 결국은 프로슈머의 활동 결과 일반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보면 되겠다.
'부의 미래'는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경제적이고 자본주의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으므로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본문에서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지속가능한 소규모의 독자적, 대안적인 기술 발전에 대해 비판하고 지식 기반 기술을 동원하여 과학적인 방법으로 빈곤을 퇴치하고 새로운 부를 창출해야 한다고 일관성 있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 주인장은 '부의 미래'와 '작은 것이 아름답다' 사이에서 나타난 공통점을 발견했다. 구식 연장(낫, 쟁기)을 사용하든 신식 연장(컴퓨터)을 사용하든 바로 '사람'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 하지만 지난번에 읽은 '세계는 평평하다'와는 달리 이런 주장에는 무게가 실려있으니 단순히 성조기가 휘날리고 자본주의 만만세!라고 외치는 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보인다.
'부의 미래'는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책인데, 그냥 '엘빈 토플러가 이렇게 말했구나'라고 생각하면 책장이 술술 넘어가겠지만, 실제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연관시키려고 노력하면 머리가 아파오면서 현기증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가을인데 즐거운(?!) 독서 생활에 도움이 되었기를...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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