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월 27, 2007

[독서광] 구글 스토리



책을 구매하다보면 1+1 행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번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원래 책보다 끼워서 오는 책 내용이 더 좋은 경우를 만나게 되는데, 이번에 대박을 기대하고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롱테일 경제학'이 그다지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자 급히 끼워팔기 행사에 들어간 찬스를 잡아서 따라온 '구글 스토리' 독서 감상문을 정리해보겠다.



우선 번역서 제목 자체는 대략 낛시성이라고 보면 되겠다. '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 스토리'라고 붙여 놓았는데, 원제는 'The Search : How Google And Its Rivals Revwrote the Rules of Business And Transformed Our Culture'이다. 다시 말해 구글과 경쟁자들이 비즈니스 법칙을 바꾸고 우리 문화를 변화시킨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 어쩌다 보니 구글의 시시콜콜한 기업 비밀을 다루리라는 제목이 붙고 말았다. 실제로 책 목차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구글이 이야기의 중심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경쟁업체 이야기가 등장한다.



마케팅을 위해 제목을 바꾼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하고, 본문 내용을 한번 살펴보기로하자. 이 책은 어느 정도 검색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만일 전문 검색 엔진 아키텍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심심풀이로 읽다가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크라울러 잘못 풀어서 호떡집에 불난 듯이 아비규환인 상황에서 전화를 안 받아본 사람은 스탠포드 대학교 관리자가 구글 친구들에게 왜 그렇게 발톱 쑥쑥 냈는지 이해가 안갈테니까.



이 책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과거에서 현재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검색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므로 과거에 역동적으로 터져나가던 상업적인 인터넷 초기 시절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옛날 생각이 솔솔날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검색 엔진처럼 보였던 알타비스타와 다양한 소스 코드와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며 늘 이런 천국이 어디 있냐라고 감탄을 거듭했었던 DEC가 운영하던 gatekeeper 이야기에 잠시 회상에 젖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평범한 옛날 이야기 나열에 그쳤다면 이 책은 뒷조사에 정신이 팔린 고만고만한 3류 언론인이 집필한 서적으로 끝났을테다. 이런 한계점을 넘어서는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바로 별로 돈 안되는 듯이 보였던 검색을 경제에 연결시키는 비밀이다. 특히 오버추어를 세웠던 빌 그로스가 창안한 검색에 '가격'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시장을 합리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놀라운 아이디어는 기존 검색 세상과 새로운 검색 세상을 연결하는 강력한 연결 고리로 작용했다고 보면 틀림이 없겠다. 기존 전자 편지 시장에서 스팸의 공격에 모멘텀을 잃어버린 상황(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음이 온라인 우표제를 신경써서 도입하긴 했지만 혼자서 북치고 장구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과는 달리 검색 시장도 시장 경제 원칙을 도입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손(?)이 검색 엔진 우선 순위를 바꾸려는 치밀하면서도 악랄한 스팸 공격을 막아내면서 검색 엔진 생태계에 상당한 자생력을 제공함에 따라서 구글과 같은 회사들이 도약할 기회를 만들어줬다는 생각이다.



구글을 비롯한 검색 엔진 전반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꼭 읽어보기 바란다. 국내에서도 누군가 NHN을 이런식으로 분석해서 책 하나 안 쓰나?



뱀다리) 이번 기회에 마소에 실렸던 구글 특집 기사로 개발자 사이에 대 히트를 쳤던 개발자, 구글 신드롬에 빠지다도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조금 오래되었지만 흥미로운 내용이 숨어있을테니까.



EOB

일요일, 1월 21, 2007

[독서광] 납치된 공주



도깨비랑 귀신이 한국 전래 동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면 독일쪽 문화에는 용, 왕자, 공주에 얽힌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심지어 독일 초등학교 입학식에 공주를 납치한 마녀, 마녀가 부리는 용, 그리고 이 용을 무찌르기 위해 창을 들고 등장하는 신입 왕자(?!)들이 등장해서 학부형을 즐겁게(?) 하는 이벤트가 벌어지는 사진을 보았다.



이번에 선물로 받았다가 한참만에 읽게 된 '납치된 공주'는 바로 이런 독일식 문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왕자-공주-용 소설이다. 물론 "용이 나타나서 공주를 납치했는데, 왕자가 용을 무찔러서 공주를 구해낸 다음에 잘 먹고 잘 살았다"라는 판에 박힌 도식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사랑과 우정, 배신, 절망과 희망, 갈등과 반전 등이 일상 생활을 벗어나 잠깐 동안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고전적 D&D(Dungeon & Dragon) 게임인 nethack 계열 게임을 해본 분이라면 용이 불을 뿜고 하늘을 날고 하는 설정에 무척 반가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줄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공주가 있고, 공주를 사모하는 젊은이들(!)이 있고, 이 젊은이들 사이에 갈등이 있고, 마법사(?)와 용이 있고, 젊은이들이 속한 왕국 사이에 알력이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끼어드는 재미있는 무용담이 있다. 다행스럽게 뻔하다면 무척 뻔한 이런 소재를 아기자기 엮어 놓았기에 이 책은 재미가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 먹은 분들을 위해 자세한 줄거리는 비밀로 하겠다. ;)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직접 읽어보시라!

금요일, 1월 19, 2007

[영화광] 블루레이 vs HD DVD

요즘 한참 블루레이와 HD DVD 때문에 말이 많다. 둘다 고해상도 DVD라는 사실은 알겠는데, 왜 이렇게 언론에 자주 오르내릴까?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 왕좌를 놓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 베타 방식과 VHS 방식을 연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속 시원하게 블루레이와 HD DVD 사이에서 뭐가 같고 뭐가 다른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역사적으로 비교해보자면 소니가 만든 PDD(Professional Disc for DATA)를 확장해서 나온 규약이 블루레이이고, 도시바가 만든 AOD(Advanced Optical Disc)를 확장해서 나온 규약이 바로 HD DVD이다. 소니와 도시바는 베타와 VHS를 놓고 왕좌를 겨루던 옛날 생각이 솔솔 날지도 모르겠다.



기술적으로 블루레이와 HD DVD 모두 405nm짜리 blue-violet 레이저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바로 픽업 장치 개구율이다. 픽업 장치가 물리적으로 규격이 다르므로 블루레이와 HD DVD가 호환이 불가능하며, 이번에 LG에서 나온 듀얼 포맷 지원 고해상도 DVD는 블루레이 디스크가 들어오면 블루레이 픽업 장치 개구율(0.85)로, HD DVD 디스크가 들어오면 HD DVD 픽업 장치 개구율(0.65)로 맞춰주는 장치를 내장하고 있다. 또한 레이저 초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표면 층 두께도 달라지는 데, HD DVD가 0.6mm인 반면 블루레이는 0.1mm이다. 블루레이 표면 층이 얇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추가 층을 위한 공간이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다.



결론을 놓고 말하면, 기존 DVD 기술을 확장한 HD DVD는 저렴한 반면 용량이 작으며, 블루레이는 비싼 반면 용량이 크다. 이론적인 한계에 따르면 HD DVD는 60GBytes이며, 블루레이는 200GBytes이다. 단일 층을 놓고보면 HD DVD는 15GBytes이며, 블루레이는 23.3GBytes이다. 듀얼 층은 단일 층을 두배로 튕기면 된다.



코덱은 둘 다 MPEG2와 VC1(WMV9), H.264/MPEG4를 사용하고, 보안 매커니즘으로 HDCP 암호화된 출력 메커니즘과 CSS를 한 단계 발전시킨 AACS(Advanced Access Control System)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HD DVD용 AACS를 해킹했다는 소문이 들리고, 실제로 P2P 사이트에 암호가 풀린 HD DVD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 풀어볼까? 항상 미디어 시장을 활기차게(?) 개척해가는 포르노 영화업자들은 역시 HD DVD 손을 들어줘서 또 다시 소니를 머리 아프게 하는 모양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DVD 시장에서 성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굳이 여기서 활자화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다. 다음으로 블루레이 재생 속력이 HD DVD 재생 속력보다 떨어지므로 게임기 제조사들이 골치가 아프다는 이야기도 있다. PS3가 블루레이를 탑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사실이 이럴 때는 부정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참고자료:


  • http://www.engadget.com/2005/09/19/blu-ray-vs-hd-dvd-state-of-the-s-union-s-division
  • http://maincc.hufs.ac.kr/~ivc/article/articles/dvdera.htm



EOB

토요일, 1월 13, 2007

[끝없는 뽐뿌질] GIPF



오늘 보드 게임계의 뽐뿌 황제인 JB님이 오셔서 점심 같이 먹고 GIPF라는 극악의 말림성 보드 게임을 선물로 주고 가셨다. 끙끙거리며 규칙을 파악한 다음 바로 한판 해보았는데... 오오...



GIPF는 오목과 세균전을 합쳐 놓은 게임인데, 자신 이외 다른 사람의 수에 의해 끊임없이 자신이 계획했던 판의 전개가 뒤집히기 때문에 다음 수에 대한 예측 자체가 아주 까다롭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규칙 자체는 어렵지 않으므로 두 세판만 해보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기에 더욱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임 규칙은 기본, 표준, 토너먼트 세 가지로 나뉘어지는 데, 기본만 즐기더라도 며칠은 충분히 이 보드 게임에 말릴 것이다.



보드 게임을 구입하기 귀찮은 분이라면... 컴퓨터로 즐기는 프로그램을 여기서 내려받아서 즐기기 바란다. 기본 규칙 파악, 고급 전략 연구, 퍼즐 풀기를 원하시는 분은 여기를 참조하기 바란다.



이상 두뇌 계발을 위한 화끈한 뽐뿌질이었다. :P



EOB

수요일, 1월 10, 2007

[새소식] 마이크로소프트 vs 애플: 서로의 목을 겨누어라

CES 기조 연설에서 빌 게이츠 큰 형님이 홈 미디어 서버와 XBox 360 용 IPTV 소프트웨어를 들고 와서 애플의 강세였던 미디어 부문을 팍팍 긁어줬는데, 아니나 다를까,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강세를 보였던 신형 휴대폰, 802.11n을 본격 지원하는 에어포트 익스트림 신형 모델과 애플 TV를 들고나와서 방어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XBox 360 IPTV EPG 화면)




(애플 TV 싱크 개념)



관전 평을 해보면 IPTV 관련 부문은 (애플 애호가들에게는 무척 미안한 말씀이지만)마이크로소프트 XBox 360의 승리로 보여진다. 마이크로소프트 개념은 기존 TV 사업자들의 개념을 그대로 차용해 온 반면 애플은 iTunes 모델을 차용해왔는데, 일반 사용자들은 TV를 켜서 별도로 컴퓨터를 켜서 뭔가를 한 번 더해야하는 작업을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에 VOD 방식보다는 실시간 TV 개념을 더 선호하므로 아무래도 마이크로소프트 방식이 유리하지 않을까 점쳐본다. iTV는 802.11n을 지원하므로 무선 대역폭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대 해상도가 640x48024프레임 기준으로 1080i로 제한되므로 이런 제약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다음으로 휴대폰을 상황을 보면 애플의 기술적인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느낌이다. 설마 그 큰 덩치의 OS X를 휴대폰으로 이식할 줄은 몰랐는데, 어쨌거나 기술적으로 해내었고 덕분에 웹 브라우징, 전자편지, 각종 위젯을 사용할 수 있다. 사용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대화면 아이포드 겸 휴대폰이므로 기존 아이포드 교체 수요만 그대로 받아내더라도 대박은 따 놓은 당상이다. GSM 방식이므로 WCDMA 버전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에서는 발매가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jrogue군이 가장 탐을 내는 물건은 신형 에어포트 익스트림이다. 나중에 통채로 집안 네트워크를 다 바꿔버려야지~ 룰랄라~



EOB

목요일, 1월 04, 2007

[독서광]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감기 몸살에 심하게 걸려서 지금 '골골골'하는 중이다 이불 속에서 쓰는 블로그 맛이 어떤지 느껴보기 위해 붓을 들어본다. 오늘 소개할 책은 짐 콜린스가 지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이다.



시작부터 위대한 기업의 가장 큰 적은 좋은 기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솔직히 좋은 기업까지는 도달하기가 그렇게 어려워보이지 않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위대한 기업으로 한 단계 건너뛰기라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짐 콜린스는 직전에 집필했던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이 그다지 쓸모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위대한 기업의 정의, 공통적인 특징, 지속하는 방법을 연구하기로 결심하고, 2,000페이지 인터뷰와 6,000건 논문조사, 3.8억 바이트의 정밀한 데이터를 5년간 15,000시간의 작업시간을 들여 분석해서, 전환점(회사가 빌빌거리다 갑자기 로켓을 탄 듯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분기점)을 기준으로 15년간 누적 주식 수익률이 전체 주식시장과 같거나 그보다 못한 실적을 보이다가, 이후 15년간에 시장의 최소 3배에 달하는 누적 수익률을 보인 회사들을 위대한 기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이런 기업에 얽힌 비밀을 정확하게 파해치기 시작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 바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이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공통점으로 단계 5까지 올라간 리더십, 일이 아니라 사람 우선 주의, 냉혹한 사실 직시, 고슴도치 컨셉, 규율의 문화, 기술 가속 페달, 플라이 휠 이론을 뽑아내고 정확한 배경 자료를 통해 속이 다 시원하게 설명한다. 특히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에 반하는 내용도 제법 나오므로 읽다 보면 깜짝 놀라게 되는 경우도 있을테다.



미국쪽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이므로 한국적 실정에서 조금 벗어날지도 모르겠지만, 위대한 기업이 된 다음 지속적으로 살아남는 방법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일이 아닌 사람 우선'이라는 위대한 기업의 특징에 가장 감명을 받았다.



EOB

월요일, 1월 01, 2007

[일상다반사] In Search of Stupidity 2판 번역



2005년도 한 해(물론 2006년도까지 스태디셀러로 자리를 굳히고 있지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초강력 베스트셀러인 조엘 온 소프트웨어: 유쾌한 오프라인 블로그 이후 잠잠했던 무림에 다시 한번 활력을 불러일으킬 작품을 2007년도 새해 인사 겸 소개해야 할 시점이 드디어 오고 말았다.



이미 '조엘 온 소프트웨어' 한국어판 독자라면 틀림없이 읽어보았을 29장 '릭 채프먼이 아둔함을 찾습니다'의 주인공인 머릴 R. 채프먼이 지은 In Search of Stupidity 2nd Ed(한국어판 가제: "아둔한 기업의 조건 - 20년에 걸친 첨단 기술 마케팅 재앙")이 바로 주인공이다.



채프먼이 공개적으로 밝히듯이 이 책은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만이 지은 'In Search of Excellence: Lessons from America's Best-Run Companies'(한국어판 제목: 초우량 기업의 조건 - 기업 경영을 지배하는 불변의 원칙 8가지)를 패러디한 범상치 않은 제목을 달고 있으며, 피터스와 워터만이 초우량(!)이라고 착각(?)했던 첨단 기술 기업(예: DEC, IBM, 제록스, ...)이 어떻게 망가져갔는지 적나나하게 파해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채프만의 재기발랄한 입심과 더불어 IBM, 디지털 리서치, 마이크로 프로, 애시톤 테이트, 볼랜드, 노벨, 넷스케이프와 같은 회사들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인해 얼마나 심각하게 망가져갔는지 분석하는 내용을 읽다보면 "어어, 이거 남의 이야기가 아냐... 지금 우리 회사 상황은?"이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칠지도 모르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한 이유는 가장 영리해서가 아니라 가장 덜 멍청해서라는 내용에 포복절도해가면서 말이다. 여느 책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상당히 심층적인 기술 분석과 더불어 뒷담화를 가장한 마케팅 분석까지 함께 등장하므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로젝트 관리자, 마케팅 담당자 - 남여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미 제목에서 짐작했듯이 이 책은 일반적인 기술서와는 달리 웃고 즐기면서 부담없이 읽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문장과 내용으로 가득차 있으므로 영어 원서로 읽다가는 답답해서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여러분의 황금 같은 시간을 절약해드릴 목적으로 '조엘 온 소프트웨어: 유쾌한 오프라인 블로그'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_해_님과, 에이콘 출판사 편집 팀이 그대로 황금 팀을 이뤄 '조엘 온 소프트웨어'를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원래 작년 1판을 번역하려고 했었는데, 2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루고 미뤄서 결국 지금에서야 번역 작업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뒷 이야기도 전한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사전 작업에 넘칠만큼 공을 들였으니 칭찬해주시라! :)



한가지 소식이 더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던가? 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와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 0" 번역 과정에서 베타리더로 참여했던 분들을 다시 베타리더로 모시기(물론 시간과 여력이 남는 분 - 조만간 개별 공지가 날아갈 계획이다)로 결정했다. 하지만 새 피(?)를 수혈하지 않으면 매너리즘에 빠져버린다는 문제가 생기므로 신규 베타리더로 딱 두 분을 더 모시기로 하겠다. 물론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컴퓨터 기술 부문과 마케팅 부문에 모두 능숙하신 분 최우선 선발
  • 1980년대 초반부터 컴퓨터를 사용하신 분: 애플에서 돌아가는 CP/M-워드스타나 IBM PC/XT에서 돌아가는 1-2-3를 사용해보셨나요? OS/2는?
  • 영어와 국어를 잘하시는 분: 어려운 구어체 표현이 나와도 절대로 당황하지 않는 분 환영


베타리더가 되면 어떤 점이 좋냐구? 출간 전 책을 미리 읽을 수 있고, 베타리더끼리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위키 접근 권한을 드린다. 상당히 신선한 경험이 되리라는 사실은 기존 베타리더 분들께서 이미 증명해주셨다.



자, 그러면 올해(이 글을 쓰다보니 벌써 2007년이다. 흑...) 상반기(5월 정도)에 출간할 목표로 열심히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보겠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꾸벅~



EOB

일요일, 12월 31, 2006

[영화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불꺼진 비행기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잠을 청하거나 (운이 좋아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이 장착된 비행기를 탔다면) 영화를 보는 정도가 전부이다. 이번에 프랑크프루트로 날아가면서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에서 영화를 검색해보았는데, 그다지 끌리는 제목이 없었다. 그래도 한 편은 봐줘야겠다고 마음먹고 고른 영화가 바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였다.



하지만... '악마는 ...'에 메릴 스트립 큰 언니가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그냥 여성 취향용 영화이니 하고 아무런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기에 줄거리도 배우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낯익은 얼굴(!) 등장. 그 다음부터는 갑자기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넋을 읽고 보기 시작했다.



아주 잘난체하고 가식적(남편에게는 꼼짝도 못한다)이고 나쁜 짓은 다 하면서도 미워할래야 미워하기 어려운 잘나가는 패션지 런웨이의 미란다 역을 메릴 스트립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맡았다면 아마 영화 보다가 리모컨 던져버렸을테다. 물론 다른 배우(주연인 앤 해서웨이 포함)들이 메릴 스트립 큰 언이의 후광에 눌려서 깨갱해버리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타고난 포스를 뭐 어떻하랴? 큰 언니의 프로필은 http://en.wikipedia.org/wiki/Meryl_Streep를 참조하기 바란다.



패션이나 유명 브랜드 상표에 전혀 무감각한 남자(!)라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애인이 보러가자구 간청하지 않는 이상 이런 촌스러운 영화를 어떻게 보랴?'라고 생각하신 분이 계시면 시간 때우기 용으로 한번 시도해보기 바란다.



EOB

토요일, 12월 30, 2006

[독서광]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요즘 책을 읽는 속력보다 책장에 쌓여가는 속력이 훨씬 더 빨라졌기에 번역도 하나 끝난 기념으로 정신을 차리고 몇 권을 독파해버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P 소설 내용을 들여다보기 앞서 경제학 용어를 몇 가지 살펴보자. 아래 용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설을 읽으면 뒷 부분에 벌어지는 숨가쁜 이야기 전개에 뒤쳐지게 될테니 말이다.




  • 콜 옵션: 특정의 기본자산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지정된 날짜 또는 그 이전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콜 옵션이다. 콜옵션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옵션가격인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대신 기본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소유하게 되고, 매도자는 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콜옵션 매수자가 기본자산을 매수하겠다는 권리행사를 할 경우 그 기본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팔아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콜 옵션은 가격 상승을 전제로 배팅을 하므로 만일 기본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을 입게 된다.
  • 풋 옵션: 특정의 기본자산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지정된 날짜 또는 그 이전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풋 옵션이다. 즉, 콜 옵션과 반대이다. 풋 옵션은 가격 하락을 전제로 배팅을 하므로 만일 기본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손실을 입게 된다.
  • 공매도: 없는 물건이나 주식을 미리 파는 행위이다. 실제로 팔아야 하는 시점에서 시장에서 물건이나 주식을 매입해야 하므로 풋옵션과 마찬가지로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기법이다. 공매도가 끼여들 경우 물량을 뻥튀기 하는 효과가 있기에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각국 정부에서는 대부분 법으로 이를 규제한다. 하지만 공매도가 없다면 파생 상품 시장 자체의 존립이 어려워지므로 넓은 범위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 선물: 어떤 상품에 대해 미래의 정해진 시점에 일정한 양을 정해진 가격으로 주고 받기로 하고 현재 시점에서 매매하는 행위로, 미래에 이행될 거래를 현재의 시점에서 약속한다.


자, 이제 책 읽을 준비가 다 되었다.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이 다루는 주된 내용은 바로 선물과 옵션이다. 배경은 17세기지만 20세기에도 벌어졌고 21세기에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돈을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딱딱한 경제학 서적이 아닌 소설 책이므로, 사랑, 배신, 암투, 뜻하지 않는 행운등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지만 큰 줄기는 간단하다. 바로 한쪽에서는 커피에 대한 콜 옵션을, 다른 쪽에서는 커피에 대한 풋 옵션을 놓고 여기에 공매도까지 등장해서 상인으로서 망하느냐 흥하느냐를 놓고 깔찌뜯고 싸우는 내용이다. 이렇게 한 문단으로 책을 요약한 이유는...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서이다. 위험(risk)을 무릅쓰고 누가 어떤 전략을 사용해서 어떤 방식으로 승리하는지는 직접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내용이 이러하니 이 책은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읽으면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커피랑 경제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법하다.



EOB

목요일, 12월 28, 2006

[독서광] 위대한 기업의 조건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을 아주 감명깊게 읽었기에 라인하르트 K. 슈프랭어의 신작인 '위대한 기업의 조건'이 나왔다길래 바로 구매버튼을 눌러서 구입한 다음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바로 읽어보았다.



우선 이 책은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만큼 강력하게 폐부를 찌르는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대신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다른 책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아니 못하는) 신뢰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으므로 나름대로 책값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 진도를 뽑기 전에 한가지 물어보자? 과연 신뢰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있을텐데... 이책 본문에 나오는 문구를 읽다보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신뢰와는 다른 해석에 잠시 공황 상태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볼까?




  • 신뢰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 신뢰는 상처입을 가능성을 수용하는 행위다
  • 신뢰의 반대는 불신이 아니다
  • 통제없는 신뢰는 생각할 수 없다


우와! 이런 황당한(?) 정의가... 슈프랭어는 기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설명하고 있으며, 불신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시스템인 목표합의, 근무시간 기록 제도,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을 시시콜콜 정의한 복잡한 규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불신이 기본이 아니라 신뢰가 기본으로 동작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신뢰는 보편적인 것이며, 불신이 특수한 것이다. 결코 그 반대가 아니다.


슈프랭어는 신뢰가 신뢰를 낳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남을 먼저 신뢰하고, 신뢰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을 경우 지속적으로 신뢰를 보여주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엄격한 처벌을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신뢰를 쏟아부으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뢰의 붕괴가 신뢰 메커니즘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남을 좀더 신뢰(!)하게 된 느낌이 든다. 어차피 신뢰는 투자이다. 자신과 남에 대한 신뢰를 투자하지 않고서 일이 저절로 잘되기를 바라면 공짜 점심을 기대하는 바와 뭐가 다를까? 일단 솔선수범해서 남을 신뢰해보자.



주의: 개인 취향에 따라 이 책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꼭 목차와 본문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전작인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과 마찬가지로 경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리라고 가정하고 구매하면 안되는 책이기도 하다.



EOB

목요일, 12월 21, 2006

[일상다반사]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



소프트웨어 공학의 사실과 오해로 유명한 로버트 L 글래스 큰형님이 지은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이 드디어 인쇄에 들어가서 연말 무렵에 여러분을 찾아뵐 수 있게 되었다.



부제인 '시대를 뛰어넘는 즐거운 논쟁'이 의미하듯이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은 1980에서 1990년대에 일어난 여러 가지 다양한 논쟁거리를 담은 수필 선집으로 보면 틀림없다. 딱딱하지 않은 수필이지만 속에 품은 칼이 매서우므로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책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역자 서문을 인용하겠다.



2006년도 저물어 가는 이 시점에서 15년이나 더 된 책을 다시 펴낼 이유가 있을까? 더 빨리 더 최신의 정보를 습득하기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구닥다리 옛날 이야기를 읽으면 시간 낭비가 아닐까? 얼핏 드는 생각이지만 상당히 그럴싸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칼 마르크스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두 번 반복된다는 헤겔의 말에 첫번째 일어나는 사건이 비극이라면 두번째 일어나는 사건은 희극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 본문에 나오는 4GL에 대한 맹신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 요즘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함부로 속단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희극 한 편을 소개하겠다.

2년 전 무렵에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한 회사에서 컨설팅을 의뢰받았다. 납기일 준수와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임베디드 분야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체계화 시켜서 공장(factory)에서 사용하는 BOM(Bill of Material)처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를 위해 객체지향 방법론을 도입하고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R사에서 개발한 R이라는 도구(따지고 보면 자동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선전한 4GL을 계승하는 현대판 도구다)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내부 전략을 파악했다. 하지만 21세기식 은총알을 사용한 늑대 인간 사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정색을 하면서 납기일 준수와 재사용 부품 제작은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잘라서 말했다.

저자인 로버트 L 글래스(밥)가 요즘도 이런 종류의 대화가 공공연히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과연 어떤 말을 할까? 사람 좋은 웃음과 더불어 “아니 이 사람아, 내가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은총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구!”라고 어깨를 툭 쳤을지도 모르겠다.

소프트웨어 컨플리트 2.0은 어떻게 보면 사람을 대단히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다. 분명히 배경은 과거이지만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으로 생생하게 전개된다.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듯이 15년전에서 몇 발자국 벗어나지 못한 현재 상황을 바라보면서 심지어는 절망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편함을 조금만 참고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이 세상 고민은 혼자 다 짊어지고 있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주는, 뜻이 통하는 말동무를 찾았다는 기쁨이 싹터오르기 시작하면서 한가닥 희망이 보일 것이다.

천부적인 재주꾼인 밥이 이끄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푹 빠져보자.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치열하게 논쟁도 벌이면서 말이다.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은 조엘 온 소프트웨어와는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다른 _하드코어_(무슨 이야기인지는 나중에 서점에서 책 내용을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수필이지만 유심히 들어다보면 정말 웃긴 내용도 많으므로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EOB

화요일, 12월 19, 2006

[끝없는 뽐뿌질] 척추 환자를 위한 의자



비나 눈만 오려면 허리가 쑤시고 아프다. 척추 만곡증이라는 참 황당 무게한 병 때문인지 신경통 때문인지 여튼 몸자체가 일기예보관을 뺨칠 정도니 뭔가 대책이 필요한 듯이 보인다.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회사 사람 한 명이 추천해준 제품이 있어서 회사에 이야기해서 구매한 다음 일주일 정도 사용해보았다. 스칸디나비아 노르웨이에서 만든 이 의자는 이름하여 니스툴!.



처음보면 등받침이 없기 때문에 대략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그림을 보면 서 있을 때 허리가 'S'자로 되는 상태를 앉아있을 때도 그대로 구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등받침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몸이 똑바로 자세를 잡게 된다.





불편함은 없냐구? 아무래도 처음 적응 기간동안 허리 통증과 다리 자세가 가장 큰 문제인 듯이 보인다. 평상시 잘 안쓰던 근육(?)을 쓰다보니 처음 며칠은 허리가 욱신거릴지도 모르겠다. 평상시 자세가 삐뚠 사람일수록 허리가 아프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앉을 때나 일어설 때나 다리 자세를 잘 잡아야 하는데, 다리 적응에 실패하면 돈만 날리게 된다. 물론 허리 환자라면 다리 자세 불편이 문제냐? 무조건 지르고 봐야지. 암암...



EOB

일요일, 12월 17, 2006

[영화광] 파이트 클럽(19금, 스포일러)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를 번역하다보니 여러 차례 파이트 클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끙끙앓다가 DVD가 국내 들어오는 찬스를 절대 놓치지 않고 바로 구매해 놓았는데, 그 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계속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연말도 되어서 마음도 뒤숭숭한지라 눈오는 기념으로 한판 보고 말았다. 결과는? 오오 이런 멋진 영화를 아직도 안봤다니 억울함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살금살금 조심하겠지만 그래도 초강력 스포일러가 나올지도 모르니 혹시 파이트 클럽을 볼 사람들은 여기서 브라우저 창을 닫으시라.



파이트 클럽은 매트릭스와는 또 다른 시각적인 효과를 잘 살린 영화이다. 타일러 더든이 나레이터 입에 총을 넣는 초기 장면부터 시작해서 나레이터가 이케아 가구로 온집안을 도배하는 모습을 광고지와 같은 느낌이 나도록 만든 장면과 나레이터 집이 폭파될 때 빠르게 전개되는 모습과 몽환적인 섹스 신을 거쳐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건물 폭파신까지 상당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시각적인 효과와 더불어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면서 영화에 땀냄새 풀풀 풍기는 활력을 제공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폭력'에 얽힌 남자들의 숨겨진 로망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한치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냥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만 나왔다면 '파이트 클럽'은 고만고만한 영화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혀졌을텐데, 자아의 분열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제대로 풀어냄으로써 무척 인상 깊은 영화로 남았다는 생각이다. 나레이터가 진짜 극중 나레이터처럼 타일러 더든이 하는 행동(레스토랑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스프에 오줌싸기, 영사기 기사로 일하면서 포르노 프레임을 가족 영화에 삽입해서 상영하기)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이 영화의 화자와 주인공을 완벽하게 분리시키는 척하면서 영화 프레임 곳곳에 나레이터가 바로 화자이자 주인공임을 알려주는 힌트를 화면 곳곳에 절묘하게 배합함으로써 컬트 성향이 짙은 영화로 한단계 판올림을 해버린다.



처음에 영화를 보면서 나레이터의 일상 생활 중에 타일러 더든이 잠시 오버랩되어 나오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해서 처음에는 DVD 마스터링이 잘못된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고 나서 한참 웃었다. 영화 속에서도 타일러 더든이 포르노 프레임을 가족 영화 필름 사이사이에 끼워서 관객을 울리더니 실제 영화에서도 타일러 더든 프레임을 여기저기 끼워서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니 이야말로 재귀적인 수법이 아닌가? :)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파이트 클럽은 꼭 보기 바란다. 재미있는 대사 - 설정 - 내용이라는 삼박자에 말려 220분이 번개처럼 지나갈테니...



EOB

일요일, 12월 10, 2006

[APM] ' 여러분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얼마입니까?(2)' 올라갔습니다.

요즘 블럭 쌓기가 뜸해지면서 잠수를 타는 모습에 걱정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원래 원고 마감 시점에서 항상 일어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므로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되겠다. ;)



지난번 프로젝트 성공 확률 관련 글에 이어 오늘 또 하나올려보았다. 낙하산식 일정 예측이 아닌 현장 개발자의 일정 예측을 믿어라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말해서 현장 개발자 말에도 부풀림이 있으니, 여기에 가중치를 곱해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OB

목요일, 12월 07, 2006

[독서광] SERI 전망 2007



내년도는 경제 전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SERI 전망 2007을 회사에 사달라고 이야기해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읽는 중이다.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조금 주저주저한 책이지만, 회사에서 내년도 계획을 세울 때 전망 등을 조감하는 과정에서 통계 자료를 인용할 때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한 명이 집필하지 않고 여러 명이 주제를 나눠서 집필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통일성은 떨어지지만, 어차피 다양한 각도에서 전망을 하는 내용 위주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선별해서 읽는 경우가 많을테니 문제는 없어보인다. 신문 등 대중 매체를 꾸준히 읽어왔던 독자라면 이 책 자체에서 새롭고 신기한 통찰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이겠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각종 통계 자료를 총정리해서 한 권으로 압축해놓았다는 점에서 가치를 둬야겠다.



통계자료와 전망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며 결국 모든 의사 결정과 판단은 본인 몫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고, 이 책을 참고서처럼 읽으면 좋겠다. ;)



EOB

일요일, 12월 03, 2006

[일상다반사] Software Conflict 2.0 번역 - 드디어 활주로가 보인다.



(사진: 베타리더 중 한분이신 sunwoo님께서 베타리딩 피드백을 주시면서 보너스로 함께 보내주신 베리 뵘 연구실 사진 - 보기 드문 흥미로운 사진이다. ;))



비행기는 이륙보다 착륙이 훨씬 더 어렵다. 착륙 과정에서 수행하는 체크 리스트 항목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FS(Flight Simulator)를 해보신 분이라면 여기에 대해 조금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번역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대충 초벌 번역 한 다음에 출판사 문틈으로 밀어넣고 잽싸게 도망가버린다면 뭐가 문제 겠느냐만 제대로 번역하려면 후반 작업 과정에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때가 반드시 도래한다. 그리고 그 때가 최종 마감을 2주 정도 앞둔 바로 지금이다.



활주로가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관제탑 통신 회수도 늘어나고(출판사랑 공역하는 해님, 베타리더 분들과 편지 오가는 회수가 늘어난다), 착륙 준비에 앞서 필요한 모든 사항을 다 점검하고(지금 엑셀과 웹으로 관리하는 작업 항목 중에 혹시 빠진 내역이 없는지 다시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 중이다), 실제로 강하각(강하각 개념을 잘 모르면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를 읽어보라.)을 조정하면서 활주로에 접근하기 시작해야 한다(순발력을 최대로 발휘해서 완성 원고는 깔끔하게 정리해서 출판사에 발송하고, 남아있는 초벌 원고는 한번 더 살펴본 다음 공역자끼리 반대로 교환해서 확인하고, 공역자 확인이 끝난 원고는 빠짐없이 베타리더에게 발송하고, 베타리더 피드백을 반영해서 완성 원고를 만들어내는 복잡한 작업이 짧은 시간 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착륙하고 나서 활주로를 이동해서 관제탑이 지정해준 위치에 비행기를 세운 다음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한다(색인 작업과 교정지를 보는 작업이 남아있다).



이 모든 복잡한 작업이 끝나면 출판사 관계자 분들과 베타리더하느라 고생하신 분들이랑 활자화된 아날로그 책을 앞에 두고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일만 남을테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에 걸쳐 집에 틀여밖혀서 정신없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무쪼록 일정 지연이라는 탈없이 무사히 마무리하길 바란다. 공역자인 해님과 번역 과정에서 함께 책을 읽고 고민해주고 계신 애독자 중의 애독자인 베타리더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서 원고 정리 중에 이렇게 글을 써봤다. :)



EOB

토요일, 12월 02, 2006

[APM] ' 여러분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얼마입니까?' 올라갔습니다.



스탠디시 그룹이 펴낸 2000년도 CHAOS 보고서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2000년도에 들어와서 프로젝트 성공 확률은 28%에 그쳤다는 통계가 나왔다. 뭐 2006년도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어서 50%가 넘어설리는 만무할테고, 여전히 비슷한 수준의 성공 확률을 자랑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몇 %나 될 것 같은가?



http://tapm.blogspot.com새로 올린 글을 한번 읽어보면서 너무 낙관적인 예측을 남발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반성해보면 좋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현실을 비춰볼 때 소프트웨어 성공률이 미국보다 높을리는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거든... 참 신기하지 않은가?



EOB

금요일, 12월 01, 2006

[일상다반사] 해외 송금과 2단계 커밋



데이터베이스나 통신 관련 프로토콜을 구현해본 사람은 2단계 커밋이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봤을 테다. 트랜잭션이 원자적으로 진행되도록 만들어주는 이 훌륭한 개념 때문에 ATM에서 돈을 찾고 인터넷으로 물건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2단계 커밋이 만능일까? 글쎄?



경우에 따라서는 2단계 커밋을 고의(?)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IEEE Computger에 실린 커피점은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는다(PDF 파일)와 같은 글을 읽어보면 종업원당 작업 처리량을 늘이기 위해 일부러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알려준다. 스타벅스 커피 숍에서는 고객이 주문한 다음에 이름(미국)을 부르거나 주문한 내용(일본, 한국)을 부르면 그 때서야 자신이 마실 커피를 받으러 간다. 그 사이에 어떤 오류가 발생하거나 문제(예: 잘못된 커피가 나오거나 양이 잘못될 경우)가 터지더라도 이 정도 손실은 무시하는 편이 유리하다.



커피 전문점이야 그렇다 치자. 커피 한 잔에 얼마한다고... 정 안되면 새로 한 컵 뽑아서 손님에게 서비스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은행 송금 과정에서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



우리가 인터넷으로 송금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는다.




  • 인출 금액, 상대편 계좌 번호, 비밀 번호를 넣는다.
  • 상대편 은행에 질의를 던져서 계좌 번호에 맞는 사람 이름을 출력한다. 만일 계좌 번호가 존재하지 않거나 입금 시킬 수 없는 특수한 계좌 번호일 경우 오류를 반환한다.
  • 이 계좌 번호와 사람 이름이 맞을 경우 송금을 지시한다.


당연하다고? 그렇다면 해외 송금은 어떨까? 외국 은행으로 송금을 할 경우에는 유감스럽지만 상기 시나리오가 통하지 않는다. 우선 온라인으로 연결은 되어있지만 계좌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IMF가 이런 표준을 만들려고 할까?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송금 요청을 하면 은행에서는 송금 전문을 상대편 은행으로 날리고 종료해버린다. 내가 보낸 사실은 알지만 상대편이 제대로 받았는지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송금한 은행 쪽에서는 '처리 완료'라는 상태만 알 수 있다. 나머지는 (시차 때문에) 상대편 은행에서 비동기적으로 처리한다.



계좌번호나 수취인 정보를 제대로 입력했다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돈이 제대로 송금될 것이지만... 만일 뭔가 실수를 했다면?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 자, 여러분이 수취인 정보를 햇갈려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잘못 입력했다고 가정하자. 유럽으로 돈을 보낸다고 가정할 때 상대편 은행은 일단 유럽향 송금 과정에서 사용하는 은행명+계좌번호를 통합한 표준인 IBAN 코드가 일치하므로 입금은 시켜준다. 그런데 나중에 수작업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취인 정보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은행 직권으로 입금을 취소시켜버린다. 이 돈을 다시 여러분 통장으로 약간 지연된 동기적(?)인 방식으로 반환하는 방법이 정상인 듯이 보이지만, 유감스럽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 만일 은행에서 원래 보낸 국가의 예금주로 송금을 한다면 수수료는 누가 물지?
  • 환율 변화에 따른 손실은 어떻게 하지?


따라서, 이런 두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송금받은 은행은 실패한 트랜잭션을 보류하고 돈을 쥔채로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송금한 사람이 나중에 돈이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한 다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바로 변경(Amend) 신청이다. 송금을 하게 되면 송금 고유 번호(FOT)가 붙는다. 은행마다 인터페이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 번호를 사용해서 자신이 보낸 송금 정보를 변경할 수 있다. 창구나 인터넷으로 접속해서 변경 신청을 하면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서 상대편 은행으로 FOT 변경을 해준다. 그러면 상대편 은행은 이 변경 신청 요청을 보고 유효할 경우 중단된 트랜잭션을 재개한다.



부지불식간에 국내 송금 과정에서 2단계 커밋에 익숙해져 있는 분들은 상기 시나리오가 무척 머리 아프고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작업 처리량을 늘이기 위해 2단계 커밋을 포기하고 비동기적으로 움직이는 커피 전문점에 빗대어 이해하면 어떨까? 해외 송금할 때 조금 덜 불안하지 않을까? :)



뱀다리) 아마 당분간 구글로 해외 송금을 입력하면 이 글이 가장 먼저 올라올 거다. 해외 송금 과정에서 정보 입력을 잘못해서 순간 당황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OB

목요일, 11월 30, 2006

[독서광] 전염성 탐욕



'투자 아이디어: 세계 금용시장을 뒤흔든' 감상문을 읽고서 일부 독자분들께서 질문을 해왔다. 이렇게 효율적인 시스템이 왜 종종 붕괴합니까? 동전에는 양면이 있듯이, 항상 효율적이며 숙련되어 탄탄한 시스템이 존재할지라도 사람의 탐욕은 이 시스템 자체를 교란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지난번 '투자 아이디어'가 긍정적인 측면을 여러분 마음 속 깊이 심어줬다면 오늘 소개할 '전염성 탐욕: 기만과 위험의 금융활극과 시장의 부패'는 부정적인 측면을 여러분 마음 속 깊이 심어줄 것이다.



ㅈ 일보에수학으로 연봉 1조원 벌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아, 물론 낚시성 제목은 ㅈ 일보의 특징이다). 본문 중 일부를 볼까?



차익거래는 주식시장에서 선물(先物)과 현물(現物)의 가격차이를 이용해 위험 없이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의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에 금융비용을 가산하여 산출한 선물의 이론가격 사이에 일시적인 불일치가 발생한다. 선물가격은 이론가격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의 비교도 가능해진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선물과 현물 중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쪽을 매수함과 동시에 높게 평가된 쪽을 팔면 그 차익(差益)을 아무 위험 없이 얻을 수 있다. 이런 차익거래를 하려면 이론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 낼 수 있어야 하고, 차익거래에 수반되는 거래비용도 분석해야 한다. 이 분석 노하우에 헤지펀드의 성패가 달려 있다.


이 문장(더 나가서는 기사 전체)을 보고 행간에 숨어있는 내재된 기회와 위험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면 '전염성 탐욕'을 강력하게 추천한다(기자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얼마나 위험한 도박에 뛰어들었는지 알았다면 절대로 이런 긍정적인 기사를 쓰지 못했을거다. OTL). 물론 행간을 읽지 못하더라도 돈에 대한 끊임없는 사람의 욕심에 대해 고찰하고 싶은 분께도 역시 강하게 추천한다. '전염성 탐욕'은 처음에는 긍정적인 위험 회피 수단으로 출발한 파생 상품, 금융 공학이 탐욕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내부자거래, 분식회계, 손실전가, 기업파산, 시스템 붕괴위험과 같은 최악의 사태로 치닫는 배금주의 문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염성 탐욕'에서는 뱅커스 트러스터 사건, 엔론 분식회계, 캘리포니아 연기금 투자 손실, 베어링스와 롱텀 캐피탈 몰락, 아시아에 불어닥친 IMF 위기와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 뒤에 숨겨진 내막을 속이 다 시원하게 파해쳐버리며,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긴 원인을 항간에 언론등을 통해 알려져 있는 몇몇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대신 통제 시스템의 결여와 사회적인 분위기라는 더 큰 무대로 옮겨버리므로 '위험 통제'가 지극히 어려워진 현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본문 중 재미있는 문구를 하나 소개한다.



그린스펀은 1996년 12월에 행한 연설에서 그 후 유명해진 이런 발언을 했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비 이성적 열광이 자산 가격을 과도하게 상승시켰다."

'비 이성적인 열광'이라는 말은 금세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 유행어가 됐다. 투자자들은 그 동안 자신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했다는 그린스펀의 비판을 듣게 되자 화를 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주가가 연 20%씩 상승하는 증시판에 끼어든 게 왜 비정상인가? 그리고 설령 증시에 투기적 거품이 낀 상태라고 해도 그 속에서 돈을 좀더 벌다가 거품이 폭발하기 전에 탈출하면 될 것 아닌가?


하하하... 윗글 보면 요즘 한국의 부동산 사태가 떠오르지 않은가? 주가를 부동산 가격으로 바꾸고 증시판을 아파트 투매장으로 한번 바꿔봐라.



뱀다리: 혹시 주가 연계 증권(ELS)와 같은 파생 상품에 가입하려고 하는 분들은 이 책을 유심히 읽어보고 자신이 어느 정도 범위까지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 상당히 위험한 상품을 설명도 없이 너무나 손쉽게 파는 세상이니...



EOB

화요일, 11월 28, 2006

[일상다반사] 수학 공식을 외우기 싫어하는 그대에게...



수학 시험을 치거나 아니면 수학 관련된 문제를 풀거나 머리 좋은 사람은 이리저리 유리하다. 수학 공식을 외우거나 빨리 유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나쁜 사람은 할 수 없이 보조 기억 장치(?)를 활용하게 되는데, 자신에게 맞는 커스텀 버전을 공들여 준비해서 시험장에 암암리(?)에 들고가본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테다. 한국에서는 컨닝(cunning)이라는 국적 불명의 뜻으로단어로 바뀌어버린 치팅(cheating)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수학 공식을 무려 10페이지에 걸쳐 TeX으로 깔끔하게 꾸며놓은 자료를 소개하겠다.



'이론 전산 시험을 위한 컨닝 페이퍼'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자료는 미분, 적분, 수열, 삼각함수, 확률, 행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묘수(?)를 담고 있으므로 시험뿐만 아니라 수식이 필요한 작업을 하면서 종종 활용하면 좋겠다. 수학이랑 담 쌓은지 오래라구? 그렇다면 더욱 이 문서가 필요하겠군. :P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