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종말에 이어 이번에는 제러미 리프킨의 다른 작품인 '소유의 종말'을 읽은 감상문을 올려드리겠다. '평상시 jrogue군 답지 않은 까칠까칠한' 시즌 4와 추석 기념 포스팅은 내일까지 이어진다.
'노동의 종말'로 재미를 본 민음사가 원제가 'The Age of Access'('접속의 시대')를 ?시성 제목인 '소유의 종말'로 바꿨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대략 당황하긴 했지만 동산과 부동산 소유 권리 대신에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통한 접속 권리가 사회를 쥐고 흔든다는 내용을 생각해보면 아주 잘 지은 제목도 아니지만 완전히 엉덩이를 걷어찰 정도로 나쁜 제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유의 종말'은 요즘 나오는 먹기 좋도록 가볍고 부드럽게 잘 포장한 경영서적과는 달리 '노동의 종말'에서 이미 한차례 보여준 방대한 자료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묵직하게 만든 책이므로 읽기가 그렇게 수월하지는 않으리라는 경고를 미리 날려준다.
'소유의 종말'은 나온지 제법 된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노동의 종말'보다는 '소유의 종말'에 점수를 높게 주고 싶을 정도로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물질'보다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저자의 목소리는 이미 애플이 만든 아이튠즈/아이튠즈 스토어/아이포드에서 확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말도 안되는 조항으로 가득찬 EULA에 묶인 물리적인 CD-ROM 대신에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서비스에 접속 권리를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기존 판을 뒤짚어 엎어버리는 새롭게 등장한 구글과 같은 회사를 통해 우리에게 한층 더 현실감있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소유의 종말'에는 빛만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인간 사이에 경험이 뭉쳐져서 만든 저작권이 어느 누구에게도 귀속되어 있지 않은 문화를 점점 자본주의가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러미리프킨은 강력하게 경고한다. 인간의 창조성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문화 활동을 돈이 있는 사람만 접속하도록 만드는 요즘 새태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문화 자본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폐단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다 보면 과거 돈으로 쟁취할 수 없었던 '경험'까지도 독점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jrogue군 생각에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정보의 불균형은 단순히 경제 부문을 넘어서 문화 부문까지도 침투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문화 부문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으므로, 이런 추세 대로라면 '돈이 없으면 배가 고프다'가 아니라 '돈이 없으면 머리도 고프다'는 말이 일상화 될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말하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일까?
해외 여행 자유화, 네트워크 기술 발전, 수 많은 정보 채널이 늘어나서 그 어느 때보다 정보 소통량이 많아지고 넓어지고 자유로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축복은 어디까지나 접속을 허용받은 일부 소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지 아직 전화기조차 구경하지 못한 상당히 많은 전 세계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 아닐까 싶다. '노동의 종말'보다 '소유의 종말'이 훨씬 빨리 우리 곁에 오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불균형을 빠른 시간 내에 완화시켜야 한다는 당면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jrogue군이 문제 제기를 했으므로, 여러분도 추석 연휴 마치고 집에 가서 '소유의 종말'을 읽어보신 다음에 각자 나름대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나갈 대응책과 모두가 즐겁게 살아갈 해법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다행스럽게 번역 상태는 지난번 '노동의 종말'보다 훨씬 좋다. 책을 읽어본 독자들이 불만 섞인 편지를 출판사에 보낸 모양이다. :P 편집 상태는 그저 그렇다.
EOB
접속의 시대에 iTMS 구매방식은 걸맞지 않는 거 같지 않소? 육식의 종말도 일독 후 감상편 올려주오. 히히
답글삭제히히. 내일 새벽에 올릴 글이 바로 '육식의 종말'입니다. 시즌 4 들어오더니 평상시와는 달리 까칠까칠한 독후감만 계속 올라가죠? :P
답글삭제수소혁명도 읽어보시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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