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ogue군 맥북이 며칠 전부터 갑자기 부팅이 안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경쾌한 시동음과 함께 사과 마크가 화면 중앙에 나오고 부팅 과정을 밟아야 하지만, 시동디스크가 없다는 마크(폴더 모양에 물음표 붙은 아이콘)가 화면 중앙에 나오면서 부팅을 거부하는 게 아닌가?
우선 전원 코드를 분리하고 배터리를 분리했다가 새로 장착한 다음에 배터리 용량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애플 배터리는 용량 확인을 위한 스위치가 있다. 스위치를 누르면 잔량이 LED로 표시된다), 다시 부팅을 했지만 묵묵부답... T_T
노트북은 고장 날 확률이 25%라는 통계가 있을만큼 하드웨어적으로 자질구레한 각종 문제가 많이 생기므로 jrogue군도 처음에는 노트북 내장 HDD가 날아갔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다행히도 백업은 해 놓은 상태라서 최악의 경우 내장 HDD를 교체할 경우에도 피해는 없는 상황이었다.
자, 그러면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기 전에 jrogue군이 할 수 있는 대응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리숙하게 보여도 jrogue군 매킨토시 짬밥은 10년이 넘는다(정확하게 말하자면 맥 SE/30이랑 맥 IIci 모델이 존재했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부터 시작했으니 _15년_이다). 어차피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더라도 별 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A/S 입고 시키라는 이야기가 전부일테니까,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요행이 따라) 해결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겠는가? 다음은 jrogue군이 시도한 방법이다.
- 먼저 부팅 DVD 1번을 넣고 부팅을 시도해보았다. 설치 화면이 펼쳐지는 순간 상단 메뉴에서 디스크 유틸리티를 가동시켜 정말 내장 HDD를 인식하지 못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일 어떤 이유에서 디스크는 인식하되 운영체제가 담긴 파티션이 망가졌다면 새로 설치하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스크 유틸리티를 가동하는 순간에 시스템이 뻗어버리면서 커널 패닉이 일어났다. 상당히 좋지않은 징조이다. 몇 번 시도하다 요행히 디스크 유틸리티가 동작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디스크 유틸리티가 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말았다.
- 디스크 유틸리티를 종료하고 이번에는 장치 관리자에 들어가서 SATA 섹션을 뒤져서 디스크가 인식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유감스럽게도 디스크 이름이 나타나지 않았다.
- 이쯤 되면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고 싶어질거다. 배터리 분리해서 시리얼 번호도 적고 전화 번호도 적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이 하나 떠 올랐다. 바로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
- 부팅 DVD 1번을 넣은 다음에 시동 과정에서 D키를 눌러서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이 동작시켰다. 그런데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이 뜨다가 커널 패닉이 일어나버렸다. 만일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이 깔끔하게 떴다면 HDD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겠지만, 이제는 양쪽을 모두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니 jrogue군 머리 속이 무척 분주해졌다. 만일 뭔가 조치를 취해서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이 제대로 동작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슬슬 로직 보드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PMU와 NVRAM이다. 애플 계열 노트북은 일반 x86 계열 노트북과는 조금 달라서 전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칩이 별도로 내장되어 있다. 이를 PMU라고 부른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아주 멋지게 전원을 관리해주는 PMU가 종종 오동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니 이게 바로 문제다. 또한 일반적인 x86 PC에서 사용하는 CMOS setup 개념과는 달리 맥에서는 NVRAM에 필요한 setup 정보를 저장한다. 역시 NVRAM이 진일보한 방식이긴 하지만 NVRAM 내용이 어떤 이유에서 잘못되어버리면 그 다음부터 하드웨어와 운영체제가 엄청한 삽질을 하게 된다.
- 부팅 시 키 조합(주의: x86 CPU 탑재 맥에 해당한다)을 찾아서 NVRAM 리셋을 하고 PMU 리셋 방법을 찾아서 역시 PMU 리셋을 했다. NVRAM 리셋은 그냥 Option키-Command키-P키-R키를 비프음이 두 번 들릴 때까지 계속 누르고 있으면 끝나고 PMU 리셋은 본체에서 전원 코드를 뽑고 배터리까지 분리한 다음에 전원버튼을 5초 동안 누르고 있으면 된다. 손목 시계 옆에 두고 대략 6초 후 전원 버튼에서 손가락을 떼기 바란다.
- 그리고 다시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을 돌리니까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이 떴다. 램 확장 테스트를 시켰더니 무사 통과. 이렇게 되면 로직 보드 쪽 문제에서 다시 HDD 쪽 문제로 중심이 옮겨진다.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을 종료하면 내장 HDD로 부팅하게 되는데... 가슴 졸이며 종료시켰더니 사과 마크와 함께 내장 디스크로 부팅이 시작된다. 우와~ 빙고!
- 다시 시스템을 재시동하면서 옵션 키를 눌러서 DVD가 아닌 내장 디스크가 나타나는지 확인한 다음에 내장 디스크로 부팅을 시도했다. 두서너차례 부팅을 계속했지만, 문제없이 동작했다. 상황 종료.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방법이 궁금하다구? 그렇다면 jrogue군이 번역한 리눅스 문제 분석과 해결 1장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비단 리눅스 뿐만 아니라 다른 운영체제나 다른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관련 디버깅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OB
훌륭한 광고군요. 제대로 낚여서 한권 장바구니에 집어 넣었습니다. ^^
답글삭제세시아님, 제가 너무 능구랭이처럼 선전(?)했나요? ㅋㅋ
답글삭제그렇군요... 그런데 왜 제 컴은 안 꺼지는 걸까요? 고쳐주세요~ --;
답글삭제저런 문구는 아니지만, 요즘 맥 부팅이 엄청나게 느려졌고, 어떨 때는 부팅이 안되기도 합니다. 사과마크만 보면서 하염없이 면사과수련을 하게 되지요.
답글삭제뭐가 문제일까요? 너무 응용프로그램이 많아서 그럴까요? APP Store 나온 이후로 좀 많아지긴 했는데...
아니면, 부팅시에 같이 (지맘대로 들어가는) Hands Off 나 Alfred 때문일까요?
이 문제는 같은 설정을 쓰고 있는 (타임캡슐 만세!) 아이맥, 맥북, 맥북 프로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지라 고민이 됩니다.
사과마을 15년차의 위엄을 보여주소서...
사과마크만 하염없이 나온다면, 우선 이 부분을 먼저 확인해주세요. http://docs.info.apple.com/article.html?path=Mac/10.6/en/8751.html
답글삭제3대가 동시에 그렇다면 이거 참 어려운 문제긴 하네요...
- jr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