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상영시간 내내 Zzz할 줄 알고 미리 커피까지 마신 다음 맘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좌석에 앉았는데, 두 시간이 번개처럼 지나가버렸다. 관객과 더불어 밀고 당길줄 아는 감독의 능력이 돋보였다고나 할까?
스포일러가 있다고 미리 제목에서 암시를 했으므로,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읽고나서 버럭(!)해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두겠다. 영화를 안보겠다고 마음먹은 독자 여러분만 입장하시라...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한 많은 여인네들의 비극적인 삶을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_재귀적_으로 그린 영화이다. 왜 재귀적이 되는지 말하면 초강력 스포일러가 되어버리기에 차마 말은 못하겠지만, 여튼 기구한 운명을 여러 세대에 걸쳐서 잘도 풀어낸다. T_T
그런데 감독은 결코 관객들이 손수건을 꺼내고 눈물을 펑펑 흘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신비주의적인 요소에 코믹한 요소를 곁들어서 꽈배기처럼 꼬인 운명을 한번 걸러내고 있다. 그 결과 여기 나오는 여자 주인공들(복수임에 주의하자)은 주변 환경으로 인한(영화 초반에 나오는 강한 바람이 이를 상징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동적인 삶 대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새로운 생명(암암... 아무리 봐도 여자는 생명을 상징하지)을 얻게 된다. --> 허허... 간만에 어려운 말을 제대로 골라서 썼더니 jrogue군도 헷갈리군.
물론 다른 연기자도 훌륭했지만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연기를 보이는 주인공은 자신의 한을 감추고 살아온 우리의 억척스러운 엄마(?)인 라이문다(페넬로네 크루즈, 첨부한 사진 참조)이다. 특히 라이문다가 야매 음식점을 열어서 운영하다 어떻게 기회가 닿아 파티를 여는 도중에 부르는 노래는 비참한 현실을 벗어나 일순간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도화선으로 작용한다(마치 매트릭스 3부에서 기계 도시의 심장부로 들어가기 전에 아주 잠깐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 위에서 태양을 보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래, 비록 _멍청한_ 남편들(아니 남자들) 때문에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긴 상처입은 여자들이지만 우리에게는 아픈 현실을 서로 보듬어줄 친구/가족/이해해주는 사람이 존재해 - 이는 남자 입장에서 보면 정말 부러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뱀다리: 페넬로네 크루즈가 74년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연기를 잘하다니! jrogue군은 충격 먹었다.
EOB
알모도바르 영화는 앞에서부터 좌악 훑어줘야 합니다요. ㅎ 집에 DVD 대기중이니 언제든지 얘기하세요. 빌려드릴게요.
답글삭제곧 귀향보겠으니, 기다리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