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7월 30, 2007

[일상다반사] 코레일 대략 유감


무자비한 철도회원 숙청(?) 작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얼마전부터 코레일 홈페이지에서는 구 철도 회원 계정 접근을 차단해버렸다. 물론 코레일 입장에서야 어서 빨리 신규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싶겠지만, 고객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행정의 표본이다. 직접 경험했던 문제점을 정리해보았다.



사건의 발단은 7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7월 말에 부산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구 철도 회원 자격으로 표를 미리 예매해두었다. 물론 신용카드 결제까지 끝낸 상황이다. 내려갈 날짜를 하루 앞두고 다시 한번 예매 시각을 확인하러 www.barota.com으로 접속했을 때 자동으로 www.korail.com으로 들어갔다. 뭐 여기까지는 좋다.



로그인 창에서 접속을 시도하니, 접속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멤버십 통합에 따른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 미등록 고객으로 접속하니 휴대폰 번호를 넣어라고 한다. 무슨 얼어죽을 휴대폰 번호? 그래서 회원 등록번호 찾기 기능을 이용해서 예전 구 철도 회원 계정을 입력하니 본색이 들어나고 말았다.



구 철도회원은 탈퇴하고 다시 가입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몇 가지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 탈퇴했을 경우 구 회원 트랜잭션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냥 날아갈까?
  • 탈퇴하지 않고 표 정보만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신용카드 승인은 취소되지 않은 상태라 아직 트랜잭션은 살아다고 보여지지만, 이 상황에서 뭐 어떻게 하라고?
  • 신규 회원을 가입하려면 탈퇴를 먼저 해야 하는데 탈퇴 후 다시 가입할 경우 구 회원 트랜잭션을 자동으로 마이그레이션 해주나?


남아있는 마일리지나 할인 혜택 이런 부가적인 내용은 뒤로 하고, 황당하게도 예매한 결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니 열이 받을만하지 않은가?



서울역이나 광명역을 방문할 경황이 없어서 급히 집 근처 일반 열차 표 구입이 가능한 국철 역을 방문해서 조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국철 역 매표소에서 참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 jrogue: (구 회원 카드를 보여주며) 예매한 표 확인 부탁드릴께요.
  • 직원: 고객님, 구 회원 카드로는 예약/예매가 불가능합니다.
  • jrogue: 틀림없이 얘매했습니다. 신용카드 승인까지 떨어진거 알고 왔습니다.
  • 직원: (반신반의) 그러면 신규 멤버십으로 전환하셨나???
  • jrogue: 아뇨. 그렇지만 일단 한번 조회 넣어보세요.
  • 직원: (surprising!!!) 아니 이거 어떻게 예매하신거에요? (화면에 트랜잭션이 나온다)
  • jrogue: (그러면 그렇지) 저도 자초지종은 잘 모르겠고... 어쨌거나 나온 표 모두 다 발권해주세요.


결국 원하는 표는 손에 다 넣었다. 그리고 구 철도 회원 탈퇴하고 2만원 돌려받으며 깨끗하게 철도 공사와의 인연을 끝냈다.



구 회원으로 뛰면서 적립한 남아 있는 마일리지도 하나도 안 아깝고(나중에 주민등록번호를 불러 사용하게 해준다고 하는데... 알게 뭐야?), 1만원 더 내고 신 멤버십으로 가입했을 때 받게 되는 혜택(아무 필요도 없는 교통카드(! - 지금 내 지갑에 교통 카드가 석 장이나 들어있다) 겸용 기능을 비롯한 몇 가지 가맹점 할인 해택 + (기존 5% 할인을 폐지하고 제공하는) 5% 마일리지 적립이란다)도 하나도 안 부러웠다. 그저 카드 재발급 비용으로 5천원씩 받는다는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인 안내 문구에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뱀다리: 신규 코레일 홈페이지 예매 시스템 설명에 따르면 회원이 아니더라도 표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본인만 구입가능하며, 신용카드랑 휴대폰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신용카드 결제를 통한 SMS 티켓만 발권이 가능하니까. 소위 말하는 국민의 공기업이 정말 잘 놀지?



EOB

목요일, 7월 26, 2007

[일상다반사] '세상을 뒤바꾼 IT 기업 흥망성쇠의 비밀: IBM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까지, 좌충우돌 25년사' 개봉 박두



"조엘 온 소프트웨어: 유쾌한 오프라인 블로그"가 출간되었는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이런 감칠맛나는 책을 읽고 나서 입맛을 다셨던 독자를 위해 역자들과 출판사 관계자들이 다시 힘을 합쳐 열심히 노력한 결과 "29장. 릭 채프먼이 아둔함을 찾습니다"에 나오는 릭 채프먼이 쓴 "In Search of Stupidity 2nd Ed." 한국어판인 '세상을 뒤바꾼 IT 기업 흥망성쇠의 비밀: IBM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까지, 좌충우돌 25년사'(가제)가 슬슬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In Search of Excellence'(한국어 판 제목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제목을 패러디한 '- 흥망성쇠의 비밀'은 IT 업계에서 벌어진 엄청난 삽질을 책 한 권 전체를 할당해서 다루고 있다. 주인공으로 IBM,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애시톤태이트, 볼랜드, 넷스케이프, 노벨, 인텔, 모토롤라가 등장하며, 2판에서 새롭게 캐스팅한 구글이랑 오픈소스 공동체까지 합세해서 완전히 사람 혼을 쑥 빼놓는다. 화끈한 블록버스터를 본따 IT 기업이 부서지고 깨지고 망가지고 망하고 잡아먹히는 내용이 너무나도 잔혹하게(일부 베타리더 표현에 따르면 '조엘 온 소프트웨어'가 전체 관람가라면 '- 흥망성쇠의 비밀'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19금이란다.) 숨돌릴 틈 없이 전개되므로 이 책 읽다가 밤 새고 퇴근 길에서 지하철 타고 순환선 한 바퀴 돌고 버스 종점까지 가도 절대 책임 못 진다.



현재 완성도 높은 내용과 풍부한 볼거리를 위해 한창 편집과 특수 효과(?) 보강을 비롯한 후반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다.



개봉 박두: 9월 첫 주를 기대하시라!

EOB

화요일, 7월 17, 2007

[일상다반사] 악성코드, 구글 검색 엔진, StopBadware.org

오늘 아침에 구글로 검색을 하다 보니 검색 결과에 "이 사이트는 컴퓨터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궁금증을 못참고 도움말 센터로 들어가서 도움말을 읽다보니 흥미로운 사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StopBadware.org!



StopBadware.org는 악성코드와 전투를 벌이기 위해 만든 사이트로서, 사람들에게 악성코드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각종 사례와 자료를 제공하고 악성코드를 담고 있는 사이트 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방법으로 인터넷을 더럽히는 악의 무리(?)를 줄여나간다는 목표를 추구한다.



처음에는 구글이 StopBadware.org에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줄 알았는데, 구글과 StopBadware.org가 맺은 협약에 따라, 구글 검색 엔진이 찾아낸 악성 코드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 사이트 정보를 StopBadware.org로 넘기고, StopBadware.org는 이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인터넷으로 제공하므로, StopBadware.org는 어디까지나 추가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아직 구글 검색엔진이 완벽하게 악성 코드를 포함한 사이트를 찾아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해지고 검색 결과에 등장하는 "이 사이트는 컴퓨터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StopBadware.org가 제공하는 보고 결과에 사용자들이 점점 더 민감해진다면 "악성 코드"를 사용해서 못되게 돈을 벌려는 회사들이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악을 행하지 말자"라는 구호에 걸맞는 멋진 서비스 계속 기대하겠다.



EOB

월요일, 7월 16, 2007

[일상다반사] 이공계 살리기에 매달릴 필요없다?!

지난번 서X신문에 무개념 기사가 올라와서 안 그래도 열 받은 이공계 인력들 속을 박박 긁어놓더니, 이번에는 신문사끼리 연합해서 시리즈 물을 기획했는지 조X일보에 또 다른 무개념 기사가 올라왔다.



조금 이해가 안 가는게, 블로그 주인장이 조X일보에서 이번에 주장한 논술에 알맞도록 잘 만들어(?)진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훌륭한 책을 소개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아직 덜 읽은 모양이다. 송XX 논설실장이 "세계는 평평하다"를 읽고나면 다음 번 논설 주제가 180도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지금 이 시각부터 미국 사회에서 이공계 부활을 부르짓는 프리더먼 책 평점을 별 0개에서 별 1/2개로 올리는(그래,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바이다.



자 그렇다면 이 논설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골통인지 분석해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인상깊었던 딱 한 문단만 찍어보겠다.



우리도 규제 개혁과 경영 혁신이 이루어지면 유통업이나 음식료업, 레저산업, 의료·복지 같은 내수(內需) 서비스업 분야에서 얼마든지 돈벌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다. 조X일보에서 쓴 자영업에 내몰리는 한국: 취업자 4명중 1명이 종사 ‘세계최고 수준’을 읽어보면 대표적인 음식료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은 이미 (과)포화상태다. 규제 개혁과 경형 혁신이 이뤄지면 음식점 장사가 더 잘 된다는 이야기인가? 도대체 어느 전문가가 이 따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는지 밝혀라! 마지막으로 자영업 문제점을 다루는 해당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경총도 “우리 GDP 수준을 감안하면 자영업자 비율을 현재보다 5%포인트 이상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보완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OB

금요일, 7월 13, 2007

[독서광] 피드백 이야기 : 사람을 움직이는 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면벽수련하면서 고독을 즐기지 않은 이상 매일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고, 이런 상호작용에는 피드백이 필수이다. 하지만 회사 다니면서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피드백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특히 상사!)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사람들이 학창 시절이나 사회 생활에서 '피드백'을 어떻게 하는지 배우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이긴 하지만 말이다.



'피드백 이야기: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피드백에 서툰 스콧이라는 주인공이 멋진 피드백 강사를 잘 만나 무너저가고 있던 직장과 가정 생활을 회복한다는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전형적인 미국식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판이 박혔다고 내용까지 판에 박혔다고 짐작하면 안 되는 법! 이 책은 피드백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지를 알기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피드백은 다음 네 가지 종류로 나뉘어진다.




  • 지지적 피드백: 소통의긍정적인 에너지에 바탕하며, 서로가 서로의 견해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격려하므로 모든 인간 관계의 선한 근원을 이룬다.
  • 교정적 피드백: 기존에 형성된 관계를 개선/발전시켜 나가는 데 유용하며, 반복되는 실수나 잘못을 수정하는 과정에 유용하다. 지지적 피드백에서 포착하기어려운 공백을 보완하는 수단이다.
  • 학대적 피드백: 이 피드백이 뭔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갈등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이니...
  • 무의미한 피드백: 차라리 학대적 피드백이 무의미한 피드백보다 훨씬 바람직하다고 알려져있다. 무의미한 피드백은 관계의 타성과 나태함, 권태로움을 양산하는 보이지 않는 학대적 피드백이므로 최악의 피드백이다.


문제는 무엇이냐 하면... 상사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피드백 기법이 '지지적'과 '교정적'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 주인장이 봤을 때는 '지지적'이라고 주는 피드백은 대부분 구체성이 결여된 '무의미한' 피드백이며, '교정적'이라고 주는 피드백은 대부분 감정을 자극하고 잔소리만 가득한 '학대적' 피드백이다. 이 양쪽에 벌어진 틈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는 독자 여러분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난국을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다행스럽게 '피드백 이야기'는 상기 네 가지 피드백 중에서 '지지적'과 '교정적' 피드백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 책을 차분히 읽고 기본적인 기법을 가정과 직장에서 실제로 적용해보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엉뚱한 처세술 책 열 권 읽느니 이 책 한 권을 제대로 독파하기 바라며, 강력 추천 한 표 날린다.



뱀다리: 책 부록에 나오는 피드백 평가 목록 30가지가 상당히 날카롭더라. 지면상 10가지만 소개할테니 여러분은 어떤 유형인지 한번 점검해보기 바란다.




  • 피드백을 줄 때, 특정한 예를 근거로 대화를 시작한다.
  • 상대방이 왜 그 일을 했는지 추측하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 상대방의 성격이나 태도가 아니라 무엇을 했는지에 주목한다.
  • 가능한 한 어떤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피드백을 준다.
  •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잘했는지도 말해준다.
  • 교정적 피드백을 줄 때 흥분하거나 과잉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 피드백을 줄 때는 요점을 명확하게 말하고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
  • 직원들이 실수하기를 기다렸다가 '딱 걸렸어'하는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 피드백을 줄 때, 발생한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 설명해준다.
  • 교정적 피드백을 줄 때, 상대방이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비폭력 대화와도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다.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EOB

수요일, 7월 11, 2007

[독서광] 글쓰기의 전략



공대생이 공돌이라는 단어로 비하 받는 원인은 여러 가지(수 백, 수 천가지가 넘으리라...)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글쓰기 솜씨가 떨어진다는 오해와 편견(아니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이 한몫 단단히 한다는 생각이다. 글쓰기 연습을 등한시한 대가를 치룬다는 의미에서 불공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억울한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글쓰기를 잘하면 자기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다른 사람에 전달이 가능하기에 뜻한 바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렇다면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쓰는 방법을 도와주는 책은 없을까?



우연히 '글쓰기의 전략'을 사서 읽어보았는데, 집필 기획과 다루는 내용이 좋았다. 전문적으로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 아니라 대학생이나 직장 초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므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뭔가 심오한 진리를 깨달으려는 목적으로 읽으면 난감하겠지만 기초적인 보고서조차 쓰기가 두렵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에게는 제격인 책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인문 분야가 아닌 기술 분야에서 원고 작성, 책 집필, 번역과 같은 활동을 시작하려고 마음 먹은 초보자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발상 - 계획 - 구성이라는 단계별 설명과 서두 - 결말 처리, 단락과 문장법에 대한 소개까지 곁들여 나오므로 눈으로만 읽지말고 블로그 작성 활동 등에 실제 활용할 경우 전반적인 글쓰기 실력 배양을 함양할 수 있으리라... 아, 이 책은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문법(!) 책과는 달리 실용적인 예제가 많이 나오므로 읽는 재미도 솔솔하며, 핵심 요약을 잘 내놓았기에 어렵지 않게 독파가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구성'을 설명하는 대목이 마음에 들었다. 구성이란 정적으로 딱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주제를 구현하기위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힘(구심력)이자 흐름이라는 설명에 고개글 끄덕였다. 구성을 짤 때는 형식에 맞추는 대신 글의 흐름에 맞춰서 살아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가슴에 품으련다. 겉은 번지르할지 몰라도 알맹이가 없는, 죽은 글은 두뇌의 사생아이기에...



EOB

월요일, 7월 09, 2007

[독서광] 뮤추얼펀드 제국 피델리티



늘 그렇듯이, 뭔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탐구해야 한다. 물론 이 바쁜 시절에 몇 줄로 요약해서 핵심만 머리에 넣어주는 서비스가 최고라고 부르짓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세상 만사 공짜 점심은 없다.



요즘 주식 시장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행보를 보이기에 뮤추얼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뮤추얼펀드에 대한 책을 찾아보면 상품소개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뮤추얼펀드 제국 피델리티'는 아직도 가족 기업으로서 철저하게 폐쇄적으로 움직이는 뮤추얼펀드 명가(?)인 피델리티를 중심으로 뮤추얼펀드 태동부터 시작해서 성장 과정과 이에 수반한 성장통, MMF, 정크 본드, 벌처 펀드, 섹터 펀드를 아우르는 뮤추얼펀드의 명과 암을 자세하게 다룬다.



책 내용은 결코 쉽지 않다. 복잡한 배경 이야기와 다양한 인물 등장, 기업인수전, 금융 규제와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등이 쉬지않고 전개되므로 그냥 투자 기법이나 펀드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 책을 구입했다면 돈만 날린 셈이다. 하지만 한 걸음 앞선 선두주자의 족적을 쫓아가며 미래 한국 펀드 시장이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궁금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읽을 경우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싶다.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




  • 피델리티 "후방부서"를 지탱하는 데 일등 공신으로 활약한 컴퓨터 부문 전문가인 시몬스에게 피델리티 황제인 존슨은 "나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살 수 있네. 원하는 기술도 무엇이든 살 수 있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독립성이 대단히 강한 컴퓨터 전문가에게 해야 할 말은 분명히 아니었기에, 시몬스는 바로 때려치웠다. 교훈: 컴퓨터 전문가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건방떨지 마라.
  • 1970년대 오일 쇼크는 탐욕스러운 중동 국가에서 출발했다고 널리 알려져(?)있는데, 이 책에서는 덤덤하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제의 혈액과도 같은 국제 유가는 미국 달러화의 약세에 대응해 가격이 매겨졌다. 산유국들은 약화된 그들의 구매력을 보상받기 위해 1970년대 유가를 몇 차례나 크게 올렸다." 교훈: 오일 쇼크는 참지 못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만연했던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편이 공정하다.
  • "프로그램 매매"와 버튼 하나면 환매가 가능한 뮤추얼 펀드가 1987년 10월 월요일을 검게 만들었다. 교훈: 펀드 구입을 쉽게 위해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구축한 강력한 전산 시스템은 펀드 환매에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뱀다리: 이 글 쓰고 있는 현재 코스피 종합주가 지수가 1880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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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7월 08, 2007

[일상다반사] 기종별 캡스락키와 컨트롤키 위치

캡스락 키 무력화 프로젝트...를 읽어보신 애독자 김진한님께서 아미가 컴퓨터 키보드 배열 역시 컨트롤 키가 왼쪽 중간에 위치한다는 제보를 주셨다. 내친김에 다른 컴퓨터 키보드 배열은 어떤지 확인에 나섰는데... 이 글을 읽고 나면 옛날 하드웨어 설계자들도 대부분 컨트롤키 위치를 명당에 자리잡도록 노력했음을 깨달을테다.



애플 II를 보면 확실히 컨트롤키가 왼쪽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캡스 락 키가 없기 때문이다. :)





애플 IIe는 컨트롤키가 왼쪽 중간, 캡스락키가 왼쪽 하단에 위치한다.






아티리 400 역시 컨트롤키가 왼쪽 중간에 위치한다.





Next 컴퓨터 역시 컨트롤키가 왼쪽 중간에 위치한다. 캡스락키가 없다!





선 마이크로시스템 타입 5 키보드 역시 컨트롤키가 왼쪽 중간에 위치한다.





IBM PC XT 컨트롤키는 어디에?





XT와는 달리 101 키보드 컨트롤키와 캡스락키는 위치가 바뀐다.





제보가 들어온 아미가 키보드 배열을 보면 컨트롤키와 캡스락키가 나란히 있다.





8비트 MSX 기종 키보드 역시 컨트롤키는 좌측 중간에 있다.





애플 맥 초기 키보드 배열을 보면 캡스락키가 좌측 중간에 있다.





DEC VT-100 터미널 키보드 역시 아미가와 유사하게 컨트롤키와 캡스키가 나란히 있다.





이 많은 키보드 홍수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냐구? 그냥 눈 딱 감고 다음 키보드를 구매하자.





결국 오늘도 뽐뿌질로 끝나네?



EOB

토요일, 7월 07, 2007

[독서광] 세계는 평평하다



원래 이 책을 구입해서 읽고 싶은 마음은 돼지 털 끝만큼도 없었지만, 필요성(?)에 의해 금쪽같은 돈을 들여 구입한 다음에 첫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참고로 이 책은 832페이지이며, 술주정뱅이처럼 똑 같은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쉴세없이 반복하므로 아주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만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가 가능하리라... 한국 내에서도 주류 언론에 호의적인 서평을 쓴 사람들은 진짜로 이 책 첫 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 제대로(?) 읽어 보기나 했는지 궁금하다.) 읽어보았다.



결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이 책 만드느라 소비되었을 종이와 잉크값이 아깝다.



부제가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이라고 하는데, 통찰은 고사하고 자기 주장을 아전인수격으로 이리저리 짜맞춘 책이다. 빠르고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야기를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형식으로 꾸며놓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열심히 인용한 빈약한 통계,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진 내용, 동어 반복을 제대로 활용한 세뇌 작용(세계화가 필요한 이유는? 세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으로 인해 다 읽고 나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지 혼란만 커진다.



프리드먼 주장에 따르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제대로 되고 엄한 부모님 아래에서 제대로 큰 다음 부가가치 높은 일을 찾아서 (물론 미국 주도의 다국적 기업에 입사하거나 다국적 기업과 관련을 맺고 있는 자국내 하청 기업에 취직해서) 자아 계발과 더불어 세계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서 공학을 전문으로 배우고, 엄한 부모님 아래에서 제대로 큰 다음에 (여기까지는 좋다) 부가가치 높은 일을 찾아서 공무원이나 의사/판사 시험을 친다. 한국이 인도나 중국보다 영어를 못해서 다국적 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 빌붙어 사는 한국 하청 기업에 입사하는 사람이 적을까? 프리드먼씨, 인도나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시시콜콜 늘어놓으셨는데, 그렇다면 그 뛰어난 통찰력으로 대한민국을 한번 설명해보시지 그래?



뱀다리: 프리드먼 보다는 채프먼 주장이 훨씬 와 닿는다. In Search of Stupidity 1장 내용을 슬쩍 미리 한번 볼까?



2006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델 랩탑이 리튬 이온 배터리 셀 결함으로 화염에 휩싸인 장면이 사진으로 찍혔다. 이 사진은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전 세계에 퍼졌다. 이 사건은 델 사에게 특히나 곤혹스러웠는데, 회사가 직전 해에 ‘안 그래도 그저그런’ 고객 지원 서비스를 ‘패커드 벨 망령이 되살아날 수준’으로 삭감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첨단 기술 영웅과 내일의 어릿광대는 아둔한 결정 한 방의 차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한 사건이라 하겠다. 델 사는 즉시 고객 지원에 1억불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 돈이면 불가해한 발음으로 자기 이름을 “라메시”가 아니라 “랄프”라고 발음하며 “솔리드 드라이브를 제거해서 연결 구멍에 접착이 올바른지 확인해 주시겠습니까?”라고 요청하는 인도인을 더 이상 고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적어도 델 사 고객은 그렇게 믿었다.


프리드먼이 14장 '델의 충돌예방 이론'에서 그렇게 극찬하던 델 사는 요즘 자기 사업 모델에 대해 심각한 고민중국 아웃소싱에 대한 고심에 빠져있다고 한다. 참으로 웃긴 세상이다.



EOB

목요일, 7월 05, 2007

[독서광] IBM developerWorks에 올라간 서평 2선

지난번 기고에 이어 '여름맞이 책 2선'이라는 제목으로 컴퓨터 관련 분야 책 서평을 IBM 디벨로퍼웍스(한국어)에 기고했다.



참고로 이번에 소개한 책 두 권은 다음과 같다.




  • 인사이드 머신: 그림으로 배우는 컴퓨터 아키텍처와 마이크로프로세서
    존 스토크스 지음, 전동환/안익진 옮김, 에이콘출판사 2007년 출간
  • Effective C#: 강력한 C# 코드를 구현하는 개발지침 50가지
    빌 와그너 지음, 김명신 옮김, 한빛미디어 2007년 출간


책과 더불어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EOB

수요일, 7월 04, 2007

[독서광] 리눅스 실전 가이드



유닉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리눅스를 처음 시작할 때 참조할만한 책이나 문서 부족으로 무척 고생한 경험은 없는가? 리눅스에 대한 문서가 인터넷에 널렸고, 도움말 파일(유닉스 세상에서 도움말이란 십중팔구 악명높은 man(1) 페이지를 의미한다)을 읽으면 된다는 충고 아닌 충고가 판을 치지만 실제로 두 팔 걷어붙이고 쓸만한 책을 찾아보려면 딱히 없다. 배포판 설치와 활용 관련 서적이나 유틸리티 소개와 프로그래밍 서적은 그나마 가물에 콩나듯 몇 권 보이긴 하지만 배포판 설치가 끝난 다음에 리눅스를 리눅스 답게 본격 활용하기 위한 지침서를 찾기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마크 G 소벨 큰 형님께서 집필하신 "A Practical Guide to Linux(R): Commands, Editors, Shell Programming을 번역한 리눅스 실전가이드가 나왔기에 리눅스 초보자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주리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나온 리눅스 서적과 비교해서 이 책은 어떤 점이 다를까?



잠시 인터넷을 활용해 간단한 검색을 해보자. 아마존에 들어가서 Mark G Sobell이라고 저자 검색을 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리눅스 실전가이드 원저자인 소벨은 1980년대 중반부터 유닉스 관련 교과서를 집필해왔으며, 출간한 책마다 별 넷 반아니면 다섯을 받고 있다. 명불허전이라고 리눅스 실전가이드 역시 풍부한 예제를 곁들인 정확하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유닉스에 연이은 리눅스 입문서로서 대를 이어가는 중이다. 고백하자면 본인 역시 90년대 초반에 소벨이 쓴 UNIX System V: A Practical Guide(물론 3판이 아니라 2판이었다)로 유닉스를 배웠고 이 때 배운 지식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려먹고 또 우려먹고 또또 우려먹고 있고 (리눅스가 계속해서 살아남는다면) 앞으로도 최소 10년은 더 우러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리눅스 실전가이드는 GUI 방식으로 동작하는 화려한 응용 프로그램은 (거짓말 조금 보태 - 429페이지에 tkCVS 유틸리티 덤프 화면이 나온다) 단 한 페이지도 다루지 않는다. 그 대신 일반 터미널에서 동작하는 표준 셸을 기준으로 리눅스를 리눅스 답게 활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각종 유틸리티와 명령어를 (어떻게 보면 우직할 정도로) 하나씩 짚어나간다. 손쉽게 다루는 리눅스 배포판 설명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거의 준프로그래밍에 가까운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 때문에 좌절할지도 모르겠지만,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리눅스를 처음 설치한 다음에 터미널에 셸을 하나 띄어 놓고 이 책에 나온 설명에 따라 기본 유틸리티 사용법, 파일 시스템 관련 명령, 셸 기본 명령과 고급 명령, 편집기, 셸 프로그래밍과 문자열 처리와 관련한 활용법을 하나둘씩 익히다보면 시스템 관리자, 시스템 프로그래머, 응용 프로그래머로서 갖춰야할 기초를 쌓을 수 있다. 몇 번 강조하지만 예전에 뛰어난 유닉스 프로그래머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유닉스 관리자였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뛰어난 리눅스 프로그래머는 뛰어난 리눅스 관리자이다. 유닉스 아니 리눅스 운영체제 자체가 거대한 프로그래머용 도구 상자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시스템 관리자가 프로그래머이고 프로그래머가 시스템 관리자라는 현상이 절대로 이상하지 않다. 따라서 리눅스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특정 라이브러리나 프로그래밍 언어에 바로 뛰어드는 대신 이 책부터 독파하면 어떨까?



EOB

화요일, 7월 03, 2007

[일상다반사] 김규항님의 '떠남'을 읽고...

오늘 김규항님이 쓴 떠남이라는 글을 읽다보니 다음 문단에 눈이 머물렀다.



그런 곤란과 모멸의 아수라장을 뚫고 떠날 때 우리는 비로소 얼굴에 빛을 내며 고백하게 된다.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까 마음이 얼마나 편한지 몰라.’ 우리는 떠남에서 작은 열반을 체험하는 것이다.


나도 지금 마음이 무척 편하다. white hand 기념으로 그 동안 밀렸던 서평이나 줄줄이 적어야겠다. ;)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