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철도회원 숙청(?) 작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얼마전부터 코레일 홈페이지에서는 구 철도 회원 계정 접근을 차단해버렸다. 물론 코레일 입장에서야 어서 빨리 신규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싶겠지만, 고객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행정의 표본이다. 직접 경험했던 문제점을 정리해보았다.
사건의 발단은 7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7월 말에 부산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구 철도 회원 자격으로 표를 미리 예매해두었다. 물론 신용카드 결제까지 끝낸 상황이다. 내려갈 날짜를 하루 앞두고 다시 한번 예매 시각을 확인하러 www.barota.com으로 접속했을 때 자동으로 www.korail.com으로 들어갔다. 뭐 여기까지는 좋다.
로그인 창에서 접속을 시도하니, 접속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멤버십 통합에 따른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 미등록 고객으로 접속하니 휴대폰 번호를 넣어라고 한다. 무슨 얼어죽을 휴대폰 번호? 그래서 회원 등록번호 찾기 기능을 이용해서 예전 구 철도 회원 계정을 입력하니 본색이 들어나고 말았다.
구 철도회원은 탈퇴하고 다시 가입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몇 가지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 탈퇴했을 경우 구 회원 트랜잭션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냥 날아갈까?
- 탈퇴하지 않고 표 정보만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신용카드 승인은 취소되지 않은 상태라 아직 트랜잭션은 살아다고 보여지지만, 이 상황에서 뭐 어떻게 하라고?
- 신규 회원을 가입하려면 탈퇴를 먼저 해야 하는데 탈퇴 후 다시 가입할 경우 구 회원 트랜잭션을 자동으로 마이그레이션 해주나?
남아있는 마일리지나 할인 혜택 이런 부가적인 내용은 뒤로 하고, 황당하게도 예매한 결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니 열이 받을만하지 않은가?
서울역이나 광명역을 방문할 경황이 없어서 급히 집 근처 일반 열차 표 구입이 가능한 국철 역을 방문해서 조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국철 역 매표소에서 참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 jrogue: (구 회원 카드를 보여주며) 예매한 표 확인 부탁드릴께요.
- 직원: 고객님, 구 회원 카드로는 예약/예매가 불가능합니다.
- jrogue: 틀림없이 얘매했습니다. 신용카드 승인까지 떨어진거 알고 왔습니다.
- 직원: (반신반의) 그러면 신규 멤버십으로 전환하셨나???
- jrogue: 아뇨. 그렇지만 일단 한번 조회 넣어보세요.
- 직원: (surprising!!!) 아니 이거 어떻게 예매하신거에요? (화면에 트랜잭션이 나온다)
- jrogue: (그러면 그렇지) 저도 자초지종은 잘 모르겠고... 어쨌거나 나온 표 모두 다 발권해주세요.
결국 원하는 표는 손에 다 넣었다. 그리고 구 철도 회원 탈퇴하고 2만원 돌려받으며 깨끗하게 철도 공사와의 인연을 끝냈다.
구 회원으로 뛰면서 적립한 남아 있는 마일리지도 하나도 안 아깝고(나중에 주민등록번호를 불러 사용하게 해준다고 하는데... 알게 뭐야?), 1만원 더 내고 신 멤버십으로 가입했을 때 받게 되는 혜택(아무 필요도 없는 교통카드(! - 지금 내 지갑에 교통 카드가 석 장이나 들어있다) 겸용 기능을 비롯한 몇 가지 가맹점 할인 해택 + (기존 5% 할인을 폐지하고 제공하는) 5% 마일리지 적립이란다)도 하나도 안 부러웠다. 그저 카드 재발급 비용으로 5천원씩 받는다는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인 안내 문구에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뱀다리: 신규 코레일 홈페이지 예매 시스템 설명에 따르면 회원이 아니더라도 표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본인만 구입가능하며, 신용카드랑 휴대폰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신용카드 결제를 통한 SMS 티켓만 발권이 가능하니까. 소위 말하는 국민의 공기업이 정말 잘 놀지?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