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77에 탑재한 롤스로이스 엔진에 문제가 생긴 장면. 다행히 다친 사람 없이 무사히 착륙했다.)
이번에 휴대폰 배터리 폭발 사고 때문에 휴대폰 제조사 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한가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휴대폰 제조사가 아니라 휴대폰 배터리 제조사 주가가 떨어저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폭발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는 바람에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휴대폰 제조사에 혐의를 씌우는 듯한 인상을 줬던 초기 기사를 읽고 있으려니 영 헛다리를 짚고 있는 듯이 보여 웃음만 나왔다. 동일한 배터리 제조사가 여러 휴대폰 제조사에 납품했다면 문제가 아주 커지기 때문이다. 노트북 배터리 폭발 사고 이후에 폭발한 노트북 제조사 이외에 다른 노트북 회사도 긴급 리콜을 실시한 이유를 생각하기 바란다.
비슷한 현상은 비행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비행기 사고 원인 중 상당수가 엔진 문제인데, 엔진에 불이 붙어서 비행기가 떨어지면 엔진 제조사가 아니라 비행기 제조사가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비행기 제조사가 엔진을 제대로 테스트 하지 못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는데... 고객 취향(정비 기술, 가격, 등등)에 맞춰 비행기 제조사가 제공하는 호환성 목록에서 엔진을 지정하고, 이에 맞춰 조립이 되어 나온다고 보면 틀림없겠다. 군에서 비행기를 도입할 때 엔진을 번갈아가며 다른 회사에 주문하는 이유는 엔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전까지 해당 엔진을 사용하는 모든 기종 이륙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자동차 타이어가 터지면 자동차 회사를 비난하는 대신 타이어 회사를 비난하는 현상이다. 포드 익스플로러 전복 사고의 주 원인을 타이어로 지목해서 완전히 뽕빨이 나버린 브리지스톤 회사 예를 보면 된다. 타이어도 최종 완제품을 이루는 구성품이 아니었던가?
차이점은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해서 바로 마케팅 때문이다. 타이어 회사는 엄청난 물량 공세로 타이어 선전을 하지만(자동차 경주 대회를 생각해보라.), 비행기 엔진 제조사나 배터리 제조사는 거의 광고를 하지 않는다(할 필요도 없다). 소비자는 마케팅을 열심히 한 회사만 기억하니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여기서 하드웨어 분야에서 예외적인 회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일반 소비자에게 별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지 않은 CPU 제조사인 인텔이다. 여기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는 초난감 기업의 조건 8장 '불꽃 튀는 브랜드 전쟁: 인텔, 모토로라, 구글'을 살펴보기 바란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