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6월 01, 2013

[독서광] 보이지 않는 고릴라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15년도 훨씬 지난 이야기를 하나 꺼내봐야겠다. 택시를 타고 가다 우연히 다른 택시와 충돌하는 바람에 경찰서에 증인으로 조서를 작성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람의 기억력에 대해 놀랄만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조서를 꾸며보신 분이라면 다들 아실텐데, 사고 순간에 대한 진술만 받지 않는다. 사고 전후 1시간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진술해야 한다. 그 날 나를 맡은 담당자가 마음이 좋았는지, 증인 조서를 다 작성한 다음에 자기가 직접 차를 몰고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내가 진술한 내용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하나둘씩 짚어주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부분이 강북에 사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종로구 소재 사직 터널이다. "사직 터널의 상행선과 하행선 차선이 각각 몇 개일까요?" 이게 바로 담당자의 질문이었고, 나는 완전 엉터리로 대답하고 만 것이다(차선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터널 개수부터 틀렸다). 그 날 이후부터 의식적으로 (나를 포함한) 사람의 기억력에 대해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블로그 주인장의 망가진 기억력에 대해 다들 즐거워하고 있을텐데, 오늘 소개하는 책은 바로 우리 모두의 인지능력에 심각한 문제(아니 제약)가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밝히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다. 동명의 심리학 실험으로 더욱 유명해진 이 책은 우리의 기억력은 물론이고 신념과 직관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아니 못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확 끼얹어 정신이 번쩍 들게 해준다. 우선 고릴라 실험부터 한번 보자. 주의 깊게 흰팀이 패스하는 숫자를 세보기 바란다.

자, 실험 과정에서 뭔가 특이한 사항을 눈치채었는가? 눈치 채지 못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사람들은 원래 두 가지 이상 작업을 할 경우 주의력이 분산되니까 말이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필두로 주의력 착각, 기억력 착각, 자신감 착각, 지식 착각, 원인 착각, 잠재력 착각이라는 여섯 가지 착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직전에 소개한 [독서광]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가 사람의 한계로 인해 벌어지는 다양한 실수를 소개한다면, 이 책은 이런 실수와 행동 이면에 숨겨진 '착각'에 대해 소개하므로 같이 읽어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지리라 생각한다.

일상에서 착각이 위험한 이유는 매일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사실상 본인이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각을 막거나 줄이기 위해 고안한 여러 가지 도구와 기술이 주의를 분산시켜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지도 모르며, 착각을 막기 위한 인간 능력 계발은 특정 분야를 벗어나 일반적인 분야까지 효과를 보이기는 지극히 힘들기에 늘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착각을 줄이기 위해 심사숙고하는 방법 밖에 없는 듯이 보인다. 이 책은 여러 사례와 실험 결과를 토대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정신이 동작하는 원리를 설명하므로 인간으로서 우리 자신이 겸손해지도록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한다.

이 책은 일상뿐만 아니라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좋은 힌트를 제공한다. 도움이 될만한 부분을 정리해보겠다.

우리 대부분은 지식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첫 번째 질문에 대답하면서 알고 있던 내용을 전부 소진한다. 우리는 질문마다 답이 있으며 그 답도 잘 알거라 생각하지만, 이를 설명해보라는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자신의 지식에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한다.
2008년 '탑코드 오픈(TopCoder Open)'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해 25,000달러의 상금을 탄 팀 로버츠는 지식 착각에서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았다.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주어진 시간은 단 6시간이었다. 그는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처음 한 시간은 요구되는 사양을 연구하고 담당자에게 질문(적어도 30개)하느라 소모했다. 도전 과제를 완전히 이해한 후에 코딩을 시작한 로버츠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구된 사항만 정확하게 구현된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프로그램은 제대로 작동했고 작업도 제 시간에 끝났다.
"나는 부주의하고, 기억력이 나쁘고, 지능이 낮고, 멍청하다'와 같은 착각은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일상의 착각은 우리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기억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며, 자신이 평균보다 우위에 있고, 세상과 미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게끔 속인다.
지식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낯선 프로젝트에 대해 당신이 추정한 소요 기간과 비용 예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지식의 한계를 무시한 채 주장을 펼치는 사람을 선호한다. 자기계발서 저자들 중에서도 무엇을 해야할지 정확하게 말해주는("저거 말고 이거 먹어")식의 작가들이, 합리적인 메뉴 선택권을 주면서 독자 스스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게 하는 작가들보다 인기가 많다.

결론: 이 책을 읽고 나면 최소한 SATA 케이블 음질 테스트 결과, "헉! 말도 안 돼"에 나오는 소위 전문가들의 자신감에 넘치는 설명(“SATA 케이블을 통해 전송·저장한 음원 데이터라면 차이를 못 느낄 수 있지만 SATA 케이블을 통해 실시간 재생을 할 경우엔 데이터 보정이 안 되어 노이즈에 따른 음질 차이가 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으으으으으으으응?)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뱀다리: 이 책 중간 중간에 은근슬쩍 말콤 그래드웰을 디스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의외로 꼼꼼하다. 그리고 구글 안경 쓰면 거리에 고릴라 지나가도 못 봐?라는 관련 기사도 떴네?

토요일, 5월 25, 2013

[독서광]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likeonomics)

살다보면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을 많이 접하기도 하지만 종종 괴작(?)에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오늘은 이런 괴작에 속하는 책 하나를 소개해드리겠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괴작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면 책을 구성하는 단위 내용은 나름 재미있고 그럴싸해보이는데, 전체를 합쳐놓고 나면 각 단위 내용이 서로 모순되거나 책이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책이 주장하는 내용과 반대로 내용을 전개하는(응?) 문제가 있는 작품이라 보면 되겠다.

자 그렇다면 이 책이 괴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살펴보자. 제목만 보면 사고 싶어지는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likeonomics)'는 원서 제목 'Likeonomics: The Unexpected Truth Behind Earning Trust, Influencing Behavior, and Inspiring Action'으로 상당히 길다. 신뢰, 영향력, 행동 유도, 호감이라는 멋진 단어를 동원한 제목만 딱 보고 이 책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한번 맞춰보기 바란다. 경제학? 자기 계발? 심리학? 사회학? 아니다. 놀랍게도 이 책은 '마케팅' 분류에 속해야 마땅하다. 이 책은 "물건을 많이 팔고 이미지를 높이고 정치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로 요약 가능하며 다른 특별한 내용은 없다. 참으로 쉬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저자는 여러 가지 일화, 사례, TRUST로 불리는 다섯 가지 호감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소개하지만 너무나 졸립고 따분하고 지루해서 1부는 꾹 참고 읽으려 노력했지만 도저히 못 참고 2부부터는 건성으로 페이지를 넘기기에 급급했다. 본문에 나오는 좋은 문구? 미안하지만 이 책에서 그런 건 없다. T_T

국내와 해외 온라인 서점에서 독자들의 평은 그리 나쁘지 않았기에 B급 주인장의 편향된 의견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살짝 들어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국내외 블로그에 이 책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일반적인 내용뿐이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이 책은 알기 쉽고 평이하게 마케팅 이론을 설명하려는 전략을 세웠지만 책에서 그렇게 열심히 침 튀기며 주장하는 호감을 독자들에게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본문에 나오는 내용이나 근거도 상당히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타인 계발서의 특성까지 고루 겸비하고 있다. 재미도 없고 통찰력은 고사하고 호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내용에 누가 시간을 투자해 열심히 읽고 블로그로 정리하겠는가?(예외: 독자 여러분을 위한 이 블로그)

결론: 신뢰에 대해 궁금하다면 [독서광] 위대한 기업의 조건을 읽어보자. 호감에 대해 궁금하면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읽어보자. 괴작이 뭔지 궁금하면 likeonomics를 읽어보자.

주의 사항: 이 블로그 내용은 개인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으므로 사실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로만 활용해야 하며, 반드시 직접 온오프라인으로 목차와 본문 내용을 검토한 다음 본인의 판단에 따라 책을 구매하기 바란다.

화요일, 5월 21, 2013

[일상다반사] 20대 알았으면 좋았을 26가지 시간 관리 기법

20대에 알았으면 좋았을 26가지 시간 관리 기법(20 Time Management Hacks I Wish I'd Known at 20)이라는 슬라이드를 보니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가 있어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한다. 슬라이드 내용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하루에 실제 작업 시간으로 4~5시간만 잡아라. --> 욕심내봐야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하루가 마치 24시간인 듯이 계획을 짜곤 한다. 물론 밤샘을 하면 되긴 하지만... 대부분 역효과다.
  • 몰입했을 때 일을 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쉬어라. --> 일하는 상태도 아니고 노는 상태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하루를 날리지 말자.
  • 시간은 황금이며, 여기에 걸맞게 대우하라. -->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 멀티태스킹을 중단하라. 초점을 흐릴 뿐이다.
  • 마감 효과(마감이 닥쳤을 경우 열심히 하는 효과)를 잘 활용하자.
  • 일을 하려면 실제 일을 해야 한다. 짧은 작업을 여러 개 완료하는 식으로 눈을 굴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자.
  • "Doing better than perfect." --> 페이스북 모토. 점진적으로 개선하자.
  • 더 많은 작업 시간이 높은 생산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제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 단순 작업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을 분리하자. --> 또한 생각과 실행을 분리하자.
  • 우선 순위가 같은 작업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 to-do에 기록된 우선 순위에는 동점이 없도록 한다.
  • 긴 작업은 여러 개로 나눠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자.
  • 작업을 적절히 남에게 위임하자.
  • 어제 친 홈런이 오늘 홈런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제가 아니라 오늘과 내일에 초점을 맞추자.
  • 모든 작업에 마감일을 두자. 마감일이 없는 작업은 끝나지 않는다.
  • 항상 메모하자. --> 자신의 기억력을 믿지 마라.
  •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메모하고 잊어버려야 현재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 사람 머리는 컴퓨터처럼 정밀한 기억 용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 종종 휴식을 취하자.

관리 기법은 알겠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직전에 소개한 [독서광] 라이프 해커에 나오는 여러 도구의 도움을 받아 지금 당장 작은 일이라도 실천에 옮기면 좋겠다. 자기 계발은 '자기'가 해야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하기 바란다. 말보다 실천!

EOB

토요일, 5월 18, 2013

[독서광]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리고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은 기가 막힐 정도로 정말 잘 잊어먹는다(참고로 여기서 주어는 없다). 자신이 정말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세상을 자기만의 시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본다(역시 주어는 없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도가 지나치면 자신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큰 민폐를 끼치기 마련이다. 오늘 소개드리는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는 사람들이 실수를 하는 이유와 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실수는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므로 완벽하게 방지하지는 못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최대한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실수 유발 인자를 억제해야 한 방에 훅 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서문에서 나오는 실수의 정의를 같이 살펴보자.

실수(mistake) 명사: 1: 무언가의 의미나 숨은 뜻을 잘못 이해하는 것. 2: 그릇된 판단, 부적절한 지식 또는 무관심 등으로 인한 그릇된 행동이나 진술.

이 책은 지금까지 심리학과 경제/경영학에서 연구된 결과를 토대로 사람들이 정의의 2번 항목을 저지르는 이유를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한다. 물론 컴퓨터 vs 책 블로그를 애독하신 독자분들께서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상당수 주제와 사례들에 대해 이미 파악하고 계실 가능성이 높지만, 이 책은 '실수'라는 관점에서 특화된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고 있기에 생각 정리에 도움을 준다. 각 장의 제목만 봐도 흥미진진한 목차를 간단한 설명과 함께 정리해볼까?

  • 평상시 보는 것의 일부만 인식하고 그 일부마저도 엉터리라는 내용을 소개하는 '인간은 보면서도 때로는 제대로 보지 못한다'
  • 세부 요소가 아니라 의미를 중요시하며 전부가 아니라 부분을 기억한다는 '인간은 의미를 추구한다'
  • 두뇌는 순간적 판단과 대상의 지엽적인 특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인간은 부분을 보고 전체를 파악한다'
  • 사후해석의 천재며 자기중심적이며 편향에 가득찬 인간을 그리는 '인간은 장밋빛 안경을 쓰고 있다'
  • 멀티태스킹이 독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로 밝히는 '인간은 걸으며 껌을 씹을 수 있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
  • 행동 경제학에서 많이 보던 내용을 다루는 '인간의 사고방식에는 문제가 많다'
  • 단어를 구성하는 철자의 앞부분과 정황을 파악해 자동으로 의미를 유추하한다는 '인간은 대충 훑어본다'
  • 지리적인 위치나 이야기를 외우기 위해 큰 줄기만 가져가고 세부 내용은 나중에 채워넣는다는 '인간은 정돈된 것을 좋아한다'
  • 과신, 위험과 보상을 다루는 '인간은 일단 저지르고 본다'
  • 자신의 외모, 지식, 능력에 대해 평균 이상으로 믿는 이유를 설명하는 '인간은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 창의력과 연습, 틀에 박힌 사고를 다루는 '인간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대안들을 제안함으로써 정도를 유지하게 만드는 여러 기법을 소개하는 '인간은 스스로를 제약하지 못한다'
  • 행복에 대해 정리하는 '초원은 생각만큼 푸르지 않다'
  • 마지막으로 본문에 나오는 여러 가지 실수에 대한 대비책을 총정리하는 '맺음말_ 작게 생각하라!'

자 그러면 목차에 이어 독자 여러분들께서 기대하시던, 본문에 나오는 재미있는 구절을 같이 살펴보자.

상점이나 은행 같은 곳에서 줄을 설 때 조금이라도 짧은 줄을 찾고 싶다면 왼쪽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사람들은 표적을 손에 넣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될 때는 서둘러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고서도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말한다.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할 때 머리카락이나 눈 같은 신체 부분이 아니라 성실함과 호감도 같은 감성적 특징을 바탕으로 인식한다.
직관으로 처음 선택한 답을 고수해야 한다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충분한 근거도 없이 말이죠.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상기할 때 장밋빛 안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의도적으로 왜곡하려는 뜻은 없지만, 과거의 말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미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건의 결말을 충분히 알고 나면 과거의 그 사건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이 사후해석 편향의 핵심이다.
미국 전역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남자들이 말한 평생의 섹스 파트너 수치는 일반적으로 여자들에 비해 최대 네 배나 많았다. 한 남자의 새로운 파트너는 결국 한 여자의 새로운 파트너와 수적으로 동일함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자신은 부정(不正)하지 않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일수록 이후의 잇따른 상황에서 부정한 행위를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의 결과가 모호할 때 사람들은 더 큰 도박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결과가 분명할수록 사람들은 보수적으로 변한다.
투자자들은 주초에 배포된 소식에는 각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금요일처럼 주 후반에 나오는 소식은 대충 훑어보곤 한다.
특히 사람들은 익숙한 것일수록 대충 훑어보는 경향이 있다.
대화의 목적은 사실 전달이 아니라 이미지(인상)을 창조하는 데 있다. 대화에서 정확성은 이미지 관리보다 후순위라는 뜻이다.
남성은 자신의 매력에 대해서도 실제보다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여성보다 남성이 더 적극적으로 소프트웨어 오류를 수정하는 이유를 능력 차이라기보다는 자신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자신에게 회의적인 사람은 잘못된 전략을 과감히 버리지 못하고 대안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껏 해오던 대로 고수할 뿐이다.
남자들은 (길찾기 도중) 경로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방향을 상실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경험과 전문성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즉 동일한 행위를 반복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연습이란 그 행위에 대한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장기간에 걸친 정확하고 신중한 연습만이 특별한 지식의 보고, 즉 머릿속에 소중한 지식의 도서관을 만들 수 있다. 머리속에 도서관을 보유한 전문가는 다른 이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패턴을 재빨리 포착할 수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머릿속에는 커다란 도서관들이 하나씩 있기 때문에 이들은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문제점도 재빨리 파악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을뿐더러 읽어도 무시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척이나 생소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기보다 행동을 먼저 시작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뭔가를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서는 그 방식 하나에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간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때 그리 창의적인 편은 아닌 것 같다. 특히 현재와 비슷한 상황을 과거에 겪으면서 그 해결책을 이미 학습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인간의 행동이 반드시 자기 의지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여러 사람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 실수의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 원인은 개인이 아닌 조직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조직적인 실수의 원인을 찾을 때는 개인보다 그 위, 다시 말해 '아래'가 아닌 '위'를 바라보아야 한다.
복잡한 뭔가를 판단할 때 사람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곤 한다.
상황의 작은 변화가 사람의 행동에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식 투자를 한다면, 선택한 종목 이외 선택하려 했지만 결국 포기한 다른 종목들의 주가 변화를 살펴보자. 이 때 그 종목을 선택한 이유 또는 포기한 이유를 기록해둬야 한다. 선택한 종목과 포기한 종목의 상대적 실적은 어떤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특정 과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법을 많이 내놓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탕이나 초콜릿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결론: 사람들이(아니 내가) 일상에서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일목 요연하게 정리한 이 책은 평상시 크고 작은 실수를 많이 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그런데 자신이 실수를 많이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실수를 전혀 안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 비해 오히려 실수를 덜 하니 이게 치명적인 함정이다. T_T

EOB

화요일, 5월 14, 2013

[B급 프로그래머] quora, stackoverflow, serverfault 활용 팁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번 정도 quora, stack overflow, server fault에 들어가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봤을 것이다(주의: N에서 제공하는 지식*을 사용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내용 검색은 지식*을 믿으면 난감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는 MSDN이나 OTN이 가장 정리가 잘 된 개발자 문서를 제공한다고 알려졌지만, 오픈 소스 열풍이 불면서 점차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대답 사이트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크게 다음과 같은 두 부류로 나눠질 것 같다. 1) 적극적으로 질문을 올리고 대답하는 방법 2) 필요할 때마다 정보를 검색하고 피드백을 주는 방법. B급 프로그래머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관계상 1)번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므로 주로 2)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오늘 독자 여러분을 위해 몇 가지 활용 팁을 소개하려 한다. 뭐 다들 이미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정리 차원에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

  • 질문과 대답이 올라온 시각이 중요하다. 기술 관련 내용은 시간에 따라 빠르게 바뀔지도 모르므로 주의 깊게 읽고 최신 자료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물론 역사적인 이유 때문에 과거 사례를 알고 싶은 경우나 거의 고정 불변의 사실로 알려진 내용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뢰도가 높아지므로 고의로 과거 자료를 찾기도 한다.
  • 가장 인기 높은 대답부터 읽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전체 답을 뒤져야 할지도 모른다. 아주 특이한 환경이나 특이한 요구 사항으로 인해 절대 다수가 인정한 대답 이외에 소수가 인정한 대답이 당신에게 딱 맞는 정답일 수도 있다.
  • 검색 결과 모순되거나 상충하는 여러 대답이 나올 경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구글에서 두 가지 입장을 모두 검색해본다.
  • 검색 결과가 없는 경우에는 두 가지를 의심해 봐야 한다. 1)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른다(즉 문제가 아니다). 2)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즉 문제가 아니거나, 다른 각도로 문제를 바라 봐야 한다)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제라고 생각하면 여기에 대해서는 해법이 없으므로 정말 조심해야 한다.
  • 댓글을 유심히 살펴보자. 질문에 대한 대답에 댓글이 달릴 경우가 있는데, 의외로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예: 틀린 부분 지적, 보충 설명, 추가 자료).
  • 답변 내용을 100% 믿지 마라. 어디까지나 질문한 사람과 답변한 사람 사이에만 유효할지도 모르는(!) 대답이며, 100% 당신에게 유효하다는 보증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
  • quora 같은 경우에는 뉴스레터를 구독하면 사람들 관심을 많이 끄는 글을 접할 수 있다. 남들이 많이 읽은 글은 대화의 주제나 소재거리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므로, 평상시에 이런 글을 틈틈이 읽어두면 무척 유용하다.
  • 유익한 대답일 경우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기능에 맞춰 피드백(예: 별점, 좋아요)을 해준다.
  • 좋은 질문과 답변 등은 북마크, 트위터, 개인 위키, 블로그를 사용해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며 자신의 정리력/기억력도 높일 수 있다.

자, 지금까지 몇 가지 팁을 소개했는데, 여러분만의 좋은 팁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정보는 공유될 때 가치가 더욱 올라가는 법이니...

EOB

토요일, 5월 11, 2013

[독서광] 라이프 해커

위키북스에서 보내주신 행운의 상자에서 꺼낸 책 한 권을 더 소개하려 한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알고 계신 라이프해커의 일부 내용을 오프라인으로 옮겨놓은 동명의 책이다. 'The Guide to Working Smarter, Faster, and Better'라는 영어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일을 똑똑하고, 빠르고, 제대로 하는 방법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컴퓨터 관련 팁이 많을 것으로 예상할지도 모르겠는데, GTD를 비롯한 각종 작업 프레임워크을 비롯해 개인의 습관을 바꾸는 여러 가지 방법과 도구를 소개하므로 단순 유틸리티 활용서와는 확실하게 스스로를 차별화한다.

목차의 큰 제목만 보면 알겠지만, 이메일 관리하기, 데이터 정리하기, 작업 잘 마무리하기, 생각 정리하기, 주의력 방화벽 설치하기, 자주 하는 일 간편히 하기, 반복 작업 자동화하기, 이동 중 데이터 활용하기, 스마트폰으로 똑똑하게 일하기, 웹 마스터하기, 컴퓨터 생존 기술 익히기, 여러 컴퓨터 관리하기 등, 일상에서 흔히 부딪히는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팁과 힌트를 담고 있다. 어떤 작업을 하기 위해 특정 플랫폼과 특정 도구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대신, 윈도우, 맥OS X, 안드로이드, iOS 등 여러 플랫폼에서 동작 가능한 교차 플랫폼을 지원하는 도구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기기를 사용하는 독자에게 특히 도움이 많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25] 할 일 목록을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우기: '실제로 해야 하는 항목만 목록에 추가한다'라는 한 문장만으로도 진가를 발휘했다. 욕심으로 인해 해야 하는 항목 뿐만이 아니라 하고 싶은 항목도 할 일 목록에 추가하곤 했는데, 반성 중이다.
  • [30] 제리 제인필드의 체인을 통해 새 습관 들이기: '평범한 매일의 노력과 작은 행동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면 복리 이자처럼 엄청난 결과가 나오도록' 매일 하는 일이 끊어지지 않도록 연결하는 습관을 구축하기 위해 Don't Break The Chain이라는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는데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다. 매주 하는 운동도 이렇게 기록을 해야겠다.
  • [39] 시간을 낭비하는 웹사이트 방문 제한하기: 급하게 끝내야 하는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이트에 들어가곤 하는데, 강제적으로 이를 막아주는 여러 가지 기법을 보고서는 무릎을 탁 쳤다. 특히 구글 크롬 확장인 StayFocusd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 [49] 키 세 번으로 웹 검색하기: 원래 단축키를 조금씩 쓰곤 했었는데, 귀찮아서(T_T) 제대로 된 활용법을 익히지는 않았었다. 여기 소개한 각종 단축키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산성을 높이기로 마음 먹었다.
  • [92] 주소 표시줄에서 특정 웹사이트 내 빠르게 검색하기: 구글 크롬을 사용할 때 주소 표시줄을 나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방문한 사이트의 키워드 검색 폼을 자동으로 채워주는 기능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크롬에서 환경 설정으로 들어가 검색 엔진 관리 버튼을 눌러보면 크롬이 자동으로 인식하는 키워드 검색 서비스 목록이 나온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 이외에도 어렴풋이 알고 있으나 몇 가지 사소한 문제점이나 게으름으로 인해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던 좋은 사례가 곳곳에 나오므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해커'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알집'(!)을 사용해 압축을 풀어라는 내용(339페이지)을 보고서는 기절할뻔했다(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서에서 '알집'을 언급했을리 만무하다). 그리고 스크립트/단축키 등을 설명하는 내용에 번역/편집 과정에서 끼어든 오탈자가 있어 구글의 도움을 빌어야 했다. 그리고 책 내용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 현지 사정상 미국에서만 서비스되는 일부 내용(특히 9장 '스마트폰으로 똑똑하게 일하기')은 그림의 떡이었다.

결론: 회사나 집에서 이 책을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뒤적거리면서 점차 생산성을 발휘하는 좋은 습관을 들이면 인생이 더욱 풍요로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주장하듯 단순 반복적인 작업은 컴퓨터에 맡기고 중요한 일을 하자!

EOB

화요일, 5월 07, 2013

[독서광] 큐브: The Cube

3x3x3 루빅스 짝퉁 큐브를 초등학교 때 처음 만져봤는데, 1면만 (그것도 엉터리로) 맞추는 선에서 만족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다시 한번 큐브 맞추기에 도전했는데, 큐브: The Cube가 아니었다면 다시 한번 좌절을 맛봤을지도 모르겠다.

교보문고 퍼즐 서가에서 30분 정도 투자해 다양한 큐브 해설서를 읽어봤지만, 결론적으로 현재까지는 이 책이 최강이 아닐까 싶다. 이유는 간단한데, 기존 해설서와는 달리 이 책은 최초로 6x6x6과 7x7x7을 풀어낸 업적으로 유명한 웨이화 황이 무려 2x2x2, 3x3x3, 4x4x4, 5x5x5, 6x6x6, 7x7x7에 모두 사용 가능한 일반적인 표기법과 재사용 가능한 해법을 총정리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웨이와 황은 퍼즐/스도쿠 챔피언이며 구글에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 분야의 전문가(?)이므로 무조건적인 암기를 넘어서 원리를 차근차근 잘 풀어쓰는 능력이 돋보인다.

기존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앙부터 맞춰들어가는) 3x3x3 해법에 익숙한 분이라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법이 느려터져 보이거나 어느 순간 큐브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원상 복구하기에 머리가 핑핑 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이 책에서 나오는 해법을 익히고 나면 홀수나 짝수 모두 풀어낼 수 있으므로, 한 번에 3x3x3과 2x2x2를 둘 다 풀 수 있게 된다(물론 4x4x4 이상은 3x3x3에서 나온 공식 이외에 몇 가지 상황에 필요한 추가 공식을 익혀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크기의 큐브에 관련된 일반적인 해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약간의 속력 저하와 머리 아픔 따위야 충분히 극복할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은 고유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엄청나게 많은 오리지널과 복제품 큐브가 시중에 나와 있는데, 초염가형 제품을 살 경우 폭발(돌리다가 분해되는 경우)과 뻑뻑(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잘 돌아가지 않는 경우)이라는 두 가지 문제점에 부딪혀 무척 괴로울테니, cubeNjoy와 같은 곳(부지런한 분이라면 오픈 마켓에서 발품을 팔아도 된다)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녀석을 골라서 구입하면 될 것 같다. 루빅스 오리지널과 V-큐브를 써봤는데, 가격이 착하지 않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V-큐브가 최강으로 보인다. 가격 대비 성능을 생각하자면 셩쇼우 제품도 좋다고 한다. 사람마다 워낙 호불호가 갈리므로 적당한 제품(+ 스티커가 벗겨지는 경우를 대비한 여분의 시트지)과 큐브용 윤활유를 구입해 자신의 손에 맞춰 적절히 튜닝하는 방법이 최선으로 보인다. 아, 큐브가 폭발하거나 윤활유를 바르기 위해 분해했을 경우 조립을 위해 유투브 동영상을 참고하면 좋겠다. 다양한 크기와 다양한 제품을 키워드로 넣어 검색해보면 다양한 결과가 나오므로 큐브 분해/조립 설명서와 함께 보면 된다.

결론: 처음 큐브를 선물받았거나 옛날에는 포기했지만 아직도 큐브에 미련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오늘 뽐뿌질은 여기까지.

토요일, 5월 04, 2013

[독서광]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어쩌다 보니(아니 직업상...) 책장에 프리젠테이션 관련 서적이 잔뜩 꽃혀 있게 되었다. 그런데 또 다른 프리젠테이션 책을 읽고 좁아 터진 책장에 추가할 필요가 있을까? 대답은 '그럴지도'. 이와 관련해 오늘은 에이콘출판사에서 온 행운의 상자에 들어있었던 책 중에서 '퍼펙트 프리젠테이션'이라는 프리젠테이션 관련 서적을 소개하겠다.

이 책은 발표 기획에서 시작해 프리젠테이션 자료의 디자인을 거쳐 청중 앞에서 발표와 최종 평가에 이르는 프리젠테이션 전 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프리젠테이션 관련 서적을 딱 한 권만 골라야 할 경우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만하다. 본문을 한번 볼까? 프리젠테이션 책에 어울리도록 편집이 깔끔하게 본문 설명에 잘 부합되도록 적절하게 예를 잘 배치하고 있다. 본문에서 주장하는 바와 실제 본문에 사용한 예가 완전히 불일치하는 괴작(?)도 시중에 나와 있는 반면, 이 책은 본문에서 제시하는 내용과 실제 예제가 잘 맞아 떨어지므로 본문에 나온 예제만 잘 응용하더라도 프리젠테이션 기획이나 디자인 과정에서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기획 과정에서 처음부터 파워포인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사용을 지양하고 종이나 포스트 잇으로 생각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조언은 시간에 쫓겨 충분히 구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 자료를 만들 경우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고 있기에 많은 분들이 뜨끔할 것이다(앗, 뜨끔!). 젠 스타일과 컨설팅 보고서 스타일 중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분들께 똑 부러지게 기준을 정의해주기도 한다. 내가 발표하는 주제를 'TV 광고 형태로 찍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 '예'일 경우 젠 스타일을 적용하고 '아니오'일 경우에는 컨설팅 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는 힌트를 읽고서 애정남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발표 자료 작성 부분에 들어가면, 클립 아트 검색 과정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명사로 전환하는 팁, 젠 스타일로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텍스트 삽입 위치를 알려주는 팀, 엑셀 등으로 만든 그래프를 강조하는 팁 등은 읽는 즉시 써먹을 수 있기에 바쁜 현대인에게 딱 맞지 않을까 싶다. 또한 글을 활용하는 과정과 이미지 선택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 내용을 체계화하는 슬라이드 분할 기법, 조화로운 색상 사용 팁 등도 기본적이지만 튼튼한 발표 자료 구성에 큰 몫을 하므로 프리젠테이션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반 이후부터는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준비 과정과 연습, 그리고 최종 발표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정리하고 있는데, 흔히 실수하기 쉬운 부분을 잘 지적하고 체크리스트까지 제공하므로 큰 욕심내지 말고 이 책에 나온 사항만 잘 숙지하고 실천하면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향해 한 걸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프리젠테이션 과정이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OB

화요일, 4월 30, 2013

[일상다반사] 구글 캘린더에서 예문을 제시하는 진짜 이유

구글 달력은 왜 내게 ‘압구정 브런치’를 추천할까를 읽다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구글 쪽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답변이 담백하더군요. “예시를 넣으면서 많은 이들이 잘 알거나 재미있는 것들을 제시해 사용자에게 대강의 아이디어를 주고자 했다”라는 겁니다. 압구정 브런치는 ‘Breakfast at Tiffany’s'란 영문 표현을 국내 실정에 맞게 표현했을 뿐이랍니다. ‘Dinner at Pancho’s'와 ‘멕시코 음식점’도 같은 논리지요. 설정된 달력마다 다른 예시를 제시한 것이지, 특별한 논리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후후... 특별한 논리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란 얘기를 하지만, 구글 캘린더에 일정을 입력할 때 자연어 처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 때문에 예시를 제시한다는 사실을 (기자분께는 무척 미안하지만... 그러니까 기사 쓰기 전에 미리 물어보지! :P) 뒤늦게 폭로(응?)해버리기로 했다. 자 그러면 월별 보기 화면에서 임의의 날짜를 하나 골라서 클릭해보자.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뜰 것이다.

'예: 오후 7시에 멕시코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라는 문구가 나온다. 넛지(!)해주는 예시에 따라 '오후 6시에 용산 CGV에서 영화 관람'이라고 입력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용을 채워넣고 [일정 만들기] 버튼을 콕 누르면 다음과 같이 자동으로 시작과 끝 시각을 설정해준다. '오후 6시'라는 문구를 파싱해 자동으로 일정을 채워주는 셈이다. 그런데 '오후 6시' 대신 6pm 또는 18pm이라 입력해도 정상적으로 오후 6시로 인식한다.

여기서 끝나면 무척 심심한 포스팅이 되어버릴텐데... 환경 설정에서 언어를 'English US'로 바꾸고 나서 실험해보자. 예제에 맞춰 '6pm Movie at 용산 CGV'라고 영어로 한번 적어보자.

그리고 나서 확인해보면 위치(Where)까지 자동으로 추가된다. 즉 'at' 뒤에 있는 단어를 파싱해 자동으로 위치를 채워주고, 필요하다면 지도까지 보여준다. 'map' 링크를 클릭하면 용산역이 정상적으로 지도에 표시된다.

아직 한국어 버전에서는 지역을 설정하지 못하지만(at로 표시해도 완전히 무시한다. T_T 하지만 옛날에는 한국어 버전에서는 일정조차 자동으로 채워주지 않았으니 언젠가는 가능하겠지?), 영어 버전을 사용할 경우 빠르게 일정을 잡을 수 있다. 별거 아닌 기능처럼 보일지 몰라도 음성 인식을 지원하는 환경이라면 한 방에 시간, 약속 내용, 장소를 입력할 수 있으므로 나름 의미가 있다. 이제 예문이 존재하는 특별한 논리와 이유를 찾았는가?

보너스: 구글 캘린더의 월별 일정에서 이틀 이상의 날짜를 드래그 하면 예문으로 뭐가 나오는지 확인해보시라. ㅋㅋ

EOB

토요일, 4월 27, 2013

[독서광] 우리 집 네트워크 입문&활용

제주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컴퓨터 관련 책도 저술하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는 신재훈님께서 이번에 새로 출간된 네트워크 책을 하나 보내오셨기에 출퇴근 길에 꼼꼼하게 읽어본 소감을 정리해봤다. '우리 집 네트워크 입문&활용'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은 가정에서 유무선 네트워크 구성부터 보안 강화와 활용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지침서로 손색 없다는 생각이다.

초보자를 위한 입문서는 무작정 따라하기 식의 전개나 쥬라기 공원도 아니고 철지난 옛날 기술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사람들을 실망시켜 왔기에 이 책 역시 제목만 보고서 오해하기 쉬운데... 어려운 네트워크 관련 이론을 정확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동시에 최신 기술 추이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고르는 과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므로 기존 입문서와 궤를 달리한다. 이더넷 케이블 제작 방법, IP 주소 체계(공인과 사설 주소가 어떻게 다를까요?), TCP/IP 기본 구조, 하드웨어 주소와 ARP 동작 방식, 스위칭 허브와 공유기의 차이점, DNS와 DHCP의 기초 원리, 무선 네트워크 프로토콜과 암호화 기법 소개, 네트워크 보안 기초, 내부 파일/프린터 공유와 클라우드 저장소를 사용한 파일 공유를 적절한 예제, 그림(본문에 나오는 그림은 품질이 정말 대단하다! 인포그래픽을 응용한 개념도를 보고 있으면 입이 떡 벌어진다.), 윈도우 환경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설정 방법을 들어가면서 꼭 필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다룬다.

본문 중간 중간 나오는 멀더와 스컬리의 대화, 손 교수와 전문가 대담, 앙대리의 해킹 일지, 열쇠말 퍼즐도 고급 유머로 인해 빵빵 터지는 재미가 쏠쏠하므로 네트워크라는 다소 딱딱한 기술 주제를 부드럽게 중화시킨다. 인터넷 유무선 공유기 등도 '흥보네 넷웍'이라는 벤더 중립적인(응?) 가상의 제품을 도입해 설치와 구성, 문제 해결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특정 제품에 얽매이지 않고 개념 정립에 필요한 핵심만 뽑아내기에 참신한 시도로 보인다.

결론: 네트워크 입문서와 활용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리에 다 잡은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EOB

화요일, 4월 23, 2013

[독서광] 내인생 나를 위해서만

시중에 흘러 넘치다 못해 홍수가 날 지경인 '자기 계발서'의 피로감 속에서, 또 자기 계발서를 소개하는 글을 쓰면 자살 행위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간만에 아주 특이한(응?) 자기 계발서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오늘 소개할 '내인생 나를 위해서만'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놀랍게도 [독서광]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 원칙을 쓴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가 집필했다. 슈프렝어의 발톱 쑥쑥 나오는 몇몇 책을 읽고서 기절 초풍한 독자라면 이 책의 전개 방식이 어떨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리라 믿는다. T_T

일단 책 뒤표지에 적힌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한 12가지 원칙부터 옮겨보겠다.

  • 내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나의 자유 의지로 선택한 것이다.
  • ‘그렇게 살도록’ 강요하는 현실적 압박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은 다른 게 더 중요한다는 뜻이다.
  • 남들의 기대를 채워주고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 정말 원하는 일은 결심할 필요 없이 ‘지금 당장’ 하면 된다.
  • 내가 행하는 모든 일들은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 보상은 기쁨과 열정으로 시작한 일을 시시한 일로 끝내버린다.
  • 칭찬은 외부의 평가 기준에 의해 내 삶을 재단하게 만든다.
  • 결정을 내리는 것이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보다 언제나 훨씬 더 낫다.
  •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은 바꾸거나, 떠나거나, 사랑하라.
  • 행복한 사람은 ‘지금, 여기’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 행복한 인생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나 자신에게 있다.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환한 다음 인위적으로 만든 성공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희생을 점점 더 강요하는 4가지 없는 자기 계발서와는 달리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스스로 결정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데드볼을 각오하고 던진 차갑디 차가운 돌직구가 인정사정없이 날아오므로 책을 읽다가 보면 푹 찔리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고 미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인생이라는 자동차의 운전대는 자기가 잡아야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남이 운전대를 잡아주기를 바란다고 비유하면서 슈프렝어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실행하는 능동적인 삶의 자세를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슈프렝어의 여느 책과 마찬가지로 본문에 나오는 표현들이 가슴을 팍팍 찌른다.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누군가 "난 할 수 없어"라고 말하면, 그건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실적 압박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한탄하지 말고 행위하라!
"시간 없어"는 다른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남들의 기대란 남들의 기대이다.
스트레스란 '노'를 생각하면서 "예스"를 말할 때만 생긴다.
짜증이란 스스로 한 짓에 대해 남에게 그 책임을 미루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은 꼭 하는 법이다.
고통을 겪는 것이 행위하는 것보다 더 쉽다.
우리는 남을 위해서 뭔가를 한 적이 결코 없다.
비교는 곧 모든 행복의 죽음이다.
지금의 인생과 앞으로 되어야할 인생을 구분짓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많은 사람들이 늘 인생살이 직전의 상태에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거기에 있는 사람은 없다.
결정은 언제나 나에게 달려있다.

결론: 사회에 맞추고, 주변 사람 비위 맞추고 눈치 보느라 정신 없고, 남의 기준으로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 새빠지게 일하다 탈진해 쓰러질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 바란다. 결국 내 인생은 내 것이니까.

보너스: 며칠 전 [일상다반사]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싫어할까요?라는 글에서 '자기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대답이 이 책에 정리되어 있는데, 이 책 가장 처음에 나오는 경구가 답이 아닐까 싶다.

신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뜻한 바를 행하라. 그리고 그 대가를 지불하라. - 스페인 격언

결국 상황을 개선하려면 이 책에서 주장하듯 바꾸거나, 떠나거나, 사랑하거나 셋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어느 것도 하지 않으면서 불평만 한다면 실은 직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과 다름 아니다.

EOB

토요일, 4월 20, 2013

[일상다반사]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싫어할까요?

Quora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올라왔다.

Why do so many people hate their jobs?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싫어할까요?'라는 질문에 1k가 넘는 몰표를 받은 대답이 있기에 정리해보았다.

좋은 대학 교육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싫어하는 한 가지 이유는 (졸업 직후) 젊었을 때 사다리를 오르는 보수적인 경력을 택한 다음 한번도 바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2살이라는 나이에 처음으로 경력을 선택했을 때...

  • 자신의 사람에서 무엇을 하기 원하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 자신들에게 선택 가능한 경력이 무엇인지 시각이 아주 협소했다.
  • 처음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했기 때문에 돈을 벌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 학교처럼 자격이 필요하고 미리 정의된 마일스톤과 관련이 있는 직업에 끌렸다.

그리고 나서 첫 직업을 선택한지 7년에서 10년이 경과해 보면, 빼도박도 못한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 어떻게 변화를 줘야 할지 모릅니다. 첫 경력에서 재정적으로는 상당히 잘 나가고 있기에 경력 전환에 따르는 엄청난 위험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머지 인생 동안 똑같이 다람쥐 쳇바퀴를 돌립니다. 주변의 변호사, 교수, 은행원, (종종) 선생님들을 한번 보세요.

자, 그렇다면 자기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다음 글을 기대하시라!

EOB

금요일, 4월 19, 2013

[일상다반사] 오픈 뱅킹을 사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기본 보안(예: 윈도우 사용자 계정 컨트롤 UAC)을 우회해 액티브X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습관이 들었기에 (다양한 이유로 인해) 위조 사이트로 잘못 접속했을 경우에도 이상한 프로그램 설치를 허가하거나 민감한 개인 정보를 입력하는 문제점이 연일 터지고 있다. 초기에 웹 브라우저에 기본 내장된 두 가지 강력한 기능(사이트 인증서 검증, SSL/TLS 통신 보안)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액티브X 기반의 암호화 인프라에 공인인증서 조합을 사용한 대가를 치루고 있다고 보면 틀림 없겠다. 물론 2000년 1월 이전에 미국 바깥으로 수출되는 암호 관련 소프트웨어는 SSL 키 크기를 40이나 56비트로 제약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행보가 필요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무려 2013년이니 13년이 흐르는 동안 다들 넋놓고 뭐했지? T_T

하지만 점점 상황이 개선되고 있고,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술은 바로 오픈 뱅킹이다. 오픈 뱅킹은 윈도우 운영체제와 IE에서 벗어나 다양한 운영체제(리눅스, 맥OS X)와 다양한 브라우저(크롬, 파이어폭스)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출발한 개념인데, 보안 강화라는 긍정적인 부산물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오픈 뱅킹을 지원하는 국민, 기업, 산업, 신한, 우리, 씨티, 하나(가나다 순)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면 베리사인에서 인증 받은 사이트 표식이 뜨면서 TLS를 사용한 보안 채널로 통신한다(은행마다 112비트부터 256비트까지 암호화 수준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물론 오픈 뱅킹을 사용하더라도 각종 보안 프로그램(키보드 보안, 백신 등)을 설치해야 하므로 결국 반쪽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URL 입력창이 초록색으로 변하기에 접속하는 사이트 자체가 위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최소한 이런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각종 (보안) 소프트웨어는 안심하고 설치할 수 있게 된다(물론 100% 완벽하지는 않다. 보안 업체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가 감염되면... 음...). 예전에는 안전하게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함부로 이메일이나 블로그 링크를 클릭하는 대신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들어가거나, 북마크해서 들어가거나, 외워서 들어가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물론 일부 은행에서 제공하는 보안 안전 그림이나 문자열을 보고 정상 사이트인지를 확인하는 서비스도 나름 좋았지만, 오픈 뱅킹을 사용할 경우에는 웹 브라우저 자체에서 접속하는 사이트 인증서에 문제가 있을 경우 즉시 경고를 주므로 사이트 진위 여부를 따지는 번거로움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둥 어쩌구하면서 보안카드 입력을 요구하는 요상한 사이트로 피싱을 유도해도 한눈에 사이트 진위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초록색 막대가 안 뜨면 바로 브라우저를 닫으면 된다! 참 쉽죠?

단순한 UI에 접근성도 강화되고, 보안도 강화되고, 운영체제나 웹 브라우저도 골라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도 빨리 동참하도록 오픈 뱅킹 사용을 늘이면 어떨까 싶다. 사람의 습관이란 무서워서 아마 이 글을 읽고 나서도 기존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게 될텐데(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지 국민/산업/우리은행은 아예 오픈 뱅킹으로 시작한다. 앞으로도 대다수 은행 사이트가 기본으로 오픈 뱅킹을 지원하면 더욱 좋겠지?), (심지어 IE를 사용할 경우에도) 의식적으로 오픈 뱅킹으로 접속하면 어떨까 싶다. 보안은 대부분 기술보다는 사람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므로 남에게 맡기는 대신 평상시에 스스로가 알아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EOB

화요일, 4월 16, 2013

[독서광] 코딩 호러의 이펙티브 프로그래밍

위키북스에서 행운의 상자(?)를 보내주셨기에 잽싸게 개봉했는데 '코딩 호러의 이펙티브 프로그래밍'이라는 책이 들어 있었다. 코딩 호러는 젯프 앳우드가 운영하는 IT 기술 관련 블로그인데, 여기 실린 글 중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선별해 책으로 묶은 형태다. IT 업계를 강타했던 '조엘 온 소프트웨어'을 시작으로 블로그를 토대로 만들어진 다양한 책이 선보였는데, 다들 '형만한 아우'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코딩 호러...'는 매트릭스 2편에서 네오가 에이전트 스미스를 만나 격투하는 도중 '업그레이드?'라고 외치는 장면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젯프 앳우드는 스택 오버플로우를 만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재미있게 풀어쓰고 있으므로 프로그래밍, 팀 구축, 사용자 편의성, 보안, 테스트와 관련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 책은 블로그를 옮겨놓은 특성으로 인해 호흡이 짧지만 그렇다고 수필집처럼 마냥 빨리 페이지를 뒤적거리기는 힘들 것이다.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하는) 독자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주제와 소재거리로 넘쳐나므로 책을 읽으면서 병렬로 문제를 풀거나 고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머를 채용하는 방법"에 나오는 전화 인터뷰에 사용할 질문을 한번 볼까?

  1. 그 자리에서 곧바로 코딩을 하는 질문 약간. 예를 들어 "배열 안에 있는 정수 값 중에서 가장 큰 값을 찾아라."
  2. 간단한 설계 약간. "HTML을 모델링하기 위한 표현 방식을 생각해보라."
  3. 스크립트 작성과 정규 표현식. "디렉터리 내에서 특정 형식의 전화번호가 저장된 텍스트 파일의 목록을 만들어보라."
  4. 자료 구조. "어떤 경우에 배열 대신 해시테이블을 사용할 것인가?"
  5. 비트와 바이트. "프로그래머에게 10월 31일과 12월 25일이 같은지 묻는 것이 왜 우스운 일인가?"

아마 열정과 호기심 넘치는 프로그래머라면 이 부분을 읽는 즉시 머리 속에서 스레드가 하나 떠서 배경 작업으로 문제를 풀고 있으리라. 10월 31일과 12월 25일 문제는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의도를 바로 파악하고 한참 웃었다(힌트: 각 월을 대표하는 영어 단어! 그래도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은 댓글 다시면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다.).

단순히 문제 풀이에 끝나지 않고 일상에서 부딪힐만한 고민 거리도 던져준다. "그들이 어떤 말을 하든 그것은 결국 사람과 관련된 문제다"에 나오는 프로젝트 성공 유무를 예측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볼까?

  1. 당신의 팀이 얼마나 많은 줄의 코드를 작성할 것인가?
  2.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가?
  3. 동료 프로그래머를 좋아하는가?

3번 '동료 프로그래머를 좋아하는가?'라는 항목에서 무릎을 탁 쳤다. 실제로 회사는 성인의 삶에 있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특히 대한민국... 음...). 그런데 배우자와 자녀보다 더 많이 시간을 같이 보내는 동료 프로그래머들과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서로 못 죽여 안 달이고 물고 뜯고 싸우는 환경에서 일이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 하지만 대부분 형편없는 아키텍쳐, 돈은 적게 주면서 최대한 많이 얻어내려고 드는 깐깐한 갑, 원저자는 어디론가 사라져서 도저히 해독 불가능한 레거시 코드, ... 등과 같은 외부 요인만 탓하며 내부 사람 문제에 대해서는 눈가리고 아웅하니 땅이 꺼지라 한숨만 나올 뿐이다.

여기서 그냥 끝내기가 너무 아쉬우므로 마지막으로 정말 뜨끔했던 예를 하나 더 소개하겠다.

(동료 프로그래머들의) 신뢰와 존경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엄청난 노력과 실질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개발 방법론을 이메일로 전송하거나, 어떤 기술을 이용하면 훌륭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식의 조언을 보내닌 식의 값싸고 피상적인 대체물은 동일한 결과를 낳지 못하며, 설령 그렇다고 해도 효과가 지속되지 못한다.
행동은 말보다 설득력이 있다. 팀블로그나 위키, 새로운 소스코드 관리 메커니즘, 혹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 말하는 것은 값싼 일이다. 누군가 힘든 노력을 통해 그런 것들을 실제로 구현했을 때 당신은 그저 그 아이디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려고 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뭔가를 제안하고자 한다면 제안을 뒷받침하는 노력을 실제로 기울려야 한다.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지행합일: 아니 말보다 행동이다!

요약: 2013년 상반기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추천 서적으로 평가한다!

EOB

토요일, 4월 13, 2013

[독서광] 안드로이드 포렌식

최근 스마트폰이 일반에 보급됨에 따라 스미싱과 같은 사회공학적인(이걸 기술적으로 고급 기법이라 부르기는 상당히 민망하다. 스마트폰에도 백신을 강제로 설치해 스미싱을 막아야 한다고 떠드는 언론들을 보면 웃기지도 않다.) 보안 침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 공격(?)인지라 심지어 며칠 전 B급 프로그래머의 2G(!) 폰으로도 1355(국민연금)을 가장해 '보험금 미납금 명세서 조회'라는 내용과 함께 URL이 하나 날라올 정도였다. (그래도 명색이 포렌식 책 역자라서) 도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호기심에 한번 추적을 해봤다.

  • 사람들이 축약된 형태의 URL은 잘 안 누르고 있기 때문에 철자 등을 우체국과 조금 유사하게 만든 URL이 왔기에 도메인 소유권자를 추적해봤다. 음. 역시 중국 친구네? T_T
  • 바로 해당 URL의 IP 주소를 추적해봤더니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조금 더 상세히 파고드니 미국 모처의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클라우드 서비스회사였다.
  • PC에서 해당 URL로 접근하니 redirection되어 AWS S3에 담긴 apk 파일이 다운로드 되었다. 귀여운 것들...
  • 해당 apk 파일을 까서 살펴보니 hello, world급 프로그램을 조금 수정한 SMS 탈취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SMS 내용은 해당 URL의 IP 주소로 보내도록 되어 있었다. 표시가 덜 나게 아이콘이나 제대로 좀 만들지... 어익후...
  • URL에 접속했더니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기반의 운영체제에서 동작하는 PHP 프로그램이 나를 반겼다. 상황 파악을 끝냈으니, 바로 연결을 끊었다.
  • 그나저나, 도대체 국민연금으로 발신자 번호까지 위조해서 이런 메시지를 날리는 상황을 용인하는 이통사와 법 집행 기관은 도대체 뭐하는지? SMS 올 때마다 개인이 일일이 손으로 URL 치고 들어가서 진위 여부를 다 따져봐야 하나? T_T 그나마 신종 금융사기, 구제책 없나?라는 기사를 보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뭔가 조치를 취하는 모양이다.

뭐 여기까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더 이상 안 봐도 DVD다. SMS 탈취 목적이 뭔지는 다들 잘 아실테고(인증 번호가 2nd channel인 SMS로 날아올 경우 바로 가로챌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일반적인 포렌식 기법으로 가볍게 분석을 마쳤는데, 실제 스마트폰에서 사고가 터지고 나서 포렌식을 진행해야 할 경우에는 스마트폰과 관련해 좀더 세부적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오늘은 에이콘 출판사에서 보내준 보물 상자에서 꺼낸 3번 타자인 안드로이드 포렌식을 소개하겠다.

간단히 이 책을 요약 정리하자면, 안드로이드 하드웨어와 내장 소프트웨어를 간단히 설명하고 자료 구조와 파일 시스템, 메모리 종류와 저장 방식, 디버깅 기법과 외부 도구를 사용한 분석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반적인 PC나 서버에 대한 포렌식과는 달리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에 스마트폰에 대한 포렌식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하지만 스마트폰만큼 대중화되고 널리 쓰이고 보안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장비도 없기에 스마트폰 관련 포렌식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데 현재까지는 이 책이 스마트폰 관련 국내서/역서로는 유일하기에 나름 출발선으로 가치가 높다.

요렇게 적고 보니 이 책이 안드로이드 포렌식을 거뜬히 도와줄 구세주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아쉬운 점도 많다. 1) 이건 이 책의 잘못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워낙 빨리 발전하기에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마트폰은 이미 시중에서 구하기도 어려운 구식 모델이다. 2) 리눅스 명령어 소개가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매뉴얼 페이지 덤프한 내용도 나온다. T_T). 3) 안드로이드 내부 구조와 리눅스 내부 구조에 대한 설명은 너무나도 피상적이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초반의 실망감을 무릅쓰고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안드로이드 관련 포렌식 기법들을 차근차근 잘 설명하고 있기에 나름 참고할만한 내용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반적인 PC/서버 환경과는 다른 파일 시스템과 메모리 종류에 대한 설명은 눈여겨 봐놓아야 한다. NAND 플래시를 덤프하는 기법, YAFFS2에서 OOB 대역을 날려서 분석이 용이한 형태로 만드는 기법, Scalpel과 같은 무시무시한 도구를 사용해 YAFFS2 이미지에서 파일 카빙하는 기법 등은 기존 여느 포렌식 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이므로 눈을 크게 뜨고 봐놓아야 할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밑줄 쫘~~~악)

결론: 특히 안드로이드 포렌식에 입문한 분들께 추천드리며, 이미 포렌식 기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중급 이상 전문가들께는 요약 정리 목적으로 추천드리고 싶다.

EOB

화요일, 4월 09, 2013

[영화광] 봄날은 간다(스포일러 있음)

요즘 아침마다 운전을 하는 데 라디오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얻고자 하는 정보만 (무)의식적으로 쫓아가는 대신 우연에 의해 좋은 이야기나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종종 월척을 낚기도 한다. 얼마 전에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듣고 가사가 너무 좋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제목이 같은 영화의 OST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DVD를 주문해서 감상했는데, 2001년에 나온 영화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기에 지금까지 이런 좋은 영화를 놓치고 뭐했냐는 후회가 들고 말았다.

연애 이야기에 손발이 오그라들줄 알고 보기 시작했다가 영화의 흐름을 끊기는 커녕 오히려 분위기를 돋우도록 아기자기한 일상을 제대로 묘사하는 데다가 중간 중간 예상치못한 유머 코드까지 곁들여 가며 사랑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감독의 솜씨에 화들짝 놀랐다고나 해야할까? 한쪽은 정보를 생산하는 사운드 엔지니어(상우, 유지태)이며, 다른 한쪽은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를 소비하는 PD 겸 아나운서(은수, 이영애)의 만남과 헤어짐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 한 곳이 뻥 뚫렸다. '건축학 개론'을 보면서 핀셋으로 상처를 뒤집는 듯한 옛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면, '봄날은 간다'를 보면서는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라는 김윤아의 가사에 나오듯 봄이 주는 묘한 죽음/삶/사랑을 다시 한번 관조해 볼 수 있었다.

이 영화의 백미는 다들 공감하겠지만, 후반 벚꽃 신이다. 한국 영화사에 남을 멋진 이별 장면으로 손꼽을만큼 인상적인 이유는 바로 봄의 벚꽃을 배경으로 새로운 생명을 상징하는 '화분'을 선물로 주고 (되돌려) 받으며 약간의 주저함을 뒤로한 채 각자 갈 길을 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관습적이지 않게 그려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희망이 끝났을까? 아니다.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웃는 상우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DVD 부록으로 담겨 있는 뮤직 비디오를 찾아서 공유해본다.

봄이 되어 벚꽃을 볼 때마다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할 것 같다. 죽음, 삶,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영화 중 명대사가 가슴 한 곳에 깊숙히 와닿을만큼 사랑에 웃고 울어본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한다.

EOB

토요일, 4월 06, 2013

[독서광]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50가지 위험한 실험

예전에 비해 요즘은 애들 입장에서 놀거리가 정말 많다. TV를 켜면 24시간 만화부터 스포츠, 각종 다큐먼터리에 이르기까지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열면 게임, 퍼즐, 만화 등 컨텐츠 공급이 쏟아져나온다. 점점 축적되고 있는 영화나 음악도 골라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바깥 활동이 점점 줄어들면서 실제 몸으로 뭔가를 해보는 활동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해서 머리와 몸을 모두 활용해 뭔가 흥미로운 실험을 해보는 재미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같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뭔가를 해보려면 너무나도 막막하다. 우리 주변은 교육 과정에 맞춰 어떻게 하면 절대로 뒤쳐지지 않는 '영재'형 인간을 기를지에 대한 담론으로 넘쳐나기에 심지어 과학 실험조차도 교과 과정과 연계되어 독특한 풍미를 모두 빼버린 인스턴스 식품처럼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번 [독서광] Make Vol 5 끝부분에 소개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50가지 위험한 실험이라는 책이 나왔다. '위험'이라는 간이 철렁하는 문구가 적힌 제목과는 달리 이 책에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재미 있는 실험이 '위험하지 않게' 만들도록 여러 가지 조언이 아낌없이 나온다. 심지어 미국 내의 법규나 규칙 뿐만 아니라 한국 내의 법규와 규칙까지도 등장하므로 계획과 안전 대비책을 세우는 과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어른들 관점에서 자동차 운전, 자동차 타이어 갈아 끼우기,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등과 같은 실험을 시시(응? 정말 시시할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자기 자식들이 이런 실험을 하고 싶다고 조를 경우에는 화들짝 놀랄 것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속으로 낄낄거렸다.

책 구성은 두 페이지가 한 쌍으로 되어 있으며 왼쪽은 실험 목표, 개요, 절차, 주의 사항, 보충 설명이 자리잡고 있고, 오른쪽에는 줄이 그어진 노트가 있어 필기 도구를 사용해 실험 절차나 결과, 떠오르는 아이디어 등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의 실험이 되어야 하므로 어른들은 아이들 뒤에서 충실한 집사(!)처럼 행동하며 실험 방법을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의 사항만 지키면 자연스럽게 알아서 실험이 진행될 것 같다. :)

이 책의 집필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문장을 서문에서 골라봤다.

주도권과 능력은 무엇일가요? 저는 현실에서 마주치는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로 이를 가늠합니다. 주도권을 가진 사람은 문제의 맥락을 살펴본 후에 필요한 (혹은 사용 가능한) 도구와 재료를 확인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리고는 소규모 실험을 통해 해결방안의 핵심 이슈를 테스트해보고, 제대로 작동하는 해결법을 찾아내겠지요. 사소한 문제는 극복하고, 실패는 피드백으로 받아들여서 진행 중인 해결 방안에 반영할 것입니다. 하지만 주도권을 못 잡는 사람은 쉽거나 눈에 보이는 해결책이 없을 때 바로 포기하거나, 자신의 첫 번째 제안이 무너지는 순간 문제 자체를 쉽게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에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딱 그 상황에 맞는 정확한 크기의 밧줄이나 완벽한 도구가 준비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완벽한 해결책이 눈 앞에 있는 경우는 드물어서, 필요한 것 없이도 상황을 해결하거나 확신 없이도 앞으로 나가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손에 쥐고 있는 것으로 상황을 해쳐나가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뭔가를 만들게 되는 동력이자 실체입니다.

결론: 적정한 위험을 감내하며 안전하게 탐험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은 평생 써먹을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기본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이벤트라고 보면 틀림 없기에 아이들에게 주도권과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OB

화요일, 4월 02, 2013

[독서광] 드루팔 사용하기

오늘은 에이콘 출판사에서 보내온 행운의 상자(응?)에서 꺼낸 책 2번인 '드루팔 사용하기: 드루팔 웹사이트 제작과 모듈 활용'에 대해 소개하겠다. 드루팔(Drupal)은 개인 또는 커뮤니티가 웹사이트의 다양한 자료들을 손쉽게 관리, 조직, 출판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다.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으로 유명한 이 소프트웨어는 전세계적에서 다양한 서비스에 사용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토종 XE와 최근 뜨고 있는 워드프레스에 밀려 사용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부 커뮤티티를 제외하고는 한글화된 정보를 공유하는 곳도 찾기 어렵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워드프레스의 경우에는 여러 웹 사이트/회사는 물론이고 서점에서도 국내 저서와 번역서가 제법 보이지만 드루팔은 이제 막 번역서가 처음 나왔으니 기술적인 여러 좋은 특성으로 인해 드루팔을 도입하려는 분들 입장에서는 이 책이 유일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부제인 '드루팔 웹사이트 제작과 모듈 활용'이 이 책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드루팔의 아키텍처와 모듈 제작 방식과 내부 구조를 세부적으로 파고드는 기술서는 아니며, 드루팔을 사용해 자신의 목적(예: 게시판 만들기, 멀티미디어 자료 개시, 제품 리뷰, 모임 관리, 전자 상거래 사이트 구축)에 맞는 사이트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활용서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따라서 일반적인 오라일리 동물 책과는 달리 완결된 예제 사이트를 단계별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드루팔을 처음 접하는 사이트 관리자에게도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각 예제마다 드루팔(특히 버전 7)이 제공하는 다양한 모듈을 효과적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이 책을 다 읽을 무렵이면 드루팔의 모듈 시스템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활용서라는 특성으로 인해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기술적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한 수준까지 독자를 끌어올리기는 힘들어 보이므로, 일단 이 책을 출발선으로 삼아 직접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해야지만 원하는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는 책의 구조상 1장과 2장까지만 읽고나면 그 다음부터는 순서대로 책을 읽을 필요는 없어보이며,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선별해서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에이콘 출판사 드루팔 사용하기에 가서 목차를 확인해보면 대충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감이 올 것이며, 여기서 소스코드를 내려받거나(다운로드 아이콘을 클릭) 아니면 원서 공식 사이트인 usingdrupal에서 코드를 내려받아서 풀어보면 책을 구매하기 전에 미리 어떤 프로젝트를 다룰지 맛보기도 가능하다.

팁: 본문을 다 읽고 나서 다른 부록은 모르겠지만 부록 B는 꼭 시간내어 정독하기 바란다. 모듈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드루팔 활용에 있어 아주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작업이므로 향후 시간과 노력을 크게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드루팔을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토요일, 3월 30, 2013

[독서광] Make Vol 5

언제 나오나 계속 기다리다 잊어먹고 있었더니 어느 새 Make Vol 5권이 집에 도착했다. 이번 호는 특히 B급 프로그래머가 좋아하는 우주 DIY를 다루기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미항공우주국이 예산/지원 부족으로 예전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민간인들의 맹활약을 보고 있으려니 역시 '덕중의 최강은 양덕'이라는 명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레고 마인드스톰 NXT로 인공위성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스마트폰에 장착된 각종 센서를 사용해 인공위성 무게와 크기를 줄이려는 시도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보면 정부 차원이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우주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주 DIY 특집 기사도 좋았지만, '물 없이 스파게티 만들기'도 아주 흥미로웠다. 실제 먹을 수 있는 스파게티를 만드는 이야기는 아니고... 스톱모션 기법을 사용해 스파게티를 요리하는 과정을 만드는 뒷 이야기다. 다음에 소개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면 감탄사가 나올 것이다.

'Western Spaghetti'는 '물 없이 스파게티 만들기'에 나온 결과물이다.

'Game Over'는 8비트 게임 몇 편을 스톱모션 기법으로 만든 작품인데 정말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Fresh Guacamole'는 2013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Make 단행본으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50가지 위험한 실험(50 Dangerous Things)'이라는 즐거운 제목이 붙은 책도 출간 예정 목록에 올라있는데,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ㅋㅋ

EOB

화요일, 3월 26, 2013

[B급 프로그래머] UEFI란?

옛날 옛적에 BIOS라는 물건이 있었다. 파워 유저들은 BIOS에 들어가서 새로 장착한 하드디스크를 인식하도록 만들고,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부팅 순서(플로피, CD-ROM, HDD)도 변경하는 등 여러 가지 묘기를 부렸고 여러 잡지에서 이런 기술(?)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한 팁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영체제의 기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주변 장치 역시 엄청나게 발전함에 따라 BIOS는 부팅 시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BIOS가 기반을 두고 있는 16비트 1Mbytes 메모리 주소 체계와 더불어 구식 장비에나 어울릴법한 각종 서비스 함수들은 역사적인 가치를 제외하고서는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란 힘들 것 같다. 하지만 BIOS가 사라진다고 해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이어주는 가교가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인텔이 총대를 매고 (원래 아이태니엄을 위해) EFI(Extensible Firmware Interface) 아키텍처를 발표했고, 애플이 2006년 인텔 CPU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기존 Forth 언어 셸로 유명한 오픈 펌웨어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EFI로 갈아타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UEFI는 인텔이 EFI를 Unified EFI Forum에 기부한 결과로 나온 확장판이다.

그렇다면 UEFI는 어떤 기능을 수행할까? UEFI를 겉보기에 그래픽이 강화된 BIOS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크게 (향상된) 디바이스 진단과 관리, (안정성을 높인) 운영체제 부팅 관리, 텍스트와 그래픽 셸, 프로세서에 독립적인 디바이스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UEFI는 유서깊은 MBR(Master Boot Record)를 사용하는 표준적인 PC 디스크 파티션 대신 GPT(GUID Partition Table)라는 새로운 파티션 기법을 제공해 파티션 숫자와 크기에 대한 제약을 풀어버렸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GPT는 첫 부분(섹터 0)에 Protective MBR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구식 소프트웨어에 대한 호환성도 담보하고 있다. 최신 윈도우리눅스 모두 UEFI의 GPT를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제약많은 구닥다리 MBR은 점차 사라질 운명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외 보안 관련 문제점이 터지면서 UEFI에서 제공하는 안전 부트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기능을 사용할 경우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서명이 들어있는 드라이버 또는 운영체제 로더만을 인식하므로 부팅 과정에서 악성 프로그램이 끼여들 여지를 줄일 수 있다.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UEFI는 하드웨어적으로 안전한 저장소 내에 설정, 데이터, 키를 보관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기본으로 설치된 KEK(Key Exchange Key)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급했기에 윈도우와는 달리 리눅스의 경우 키 배포 문제로 인해 GPLv3를 따르는 GRUB 부트로더를 사용하지 못한다. 하드웨어 업체에게 리눅스 전용 키를 담도록 만들 뾰족한 유인책이 없는 상황에서 래드햇이나 수세와 같은 상용 배포판 업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KEK를 인식하도록 커널을 수정하는 동시에 SUSE and Secure Boot: The Details에서 설명하듯 GPLv3와 호환이 가능한 GRUB2 활용 기법을 고안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소스 진영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디 차갑다. 일례로 토발즈가 쌍욕을 해버린 사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론: 보안과 자유는 양립하기 어렵다.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