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0월 02, 2006

[독서광] 노동의 종말



약속대로 오늘도 어김없이 서평을 올려본다. 사흘에 걸쳐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로 하자. 무거운 주제 1번 타자는 '노동의 종말'이다.



로마 클럽이 유명해진 이유는 로마 클럽이 발표한 보고서의 충격적인 내용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로마 클럽의 예언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로마 클럽이 발표한 내용이 잘못되었기 보다는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라고 보면 너무 낙관적인 생각일까?



방대한 자료와 수많은 사례를 제시하는 제러미 리프킨 큰 형님의 '노동의 종말'을 읽다보니 자꾸만 로마 클럽 보고서가 떠올랐다. 정말로 '노동의 종말'이 현실화 되었다면 jrogue군은 오늘도 편의점에 가서 로봇 앞에서 계산을 했어야 하며, 복잡한 프로그램도 로봇이 짜고 있기에 입에 풀칠할 걱정을 하고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편의점에서 종업원에게 돈을 건내며, 오늘도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아직 완전한 '노동의 종말'을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다른 각도로 보면 '노동의 종말' 끝 부분에서 제 3부문에 대한 내용을 읽다보니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와 E.F 슈마허가 쓴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떠올랐다. $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요즘과 같은 험한 시절에 노동의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해주는 사회를 요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동의 종말'을 읽다 보니 제러미 리프킨은 컴퓨터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희망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여전히 컴퓨터는 'Artifical Intelligence'를 발휘하기에는 'Natural Stupidity'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고 향후 10년이 흘려도 이런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한 술 더 떠서 미처 제러미 리프킨이 예측 못한 돌발 사태까지 벌어지는 형국이다.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아마 제러미 리프킨이 2판을 개정하려면 한국에 와서 몇 개월 연구한 다음에 기술이 아닌 사람에 의한 '노종의 종말'이 가까워 왔다고 새로 판을 짜야할지도 모르겠다.



삐딱한 이야기를 마구 마구 늘어놓았는데, '노동의 종말'에서 보여주는 노동자에 대한 현실 파악은 무척 냉혹하고 정확하다. 한겨례 신문에서 기획한 특집기사를 읽다가 갑자기 '노동의 종말'이 생각이 났다.



70, 80년대 많은 젊은이들은 중소기업 공장으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몸으로 쌓은 기술은 오늘의 우리 경제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오늘, 그들이 청춘을 바친 공장의 미래는 캄캄하다. 연수생을 받은 이후 임금 수준은 바깥 세상보다 낮게 떨어졌고, 작업환경은 낙후됐으며, 기술을 이을 후배들은 사라졌다.


정말 그럴까? 연수생을 받아서 임금 수준과 기술 수준이 형편없이 떨어졌을까? 아니면 '노동의 종말' 효과로 인해 불필요한 부문에 노동력과 기술을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보고 어려운 작업을 또 다른 개발 도상 국가(!)로 넘겨버렸을까? 요즘 여기저기서 인력난을호 소하는 일부 IT 관련 업계에서도 조만간 연수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 때도 이런 이야기가 똑같이 반복될지 무척 궁금하다.



비록 헐리우드 스타일로 빠르게 펼쳐지는 숨가쁜 내용에 100%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삶의 모습을 새로운 각도에서 인식하려면 이 책을 한번 쯤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번역 상태는 썩 좋지 못하다. 중간 중간 흐름이 끊어지며, 'Miami Vice'를 '마이애미의 악마'와 같이 황당무개하게 번역해 놓은 곳이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2005년도에 새로 나온 책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jrogue 군이 보유하고 있는 2004년도 판은 편집 상태도 대략 불량이고 파지도 있다. T_T 인문학 서적이 안팔린다고 난리법썩 떨기에 앞서 민음사부터 앞장 서서 책을 펴내는 정신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으면 좋겠다.



EOB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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