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0월 10, 2006

[좌충우돌 해외 여행기] IKEA 경쟁력



IKEA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어떤 점에서 경쟁력이 있고 뛰어난 기업인지를 명쾌하게 jrogue군에게 설명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본받을만한 기업이라는 이야기만 여기저기 나돌고 있기에 오늘은 독일 도르트문트 근교에 있는 IKEA에 직접 방문해서 경쟁력의 원천(?)을 살펴보았다. 경고: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이야기므로 비즈니스 분석 보고서로 착각하고 엉터리(?) 내용에 분개한 나머지 jrogue군에게 항의 편지는 쓰지 말기 바란다.



IKEA는 DIY 문화가 활발하거나 적어도 정착된 국가를 대상으로 최대한 저가격으로 밀어붙인다는 좀 특이한 개념으로 만든 상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가공된 형태의 물건을 구매해서 집에 직접 가져와서 조립해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1부터 100까지 모든 서비스를 사람 몸으로 때워서 진행하는 한국적인 문화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IKEA도 배송, 조립, 설치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배(물건 값)보다 배꼽(서비스 비용)이 더 커지는 웃긴 상황이 되어버린다.



반가공 조립 방식으로 물건을 팔 경우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물류에 필요한 공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서랍장 하나만 봐도 완전 가공된 상태보다 반가공되어 조립 직전 상태가 부피가 적게 나간다. 따라서 물건을 둘 창고 면적도 줄이고 운반할 때 일반 차량으로도 가능하니 별도 배송도 필요없어진다. 다음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유럽에서는 사람이 개입할 경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주 높기 때문에 조립이라는 무시무시한 단계를 최종 사용자에게 전가할 경우 가격을 상당히 떨어뜨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립을 통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필요한 물건을 턴키로 구매하는 대신 여러 개를 사와서 자기 취향에 맞춰 집을 꾸밀 수 있다. 하지만 조립 과정에서 드라이버도 돌리고 사포질도 하고 못질도 하다보면 발톱이 쑥쑥나오니 성질 급한 사람이라면 이런 반가공 형태의 물건을 구매하다가는 제 명에 못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T_T (jrogue군도 오늘 작은 서랍장 하나 조립했는데, 지금 발톱 쑥 나왔다.)



IKEA에서 손님을 끄는 방법에 대해 잠깐 생각해봤는데, 우선 IKEA는 3개월 이내 물건 교환/반품이 가능하다. 충동구매를 마구 부추기는 무시무시한 전략인데, 물건에 하자가 있건 없건 영수증만 들고가면 아무 군소리 없이 무조건 교환/반품해준다. 실제로 교환/반품 창구는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도록 설계되어 있고, 물건을 반납하면 돈 대신 바로 옆에 설치된 ATM에서 돈을 뽑을 수 있는 쿠폰을 준다. 교환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너도나도 충동 구매를 하게 된다. 다음으로 형편없는(?) QA이다. QA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해서 물건 가격을 싸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물건을 왕창 구매했을 경우 반드시 한두개는 결함이 있는 물건이 뽑히기 마련이다. 물론 반품/교환이 너무나도 자유로우므로 다시 매장에 가서 바꿔오면 그만이므로 여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불만이 없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바로 고도의 상술이다. 물건만 딸랑 반품하러 가기에는 좀 그렇지 않은가? 반품하는 김에 다른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고 점심도 먹고 오니 IKEA는 바로 이걸 노리는 듯이 보인다. 그 다음으로 강력한 미끼 상품이다. 수도꼭지 하나에 50유로 하는 동네지만, IKEA에 가면 10유로면 구입이 가능하므로 단돈 10원에 벌벌 떠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유혹을 뿌리치겠는가?



IKEA에 가면 무료로 주는 연필을 챙기기 바란다. 이 연필의 목적은 필요한 물건을 적어 놓았다가 나중에 매장 직원에게 물어봐서 위치를 찾거나, 아니면 진열품만 있고 실제 물건이 다 떨어진 경우 매장 직원에게 갖다달라고 할 때 무척 유용하다. 인원을 최소로 유지하기 위해 매장 내 인력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이런 센스를 발휘한 듯이 보인다. 또한 줄자를 깜빡 잊고 안 들고가서 난처한 경우가 많은데, 더블 센스로 종이 줄자를 곳곳에 비치하고 있음으므로 필요하다면 자유롭게 뜯어서(?) 사용할 수 있다.



장래 고객이 될 어린이를 위한 각종 놀이 시설을 만들어 놓았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점심 식사나 커피를 마시도록 카페테리아(카페테리아 천장에는 IKEA에서 파는 장난감을 매달아 놓았다. 애들 밥먹으면서 구입하도록... OTL)도 운영하고 있으므로, 사람들이 IKEA에 놀러가는 기분으로 들락달락하게 만든 전략도 상당히 적중한 듯이 보였다. 마지막... IKEA라는 이름은 누구나 외우기 쉽다. 애들도 IKEA라는 이름은 아는 정도니...



하지만 DIY 사업이 모두 파토가 나버린 빨리 빨리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는 IKEA 전략이 절대로 통할 것 같지 않다. 백화점이랑 편의점도 얼마 이상 구매하면 무료로 배송해주는 상황인데, 과연 누가 낑낑거리며 무거운 짐 들고 와서 조립까지 하려고 할까? 이래서 나라별로 문화적인 차이를 아는 게 중요하다. 재미있었나? 그렇다면 숙제로 집 근처 E마트를 방문해서 한국에서 E마트가 승리한 이유를 직접 찾아보시라.



EOB

댓글 7개:

  1.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무리 저렴한 물건이라도 서비스 받기를 원합니다. 외국의 대형 할인점이 국내에서 맥을 못추는것이 그렇고 카센터에서 오일을 구입하면 직접 갈아주죠.
    그러나 항상 예외가 있듯 국내 DYI 매니아(?)들은 인터넷으로 필요한 재료를 주문하죠. 그러나 여기서도 고객이 재품을 손수 재작한다는 취지를 조금 벗어나는 서비스가 있는데 서랍장을 만들기 위해 간단한 설계도면을 보내주면 재단을 해서 보내주죠.
    그런데 어쩐일로 IKEA에 들르게 되신건가요? 그곳에 오두막 짖고 사시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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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IKEA 물건을 몇개 조립해 봤는데, 필요한 공구는 모두 포함되어 있더군요. 덕분에 드라이버나 망치 등을 찾아 해맬 필요는 없었어요. 조립도 깔끔하게 잘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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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리도 독일 있었을때 IKEA 많이 사용했지. 인건비가 높고 DIY가 보편화 돼 있다는 기본 전제가 IKEA의 성공요인인 것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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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인건비가 높고 DIY가 보편화 --> 허걱. 우리 이야기다. 인건비가 높아서 할 수 없이 몸으로 때우는...-_-;;

    이틀 내내 화장실 페인트칠, 환풍 기구 갈기, 타일 사이 오래된 백시멘트 긁어내고 다시 바르기, 방수액 입히기, 실리콘 긁어내기..... 그래도 아직 다 못 끝냈음.

    돈 벌어서 DIY 안하고 살고 시포여..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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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하하... 애독자 여러분 덕택에 무사히 독일에 다녀왔습니다. IKEA에서 연필 한 자루 가져왔는데, 깜빡 잊고 독일에 도구 왔네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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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jrogue님.

    명쾌할 지 어떨진 몰라도 businessweek에서 2005년 11월에 IKEA cover story를 다룬적이 있습니다.. (트랙백 신고 겸해서 제 블로그 링크를 달아놓겠습니다)

    http://andyko.egloos.com/49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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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한국에서 이마트가 승리한 것은 배달이 되기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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