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아이디어: 세계 금용시장을 뒤흔든' 감상문을 읽고서 일부 독자분들께서 질문을 해왔다. 이렇게 효율적인 시스템이 왜 종종 붕괴합니까? 동전에는 양면이 있듯이, 항상 효율적이며 숙련되어 탄탄한 시스템이 존재할지라도 사람의 탐욕은 이 시스템 자체를 교란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지난번 '투자 아이디어'가 긍정적인 측면을 여러분 마음 속 깊이 심어줬다면 오늘 소개할 '전염성 탐욕: 기만과 위험의 금융활극과 시장의 부패'는 부정적인 측면을 여러분 마음 속 깊이 심어줄 것이다.
ㅈ 일보에수학으로 연봉 1조원 벌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아, 물론 낚시성 제목은 ㅈ 일보의 특징이다). 본문 중 일부를 볼까?
차익거래는 주식시장에서 선물(先物)과 현물(現物)의 가격차이를 이용해 위험 없이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의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에 금융비용을 가산하여 산출한 선물의 이론가격 사이에 일시적인 불일치가 발생한다. 선물가격은 이론가격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의 비교도 가능해진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선물과 현물 중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쪽을 매수함과 동시에 높게 평가된 쪽을 팔면 그 차익(差益)을 아무 위험 없이 얻을 수 있다. 이런 차익거래를 하려면 이론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 낼 수 있어야 하고, 차익거래에 수반되는 거래비용도 분석해야 한다. 이 분석 노하우에 헤지펀드의 성패가 달려 있다.
이 문장(더 나가서는 기사 전체)을 보고 행간에 숨어있는 내재된 기회와 위험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면 '전염성 탐욕'을 강력하게 추천한다(기자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얼마나 위험한 도박에 뛰어들었는지 알았다면 절대로 이런 긍정적인 기사를 쓰지 못했을거다. OTL). 물론 행간을 읽지 못하더라도 돈에 대한 끊임없는 사람의 욕심에 대해 고찰하고 싶은 분께도 역시 강하게 추천한다. '전염성 탐욕'은 처음에는 긍정적인 위험 회피 수단으로 출발한 파생 상품, 금융 공학이 탐욕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내부자거래, 분식회계, 손실전가, 기업파산, 시스템 붕괴위험과 같은 최악의 사태로 치닫는 배금주의 문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염성 탐욕'에서는 뱅커스 트러스터 사건, 엔론 분식회계, 캘리포니아 연기금 투자 손실, 베어링스와 롱텀 캐피탈 몰락, 아시아에 불어닥친 IMF 위기와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 뒤에 숨겨진 내막을 속이 다 시원하게 파해쳐버리며,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긴 원인을 항간에 언론등을 통해 알려져 있는 몇몇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대신 통제 시스템의 결여와 사회적인 분위기라는 더 큰 무대로 옮겨버리므로 '위험 통제'가 지극히 어려워진 현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본문 중 재미있는 문구를 하나 소개한다.
그린스펀은 1996년 12월에 행한 연설에서 그 후 유명해진 이런 발언을 했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비 이성적 열광이 자산 가격을 과도하게 상승시켰다."
'비 이성적인 열광'이라는 말은 금세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 유행어가 됐다. 투자자들은 그 동안 자신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했다는 그린스펀의 비판을 듣게 되자 화를 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주가가 연 20%씩 상승하는 증시판에 끼어든 게 왜 비정상인가? 그리고 설령 증시에 투기적 거품이 낀 상태라고 해도 그 속에서 돈을 좀더 벌다가 거품이 폭발하기 전에 탈출하면 될 것 아닌가?
하하하... 윗글 보면 요즘 한국의 부동산 사태가 떠오르지 않은가? 주가를 부동산 가격으로 바꾸고 증시판을 아파트 투매장으로 한번 바꿔봐라.
뱀다리: 혹시 주가 연계 증권(ELS)와 같은 파생 상품에 가입하려고 하는 분들은 이 책을 유심히 읽어보고 자신이 어느 정도 범위까지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 상당히 위험한 상품을 설명도 없이 너무나 손쉽게 파는 세상이니...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