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3월 10, 2012

[끝없는 뽐뿌질] 레노버 ideapad B570(셀러론 B800)

이번에 어떻게 하다보니 노트북을 하나 구매하게 되어 사용기를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현 시점(2012년 3월 초)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아니 추정하는) 녀석을 골라 봤는데, 뽐뿌질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노트북을 사면 안 되는 분들을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다음과 같은 목적이 있는 분들은 절대 이 노트북을 사면 안 된다.

  • 이동성이 강하고 크기가 작은 노트북을 원하는 분들은 이 노트북 사면 안 된다. 큼직한 15인치다.
  • CPU intensive한 작업을 하시는 분들은 이 노트북 사면 안 된다. 셀러론 B800은 샌디브릿지 계열이긴 하지만 코어i5에는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가상화 명령어(Vx-T는 들어있고 Vx-D가 빠져 있음. 지적해주신 익명님께 감사)가 빠져 있으므로 가상화 관련 소프트웨어 구동 과정에서 애로 사항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 3차원 오락을 즐기실 분들은 이 노트북 사면 안 된다. 내장 그래픽으로 3차원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들 알고 계실거다.
  • 베터리 수명을 중요하게 생각하실 분들은 절대로 이 노트북을 사면 안 된다. 무게는 2kg 초반이라서 15인치 치고는 상당히 가볍지만 6셀 배터리 수명이... CPU 전력 소모와 맞물려 스펙상 3시간이 채 안 될거다! (버럭!)
  • 화면 해상도가 높아야 성이 풀리시는 분들은 이 노트북 사면 안 된다. 1366x768이라 15인치에서 시원하게 보이긴 한데 HD급 영화를 제대로 재생하려면 화면이 좁아 터져 특수 효과가 바깥으로 나올 기세다. 이런 분들은 그냥 신형 아이패드를 사시라.
  • 터치 패드가 강력해야 한다면 이 노트북 사면 안 된다. 그냥 맥북 에어를 사시라.

자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이 노트북 살 마음이 뚝 떨어질 것이다(작전 성공). 하지만 무게 2.2kg에 HDD 500G에 윈도우 7 홈 에디션(64비트!)정품이 설치되어 있고 VGA 포트 이외에 HDMI 포트도 넉넉하게 붙어있고 블루투스 2.1에 USB 포트 4개에 4-in-1 메모리 카드에 11n 무선랜까지 다 지원하는 녀석을 40만원에 살 수 있다면(g**shop 특판가(쿠폰)에 신용카드 할인까지 붙여 구입했다. 지금은 가격이 원상복구 된 듯)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RAM이 2G지만, 요즘 RAM 가격 다들 알고 계시죠? ㅋㅋ 큰 부담 없이 돌려보고 좀 느리다 싶으면 2G 모듈 하나 사서 확장하면 된다(B570 램 슬롯이 2개인데, 2G짜리 램 하나만 슬롯에 꽃혀 있으므로 메모리 확장할 때 아주 편하다). 원래 B5x0이 에센셜 시리즈로 나올 때 인텔 코어 i5를 장착하고 나왔는데, 저가 시장을 노리기 위해 B800이라는 CPU를 넣어 B570이라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인텔 코어 i5 장착 모델도 판매 중인데, 역시 가격은 착한 듯이 보인다. 또 다른 외전으로 AMD 자카테 듀얼이 탑재된 575 모델도 있는데(이 모델은 그래픽이 강할 듯), 나머지 사양은 비슷한데 운영체제가 언번들되어 있다.

자, 그러면 사용 후기를 한번 정리해보자. 15인치라는 크기에 비해 무게는 2.2kg으로 만족스럽다(물론 배터리 수명 3시간이라는 압박이 엄청나게 다가올테다.). 전원 어댑터가 보통 벽돌만한 녀석이 따라오지만, 이 모델에는 한 손에 쏙 들어갈 길고 얇은 전원 어댑터가 따라오므로 더욱 만족스럽다. 우선 부팅 속력은 그리 빠르지 않다. Rapid Boost 어쩌구 하는데, 중간 중간 calibration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서도 30초 이상 부팅 시간이 걸린다. 40초 넘어가면 calibration해라는 귀찮은 문구가 나오는데 그 때마다 맥북 에어가 생각난다. T_T 다음으로 성능인데 윈도우 7 환경에서 웹 브라우징, 동영상 감상, 워드프로세싱/스프레드시트 작업에는 특별한 애로 사항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묵직한 게임 등을 하려면 분명히 문제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ㅋㅋㅋ). 키보드는 15인치 넉넉한 공간을 활용해 키 간 거리를 떨어뜨리고 옆에는 10키까지 제공하므로 확실히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트랙패드 성능은 실망스럽고(또 다시 맥북 에어가 생각났다. T_T) 씽크패드 시리즈에 들어있는 빨간콩이 없어서 마우스 지참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USB 포트는 좌우 적당히 잘 분산했기에 다른 노트북과 비교해 상당히 만족스러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웹캠을 잘 쓰지는 않지만 30만 화소라 더욱 쓸 일이 없어 보이기는 한다.

번들된 소프트웨어를 보니까 노턴 고스트의 번들 판인 원키 레스큐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고 디스크가 C와 D로 파티션되어, D 영역에 운영체제 이미지를 만들어 넣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론 D 파티션 영역이 상당히 작기 때문에(30G인가 그랬다), 운영체제 설치 후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바로 원키 레스큐로 이미지를 뜨기 바란다(아주 간단하며 시간도 얼마 안 걸린다). 또한 놀랍게도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스타터가 들어있었다. 광고를 보는 답답함만 참을 수 있다면 가정에서 워드와 엑셀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온 녀석으로 바로 교체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다(귀찮게 등록해야 하고 유효 기간도 있고 하니까...). 기타 번들로 DVD 라이터, 지문 인식 소프트웨어 등등이 들어있는데 그냥 쓰기에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웹 브라우저는 IE9과 크롬(!)이 둘 다 기본으로 들어 있어 편하다.

이제 최종 정리해보자. B570 모델은 가격 대비 성능이 아주(!) 뛰어난 세컨드 노트북으로 사용 목적에만 맞다면 상위 노트북을 대신해 잘 굴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뽐뿌질에 홀라당 넘어가지 않도록 위에 정리해놓은 경고 문구를 다시 한번 잘 읽어보고 필요에 따라 구입하시기 바란다.

EOB

토요일, 3월 03, 2012

[독서광] 부의 기원(2)

오늘은 부의 기원 2부 '복잡계 생태학'에 대해 독후감을 정리하려고 한다. 2부는 슈거스케이프라는 설탕 따먹기 게임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오픈소스로도 나와 있는 이 간단한 게임은 설탕이 흩어져 있는 가상의 섬에 사람들이 난파될 경우 어떤 현상이 생기는지를 시물레이션한다. 초기에는 평등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이 생기는 현상을 물리적 환경, 유전, 우연, 행운, 출생 등 모든 것이 작용하면서 일어나는 파레토 법칙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핵심은 어떤 한 지점에서 조그만 차이(행운 또는 불행 등)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가 나는 길로 접어 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가난과 불평등을 이끄는 인과 관계는 "흔히 XXX 때문이다"라는 단순한 문구로 설명하기가 결코 녹녹하지 않다. 다시 말해, 가난은 착취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이론과 멍청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이론 모두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강조하고 들어간다(그래서 이 책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시 한번 좌파와 우파의 대결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나서 머리 아픈 비선형적인 성질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비선형성은 초기 조건상에는 조그만 차이에 불과한 사건이 시간이 감에 따라 크게 확대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경로에 의존(역사가 중요)하므로 예측이 아주 어려워진다. 경제는 이렇게 동태적인 시스템이자 비선형 시스템이지만 카오스가 아니라는 점(주의: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이 책에서 하는 말이다)이 우리를 괴롭힌다. 아예 무작위적이라면 사람들은 그냥 포기하고 말텐데, 분명히 뭔가 규칙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식 차트의 추세선도 보고 금 시세 변동 그래프도 보고 난리법썩을 떤다. 하지만 단기 예측은 가능하지만 장기 예측이 무척 어렵다는(기상 예보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인해 어떤 패턴과 추세를 파악해 돈을 벌기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여기까지 설명을 끝낸 다음에 행위자들이 개입하는 심리 게임으로 넘어간다. 스타트랙의 스폭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설명한다. 공평성과 상호주의로 인한 의사 결정의 불합리성, 인간의 다양한 약점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합리성, 귀납적 패턴 인식 능력으로 인해 이야기를 좋아하는 성향(그래서 예측은 어렵지만 사건 설명은 쉽다)을 설명하면서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이 가정하는 완전 합리성에 대해 반기를 든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설명에 따르면 차익거래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데(차익 거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바로 그 순간 차익 거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존재하는 모순에 대해 조금씩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행위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에 대한 설명이 전개된다. 사회적 네트워크야 요즘 SNS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로 인해 한결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사회적 네트워크가 개인에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거대한 조직의 기능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인간의 경제 조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규모가 커지고 혁신이 일어나는 이유를 조직 내부에 가능한 상태의 수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가 종종 규모가 큰 조직을 압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이 복잡해질 경우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상호 의존의 수가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하를 줄이기 위해 등장한 관료주의가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상호 의존의 수가 늘어나면 네트워크 한 부분에서는 긍정적이던 변화가 단계적 반응을 거쳐 다른 곳에서는 부정적인 변화를 야기할 확률이 노드 수에 따라 기하 급수적으로 커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기업들이 관료주의를 없애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네트워크에서 자신들의 담당 영역만 최적화하려고 드는 순간 다시 관료주의가 고개를 내민다. 무엇하나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상호 작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충돌과 제약의 확률이 더 높아지며, 결국 "아니오"라는 보신주의가 판을 치게 되어버린다. 조직의 적응성을 높이고 상충하는 제약 조건을 피하려면 조직을 쪼개고(스핀오프) 네트워크 안의 네트워크로 구조화하기 위한 계층적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카우프만이 주장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계층적 구조가 관료주의의 산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계층적 구조는 상호 의존성을 낮추고 조직 전체가 자리잡기 전에 조직이 더 큰 규모가 될 수 있게 만들어주기에 관료주의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안물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마지막으로 예측할 수 없는 행동, 평평한 계층 조직, 매우 밀도 높은 상호 연결을 혼합할 경우 무슨 일을 벌여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직관에 반하는 통찰력을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직이 너무 질서 잡힌 체제에 깊이 박혀버리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공룡처럼 되어버리기에 혁신을 추가적으로 자극하려면 카오스적인 요소를 조직에 침투시켜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러면 100% 망한다. T_T 요약 정리해주자면... 관료주의의 현상과 해악과 해법에 대해 궁금한 독자라면 꼭 7장을 읽어보기 바란다.

여기까지 설명을 풀어놓고 나서... 이제 본 게임인 창발성에 대해 설명이 전개된다. 복합 적응 시스템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진동, 단속 균형, 거듭제곱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경제의 사이클(불황과 호황이 오가는), 본질적으로 기술이 모듈적인 이유(모듈의 조립이 아키텍처이며, 모듈의 혁신이 일어나면 새로운 아키텍처가 탄생해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지진과 주식 시장의 유사성(랜덤워크가 아니라 거듭 제곱 법칙에 따른 분포를 보인다. 따라서 랜덤워크를 사용하는 전통 경제학으로는 블랙스완으로 대변되는 주식 시장의 엄청난 변동성을 설명하지 못한다)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 없는 디자인을 가능하게 만드는 주인공인 진화에 대해 설명한다. 디자인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목적에 대한 적합성과 복잡성의 결합이다. 따라서 디자인된 것들은 엔트로피가 낮다(이런 엔트로피 문제 때문에 폐차장에 태풍이 불어쳐서 부품이 이리저리 결합되어 보잉 747이 나올 확률은... 사실상 0%다). 그렇다면 생물이 되었든 사회 구조가 되었든 제품이 되었든 다양한 디자인 공간에서 특정 설계 안을 선호하게 만들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인가? 바로 진화다. 진화는 기질 중립적인 하나의 알고리즘이며,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정해진 대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정보를 처리한다. 진화는 많은 디자인들을 시험해보면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고, 그 중 좋은 것은 더 많이 채택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버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예측, 계획, 합리성, 의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기계적인 절차(알고리즘)만 존재할 뿐이다. 어떻게 기계적인 알고리즘만으로 디자인이 가능해질까? 높은 정점을 향해 가는 적합도 지형을 탐색하는 예를 들어 설명을 전개한다. 가장 먼저 임의의 방향으로 한걸음 움직여 기존 위치보다 낮을 경우에만 다시 다른 지형을 탐색하고 높을 경우 되돌아가지 않고 올라가는 적응적 보행 기법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지역적인 최적화라는 덫에 걸려 에베레스트 등정은 커녕 동네 뒷동산에 갇혀버리기 딱 쉽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랜덤 점프(임의 거리 임의 방향으로 한번에 이동)라는 기법을 설명한다. 물론 랜덤 점프에는 무시무시한 단점(계곡에 빠지면 죽는다)이 있긴 하지만, 일단 제대로만 점프하면 지역적인 최적화에서 가뿐하게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현실에서는 적응적 보행 기법에 랜덤 점프를 섞어서 사용하는 방법을 택한다. 여러 명을 풀어 일부는 적응적 보행 기법으로 탐색을 하도록 만들고, 종종 배포 좋은 몇 명을 뽑아 베팅(랜덤 점프)을 하게 만들면 국지적인 위험에 빠질 위험도 줄이고 무모한 시도로 인한 계곡 점프도 막을 수 있다. 여기까지 설명하면 바로 진화가 떠오를 것이다. 돌연변이가 위험하긴 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베팅에 성공하면 대박이 터지는 셈이니까. 진화는 도박꾼이지만 가능성을 매우 잘 활용하는 훌륭한 도박군으로 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경제와 진화를 어떻게 연결할까? 진화가 부를 창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겠다. 설계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9장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기 바란다.

EOB

토요일, 2월 25, 2012

[독서광] 부의 기원(1)

속독법을 배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책을 빨리 읽는 편이라, 어지간한 책은 일주일이면 독파가 가능한데, 오늘 소개하는 '부의 기원'은 구입해놓고 완독할 때까지 몇 달이 걸리고 말았다. 책이 두꺼운(본문만 700페이지!) 관계로 집에서만 틈틈이 읽어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들고 다뎠더라도 책과 함께 아마 상당한 시간을 보냈으리라는 생각이다. 읽으면서 생각해볼만한 내용도 많았고 고민할 내용도 많았기에, 이 책은 몇 번에 걸쳐 독후감을 써볼 생각이다(지금까지 블로그를 쓰면서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앞으로도 이런 경우는 드물겠지?).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다 읽고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구글을 뒤져보았지만, 완독하신 분이 드문지 아니면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지 그도 아니면 이 책의 내용에 감동 먹고 독후감 쓰기를 포기했는지 의외로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지금부터 슬슬 이야기를 풀어놓겠다.

먼저 이 책의 성격을 규정해보자. 이 책은 복잡계 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서문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듯,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 다시 말해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는 책'이다. 따라서 현실에 바로 적용 가능한 10단계 프로그램이 담겨 있거나 XXX가 알아야 할 100가지 규칙을 설명하는 책은 절대로 아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일반적인 독자들이 이 책을 호기심에서 구입했다가(자그마치 제목이 '부의 기원'이니... 돈 버는 역사와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착각을 하기가 딱 쉽다) 바로 떡실신하고 gg치는 상황이 벌어졌으리라 예측이 가능하다(낄낄). 이 책은 복잡계, 행동 경제학, 네트워크 이론, 진화 이론을 바탕으로 시장, 정부, 기업, 사회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전개하고 있으므로 경영/경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_반드시_ 읽어봐야할 필독서라 보면 틀림없다.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비교적 짧은 1부에서는 '패러다임의 이동'이라는 제목으로 부가 어디서 오는지, 전통 경제학에서는 부의 기원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이런 전통 경제학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다룬다. 2부 '복잡계 경제학'에서는 슈가스케이프라는 설탕 따먹기 게임을 예로 들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일어나는 사회적 진화를 설명하고 나서 동태성, 행동 심리학, 네트워크, 창발성, 진화 이론을 토대로 기존 고전적인 경제학에서 벗어나 현상을 좀더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학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3부 '진화는 어떻게 부를 창출하는가'에서는 디자인 공간이라는 경제의 진화 모델을 제시한 다음에 물리적 기술, 사회적 기술, 경제적 진화라는 3부분으로 경제적인 발전을 설명하고, 최종적으로 엔트로피와 불가역성을 토대로 기존의 균형잡힌 경제관에서 벗어나 부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4부 '기업과 사회에 대한 의미'에서는 진화를 위한 전략, 사고하는 사람들의 조직, 기대의 생태계인 금융, 요즘같이 왼쪽이니 오른쪽이니 시끌법적한 상황에 딱 어룰리는 마무리인 정치와 정책을 두고 벌어지는 좌우 대결의 종말을 다룬다.

자, 그러면 오늘은 1부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말을 정리해보자. 1부가 수요와 공급의 균형, 한계 효용의 법칙, 일몰일가 법칙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경제학이 주장하는 이론의 한계에 대해 설명한다는 사실을 알고 읽어보면 더욱 감이 잘 올 것이다.

이 책에서 부는, 간단하지만 매우 강력한 3단계 공식, 즉 차별화, 선택, 증식이라는 진화의 공식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경제 시스템과 생물학적 시스템 모두 보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진화 시스템의 부분 시스템이라 보면 그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
진화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진화에 대해 '디자이너 없는 디자인'을 만드는 다목적용 알고리즘이라고 말한다.
진화는 시행착오를 통해 디자인을 창조한다.
진화는 가능성이라는 건초 더미에서 좋은 디자인이라는 바늘 몇 개를 발견하는 그런 알고리즘이다.
합리성과 창의력은 경제에서 진화 알고리즘의 작동에 영양분을 주고 그 행태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자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에서의 예측은 매우 단기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학자들이 씨름을 해왔던 가장 근본적인 의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부는 어떻게 창출되는가, 다른 하나는 이 부가 어떻게 배분되는가 하는 것이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 두가지 문제를 다 다뤘다.
생산에서의 한계 수익 체감과 소비에서의 한계 효용 체감을 결합하게 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가격이라는 균형 메커니즘을 갖게 된다. 가격은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다.
어떤 상품과 효용 구조, 그리고 생산 과정이 모두 주어졌다고 가정할 때 가격은 정확히 얼마인가? 우리는 이 가격을 계산(또는 예측)할 수 있는가?
슘페터는 경제 성장은 단순히 이미 생산되고 있는 제품의 양을 증가시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관찰해 냈다. 즉 혁신의 역할이 있다는 얘기다.
국가를 부유하게 하는 것은 그 나라가 얼마나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자본이 얼마나 생산적이냐에 달렸다는 얘기다.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은 기술이다.
대부분의 전통 경제 모델은 실제로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대신 경제는 하나의 균형에서 다른 균형으로 순식간에 이동하며, 균형 간의 이행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고 간단히 가정해버린다. ... 그러나 시간은 현실 세계의 경제 현상에서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중요한 변수다.
대부분의 전통 경제학 모델들은 비현실적인 가정에서 출발해 수학적 불가피성에 따라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면 그 역시 비현실적인 결론이 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현실 세계는 '매우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정말 단순한 사람들'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텐데도 전통 경제학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상황에 너무나 머리 좋은 사람들'로 모델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가 그 획득에 비용이 들고, 불완전하며,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에서는 우리의 뇌가 '완전환 최적'보다는 '충분히 좋은' 것을 빨리 고르는 의사 결정 쪽에 맞춰질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현실 시장은 공급과 수요가 같아지는 상황이 결코 있지 않으며, 시장은 거의 균형에 이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시장들은 균형보다는 불균형이라는 가정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런 시장에는 재고, 주문 잔고, 여유 생산 능력, 불균형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중개자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주식 시장에서 재고의 존재는 휘발성의 변동성이 매우 높은 주식 시장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주식 시장이 더 이상 랜덤워크가 아니라는 사실은 시장이 크게 움직일 때, 다시 말하면 시장이 균형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때 통계적으로 가장 분명하다. 주식 가격 데이터에는 확실히 동적인 구조와 정보가 있다.
사실상 시스템이 결국 균형에 이른다면 그 시스템은 안정적이지 못하고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음 번에는 2부에서 주장하는 바와 느낀 바에 대해 요약하고, 여기서 나오는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정리해보겠다.

EOB

토요일, 2월 18, 2012

[독서광] 프리젠테이션 마스터

프리젠테이션 젠을 출간한 에이콘 출판사에서 이번에 새로 프리젠테이션 관련 서적이 나왔다고 한 권 보내줬기에, 독후감을 정리해보았다. 오늘 소개할 책은 '프리젠테이션 마스터'라는 책인데, 현란한 프리젠테이션에 앞서 기본기가 되는 의사 소통 기술을 80가지 사례를 들어 잘 설명하고 있다. IT 회사의 중역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정리했다면 따분했을 텐데, 이 책 저자인 (할아버지뻘...) 와이즈먼은 현명하게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여러 분야에서 얻은 사례와 교훈을 정리해준다. 즉, 의사 소통이라는 보편적인 기술 위에서 프리젠테이션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방법을 소개하므로 이 책을 잘 읽고 응용하면 기존 프리젠테이션 책과는 차원이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겠다. 바꿔말하면 당장 프리젠테이션에 적용 가능한 내용은 아니라는 말도 된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 슬라이드 디자인, 발표력, 질문과 답변 방법, 프리젠테이션 완성이라는 다섯 가지 범주를 놓고 각 범주에 어울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와이즈먼 스스로도 훌륭한 연사이기도 하므로, 소개하는 각 일화가 분량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미있다. 게다가 스스로 반성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주므로 B급 관리자도 예전에 실수한 내용을 떠올리며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ㅋㅋ

그러면 오늘은 좋은 글을 그대로 따오는 대신, 이 책을 읽다가 배운(아니 깨달은) 몇 가지 교훈을 정리해보겠다.

  • 가장 설득력 있는 단어는 '여러분'이다. 이는 술자리든 발표장이든 공개 회의 석상이든 어디서든 통하는 단어다. 술자리에서 '나'라는 단어만 이야기하는 사람 곁에 가고 싶지 않지? 발표장이라고 다를까? '내'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발표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 발표 길이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면? 아리송하면 무조건 짧게하라. 15분이면 족하다.
  • 확신을 주는 단어를 사용하라. '~를 자신합니다.', '~를 확신합니다.', '~를 기대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방법이다.
  • 발표자는 슬라이드가 아니라 바로 나다.
  • 영업을 뛸 때는 발표자료만 email로 내던지지지 말고 직접 만나서 의사소통하라.
  • 효과적인 파워포인트 활용법의 핵심은 찰나의 멈춤이다. 매트릭스 블릿 타임을 생각하자.
  • 빠르게 말하는 습관을 고치려면... 문장이 끝날 때마다 잠시 멈추면 된다. T_T
  • 눈맞춤을 하려면 눈높이와 각도가 맞아야 한다. 강연장이나 회의실에서 어떻게 동선을 탈지 미리 계산하자.
  • 업무상 중요한 발표를 할 때는 한치의 떨림도 없이 자신의 사업을 확신에 찬 태도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능숙해져야 한다.
  • 모든 프리젠테이션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나누는 대화로 만들어야 한다.
  • '음', '어'와 같은 무의한 삽입어는 절대로 금물. 중간에 잠시 멈추면 해결된다.
  • 여러 가지 질문이 나올 때는, 한 가지 질문에 먼저 대답하고 질문자에게 다시 한번 다른 질문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하자. 밑져야 본전인 훌륭한 전술이다.
  • '당신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인가요?'에 대한 대답은 '저의 약점은 ___ 입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_____를 하고 있습니다.'다.
  • '왜 당신 회사 제품은 경쟁사 제품에 비해 더 비싼 가격을 받나요?'에 대한 대답은 '<중요한 제품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제품을 구매하시면 결과적으로 가격 대비 만족도를 크게 얻을 수 있습니다.'다.
  • 잘못된 추정에 따른 질문이 나올 경우 이를 아주 강력하게 부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아니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 질문에 대해서는 최대한 짧게 대답해야 한다.
  • 연사를 보고 슬라이드를 읽도록 유도하기 위해(일부 나라를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은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다) 발표를 할 때 항상 스크린을 좌측에 두고 청중을 바라봐야 한다.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한데, 유감스럽지만 단상이 청중이 바라보는 쪽에서 오른쪽에 가 있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목격했다.

결론: 명연사/명연설/명강의, 프리젠테이션 젠, slide:logy와 함께 발표를 많이 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EOB

토요일, 2월 11, 2012

[독서광] 백트랙 5로 시작하는 무선 해킹

지난 번에 올린 [독서광] 공포의 해킹 툴 백트랙 4이 너무나도 인기가 좋아(좌측 순위를 봐라! 무려 3위를...) 백트랙 5 책을 읽고나서 독자 여러분을 위해 서평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백트랙 5로 시작하는 무선 해킹'으로 지난번 백트랙 4 책에서 살짝 맛을 보여줬던 무선 네트워크 해킹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번 백트랙 4 서평에도 지나가는 말로 설명하고 넘어갔지만, (특히 자기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무선 AP에 접속해 뭔가를 하는 행위는 사실상 클라이언트 종류(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에어 등등)나 암호화 종류와 유무에 상관없이 위험에 노출된다고 보면 틀림없다. 사람들이 착해서 다행이지(이럴 때는 선성설을 믿는다. T_T), 정말로 마음먹고 덤비면 사실상 무선 네트워크 보안에는 장사가 없다. 어느 정도 보안 지식이 있는 분들이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손발이 오그라 들면서 되도록 무선 AP 접속을 자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게 들지도 모르겠다. 맞아... 무선 AP는 필요악이였어. T_T

도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기에 이리도 호들갑을 떠느냐구? 이 책은 백트랙 5 배포판과 저가 무선 랜 카드를 사용해 공개되거나 공개되지 않거나 암호화 되거나 암호화 되지 않은 AP들을 이리 뚫고 저리 뚫고, 클라이언트를 이리 속이고 저리 속이는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스크립트 키드용 책이라고 생각들지도 모르겠지만, 컨퍼런스에서도 발표한 저자의 독창적인(?) 공격 방법을 읽다보면 왜/어째서 이런 보안 취약점이 벌어지는지 뒷 배경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복잡한 암호 알고리즘이나 수식은 나오지 않으므로, 이해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백트랙 4 책과 마찬기지로 보안과 관련해 이론적인 내용이 궁금하면 다른 책과 자료를 찾아보기 바란다.

자 그렇다면 친절하게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해봤다.

  • Q: SSID를 숨겨 놓으면 크래커들이 공유기를 못 찾으니 안전하지 않을까? A: 30초면 찾는다. ㅋㅋ
  • Q: 느려 터지게 무신 암호화야! 공개로 두는 대신 MAC 주소로 보안을 걸어 놓아도 안전하지 않을까? A: 1분이면 MAC 주소 파악한 다음에 MAC 주소를 위조해서 이미 접속이 끝난 상태가 된다.
  • Q: WEP 정도만 써도 일반 해커가 뚫기는 어렵지 않나? A: 10 ~ 15분이면 WEP 암호 자체를 따 낼 수 있다. 물론 어떤 악조건하에서도.
  • Q: WPA2/PSK와 같은 초강력(?) 암호화 기법을 사용하면 절대 못 뚫지 않나? A: 충분한 사전을 확보하고 사회공학적인 정보까지 여기에 추가하면 끝장이다. SSID 이름을 알면 프리컴파일 기법으로 현장에서 뚫을 수 있도록 시간 단축까지 가능하다. 심지어 무선 AP를 꺼놓거나 물리적으로 떨어진 장소에서라도 하니팟을 사용해 클라이언트 접속을 유도해 암호를 유추할 수도 있다. (허걱)
  • Q: DoS 공격은 치기 어린 20대 청년들이 룸싸롱에서 술마시다 의기가 투합해야지만 가능한거지? 따라서 물리적으로 분산된 무선 AP는 DoS 공격에서 안전하겠네? A: 인증 해제, 결합 해제 공격으로 20대가 아니라 70대 할아버지 할머니도 강아지가 짖어대는 옆집 AP를 간단하게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
  • Q: 물리적인 AP 복제는 불가능하니까 안심할 수 있지 않나? A: 소프트웨어적으로 AP를 복제해놓고 인증 해제로 재접속을 유도하면 중간자 공격까지 가능하다.
  • Q: 공유기 관리자 암호는 못 풀지? A: 절대 안 그렇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하지?
  • Q: 아니 이렇게 해도 문제 저렇게 해도 문제면 아예 AP를 쓰지 마라는 이야기냐? A: 자나깨나 불조심. 늘 조심하고 의심하면서 잘 쓰셔.

자, 이 정도면 백트랙 5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도구인지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불장난에 각별히 조심하고(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자신의 보안 환경이 안전한지 점검하는 차원에서만 백트랙을 조심스럽게 활용하기 바란다.

EOB

토요일, 2월 04, 2012

[독서광]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리스타트

신승환님께서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리스타트: 위기를 넘어 도약으로'라는 책을 보내주셨기에 읽은 기념으로 독후감을 정리해보았다. 수필식으로 되어 있어 조금 방심했는데, 출퇴근 시간을 노려 읽는 과정에서 일주일 정도 걸렸다(주의: 생각만큼 읽기가 쉽지 않다!). 읽는 중간 중간에 옛날 생각이 났기 때문일까?

이 책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겪은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목차를 보면 상당히 재미있어 보이는 내용이 많은데, 실제로도 재미가 있다. 물론 패키지나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니라 SI성 프로젝트를 주로 다루고 있기에 기술 이야기보다는 사람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SI를 다루면서 '갑', '을', '병', '정' 놀이가 빠지면 곤란하지 암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주체는 모두 사람이므로, 어떤 사람이 '갑', '을', '병', '정'을 맡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승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책 역시 이런 점을 파고 들고 있기 때문에, 은총알과 무공 비급이 책장 가득 난무하는 모습을 상상한 독자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처세술로 떡칠한 타인 계발서는 _절대_ 아니며 중급 이상 개발자들이 읽으며 같이 킬킬거리고 우울해지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이 걸어 왔던 길을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번 휙휙 넘기며 책을 검토(?)해봤는데,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CMMI가 적당한 조직이 있다!'(122페이지부터 129페이지까지)다. 이 내용을 초간단 버전으로 요약하자면... 조선 중기로 돌아가 불량 망치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공조판서의 명을 받아 망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망치 제조 성숙도 모형' 인증이 등장해 이를 인증받기 위한 대장간들의 눈물나는 싸움과 혈투 끝에 중국산 망치가 판치는 레드오션을 뚫고 '망치 제조 성숙도 모형'을 포기한 어떤 대장간이 장도리로 대박을 치는 이야기는 이 책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서점에서 꼭 한번씩 읽어보시기 바란다. ㅋㅋ

EOB

토요일, 1월 28, 2012

[독서광] 위험한 경영학

애독자 여러분 모두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일상으로 돌아오셨는지 궁금해진다. 요즘 게을러져서 그런지 몰라도 서평을 조금 뜸하게 올렸는데, 반성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아주 재미있는 책을 하나 소개하겠다. 아, 물론 경제/경영 블로그 답게 오늘은 '경영' 관련 서적이다. 제목부터 MBA랑 컨설턴트들이 듣기만해도 짜증이란 짜증은 다 몰려올만큼 상당히 자극적인 '위험한 경영학'이다.

B급 관리자가 톰 피터스/워터맨 공저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을 테다. '유명해지려면 유명하면 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몸소 실천하며(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경영 부문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 이 두 사람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응징할지 궁금했는데, '위험한 경영학'을 지은 매튜 스튜어트가 제대로 한 건을 올린 듯이 보인다. 동료 의식으로 똘똘 무장한 이 바닥에서 감히 대가(?)의 등에 칼을 꽃는 변절자가 등장했다는 말이다. ㅋㅋ

이 책은 교차 편집을 사용해 내용을 전개한다. 한 쪽 줄기는 과거 경영학의 부흥을 일으킨 유명한 인물 넷(프레드릭 테일러, 엘톤 메이요, 마이클 포터, 특히 하이라이트인 _톰 피터스_)과 조금 사정을 봐준 인물 하나(드러커!)가 주장하는 내용을 소개한 다음에 그냥 인정사정 없이 까버린다. 다른 한 쪽 줄기는 스튜어트가 근무했던 매킨지와 A T 커니에서 일어난 흥미진진한 사건을 다룬다. 특히 (A T 커니라고 추정되는) 회사에서 반란군을 결성해 제국군에 대항하다 깨지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더 할 나위 없는 짜릿함을 제시한다. 회사 운명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대신 스스로에게 뭘할지 조언하는 모습은 컨설팅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에 이 책의 명장면으로 손꼽아도 무방하겠다. 마음 약한 분이라면 독서를 자제하시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며, 고양이 발톱과 같이 까칠한 분들께만 강력 추천한다. 자 그러면 독자 여러분이 기대하고 계시는 본문 중 하이라이트를 정리해보겠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MBA 출신 대통령인 부시는 200년 선거에서 CEO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예수가 CEO와 비교된다고 하면 득을 보는 것은 예수이지 않을까? 구원을 바라는 영혼이든, 파틴 직전의 관계든, 곤란에 빠진 슈퍼파워든,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는 해답은 그것들을 민영화해서 CEO처럼 경영하는 것이다.
(촌평: 이 책이 한국에서 금서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ㅋㅋ)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테일러 학파)이 비즈니스의 경영이 아니라 경영의 비즈니스에서 전문가라는 점이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듯이, 패자와 승자를 구분하는 것은 검증할 수 있는 전문성이 아니다. 바로 상품을 만드는 능력이다.
자신은 항상 옳다는 흔들림 없는 확신은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되고, 종종 효과적인 지도력을 갖게 해준다(물론 잔혹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들도 많다.)
(촌평: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은 한국에서 금서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 ㅋㅋ)
사람이 천사라면 정부가 필요 없을 것이다. 천사가 사람을 다스린다면, 정부에 대한 내/외부적 통제도 필요없을 것이다.
(메이오에 따르면) 따라서 민주주의는 무엇을 해결하기는 커녕, 대중의 정신병리학적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촌평: 최근 나꼼수를 비롯한 SNS에 대해 누군가 한 말이 생각났다. ㅋㅋㅋ)
권한 이양, 책임 있는 자유, 다수의 지혜, 새로운 조직 등과 같은 전문적인 용어들은 메이오와 호손 실험의 시대로부터 유래되었다(이 구호를 부르짓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꼭 아는 것 같지는 않다.)
메이오가 한 작업의 결과는 엄청나게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다(투입을 늘이지 않고서도 노동에서 더 많은 것을 뽑아내는 거의 마법에 가까운 기술의 발전이다).
당신이 사람들에게 잘 대해 주면 대개는 그들도 당신에게 잘 대해준다. 그러나 이 통찰은 절대로 과학적 발견이 아니다. 단지 영원히 진실인 교훈이며, 윤리에 바탕을 둔 것이며, 동어 반복이며, 다른 인간들에 둘러싸인 인간이라면 경험에서 자연적으로 나오는 것일 뿐이다.
세계의 노동자들에게 인간중심 경영은 처음에는 언제나 즐거운 것처럼 들리지만, 아름다운 말로 실질적인 협상을 대신하는 방법으로 이용된다면 그것은 사기이다.
작업의 윤리적 충성도는 과학이나 기술적 학문이 아니라 신뢰에 의존한다.
토크빌이 미국 민주주의에 대해 지적했듯이, 사람들이 남보다 잘하려고 가장 열심히 일할 때는 정확하게 개인들이 가장 평등한 때이다.
피라미드에서의 기본적인 요소는 위험이다. 성공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피라미드의 위로 올라가야 한다. 깔때기가 좁아지면 올라기지 못한 플레이어는 냉혹하게 버려진다. 결국에는 게임의 플레이어 모두가 루저가 된다.
좀더 경쟁적인 생태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특성은 동료에게 협력하는 체 하면서 동료를 제거하는 자질이다.
'사람을 이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눈을 보고 웃으면서 이용하는 것이다.'
(촌평: 실제 이런 사람 많이 봤고 요즘은 더 많이 본다. T_T)
마키아벨리는 명성의 절반은 운명에 달려 있고, 나머지 절반은 운명이 던져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실제 생활에서 전략은 아주 간단하다. 방향을 선택하고, 죽을힘을 다해 실천하라." - 잭 웰치
"당신이 멋진 자동차를 설계할 능력이 있다면, 내게서 전략을 배우는 데 며칠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아무리 전략으로 박사 논문을 쓴 사람이라도 자동차를 설계하려면 몇 년을 공부해도 어림 없을 것이다." - 리처드 러멜트(UCLA 전략학 교수)
(촌평: 이 문구가 이 책에서 가장 큰 교훈을 줬다. B급 관리자는 앞으로 섣불리 개발 컨설팅(?)을 한답시다고 설레발 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전략 기획 아이디어는 전략 선택을 위한 합리적인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이미 선택된 전략을 합리화한다. 그리고 그 전략을 선호하는 사람의 권한도 합리화한다.
혼란의 시장에서 하나의 상수이다. 반대로 가장 잘 변화하는 것은 사람의 계획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비구름이나 증기선과 같은 무생물을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인간을 생각한다. 그래서 기업과 같은 조직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많은 기업에서 전략 기획은 기우제에 지나지 않았다. 기우제는 비와 관계가 없지만, 많은 전략가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경영은 자원을 가진 사람이 자원을 통제하게 될 사람에게 신뢰를 부여하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반역을 할 때는 반드시 왕을 죽여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전략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더 열심히 일하는 것, 더 똑똑하게 행동하는 것 없이 어떻게 이익을 챙길 수 있을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는 그 장점이 허용하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일종의 사기이다.
실수를 피하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아침에 제대로 옷을 확실하게 잆는 것은 매력적인 전략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경영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학교는 애초에 성립 자체가 관료를 키우기 위한 것이지, 사업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감원하는 일을 아무리 좋게 치장한다 하더라도, 감원이 개인의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법률 세계에서 최대한 빨리라는 말은 '나무가 자라는 것보다는 빠르지만, 케첩이 병에서 흘러내리는 것보다는 늦게'를 의미했다.
피터스와 워터먼은 초우량 기업들의 공통적 특성은 다른 회사에서도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특성이라고 가정했다. 그들은 그 특성들이 초우량 기업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거나 초우량 기업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일 수 있다는 논리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여자의 아름다움이 그렇듯이 시간은 모든 과대평가를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촌평: T_T T_T)
만약 대가로부터 이익을 얻고 싶다면, 그들이 말하는 것이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듣자마자 그 반대 방향으로 잽싸게 달려가라.
(촌평: 실제로 B급 관리자는 이렇게 해서 돈을 짭짤하게 번 적이 있다. 한 다리 건너 아는 애널리스트가 삼* 계열 주식을 지금 팔아야 할 때라고 조언할 때, 거꾸로 삼* 그룹 펀드를 왕창 매입했다. 결과는? 갑자기 주식이 오르면서 거의 정점에서 매각했는데 수익률이 아주 좋았다. 물론 다음에 또 이런 행운이 재연가능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T_T)
사람들은 잘 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을 하는 경향이 있다. 대가들이 총애하는 기업들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 성공하면 놀라운 경영진이나 심지어는 진보된 경영 이론의 덕으로 돌린다.
"정적에게 흠이 없을 때는 대놓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라."
2005년 타워스 페린이라는 컨설팅 회사가 전 세계 수만 명의 직장인들에게 '나는 회사의 장래를 진짜 걱정하는가? 회사는 내가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 조사의 결론은 '모든 직급에서 대다수 직장인들이 직장에 충분히 충실하지 않다'였다.
결국 미국 교회들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변형되고 종교를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가장 효과적인 특수한 공식을 채택했다.
(촌평: 그리고 한국 교회들도 미국 교회들을 따라. ... 자체 검열 ...)
피터스처럼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를 도울 수 있도록 돕는데 열성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의 비밀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권력을 이미 가졌다고 다른 사람들을 확신시키는 데 있음을 오래 전에 알았다.
초우랑 기업의 조건 열풍의 와중에 '문화'가 종업원에게 더 적은 급여로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모르는 CEO는 거의 없다.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직업 윤리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경쟁이 너무나 격심해서 자아는 소비 지상주의에 완전히 매몰되어 버린다. 그 결과는 피터스처럼 밤에도 퇴근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우글거리는 나라이다.
좋은 경영자는 정말 중요한 큰 그림을 보고, 동시에 세세한 내용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다.
EOB

월요일, 1월 23, 2012

[일상다반사] 설맞이 책 이벤트

지난 추석에는 어쩌다보니 이벤트를 건너뛰고 말았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설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책 이벤트를 기획해봤다. 이번에는 컴퓨터 서적과 일반 서적을 골고루 배합해봤으니까,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께서는 주저하지 마시고 신청하시면 되겠다. 우선 책부터 보자.

책에 대한 설명은 굳이 달지 않으므로, 링크를 따라가셔서 목차를 보시고 원하는 책을 신청하시면 된다. 애독자 여러분께 이벤트 방식을 다시 한번 정리해드린다.

  1. 응모 기한: 1월 25일(수) 23시 50분까지다.
  2. 이벤트 응모 대상: 이번에는 모든 애독자!
  3. 이벤트 당첨 방식: 뭐 늘 그렇듯 댓글 선착순이다. 대신 한 명이 싹쓸이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1인당 책 한 권만 신청이 가능하다.
  4. 우편물 배송 방식: 이번에도 역시 일반 우편 발송을 따른다. 등기나 택배를 이용할 경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5. 신청 방식: 신청은 이 블로그 기사에 대한 _선_ 리플 _후_ 전자편지다. 반드시 댓글부터 먼저 달고 전자편지를 작성하기 바란다. 댓글을 달고 나서 혹시 누가 먼저 선수를 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시라. B급 관리자의 전자 편지 주소는 jrogue@쥐메일(다들 아실거다. ㅋㅋ).com이다.
  6. 전자편지 작성 방식: 전자편지 제목은 '[책 이벤트 신청] (댓글에 사용한 id) 책 이름'을 따른다(예: [책 이벤트 신청] (jrogue) 달려라 정봉주). 본문 내용에는 신청한 책 이름, 신청인 이름과 주소와 우편번호(!)를 적으면 된다.
  7. 발송 예정일: 1월 31일(화) 이전에 모두 발송할 계획이다.
  8. 접수 완료된 책은 어떻게 알 수 있나? 여기 댓글로 최종 결과를 정리하겠다.

2011년 한 해 동안 성원해주신 애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2012년 한 해도 열심히 뛰어보겠다. 그러면 새해복 많이 받으시기 기원한다. 꾸벅~

EOB

일요일, 1월 22, 2012

[일상다반사] 나는 정말 MacOS X의 신기능을 잘 쓰고 있나?

왕수용님께서 Time Machine 잘 쓰고 있나요?라는 무척 재미있는 글을 올리셨기에 나두 얼마나 MacOS X의 신기능을 잘 쓰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져버렸다. ㅋㅋ MacOS X 라이언과 스노 레퍼드를 쓰고 있기에 나도 한번 재미삼아 표로 정리해보았다.

기능사용 만족도
MacAppStore몇번 사용했는데,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
Launch Pad상당히 자주 사용한다. 옛날에는 파인더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눌러 들어갔는데, F4 키 한방에 해결되니 편하다.
Full Screen App한번도 써본적 없다.
Auto-Save, Versions이 기능을 제공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많이 안 쓰지만, 만일 자주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지원하면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Resume퇴근시 전원을 내리고 가는 회사 컴퓨터에서는 이 기능을 진짜 100% 활용한다. 하지만 개인 노트북은 일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을 제외하고는 몇 달 동안 전원을 내리지 않으니...
Mail미안하지만 나는 gmail 광팬이다.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T_T
Multi Touch Control노트북 트랙패드에 맥미니에서는 매직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ㅋㅋ 더 설명이 필요없지?
Mission Control잘 안 쓴다.
AirDrop한번도 써본적 없다.
iCloud한번도 써본적 없다.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는 회사별로 종류/기능이 너무 많아 머리 아프다.
Find My Mac이게 과연 자주 쓰이는 핵심 기능일까? 조금 의심

스팟라이트에서 검색해서 응용 프로그램을 찾기도 하지만, Launch Pad를 상당히 자주 쓴다는 사실에 본인도 조금 놀랬다. 자 그렇다면 이번에는 스노 레퍼드로 가보자.

기능사용 만족도
Back To Mac써본적 없다.
Boot Camp가상화 모드에서 동작하지 않는 진짜 빌어먹을 소프트웨어 때문에 잘 사용하고 있다. 없었으면 PC 한 대 더 살뻔했다는...
Stack의외로 잘 쓰고 있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본다.
Quick Look잘 안 쓴다.
Spaces잘 안 쓴다.
Time Machine사실상 백업은 이 녀석에게 맡기고 있다. 과거 엔터프라이즈 백업 솔루션 제작자 관점에서 보면, 타임머신보다 일반 사용자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백업 시스템은 없다고 단언한다(물론 백업 테이프를 사용한 기업용 백업에는 설계 사상이 전혀 맞지 않다)

여기서 사람마다 어떤 기능을 선호하는지 운영체제 출시에 앞서 회사나 본인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증가하듯 운영체제의 기능은 절대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기만 하는 모양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애독자라면 모두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파이터 클럽소셜 네트워크를 연출한 감독 말이다)의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비현실적인 가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다른 스릴러나 SF 영화와는 달리 주인공들이 해킹 과정에서 맥을 무척 잘 사용한다(그나저나 요즘 해킹 장면에는 ssh와 MySQL 셸에서 query를 만들어 테이블 형태로 결과를 보는 정도는 기본으로 나온다. ㅋㅋ). 맥북 프로가 외향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까지 비까번쩍하기에 헐리우드 영화를 때깔나게 만든 일등 공신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안 그랬으면 우리는 매크로미디어 디렉터로 만든(?) 돈 주고 구하지 못하는 희한한 소프트웨어 화면만 영화에서 줄창 보고 있었을테다). 뭐 평범한 사용자들이 영화 주인공처럼 쓰지는 못할지라도, MacOS X은 DOS나 윈도우에서 불가능한(!) 여러 가지 미래지향적인 기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접하게(그리고 운이 좋다면 즐겁게 사용하도록) 만들어주기에 운영체제 구입에 들어가는 비싼 비용이 그리 아깝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점점 한계 효용의 법칙은 운영체제에도 적용되기 마련이고... 과연 라이언의 후속 운영체제는 어떤 모양새를 갖출지... 이거 참 궁금하다.

EOB

금요일, 1월 13, 2012

[독서광] CAN, LIN, FlexRay를 활용한 차량용 네트워크

MOST: 자동차 멀티미디어 네트워크를 번역한지도 2년 반이 흘렀는데, 세상 만사 아무도 모르는 게 어쩌다보니 다시 기회가 닿아 자동차 쪽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시점이다(개봉 박두!). 그래서 출판사에 가서 CAN, LIN, FlexRay를 활용한 차량용 네트워크를 한 권 얻어와서 아주 열심히 다 읽었다. 오늘은 CAN에 대해 이야기를 좀 늘어놓으려고 한다.

주변 사람들 중에 요즘 자동차는 전선(?)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듣고 화들짝 놀라는 분들을 많이 봤다. 유압, 기구 구동이 아니라 전기적인 신호에 의해 자동차의 각 부품에 지령을 내리고 상태를 파악하는 방식은 이미 일상화되었다(비행기에 성공적으로 적용이 끝난 Fly by wire를 본떴다고 보면 틀림없다). 따라서 차량 내부에는 통신을 위한 네트워크가 깔려있다. 자동차 세상에서는 여러 가지 표준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표준이 바로 CAN (버스)다. 자동차 전장 장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한번씩 들어본 용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컴퓨터 분야에 속한 전문가들 관점에서 바라보면 비행기, 고속철도, 자동차 쪽은 기술 발전 속력은 굼벵이 그 자체인데, 그도 그럴 것이 비행기는 보통 개발기간이 30년(요즘은 컴퓨터의 도움으로 많이 단축되었다), 고속철도는 15년~20년(물론 컴퓨터의 도움으로 많이 단축되고 있다), 자동차는 7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엄청나게 보수적이다. 칩셋은 양산 3~5년 전에 모든 스펙이 결정되어 고객사에 전달되며, 그 이후에도 버그 수정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 추가는 엄청나게 느리게 전개된다. CAN의 경우에도 1983년부터 개발에 들어가서 1986년에 첫 표준안이 나왔고, 2000년도에 들어와서야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보면 틀림없다. 자동차에 얼마나 많은 전자장비들이 있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다음 그림을 살펴보기 바란다(아, 물론 제조사별 최상위 차량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림은 Controller Area Network (CAN) Diagnostics 페이지에서 가져옴)

CAN은 멀티마스터 버스 접근, 충돌 회피가 가능한 임의 접근(CSMA/CD), 최대 1MBPS에 이르는 속력, 최대 8바이트인 짧은 메시지 길이, 자체 동기화된 비트 코딩 기법, 물리적으로 결함이 생긴 노드 차단과 결함 메시지 재전송으로 대표되는 결함 포용 특성과 같은 여러 가지 좋은 특성이 있으며, 프리스케일, ATMEL 등등 여러 회사에서 검증된 칩셋을 제공하므로 개발/구현도 용이한 장점이 있다. 물론 실시간성, 속도, 장비 중복성과 같은 더 좋은 특성을 위해 FlexRay와 같은 프로토콜이 등장하긴 했지만, 당분간은 CAN이 자동차 업계를 호령하리라는 생각이다. CAN이 자동차 전용 네트워크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텐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좋은 특성으로 인해 산업용 네트워크, 철도/선박용 네트워크, 의료 기기용 네트워크(실제 상용 안과용 진단 기기에 CAN 네트워크를 적용해 개발한 경험이 있다)는 물론이고 CAN 확장 규약인 ARNIC_825를 제정해 비행기에도 CAN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신 에어버스 380이나 보잉 787 기종에는 CAN 네트워크가 조종석과 항법 장비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따라서 혹시 열악한 운영 환경에서 안정성을 담보로하는 통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 CAN도 한번 고려하기 바란다.

일반적인 기술 설명이 끝났으므로, 책 내용과 구성을 한번 보자. 이 책은 이렇게 복잡한 차량 네트워크에 사용되는 핵심 기술인 CAN을 필두로 저가형 로컬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LIN, CAN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표준인(물론 그냥 사라질 수도 있다) FlexRay, 차량용 멀티미디어 네트워크인 D2B와 MOST를 설명하고 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네트워크 표준을 중심으로 서술되다보니까 전기적인 특성, 물리적인 특성(전달 매체에 따라), 프로토콜 자체 특성(인코딩 방법을 비롯해 무결성 보장, 충돌 감지, 오류 처리 등등)이 프로토콜 별로 줄줄이 등장한다. 순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읽기에는 아주 힘들지 않을까(물론 네트워크를 전공했거나 전자쪽 감이 있는 분이라면 또 다를지도) 살짝 걱정이 앞서며, 전자 쪽 개발자가 읽기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아무래도 CAN이 가장 널리 쓰이기 때문에 책의 절반 이상이 CAN에 집중되어 있다. CAN 버스 개요, 프로토콜 소개, 물리 계층, 매체, 부품, 실시간 확장에 대해 단계별로 차근차근 설명하므로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일단 CAN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 습득이 가능하다. 책 후반은 Lin, FlexRay, Safe by Wire, D2B, MOST와 같은 전반적인 자동차 네트워크 기술을 다루고 있으므로(물론 CAN과는 달리 개괄적인 설명에 치우치는 느낌이 들긴 했다), 자동차 네트워크의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어차피 국내 유일(?)의 본격적인 CAN 서적이므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하지만 이런 부류의 기술서적에 늘 따라다니는 문제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용어 번역이다. 나보구 번역하라고 해도 사실상 대책이 없긴 하지만(전자쪽 책 용어 선정 잘못했다가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어본 경험이 있다고 고백을 늘어놓으며 시작하자), 이 책에서 쓰이는 용어를 읽다보면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시간이 충분하고 영어 독해에 문제가 없는 분들께는 원서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시간이 부족하고 영어책만 읽으면 졸리는 분들께는 번역서를 추천한다.

EOB

목요일, 1월 05, 2012

[독서광] 커넥션: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애독자 여러분 모두 2012년 새해복 많이 받으시기 바라며, 첫 블록을 쌓아보겠다. 창의력 관련 책을 소개한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라 오늘은 100% 창의력과 관련된 주제는 아니지만... 과학/기술/공학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을 위한 책을 하나 소개한다. '커넥션: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라는 제목에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라는 부제목이 길게도 붙은 책이다. 이 책 초판은 1978년에 나왔고 1995년에 일부 내용이 추가된 개정판이 나왔기 때문에 요즘과 같이 급격하게 바뀌는 세상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경고) 독자 여려분께서 상상하거나 기대한 내용이 전혀 안 나오기에 실망하는 일은 없도록 반드시 목차와 내용 일부를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과학 역사가인 제임스 버크는 이 책에서 그다지 관련이 없어보이는 과학과 기술 발전 역사를 정말로 신기하리 만큼 연결(책 제목이 'connections')하고 있으므로, 읽다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지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교과서에서 배운 듯이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발명품이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역사 연표에 나오는 XXXX년도에 YYYY를 ZZZZ가 발견/발명했다는 단순한 설명은 이 책 앞에서 그야말로 무기력해진다. 예를 들어, 컴퓨터는 어디서 기원했을까? 폰 노이만이 자다가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아 뚝딱 만든 물건일까? 천만의 말씀. 버크에 따르면 자동 폭포와 인형에서 출발해 자동 오르간(피아놀라를 보자)으로 발전한 다음, 뜬금 없이 실크 직기 기계로 이동한 다음, 철교 건설용 리벳 박는 기계 제어 장치로 응용이 이뤄진 다음 컴퓨터의 가장 초보적인 형태인 인구 조사 계수기로 탈바꿈한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발명이 이뤄진 펀치 카드는 '예 또는 아니오'라는 이진 코드를 다루는 전자적인 컴퓨터로 탈바꿈하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손 안에 쥐어진 스마트 폰까지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독자 여러분들의 민원을 미리 예상해 한 마디 덧붙이지면, 기계와 물리를 알지 못하면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애로 사항이 꽃을 활짝 피울 가능성이 99.99%다. 이 책은 TV 시리즈물(BBC에서 만든 다큐먼터리 시리즈)을 글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본문 중에 나오는 무미건조한 역사적인 사실과 단편적인 도해만으로 중세와 근세에 일어난 여러 가지 발명품의 동작 원리를 직관적으로 꿰뚫기가 절대로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회전할 때 좌우 바퀴 회전수를 다르게 하기 위해 오래 전 부터 널리 사용되어 온 차동기어만 하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How Differential Gear works와 같은 훌륭한 시청각 자료를 눈 크게 뜨고 봐야 이해가 간다. 일반인들이 위키피디아의 차동 기어 설명만 읽고서 아까 시청각 자료를 보면서 머리를 관통한 '아하!'하는 느낌을 제대로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은 말자. 우리게는 유튜브가 있으니까! James Burke : Connections, Episode 1, "The Trigger Effect", 1 of 5 (CC)을 필두로 관련 비디오 클립을 감상하며 이 책을 함께 보면 머리에 쏙쏙 들어오리라 본다. 영어 듣기에 애로 사항을 느끼는 분들이라도 자막(캡션)이 나오므로 어렵지 않게 시청할 수 있다.

이 책 가장 끝 부분에 나오는 세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겠다. 2012년에도 좋은 책으로 여러분들을 찾아 뵙기를 약속드린다. 꾸벅.

영웅적 서술 방식에서 역사의 변화는 편리하게 '발명가'라고 명칭된 천재 개인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 나타난다. 에디슨은 전구를, 벨은 전화기를, 구텐베르크는 인쇄기를 발명했다. 그러나 어떤 개인도 발명품을 무로부터 만들어낸 원인일 수 없다. 단일한 발명가를 유일한 창조자의 위치로 높이는 행위는 좋게 보면 사건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과장하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들의 노력 없이는 그의 일이 불가능했으리나는 점을 부인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지식이 증가할수록 언어는 더욱 자기들만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단지 보통의 일상 언어가 과학 주제를 포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지식이 증가할수록 같은 분야 안의 동료들 간에만 공유되는 언어의 비율이 올라갔다. 오늘날 보통 사람들은 종종 과학적, 기술적 토론에 참여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정신적 부적합성 때문이 아니라 핵심 단어들과 그 의미에 대한 이해의 결여 때문이다. 당신이 오늘날 뭔가를 이해했다면 그것은 정의상 낡은 것임에 틀림없다고 본다.
우리는 본성상 기술 시대 이전의 믿음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을 귀중하게 간직했다. 이 신념들은 인간 존재의 중심에 예술과 철학을 놓고 과학과 기술은 변두리에 둔다. 이 관점에 따르면 전자가 인도하고 후자가 추종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였듯이, 그 반대가 참이다. 기구가 없이 코페르니쿠스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왜 우리는 단지 예술을 통해서면 통찰력과 미의 경험을 얻는다고 배우는가? 이것은 단지 우리 주위의 세계를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는 무한히 깊은 경험의 제한되고 간접적인 표상일 뿐인데 말이다. 그런 관찰이 유의미해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지식의 조명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EOB

토요일, 12월 31, 2011

[독서광] The Architecture of Open Source Applications

2011년도 벌써 다 끝나간다. 올 한 해 블로그를 구독(또는 방문)해주신 모든 애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내년 한 해에도 새해복 많이 받으시기 바라며, 올해 마지막 블로그를 적어보려고 한다. 2011년을 장식하는 ... 이런 글을 올리고 싶었지만, 1주일에 글을 하나씩 올리는 관계상 특별히 뽑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서 그냥 새로운 글을 올려드리겠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The Architecture of Open Source Applications(아래에서는 지면 관계상 AOSA라고 줄여서 설명한다)라는 제목부터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웹 브라우저로 읽을 경우에는 무료로 읽을 수 있고, 페이퍼백, PDF, ePub 형식으로 구매할 수도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B급 프로그래머의 경우에는 Send to Kindle을 사용해 HTML을 킨들 전용 포맷으로 변환한 내용을 읽고 있는데, 일부 코드 줄바꿈이 어색하긴 하지만 (코드가 적기 때문에) 충분히 읽을만하다.

이 책은 오픈 소스 코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Diomidis Spinellis이 지은 Code Reading이나 Code Quality를 연상하게 만들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 책은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코드 측면이 아니라 아키텍처 측면을 다루고 있다. 흔히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홈 페이지를 살펴보면 간략한 소개, 다운로드 링크, 설치 방법, API 설명 등은 나오지만 해당 소프트웨어의 아키텍처나 설계 사상을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가물에 콩나듯 있다고 하더라도 논문이나 발표 자료 형태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호사가가 탐험을 하려고 발을 담그면 전반적인 큰 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지엽적인 이정표만 보고 길을 찾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AOSA는 특정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풀어야 할 도메인을 비롯해, 전반적인 아키텍처와 설계 사상을 소개하고 있으므로 여행 전에 구글 지도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의 길과 주변 사물을 확인하듯 해당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탐험 경로를 개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건축 분야에서 기존 건물의 아키텍처를 다루는 책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고 여기에 대한 연구도 끊임없이 이뤄지는 반면에 전산 분야에서는 사실상 남이 해 놓은 업적에는 별반 관심이 없이 매번 바퀴를 새로 만들고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으므로 AOSA의 시도는 눈여겨 볼만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3만 피트에서 조감하는 관계상 각 모듈에 대한 세부 설계 내용이나 구현에 필요한 각종 결정 사항과 제약 사항을 시시콜콜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전반적인 큰 그림을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주로 특정 오픈 소스를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요즘 뜨고 있는 일부 분야(예: NoSQL, CI(Continuous Integration))는 여러 가지 기존 기술을 비교하고 장단점을 논하는 방법으로 설명을 전개하기도 한다. 각 장을 쓴 저자가 여러 명이기 때문에 일관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분야나 사람에 따라 어떤 관점으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큰 그림을 그리는지 옆에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 장은 연관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다큐먼터리 시리즈 중에서 재미있는 편만 골라보듯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부분만 골라서 읽고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잉여력을 십분 발휘해) 다른 분야도 기웃거리면 좋겠다.

그러면 얼마 남지 않은 올 한해를 잘 마무리하시기 바라며, 내년에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글로 독자분들을 찾아 뵙겠다. 'Happy New Year!'

EOB

토요일, 12월 24, 2011

[독서광] 어댑트

경제학 콘서트경제학 콘서트 2를 모두 읽은 분들이라면 틀림없이 팀 하포드의 신작인 어댑터에 대한 소식을 여러 경로로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하포드는 역시 이번에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작에서 일상 생활에 얽힌 여러 가지 흥미로운 내용으로 사람들 혼을 빼놓은 하포드는 기세를 몰아 이번에는 '불확실성을 무기로 활용하는 힘'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위험, 실패,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멋지게 풀어놓았다. 물론 (조만간 소개할 예정인) 바인하커의 '부의 기원'이나 번스타인의 '리스크', 페로우의 'Normal Accident', 위크의 'Managing the Unexpected'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읽는다면 더욱 좋겠지만, 이런 기초 지식이 없는 분들이라도 이 책만으로 요즘과 같이 복잡한 세상을 살기 위한 지혜를 살짜쿵 엿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성공을 위해 위험, 실패, 실험은 되도록 멀리해야 할 불경스런 요소가 아니라 반드시 직면하게 되는 필수 요소이며, 실패에 따른 피드백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개선해야 살아남는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팔친스키의 3대 원칙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1.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것(변이)
  2. 새로운 걸 시도할 때는 실패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규모로 시도할 것
  3. 피드백을 구하면서 교훈을 얻을 것(선택)

눈치 빠른 독자(혹은 '부의 기원'을 읽은 독자)들은 상기 3대 교훈이 진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렇다. 이 책은 '불확실성', '탄력성', '변이', '선택', '규칙 변경', '독자성'이라는 핵심어를 놓고 사회가 동작하는 방식을 진화의 원리를 빌어 설명하고 있다. 단, 재미없고 따분한 이론이 아니라 하포드 특유의 재치있는 사례 선별과 이야기 풀어내기가 각 장마다 끊임없이 이어지므로 아하!하는 순간이 여러 차례 올 것이다.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고 본문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정리해드리겠다.

모든 대통령은 정치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건 다음 당선이 된다. 그러다가 현실이 피부에 와닿기 시작하면서 거의 모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다. 우리가 계속 리더를 잘못 뽑아서가 아니다. 단지 현대 사회에서 리더십이 달성할 수 있는 업적의 범위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 자주 출연하는 유명 전문가일수록 무능한 경우가 많았다.
컴퓨터 산업은 실패로부터 시작되었다. ... 지난 40년 동안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컴퓨터 산업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다.
진화 과정은 새로운 것의 발견과 익숙한 것의 활용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변할 때 거기 접근하는 최상의 방법은 다양한 접근법으로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이라도 일단 적군을 만나봐야 한다.
아주 상이한 관점이 부딪히는 가운데 올바른 의사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군은 레이더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진보한 기업일수록 더욱 탈집중화한다.
새로운 장비가 우수한 이유는 같은 일을 더 짧은 시간에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탄력적이기 때문이다.
혁신에서 실패는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우리는 모든 복권이 당첨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당첨 기회를 원한다면 복권을 사야 한다. 통계 용어로 표현하자면 혁신의 수익 패턴은 긍정적인 쪽으로 심하게 편향되어 있다. 작은 실패들이 잦고 큰 성공의 수가 적다는 뜻이다.
어찌된 일인지 정부는 덩치만 크고 성과는 전혀 없는 기업들만 골라서 지원해주는 듯하다. 그 경우 연이은 실패는 따놓은 당상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약간의 투기성 자금을 필요로 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뭔가 놀라운 일을 이루기 위해 자금을 움직이는 과정에서는 언제나 약간의 도박적인 요소가 개입되게 마련이므로 벤처 캐피털 같은 '카지노' 활동이 없다면 경제는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 힘들고 세상은 혁신성이 떨어질 것이다.
적응은 딱히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가해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인간의 실패 중에서 목숨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치명적인 실패는 없다. 일정 한도 내에서 우리는 순차적으로든 동시다발적으로든 실험을 할 수 있다.
비즈니스의 3대 원칙: 1)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되 일부는 실패하리라고 예상할 것. 2)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거나 자잘한 단계로 일을 진행해서 실패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규모로 실패할 것. 3) 실패했을 때 그 사실을 깨달을 것.
구글은 '맹꽁이(명석하지 못한 엔지니어)가 없는 회사'를 유지하고 싶어하고, 팀슨도 회사에서 '농땡이'들을 몰아내고자 한다.
진정으로 시장 파괴적인 혁신은 기업에서 그동안 중요시되어온 요소들을 거의 모두 비껴간다.
최고의 실패는 아무도 보는 사람 없이 방 안에서 혼자 저지르는 사적 실패다. 그 다음으로 좋은 실패는 한정된 청중들 앞에서의 실패다.
부정은 실수를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과정이고, 손실 추격은 성급하게 실수를 지워버리려다가 더 큰 피해를 초래하는 과정이라면, 쾌락적 편집은 실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미묘한 과정이다.
회사일에 전념한다고 불필요하게 스스로를 구속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실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듯하다. 이 책을 규정하는 진실, 즉 복잡한 세상에서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좀더 명확하게 깨닫게 되어서인지도 모른다. 일상생활에서 적응을 실천하려면 실수를 끝없는 실패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 줄 제멋대로 결론: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는 분들이 계시면 이 책을 꼬옥 읽어보시기 바란다.

뱀다리) 이 책을 선물해준 Mr. Kwon에게 감사말을 전한다. ;)

EOB

목요일, 12월 15, 2011

[독서광] 마이크로스타일

요즘 경제/경영 블로그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참 동안 재미없는(?) 책만 소개했었다. 정신을 차리고 최신 경제/경영서를 읽었으니, 다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도록 하자. 오늘은 소셜미디어(!)인 나꼼수라는 곶감이 올드미디어(!)인 조중동(아니 중조동 ㅋㅋ) 호랑이를 물리치는 작금의 상황에서 다시 한번 상큼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마이크로스타일'을 한번 뜯어보기로 하자.

처음에 '마이크로스타일'을 들었을 때, 소셜미디어에서 살아남기 위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가 담긴 책으로 착각(?)을 했다(아마 이렇게 착각하고 구입한 사람들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집으로 배달된 책을 열어 본문을 슬쩍 훑어보니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며칠 동안 묵히다 머리 아픈 카산드라를 읽은 기념으로 저자 소개부터 읽는 데 '언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펜티엄, 파워북, 블렉베리, 스위퍼, 페브리즈 등의 이름을 만들어낸 세계 최고의 네이밍 회사 렉시콘에서 일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제 이 책의 정체를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영어권 문화에서 통하는 언어 심리학을 다룬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정도 영어 문화권을 이해하고(특히 미국 문화), 언어와 마케팅과 소셜미디어라는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물론 국어/영어라는 단어만 봐도 두드러기가 나는 분들께서는 문법이랑 운율이랑 음운 이야기에 기절 초풍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살짝 들긴 한다. 물론 이 책은 짧은 글을 잘 쓰는 규범적인 방법을 다루지 않는다. 기존 문법과 질서를 창조적으로 파괴해 독자들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자신만의 창의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을 전달할 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왜 어떤 브랜드 이름이나 문구는 사람들의 넋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왜 다른 브랜드 이름이나 문구는 진부하고 따분한지 가슴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항을 머리로 깨닫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나꼼수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미뤄 짐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본문 중 다음 인용구를 한번 보자.

대단히 사소하고 구체적인 사실들을 포함할 때 이야기가 훨씬 믿음직스러워진다고 말한다.

나꼼수에서 정말 눈물나도록 꼼꼼하게 짚어주는 팩트(fact)는 신뢰도 조사 과정에서 나꼼수가 기존 올드 미디어 삼총사(?)를 완전히 밟아버리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다음 문구도 한번 볼까?

솔직하고 진실할 것, 그것이 지금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한 의사소통에서 유일하게 공유되는 기대치일 것이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구시대의 일방향적 출판 및 방송과 구분해주는 요소인 듯 하다.

_솔직_과 _진실_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기존의 말장난(예: 주어가 없다... T_T)과는 차별화된 내용을 전달하는 소셜미디어는 완전히 판세를 뒤엎고 있다. 물론 나꼼수를 저격하기 위한 아류작이 몇 개 나왔지만 솔직/진실과는 거리가 멀고(조중동에 나온 이야기를 동어 반복하는 수준이니...) 꼼꼼하지도 않고 게다가 재미도 없는 바람에 나오는 족족 망하고 있기에 소셜미디어라도 다 같은 소셜미디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잠깐 이야기가 옆으로 새버렸는데, 이 책의 목차를 보면 크게 '의미', '소리', '구조', '사회적 맥락'이라는 네 가지 맥락에서 축소된 메시지를 요리하고 있다. 따분한 문법책이 되지 않도록 저자는 현실에서 성공한 예와 실패한 예를 많이 들고 있으며, 어려운 개념도 알기 쉽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마법도 제법 잘 부리고 있다(물론 그렇다고 책 내용이 쉬워지지는 않는다. ㅋㅋ). 회사 이름, 상품 이름, 시, 인용구, 헤드라인, 신조어, 트윗, ... 한 마디로 정신없는 짧은 메시지의 향연이 펼쳐지므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여러분들도 틀림없이 단어로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들테다.

자 그렇다면 본문 중 몇 가지 재미있는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자.

인터넷에서 우리는 주목할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에 시간낭비하지 않기 위해 훑어보고 건너뛰고 클릭한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읽을거리는 무제한인데 품질 관리는 거의 안 된다.
누구라도 인터넷에서 눈에 띄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텍스트를 함께 제공하는 편이 훨씬 낫다.
현재 우리의 문화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과 언어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 사이에는 이상한 불협화음이 존재한다.
개념들은 깔끔한 포장에 담겨 오지 않는다. 간단히 말하자면 개념은 사물이 아니라 무언가가 일어나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인 후 그것이 우리가 당면한 상황 및 알거나 믿는 것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식별해낸다.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해 말할 때조차, 명료하게 말하기란 큰 도전일 수 있다.
애플은 문학적이고 문화적인 것들, 직접적인 경험에 기반한 모든 것을 뒤섞는 마법을 부린다.
좋은 이름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감정은 생각과 그것을 표현하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관념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살아간다.
대부분의 상황에는 기대치가 내장되어 있다. 정당이나 정치인은 최대한 밝은 모습으로 보이려 노력할 것이다.
아름다운 단어들은 추한 단어보다 더 타당하게 여겨진다.
이름과 주식 시세 표시 약어를 발음하기 쉬운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주식 상장 당시 더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언어 형식을 가장 명료하고 단순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성인이 된 후로는 그림이나 음악작품을 단 한 점도 생산하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하지만 시는 다르다.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열정적인 신어 제조자였다.
단어 조합은 영어에서 매우 보편적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된 단어 중 두 번째 것이 몸통, 즉 조합된 단어가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알리는 의미의 핵심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어구의 표현력 속에 생각의 씨앗이 들어있다.
정치인들은 주기적으로 굶주린 유권자들에게 핵심 어구들을 과자처럼 던져준다. 핵심을 피하며 일관성도 없는 답변을 내놓을 때 그런 어구들은 실로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전락해버린다.
많은 이들이 정보의 과대 공유 혹은 과소 공유의 위험을 경고한다. 트윗의 양과 질 모두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과대 공유는 지나치게 자주, 또 너무 사적이거나 진부하기만 한 메시지를 올리는 것을 뜻한다. 과소 공유는 트윗을 너무 드문 드문 올리거나 곧바로 업데이트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인터넷에서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책은 본문 중에 나오는 실제 사례가 훨씬 더 중요하므로, 위에 소개한 내용만 읽고서 따분하다고 섣불리 판단하지 마시라. 아, 산뜻한 소개 동영상(한국어다)도 있으므로 한번 보시길...

EOB

토요일, 12월 10, 2011

[독서광] 카산드라 완벽 가이드

애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오늘은 클라우드 관련 서적 중 데이터베이스 관련 기술을 담고 있는 '카산드라 완벽 가이드'를 읽고 서평을 정리해보겠다. 지난번에 올려드린 [독서광] MongoDB 완벽 가이드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이라면 이 책도 역시 흥미 진진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 지난번 MongoDB 책만큼이나 이 책도 기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에 익숙한 분이 읽기는 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운 용어와 개념이 등장하므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책 목차를 보면 가장 끝에 '용어집'이 나오는데, 읽다보면 왜 용어집까지 동원해야 하는지 감이 오시리라. B급 프로그래머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나서 3장(데이터 모델), 5장(아키텍처)을 다시 한번 읽느라(이런 경우는 상당히 드문 사례다. ㅋㅋ) 서평을 늦게 올렸으니 애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한 번 읽고나서 어렵다고 실망하지 마시기 바란다.

이 책의 부제목을 보면 '페이스북, 트위터를 지탱하는 기술 NoSQL'이라고 붙어 있고, 또한 인터넷에 올라온 여러 자료를 보면 카산드라에 대해 아주 훌륭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신이 내린 선물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지만... 이름값(?)을 하기 때문에 만병 통치약은 아니다. 카산드라가 데이터베이스 세상을 지배하는 예언자라는 생각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가 어떤 경우에도 죽지 않고(오래 전에(요즘은 저얼때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오라클 서버 데몬이 core dump 내고 죽는 경우를 봤는데, 옆에서 그 장면을 보고서도 이럴리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을 봤다. 낄낄) 완벽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미신 만큼이나 위험하다. 그나저나 데이터베이스 이름은 다들 왜 이렇게 잘 짓는거야! 그렇다면 카산드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본문 중에 보면 50단어 카산드라라고 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파치 카산드라는 오픈 소스, 분산된, 비집중화된, 지속적으로 확장 가능한, 고가용성, 결함 허용, 조정가능한 일관성, 컬럼 지향 데이터베이스로 아마존 다이나모의 분산 디자인과 구글 빅테이블의 데이터 모델을 기반으로 페이스북에서 만들었고, 웹에서 매우 유명한 몇몇 사이트에서 사용하고 있다.

카산드라를 이해하기 어려운 주요 이유는 기존의 마스터 슬레이브로 동작하는 아키텍처를 따르지 않고 P2P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카산드라를 이해하려면 상당한 지적 저항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책은 1장과 부록 A에서 거의 필사적(?)으로 카산드라의 큰 철학과 다른 모델과 차이점을 설명하려 애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카산드라는 C(Consistency), A(Availability), P(Partition Tolerance) 중에서 C와 A를 강조하는 MySQL이나 C와 P를 강조하는 MongoDB와는 달리 A와 P를 강조하려다 보니 일관성을 다소('다소'라는 표현에 주의하자. '완전히'가 아니다) 희생하는 아키텍처를 따른다. 이러다보니 참 재미있는 특성이 생겼다. 읽기 보다는 쓰기가 더 빠르고(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와는 반대다), 단일 장애 지점이 존재하지 않으며(P2P를 다시 한번 생각하라!), 샤딩이 그냥 되며(랜덤하게 노드를 골라서 쓰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동기화 해버린다!), 노드 추가에 따른 탄력적인 확장성이나 노드가 오동작하거나 죽더라도 고가용성을 달성하기가 어렵지 않다. 따라서 목적에 맞는(예: 쇼핑몰에서 장바구니 담기, 개인 전용 편지함 읽기) 시나리오에서는 십분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아키텍처만 어려우면 뭐 그려니 하겠지만, 데이터 모델이나 질의 방법도 절대 쉽지 않다(다행스럽게도 최신 버전에는 SQL과 살짝 유사한 질의 언어(CQL)가 추가되었다. 그 전에는 눈물이 앞을 가렸을 듯...). 구글의 빅테이블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카산드라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모델(키스페이스, 컬럼 패밀리, 슈퍼 컬럼, 컬럼이라는 사총사가 등장해서 머리가 띵하게 만들어준다) 역시 손쉽게 이해가 갈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관계형 데이터 모델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MongoDB와는 또 다른 난감함을 선사한다. 이런 차이점을 설명하려고 본문(호텔을 모델링하는 응용을 만들어본다)과 부록(블로그를 만든다고 가정하고, 자료를 넣고 질의해본다)에 예제를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 사례(use case)와는 동떨어져 예제를 위한 예제(잘 읽어보면 데이터 모델과 이런 모델을 다루는 카산드라만의 방식을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 뭔가 해보도록 도와주기에는 2% 부족하다. 아무래도 B급 프로그래머 머리가 나쁜 모양이다. T_T)가 되어버린 점이 조금 아쉽다. 부록에서 큰 마음 먹고 twissandra와 같은 현장감 있는 예제를 분석해 설명했으면 오히려 더 좋았을 거라는 못된(!) 생각을 잠시 해봤다. 아, 모니터링과 성능 최적화도 기초적인 내용만 설명하고 있으므로, 카산드라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려는 분들께서는 다른 문서를 참조할 필요가 있겠다.

결론: 이 책을 읽고 나서 카산드라의 아아주 복잡한 개념들(머클 트리, 벡터 클록, 블룸 필터, 스니치, 안티 엔트로피, 힌트 핸드오프)을 한번에 쏘옥 이해하기는 어렵지만(원래 어려운 데다 책을 읽어봐도 설명이 다소 햇갈린다. 예를 들어, 본문 중 "키스페이스는 데이터를 범위로 분할한다. 키스페이스는 범위에서 데이터를 분할한다."라는 설명이 뭔지 이해가 되나? 설명에 재귀호출을 걸어놓으면 독자보고 우짜라고!!! T_T) 출발점으로서는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3장, 5장, 부록 A는 두세번씩 정독해보면 카산드라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뱀다리: 카산드라 버전이 바뀔 때마다 상당한 기능 추가와 삭제가 일어나므로 0.6을 기반으로 작성된 원서를 번역하며 0.8에서 변경된 내역을 추적하느라 역자들이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역자들의 고생과는 별개로) 벌써 1.0.x으로 버전이 올라가버렸기에 본격적으로 카산드라를 사용해서 개발하려는 분들께서는 책 내용을 100% 곧이 곧대로 믿지 마시고 반드시 소스 코드와 문서를 교차 참조해야 뒷탈이 없을 것이다.

보너스: 넷플릭스 기술 블로그에 올라온 좋은 내용을 소개한다. 카산드라 부록 A에서도 집중적으로 나오지만, NoSQL이라 해서 모두 특징/기능/성능이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The reason why we use multiple NoSQL solutions is because each one is best suited for a specific set of use cases.
EOB

목요일, 12월 01, 2011

[독서광] 기업 소셜미디어 활용 전략

지난번에 소개한 R&D 혁신의 기술에 이어 액센츄어에서 만든 또 다른 책인 '기업 소셜미디어 활용 전략'을 출판사에서 선물로 받았다. R&D 혁신의 기술을 재미있게 봤으니, 후속타에 대해서도 기대치가 제법 높았다. 그런데, 막상 배송된 책을 받고 열어보니 페이지랑 텍스트 압박이 장난이 아닌지라... 전작을 따르는 형태를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번역서인 이 책은 조금 다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 우선 이 책의 성격을 한번 규명해보자. '엑센츄어 컨설턴트가 전하는 기업 소셜마케팅 가이드'라는 부제가 붙었듯이 이 책은 기업, 소셜, 마케팅과 관련한 책이다. 기술적인 접근 대신 상위 단계에서 전략적인 접근 방법을 따르므로(다들 아시겠지만, 엑센츄어는 컨설팅 회사다), 개발자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고, 기업의 높으신 분들과 소셜미디어를 담당하는 분들이 나침반으로 삼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미국의 사례를 많이 들고 있지만, 한국 특성상 조만간 미국처럼(?) 되어버리릴 가능성이 높기에 미리 앞날을 예상하는 수정 구슬처럼 들여다보면 나름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니 최근에 터진 파워(?) 블로그 공구 사건, 나꼼수 열풍, 언론의 SNS 괴담, 정부 차원의 SNS 심의 규정등 이 오버랩되면서 현재 기업/정부 차원에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대응은 일반 대중을 도저히 못따라가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본문에도 여러 차례 나오지만 소셜 미디어의 대세는 막거나 거스를 대상이 아니며 이를 억누르고자하는 시도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므로 적극적인 대응(적극적으로 폐쇄하거나 검열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이해 관계자들은 모두 새겨 들어야 한다. 엉뚱하게 규제 안을 들고 나오거나 더 황당하게 (어떤 당처럼) 트위터 전문가를 초빙해 여론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말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다름 아니다.

자, 그러면 이 책의 내용 구성을 한번 살펴보자. 이 책은 5개 부에 18개 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장은 그 분야 전문가들이 집필했다. 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으며 관심이 있는 분야를 먼저 보고 나머지는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면 되는 구조다. 기업을 위한 전반적인 소셜 미디어 전략, 소셜미디어에서 마케팅과 판매 기법,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 고객 서비스와 지원, 플랫폼 구축과 실행, 소셜미디어 성공을 위한 직원 능력 강화라는 큰 주제 아래 여러 가지 의미있는 내용이 등장하고 있다. 사례 연구가 더 많았으면 좋을 뻔 했지만, 아직은 소셜 미디어가 막 시작 단계을 벗어나 본 궤도에 오르는 중이므로 추가 데이터가 더 쌓이기 전까지 본문에 녹아 있는 내용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독자 여러분을 위해 본문에 나오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정리해보았다.

대부분의 기업에 소셜미디어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소셜미디어가 프로세스이지,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도 프로세스다 ... 그리고 브랜드 구축도 프로세스다. 반면, 기업 박람회 부스를 설치하는 것은 이벤트다. 기업공개나 수술도 이벤트다. 이벤트는 비교적 관리하기도, 돈을 지급하기도 쉽고 흥미진진한 일이다. 프로세스는 긴 안목에서 결과를 구축하는 일이다.
지진에 비유하자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고객의 코멘트는 경영자들 대부분이 감지하지 못하거나 감지하지 않는 단순한 미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영자들은 미진보다는 강진에 대응하는 데 훨씬 익숙하다.
쇼셜미디어 때문에 기업들은 부정적 피드백을 대단히 많이 받을 수 있으므로, 거기에 빠짐없이 응답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업은 고객들의 말과 행동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부모님 말씀처럼 "말보다 행동"이다.
쇼셜미디어는 매일 24시간 운영되는 공개 채널이다. '업무 시간'도 없다. 페이스북은 절대 '폐점'하지 않는다.
세상의 많은 곳에서 정말 많은 고객이 한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빨리 받을 수 있다. 소셜 미디어 때문에, 말하지면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소셜미디어는 다른 고객 상호작용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양산한다.
핵심 영향력 행사자를 현명하게 타겟팅한다면 한 토픽에 관한 세상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상하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시키기 전까지 증기 기관은 상업적으로 성공할 거라는 기대를 별로 모으지 못했다.
소셜미디어에 편승한 소비자의 분노를 신속히 봉합하지 못하면 기업은 자사 브랜드 이미지가 무너지는 재앙을 그저 맥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세련된 답을 얻기보다는 적시에 신속하게 답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소셜미디어에 투자하면서 비용 절감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사실 소셜미디어 채널을 열면 처음엔 처리해야 할 고객 서비스 총량이 증가한다.
고객은 산 정상이라도 등정한 듯 온 세상에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다. 불만으로 신고된 내용이 사실이건 아니건 기업 입장에서는 막을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기업은 무엇보다 고객들이 어떤 불만을 얼마나 빠르게 퍼뜨리든지 통제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회사에 대한 불만을 포스팅하는 고객과 공개적으로 말싸움을 벌여서도 안 된다. 고객과 말싸움을 벌여서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기업이 소셜미디어 대화를 청취하면 세상을 향한 새로운 창, 즉 세계 곳곳에 있는 지점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각 지점의 카운터에 앉아 실시간으로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인터넷 세대들에게 이메일은 옛말이다. 이메일은 친구의 부모에게 정중한 감사 편지를 쓸 때나 사용하는 퇴물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기업 전반에서 수평적으로 왕래하지 않고 정보와 의사결정을 수직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정보와 의사결정의 속도가 느려지고 정보의 흐름이 제한되는 것이다.
고성과 기업들이 적응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기업을 지속적으로 설계 또는 재설계 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기업들은 언제나 사이버스페이스 접속을 금지함으로써 위험을 통제하려 했지만 소셜미디어에 관해서 만큼은 그런 노력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접속을 막으려만 하지 말고 포용하려 노력해야 한다." 금지는 정책이 아닌 헛된 몽상에 불과하다.

이 책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영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비영리 단체나 정부/정당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 끌려다니는 대신 소셜미디어를 끌고 다니도록 이 책을 주의 깊게 읽어보시기 바란다.

EOB

수요일, 11월 23, 2011

[독서광] 알짜만 골라 배우는 자바 구글앱엔진

'무료로 시작하는 손쉬운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라는 긴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난번에 소개한 [독서광] 구글앱엔진 활용하기에서도 다뤘던 구글앱엔진 관련 서적이다. 따라서 두 책을 비교하면서 서평을 풀어보겠다.

'구글앱엔진 활용하기'가 파이썬으로 만들어진 완결된 예제 중심의 설명서라면, '알짜만 ...'은 자바로 만들어진 완결된 예제 중심의 설명서다. 두 책 모두 한국인 정서에 맞게 완결된 코드를 제공하고 있으므로(프로젝트 코드(다운로드 아이콘을 콕 눌러보시라)를 제공해주신 역자분들께 정말정말 감사드린다) 시간이 급한 분들이라면 일단 따라해보고 그 다음에 생각해보는 방식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겠다. '구글앱엔진 활용하기'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앱엔진과 무관한 일반적인 내용에 할애했다면, '알짜만 ...'은 본문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서블릿 컨테이너와 MVC, 프레임워크, GWT 설명에 할애하고 있기 때문에 구글 앱엔진 자체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서 다시 한번 황당해할지도 모르겠다. 순수하게 구글앱엔진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안 맞을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구입 전에 목차를 살펴보시기 바란다.

이 책은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을 예로 들어 기능을 하나씩 추가하는 방법으로 전개하고 있다. UI 만든 다음에 사용자 인증을 추가하고 데이터베이스 엔진을 붙이고 GWT와 연동하는 순서를 따르므로 완결된 형태의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서술 방식은 양날의 검이다(당연히 서술 방식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급한 마음에 코드를 따라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똑같은 코드나 핵심에서 벗어나 중요하지 않은 코드들이 반복해서 나오므로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하품이 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끝 부분에 구글앱엔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하고 외부 서비스와 연동하는 부분이 나오는 데, 앞서 설명하는 프로젝트와 외떨어져 간략하게 예제만 소개하고 넘어가버리므로 조금 김이 빠진다는 느낌이다. 이 부분까지도 프로젝트에 함께 엮어져서 나왔으면 더욱 좋을뻔했다.

결론: 지난번 '구글앱엔진 활용하기'와 거의 유사한 결론을 내려야겠다. 구글앱엔진의 숨겨진 비밀을 파해치거나 성능을 높이거나 비용을 절약하는 등 실제 현업에 필요한 내용을 기대하시는 분들이라면 별로 얻을 내용이 없지만, 자바를 사용해 구글앱엔진에서 뭔가를 시도해보려는 개발자들이 며칠 투자하면 감을 잡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애독자 여러분을 위해 클라우드 서평은 추운 겨울에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기대하시라!

EOB

수요일, 11월 16, 2011

[독서광] 스티브잡스 네 번의 삶

스티브 잡스의 평가는 세월이 흘러가면서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모든 역사는 승자의 관점으로 기록되기에(예외: 징기스칸의 역사는 대부분 패자의 시각으로 기록되었다. 징기스칸이 오면 다 죽는다... 뭐 이런 식으로... T_T) 스티브 잡스도 예외는 아닌지라 애플로 복귀한 다음부터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물론 애플 제품 라인업의 단순화(수십 여 종의 매킨토시와 레이저라이터 제품군에서 데스크탑, 노트북, 아이맥 세 종류로 줄어든다)와 아이포드/아이폰의 성공이라는 후광 효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연이은 성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간이 충분한 독자분이라면 iCon: 스티브 잡스나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작슨이 지은 스티브 잡스 공식 전기(이 책도 읽고 있기에 조만간 서평을 올려드리겠다)를 읽어보시면 되겠지만, 두 책 모두 분량과 텍스트 압박이 진짜 만만치 않기에 비교적 속성(?)으로 스티브 잡스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다면 에이콘 출판사에서 나온 스티브 잡스 네 번의 삶을 읽어보는 방법이 있겠다.

책 나온지 며칠 되었다고 벌서 서평이 뜨냐고 알바라고 항의가 들어올지 몰라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반칙 같지만 출간에 앞서 교정지로 다 읽었다. 나름 애플광(?)이라는 소문이 퍼져서 그런지 몰라도 '미래를 만든 Geeks'(앤디 허츠필드가 지은 이 책도 스티브 잡스를 이해하기 위한 상당히 중요한 책으로 봐야한다. 필독서 목록에 넣어주시라.)도 출간에 앞서 일부를 미리 읽었는데 이번에도 미리 읽게 되는 찬스를 잡았다고 생각하시면 틀림 없겠다.

이 책은 프랑스 저자가 적었기 때문에 치밀한 자료를 토대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식으로 밀어붙이는 미국쪽 책과는 달리 문화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 물론 전반부를 넘어서 후반부로 가면 아무래도 기술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는 관계상 이런 좋은 특성이 사라지긴 하지만 1부까지는 확실히 음악/예술을 사랑(?)하는 스티브 잡스의 면모를 잘 잡아내었다(힌트: 이 책 원저자가 음악 관련 저술을 많이 했다). 책 제목에서 네 번의 삶이라고 나오는데 이는 책 구성을 본따 지은 제목이라고 보면 되겠다. 1부는 스티브 잡스가 방황하던 시절 이야기를 다루는 '구도와 방황', 2부는 애플과 매킨토시 개발 과정을 다루는 '스티브의 영광', 3부는 망가진 스티브 잡스의 재기를 다루는 '오딧세이', 4부는 스티브 잡스의 복귀와 죽음을 다루는 '인생의 절정기'이며 악마(?) 스티브 잡스가 인간(?) 스티브 잡스로 바뀌는 모습을 연대기 순으로 소개한다.

아이폰 이후의 잡스는 스포트라이트를 너무 많이 받아 많은 분들께서 별의 별 내용까지 다 알고 계시겠지만, 넥스트스텝 이전의 스티브 잡스는 애플 ][ 오덕이 아닌 이상 잘 모르실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쯤 본 모습을 보시고(이 책에서 많이 순화한 수준이 이 정도다. 사실상 젊었을 때 잡스는 거의 구둣발로 엔지니어 조인트 까는 게 일상 다반사라고 보시면 된다.) 언론에 너무 많이 나와 조금 식상하긴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도 본문 중에 소개되므로(경험상 규칙: 유명할수록 실제로 다 읽고 들어본 사람은 적다. ㅋㅋ), 혹시 아직 접해보지 못한 분이시라면 이번 기회에 읽어보시면 좋겠다.

1991년부터 매킨토시를 사용해왔던(물론 중간에 유닉스 워크스테이션과 윈도우 기계로 외도를 한 기간이 있긴하지만... ㅋㅋ) 애플 광으로서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 말씀을 드리겠는데, (애플 제품의 철학과 사상을 좀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는 상기 소개하는 어떤 책이라도 좋으니 애독자 여러분께서는 꼭 시간 내셔서 읽어보시기 바란다. 기존 대기업에서 수행했던 구태의연하고 구시대적인 시장 조사 방식을 거부하고 철저히 개발자 스스로가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서 사용자에게 최대의 가치를 제공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리라 확신한다.

EOB

목요일, 11월 10, 2011

[끝없는 뽐뿌질] SDHC 카드 성능 비교

블로거 인터페이스 개편 이후 통계 기능이 들어갔기에, 독자 여러분들께서 어떤 글을 가장 많이 읽는지 확인해봤더니... 사실상 [독서광] 섹션은 파리만 날리고(예외: 백트랙 책 소개!), [뽐뿌질] 섹션은 맥북에어랑 맥미니가 아주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애독자 여러분들께 서비스를 위해 오늘도 뽐뿌성 글 하나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소개할 주제는 SDHC 카드 성능 비교다. ㅋㅋ

맥북에어 13인치랑 맥미니에 SDXC 슬롯이 내장되어 있기에 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투철한 실험정신을 발휘해 SDHC 카드 성능을 같이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SDHC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잠시 늘어놓겠다. SD 카드는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듣고 써보고 했음직한 용어다. 그렇다면 SD 뒤에 HC가 붙은 이 물건의 정체가 무엇이냐 하면 뭐 간단하다. HC는 고용량(High Capacity)을 줄인 말이며 2G~32G까지 용량을 지원한다. 눈치빠른 분들이라면 SDXC 슬롯이라는 표현에서 XC도 유추해낼 수 있을테다. XC는 확장용량(eXtended Capacity)을 줄인 말이며 32G~2T까지 용량을 지원한다. 용량 이외 고려해야 하는 다른 요소로 폼팩터(표준, 미니, 마이크로 세 종류로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그림을 살펴보기 바란다), 그리고 엄청 중요한 속력(Speed Class Rating)이 있다. 속력은 원안에 들어있는 숫자 * 8Mbits/s으로 계산하면 된다. 예를 들어, 바이트 단위로 환산할 경우 클래스 2라면 2MBytes/s, 클래스 4라면 4Mbytes/s, 클래스 10이라면 10Mbytes/s 정도 성능이 나온다. SD 카드 가격을 보면 더 큰 용량이 더 저렴한 경우가 있는데, 클래스 차이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면 그리 신기하지 않다. 따라서 구입 과정에서 폼팩터, 용량, 속력 3박자를 모두 살펴 가격대비 성능이 가장 좋은 녀석을 고르기 바란다.

실제 테스트로 들어가자. 실험 시료를 구입할 예산 관계로 오늘 실험은 SDXC가 아니라 SDHC(하나는 16G/클래스 10, 다른 하나는 32G/클래스 4)를 대상으로 하며, 폼팩터는 SDXC 슬롯에 맞춰 별도 어댑터가 필요하지 않은 표준(32mmx24mmx2.1mm)을 지원하는 녀석을 골랐다. 실험실 환경은 먼지 하나 없는 클린 어쩌구 이런 환경이 아니라 그냥 무대포로 평상시 작업 하던 상황에서 그냥 했으므로 결과를 너무 심각하게 믿지마라. 여기 실험 결과를 보구 실험의 기본이 안 되어있다는 둥, 특정 회사에 유리한 편파적인 결과를 유도했다는 둥 무지막지하게 까는 행위는 자제해 주시라. ㅋㅋ 한번 더 강조하지만 여기 실험 내용은 참고용일 뿐이며 글자 그대로 믿어서는 정말 _곤란_하다.

실험 방식 역시 내 맘대로다. 큰 파일 하나를 ExFAT와 HFS+로 포맷한 미디어로 복사해봤고 작은 파일 몇 개를 역시 ExFAT와 HFS+로 포맷한 미디어로 복사했다. ExFAT는 FAT32 용량 한계 등을 극복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파일 시스템으로 아직 디지털 장비에서는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지만 맥 라이언이랑 윈도우 비스타 계열 운영체제에서는 기본으로 지원하고 있기에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그냥 재미로 테스트해봤다.

맥미니(신형)에서 약 7GB짜리 이미지를 복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 Transcend(Class 10)
    • 16G ExFAT: 10분 51초
    • 16G HFS+(journaling): 11분 23초
  • SanDisk(Class 4)
    • 32G ExFAT: 26분 20초
    • 32G HFS+(journaling): 22분 26초

맥미니(신형)에서 약 431Mbytes짜리 파일 32개(크기 제각각)를 복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 Transcend(Class 10)
    • 16G ExFAT: 51초
    • 16G HFS+(journaling): 44초
  • SanDisk(Class 4)
    • 32G ExFAT: 1분 27초
    • 32G HFS+(journaling): 1분 25초

뭐 딱히 예측을 크게 안 벗어나는 결과를 보여준다. HFS+가 저널링 때문에 좀더 느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결과를 까놓고 보니까 어떤 경우에는 더 빨랐다(7GB 파일을 Class 4짜리 미디어에 복사한 결과를 보고 킹콩 데이터인줄 착각해 한 번 더 실험했는데 결과는 유사했다). 캐시나 파일 룩업 테이블 처리 방식이나 기타 등등 미묘한 뭔가가 있다는 의심이 들지만 머리가 무지 아파지니 이쯤 끝내기로 하겠다.

EOB

목요일, 11월 03, 2011

[독서광] 구글앱엔진 활용하기

한 동안 클라우드 관련 서적 소개를 좀 게을리했는데, 반성하고 다시 제궤도로 돌아오겠다. 오늘 소개할 책은 오라일리에서 나온 'Using Google App Engine'의 한국어판인 '구글앱엔진 활용하기: GAE로 시작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이 책은 구글이 제공하는 PaaS(Platform As A Service)인 구글앱엔진에서 웹 애플리케이션을 작성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서문에도 나와있듯이, 이 책은 미시건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수업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수업을 목표로 AppEngineLearn(아, 이 꼼꼼한 탐사 정신)에서 여러 가지 보충 자료를 제공하므로 책과 더불어 함께 활용하면 더욱 좋겠다. 이 책은 웹/구글 기술에 처음 입문하는 초보자들을 주요 대상 독자로 삼기 때문에 구글앱 엔진 자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책 내용 중에 2장(HTML/CSS), 3(파이썬), 4장(애플리케이션으로 데이터 전송하기)(2, 3, 4장 합치면 무려 100페이지/전체 245페이지!)이 거의 쓸모 없다는(물론 알고 있던 지식을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에 경악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각 장 뒤에 나오는 연습 문제는 처음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입문한 사람들이 풀기가 상당히 난해하므로 이 부분은 모두 한번씩 풀어보시기 바란다. ㅋㅋ(간이 잘 안맞다는 이야기).

이 책은 일반적인 오라일리 책과는 달리 완결된 코드를 주로 제공하므로, 사실상 따라하기가 가능한 수준으로 봐도 된다. 간단한 로그인 페이지를 시작으로 암호 저장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연동하고, 정말 단순한 채팅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 다음 AJAX 기술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변경된 채팅 내용을 표시하는 기능을 추가하며 캐시를 도입해 성능을 높이는 선에서 마무리를 짓기에 구글 앱 엔진을 하루이틀 정도에 맛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본문에 나오는 예제는 모두 파이썬으로 작성되어 있으므로 파이썬 모르는 분들은 애로 사항이 꽃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미리 밝혀둔다.

결론: 구글앱엔진의 숨겨진 비밀을 파해치거나 성능을 높이거나 비용을 절약하는 등 실제 현업에 필요한 내용을 기대하시는 분들이라면 별로 얻을 내용이 없지만, 프레임워크로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필요한 기본 원리(라우팅, MVC 구조, HTML 코드 템플릿, 컨트롤러 작성 방식, 모델을 사용한 데이터베이스 연결)를 취미 수준에서 살펴보고 싶은 호사가라면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