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1월 08, 2010

[영화광] 소셜 네트워크



(국내 포스터와는 달리 미국 포스터에는 '하버드', '천재', '억만장자', '최연소'니 하는 자극적인 용어가 전혀 없다. 'without making a few enemies'라는 문구에 주목하자.)



요즘 한창 주가가 하늘을 찌르는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마크 주커버그를 다루는 영화인 "더 소셜 네트워크"가 미국에서 개봉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국내에는 언제 개봉될지 좀이 쑤셔서 미칠 뻔했다. 파이트 클럽의 데이빗 핀처 감독이 만들었으니 이거야 말로 진짜 안 봐도 블루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 11월 18일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공식 예고편만 보며 손가락을 빨고 있었는데, "유료 시사회"라는 아주 희한한 명목으로 야금야금 극장에서 개봉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지금 당장 CGV에 들어가서 '소셜 네트워크'를 찾아봐라. 표를 살 수 있다!)



영화 본 감상평은 어떻냐구? 역시 데이빗 핀처 감독은 B급 관리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시각적인 영상미에 꽉 짜인(핀처 감독은 법정 장면이 많이 나오는 이 영화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스토리를 선보이는데, 말도 빠르고 타이핑도 빠르고 성질도 급한 주커버그를 다루는 영화니 속도감까지 아주 잘 살리고 있다. 처음 영화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주커버그가 아주 난처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주 조금(?) 난처해질 정도라고 보여진다. 조만간 페이스북이 국내 상륙할 모양인데 이 영화 덕을 제대로(?) 봐서 현재 전세계 50위권 정도에서 얼마나 유행을 타서 인기 몰이를 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ㅋㅋ



여러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지만 "wget으로 사진을 몽땅 가져와야지"나 "MySQL을 설치할 리눅스 서버가 더 필요해!" 이런 대화가 오가는가 하면 인턴을 뽑기 위해 코딩 대회를 열여 정신 못차리도록 희한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인정사정 안 봐주고 술을 먹이는 모습을 보며 므흣함을 느꼈다. 과거 도스 창에서 dir 명령만 수십번 입력해 열심히 DOS 디렉터리 파일만 열거하던 구태의연한 시각 효과(?)에서 벗어나 이제 localhost에 ping도 때리고(서버 죽었는지 보려면 원격으로 ping을 해야지! 버럭!), 아파치 모듈이 뭐가 설치되었는지도 보고(중차대한 순간에 아파치 모듈 목록은 왜 보지? 차라리 error_log를 보는 편이 훨씬 더 좋았을 뻔했다), 펄이랑 PHP 코드도 슬쩍 보여주는 등 진일보한(물론 관객들은 우와 먼가 있어 보이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을거다) 시각 효과(?)를 보여주니 역시 컴퓨터가 이제 일반화된 기술이 되었다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닫게 되었다.



원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해 좀더 멋있게 글을 쓰려 했는데... 오늘 보니까 에이콘 출판사 블로그에 [페이스북 이펙트] '소셜네트워크'의 성공실화를 읽는다라는 멋진 글이 올라오는 바람에 완전히 김이 빠지고 말았다(그래서 대충 쓰고 말았다는 이야기). 뭐 어찌되었거나 소셜 네트워크에 푹 빠진 B급 관리자가 이 책도 예약 판매 신청해 입수하는 대로 얼른 읽고 서평을 올려드리겠다. 참고로 유사품(?)인 페이스북 이펙트절대로 햇갈리지 마시라. T_T





EOB

일요일, 11월 07, 2010

[영화광] 바흐 이전의 침묵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GEB)에서 더글라스 호프스태더는 1장 도입부에 바로 바흐의 이야기를 들고 나와 B급 관리자의 혼을 빼버린 전력이 있다. 그 당시 받은 충격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그 유명한 상륙 작전 장면 정도는 우스울 정도 였으니 수준이 어땠는지 상상이 가시리라. 엄정한 규칙을 추구하면서 무한 반복되는 자기 복제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바흐의 음악 세계를 회화, 수학, 인지학과 연결하는 호프스태더의 탁월한 능력을 보며(이 책 쓰느라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할 뻔 했다고 엄살을 떠는 서문에서 그냥 OTL) 머리 속으로 이리저리 상상만 했었는데, 이번에 개봉된(이런 영화가 국내의 멀티플랙스의 스크린에 걸리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이런 난해한(?) 예술 영화를 만든 사람이 스페인 국회의원을 지내고 좌파 단체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나? 낄낄) '바흐 이전의 침묵'을 보면서 음악과 시각을 절묘하게 연결한 페르 포타벨라 감독의 능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고요한 침묵이 흐르다 피아노 조율사의 조율부터 시작해 자동 피아노 연주 기계인 피아놀라가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바흐 이전의 침묵을 그대로 시각화하기 위해 감독은 특별한 줄거리도 영웅담도 자극적인 과장도 없이 일상 생활에 자연스래 스며든 바흐의 음악을 아름답게 연주하고 보여준다.



GEB에 나온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를 사용한 연주, 화물 트럭 안에서 하모니카 연주,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벌인 첼로 연주, 수 많은 그랜드 피아노를 사용한 협연, 소년 합창단이 연습하는 아름다운 화성은 기존 잘 짜여진 오케스트라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정형적인 틀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바흐가 추구하는 엄정하고 규칙적인 세상과는 미묘한 갈등과 긴장을 불러 일으킨다. 끝 부분에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며 규칙적이고 질서 정연한 피아놀라 악보를 보여주는데 바흐의 곡에 담긴 수학적인 규칙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목적을 넘칠만큼 달성했다고 본다.



GEB를 읽고 감명받은 독자거나 바흐 음악을 좋아하거나 시각과 음악적인 감수성이 있는 분들이라면 막 내리기 전에 얼른 가서 보시라. 주의) 이 영화는 극적인 사건(아 한 군데 있긴 하다... 중반 이후에 _화들짝_ 놀랄만한 장면이 하나 나온다.)이나 줄거리가 없으므로 중간에 졸아도 책임 못 진다.



뱀다리: 이 영화를 보다보면 중간에 독일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애착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진짜다. 예를 들어, 성탄절이 되면 독일 라디오는 (거짓말 좀 보태어) 바흐 곡만 틀어준다. 이 영화에도 나오지만 멘델스존부터 시작해 끊임없는 노력 때문에 숨어있던 많은 곡을 발견한 결과 엄청나게 다양한 레퍼토리를 자랑하는데다 곡만 붙이면 다 찬송가니까 머리를 쥐어뜯으며 선곡할 고민이 전혀 없는 셈이다. 몇 년 전 24일 밤에 독일의 한 작은 동네에서 열리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연주하는 소규모 음악회에 갔는데 역시 바흐가 대세...



보너스: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 연주를 들으며 봄날 야옹이처럼 나른한(?) 하루 되시길(불면증 환자에게 특효약이라는 전설이...)



EOB

토요일, 11월 06, 2010

[독서광] 애플 vs 구글: 디지털 맞수의 패권 경쟁



요즘 인터넷 서점이나 오프라인 교육을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두 단어가 있다. 바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인데, 두 기술을 만든 회사인 애플과 구글도 더불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국내 모 사 휴대폰에는 'With Google'이라는 문구까지 선명하게 새겨져 있을 정도니 한국 사람들에게 언제부터 구글이 완소 아이템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신기할 정도다). 안드로이드 마켓과 애플 앱 스토어, 애드몹과 iAD, 구글 TV와 애플 TV등 구글과 애플은 전방위에 걸쳐 서로를 견재하면서도 시장 파이를 키워나가며 상생(미국 독과점법을 생각해보자)하고 있으니 적이자 동지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이런 애플과 구글의 휴대폰, 클라우드 컴퓨팅, 수익 모델(광고), 제품 개발 모델, 생태계 활용, 쇼설 미디어 활용에 대해 차이점과 공통점을 다루며, 마지막에는 일본 기업이 두 회사에서 배워야할 점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으로 끝난다(국내 언론들의 막무가내식 삼성 띄워주기를 보면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아직 멀었구나...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원래 B급 관리자는 일본 IT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방식이 의외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 아주 특별하고 충격적인 내용은 없지만, 구글과 애플이 어떤 전략을 펼치면서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빠른 시간 안에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EOB

토요일, 10월 30, 2010

[독서광] Managing the Unexpected



가을도 깊어가니 여기에 맞춰 열심히 독서를 하고는 있는데 컨디션 난조로 예상보다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몇 주 서평 안 올려서 죄송... T_T) 오늘은 원서 하나 소개해보자. 예기치 못했던 사건이 터졌을 때 조직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다루는 "Manaing the Unexptected"라는 책이다.



이 책은 예상 가능하고 기대 가능하고 매일 벌어지는 일반적인 사건이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원자력 발전소, 핵 추진 항공모함, 병원 응급실, 항공 관제소와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면 일순간 붕괴되어버릴 위험성에 직면한 HRO(High Reliability Organization)에서 배울 점을 제시한다. 그런데 HRO가 아닌 일반 회사나 조직이 이런 HRO에서 무엇을 배우느냐구? 다름이 아니라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예측 불허한 사고가 펑펑 터지는 거친 세상에서 살아 남기 위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HRO는 넋나간(mindless라고 표현한다) 조직과는 달리 정신 바짝 차려(mindful이라고 표현한다) 행동하는 특성이 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면 이를 정상으로 끼워맞추거나 무심코 넘어가는 대신 시간을 질질 끌지 않고 적시에 문제점을 파악해 제대로 처리하는 특성 말이다. 이렇게 행동하기 위해 HRO는 다음 다섯 가지 규칙을 충실히 따른다.




  1. 실패에 집중하므로,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오류 보고를 장려한다.
  2. 상황을 단순하게 해석하지 않는다. 단순함에 저항하고 신중하게 관찰한다.
  3. 자극에 예민하게 운영한다. 항상 깨어 있는 상태에서 상황을 파악한다.
  4. 복원력을 유지한다. 오류를 감지하더라도 이를 포용해 최대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5. (지위나 경험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활용한다.


정신 바짝 차려 행동하는 조직은 예기치 못한 사건을 초기에 찾아내 재앙으로 번지기 전에 문제를 이해하고 적극 대응한다. 반면 일반적인 조직은 규칙과 위기 계획에 맞춰 사건을 미리 구체화하므로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질 경우 이를 기존 틀에 끼워맞추려고 할 뿐 새롭게 배우고 분류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책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콜럼비아 호와 챌린저호 사건을 비롯해 산불 진화팀, 병원, 항공 모함 등 다양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이런 두 조직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설명했다면 이 책은 문제 제기만 하고 끝나버렸을텐데, 후반부에는 정신 바짝 차려 행동하는 조직이 되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다음에 HRO 조직이 되기 위한 행동 강령(?)을 요약 정리해보았다.




  • 가치 균형을 유지하자.
  • 일어나면 안 되는 실수 형태로 목표를 다시 수립하자.
  • 정신 바짝 차려 행동하기란 노력이 필요함을 기억하자.
  • 어떤 상황에서도 깨어있자.
  • 겸손하도록 노력하자.
  • 나쁜 날에 감사하자! 뭔가 잘못될 때, 배울 기회도 생기기 마련이다.
  • 오류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자.
  • 대안으로 활용할 프레임 수립을 장려하자.
  • 기대하지 않는 사건을 관리하기 위해 상상력을 도구로 활용하자.
  • 말로 표현하자! 관찰이 행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대인 관계를 중시하자.
  • 뭔가를 당연한 사실로 딱지 붙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의심을 키우자.
  • 좋은 소식을 의심하자.
  • 나쁜 소식을 찾자.
  • 예상과 기대를 실험하자.
  • 불확실성을 환영하자.
  • 예상하지 못한 사건을 정보로 취급해 널리 퍼뜨리자.
  • 복잡한 모델을 채택하자. 세부적인 내용에 집중하고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 현존하는 관례는 물론이고 현존하는 모델을 재검토하자.
  • 현업에 있는 사람과 적극적으로 의사 소통하자.
  • 기발한 방식으로 정신 바짝 차려 행동하는 프레임을 구성하자.


결론: 열심히 희망을 품고 밝은 생각으로 으싸으싸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구라를 치는 수 많은 타인(?) 계발서에 지친 분들이라면 발톱 팍팍 나오는 이 책을 읽으며 박장대소하리라 본다. 아쉽게도 한국어판은 없으므로(한국에서는 이런 발톱 서적은 나와봐야 흥행 참패이므로 번역 가능성을 기대하지 말자. ㅋㅋ) 원서로 읽으시라!



EOB

토요일, 10월 23, 2010

[영화광] 대부 2



지난번 대부에 이어 이번에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대부 2편이 재개봉했기에 잽싸게 보고 왔다. 형만한 아우 없고 1편만한 2편 없다고 말하지만 대부 2편은 확실히 형만한 아우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요즘이야 1, 2, 3, ..., X 편까지 줄줄이 시리즈로 영화관에서 개봉하지만 대부가 나올 1970년대만 하더라도 관객들이 햇갈린다고 시리즈로 개봉하는 경우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대부 2라고 이름 붙여 개봉한 결과 엄청한 흥행 성공은 물론이고 전편에 이어 아카데미 상을 싹쓸이(이것도 진기록이라고 한다)해버리는 기염을 토한 영화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요즘이야 시퀄이니 프리퀄이니 이런 이름을 붙여 성공한 영화의 앞 이야기와 뒷 이야기를 별도 영화로 만드는 경우가 너무 흔해서 오히려 식상할 지경이지만, 대부 2는 전편의 교차 편집을 영화 전체로 확장하는 방법을 사용해 비토 콜레오네가 처음으로 뉴욕에 정착하는 과정과 비토 콜레오네를 이어받은 마이클 콜레오네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번갈아가며 풀어낸다. 마이클 콜레오네 역을 맡은 (조직이 커짐에 따라 필연적으로 생기는...) 알 파치노의 눈빛 연기와 젊은 시절 비토 콜레오네 역을 맡은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인...) 로버트 드 니로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연기가 오버랩되니 이건 극장 안에 있는 남자들이 오징어가 안 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대부 1편의 끝 부분에서 이놈저놈 가리지 않고 싹슬이를 하듯이 대부 2의 끝 부분에서도 역시 관객의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게 가족, 부하, 이미 퇴물이 되버린 철천지 원수를 가리지 않고 피도 눈물도 없이 도륙해 버린다. 그리고 나서 고심에 가득찬 마이클 콜레오네의 모습을 끝으로 장엄한 막을 내리니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대부 1편 보신 분들께서는 2편 막 내리기 전에 얼른 보러 가시라!




뱀다리: 대부 1, 2편을 통틀어 다음 대사는 영원이 기억할 것 같다.



"I'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EOB

목요일, 10월 21, 2010

[일상다반사] 제 10회 K.E.L.P 공개 세미나 소식



제 10회 K.E.L.P 공개 세미나가 오는 11월 6일(토)에 학여울역 SETEC 컨벤션 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B급 관리자도 세션 하나 맡아서 진행하려고 한다. 무료 공개 세미나지만 자료집, 기념품, 점심 식사까지 나오므로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미리 사전 등록하시기 바란다. B급 관리자도 여러분께 드릴 별도 선물을 준비할 계획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ㅋㅋ



EOB

수요일, 10월 13, 2010

[독서광] 오라클 백업과 복구: 원리부터 실무까지



관리자로 살다보면 별의별 기술이 다 필요한 경우가 있다. 업무상 오라클 백업에 대한 지식이 필요해서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리다보니 9월 초에 나온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목차를 살펴보니 적당한 듯이 보여 눈 딱 감고 바로 베팅...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용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중간에 예제 덤프 화면을 너무 많이 잡아서 책이 두꺼워진데다 종이도 돌가루 많이 들어간 무거운 재질이라 들고 다니기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용서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부류의 책이 제대로 안 팔릴거라고 예상했는지 출판사에서는 정가를 높이고 할인을 하지 않고 있는데(게다가 온라인 서점들도 역시 안 팔릴거라고 예상했는지 재고도 많이 확보하지 않아 주문하면 한 참 후에 배송이 진행된다. T_T), 의외로 돈 값을 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특징은 단순히 백업과 복구 명령 소개를 넘어서 기초적인 원리와(B급 관리자같은 오라클 초보에게 아주 유효 적절했다) 실전 시나리오를 소개하고 있으므로 실제로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어떻게 복구 작업을 진행해 소중한 자료를 살릴 수 있을지를 옆에서 구경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오라클에서는 컨트롤 파일, 데이터 파일, 아카이브 파일, 리두 파일만 제대로 백업하고 복구하면 만사형통인데, 본문에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나눠 설명하고 있으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보고 상황에 맞춰 필요한 부분을 반복해서 읽으면 숲과 나무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과 같이 특정 기술(아이퐁이랑 안드로메다라고 이야기 하지 않겠다. ㅋㅋㅋ)에 대한 책만 잔뜩 나오는 상황에서 뭔가 특화된 기술을 익히려면 인터넷을 이 잡듯 뒤지며(물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잘못된 자료도 걸러내고 시대에 뒤쳐진 자료도 걸러내고 난리를 쳐야 하는데 이런 종류의 책이 많이 나와서 아무쪼록 다양성을 유지하는 토대를 마련하면 좋겠다.



백업 원리와 복구 과정이 궁금한 오라클 관리자에게 강력 추천한다!



EOB

토요일, 10월 02, 2010

[독서광] (위기를 극복한) 리더들의 생각을 읽는다



요즘 팀을 이끌다보니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서(A급이었으면 뭐 이런 걱정도 전혀 안했겠지만, _B급_이다), 답답한 마음에 _위기를 극복한_이라는 제목에 홀려 예전에 찜 도서 목록에 넣어두었던 책을 하나 구입했다. 부제목이 "섀클턴에서 루스벨트, 빌 게이츠까지 33인의 이야기"라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본문을 읽다보니 부제목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난관에 부딪힌 리더들을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태도'부터 '실행'에 이르는 문제 해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분류하는 리더의 여섯 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이노베이터형: 올바른 태도로 역사를 새로 쓰고 미래를 바꾼다.
  2. 발견자형: 끊임없이 질문하며 올바른 정보를 캐낸다.
  3. 의사소통자형: 소통하는 방법이 다르다.
  4. 선도자형: 올바른 목적지로 잘 가고 있는지 리드한다.
  5. 창조자형: 전략과 전술에 적합한 팀을 만든다.
  6. 실행자형: 직관에 따라 행동한다.


본문에서는 여섯 가지 유형에 적합한 사람/회사를 선택한 다음에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는지 설명을 전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개별 내용이 짧기 때문에 아쉬운 점도 많지만(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꼭지가 한 두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중간에 나오는 촌철살인의 어구들이 상당히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몇 가지 인상 깊은 문구를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감동을 되살려보겠다.



위기와 문제가 크고 까다로울수록 최고와 최악의 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진정한 전문가는 언제나 문제의 본질과 비판적 생각에 기초를 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본질들을 똑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곤란한 문제에 빠졌을 때 무척 힘들어한다.


이노베이터들은 약점을 부정하고 제거하려는 노력을 중단하고 약점을 정의하고 한계를 알아내고 공유하고 보상하면서 계속 전진한다.


한 영역에 통달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영역까지 통달해야만 한다. 즉 뭔가 알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전문적 지식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적 지식은 편협하게 적용되거나 시대에 뒤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질문이나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일반적 지식 또한 갖춰야 한다.


인간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에 따라 행동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핵심에 접근하기 위해 숲과 나무를 모두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최고의 전략은 두 가지 방법을 주기적으로 그리고 규칙적으로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다.


오류를 발견하는 것은 감춰야 할 일이기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사건입니다. 오류를 이용해 작업 과정을 향상시키거나, 다른 곳에 존재하는 비슷한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말이죠.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다면 당신은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최고의 전략은 서로 다르게 작용하는 개념과 생각 혹은 주제들을 결합하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뻔한 일반적 문제나 목표에만 동의한 후에 일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장기간에 할 수 있느 일은 과소평가 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빠른 진행은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소모를 가져오는 반면, 긴급함이 없는 느린 진행은 동기부여가 어렵다.


멈추지 마라. 위기가 닥치면, 그것을 분석하고 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결정하라.


책의 가장 끝 부분을 보면 훌륭한 리더라면 이 여섯 가지 본질을 함께 작용할 수 있도록 다듬고 통합함으로써 유용한 순환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특정 시기마다 여섯 가지 본질 중 다른 성격을 강조함으로써 문제의 단계를 이동할 때 내리는 선택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창의적인 리더가 되려면 궁극적으로 여섯 가지 본질을 모두 갖춰야 함을 의미하므로 머리가 띵해진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원래 위대한 리더는 모순을 잘 다뤄야 하니까...



결론: 창의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는 모든 분들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미 주문까지 마치신 분들도 계시리라. :P



EOB

일요일, 9월 26, 2010

[끝없는 뽐뿌질] iptime N104(옛날 버전) 설치기



6년째 꾸준히(완전히 본전을 뽑았다고 보면 된다) 사용 중이던 에이포트 익스프레스(가장 초기 버전)가 802.11g를 지원하는 관계로 아무래도 11n을 지원하는 요즘 신형 노트북을 지원하기에는 조금 힘들어 보였기에 몇 달 전 아는 사람에게서 중고로 N104를 구입했다. 당시 최신(!) 기술인 11g를 지원했던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가격이 15만원을 넘어갔는데, 요즘은 11n을 지원하는 제품도 3만원 아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다(그러다 보니 벌써 몇 달이 흘렀다. T_T) 어제 드뎌 제품을 개봉해 설치를 마쳤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는 출장 등을 갈 때 유용하게 써먹기로 생각하고 잘 보관해두었다(B급 관리자가 물건을 사면 정말 본전을 뽑고 또 뽑는다. ㅋㅋ).



iptime N104 제품 사양은 브레인 박스에서 정리한 내용을 살펴보기 바라며(이 제품 특성상 무선 공유기 속력은 실제 사용 과정에서 80Mbps까지 나오는 반면에 유선 공유기 속력이 1000이 아니라 100Mbps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조금 가슴 아프긴 하다. OTL 하긴 뭐 불편해서 유선을 쓸 경우가 있긴 할까?), 설치 과정에서 직면한 보안 관련 설정 문제점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시절만 하더라도 하드웨어 사양이 떨어졌으므로 암호화 기능을 설정해 놓을 경우 아무래도 속력 저하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암호화 기능을 아예 꺼버리고 MAC 주소 기반으로 접속을 통제했었다(물론 보안 측면에서 틀림없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속력!).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암호화를 하더라도 성능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보안 문제(MAC 주소 방식이야 스푸핑 한 방에 깨깅이고 WEP(Wired Equivalent Privacy)조차도 벌써 보안에 구멍이 뚫린자 오래니...)도 점점 더 신경써야 하기에 암호화 기능을 활성화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802.11n을 사용할 경우 아예 보안 기능을 꺼버리거나 WEP나 WPA(Wi-Fi Protected Access) 대신 WPA2(Wi-Fi Protected Access 2)로 설정해야 정상 속력이 나오므로 속 편하게 WPA2로 설정해버리로 마음 먹었다.



iptime에서 제공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기가 귀찮아 그냥 웹 관리도구에 들어가 인증 방법을 WPA2PSK(개인용 WPA2)를 선택했고, 암호화 방법으로 자동으로 권장하는 AES(Advanced Encryption Standard)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서 맥과 IBM 레노보 노트북을 설정하니까 AP가 아주 잘 잡혔다. 그리고 문제의 아이포드 터치를 꺼내어 접속하려니... 암호가 다르다면서 접속을 거부한다. T_T



자 여기서 WPA2의 문제일까? 아니다. 회사에서는 이미 WPA2 인증 방식으로 동작하는 AP에 붙어 아이포드 터치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암호화 방식이 문제일테다. 아무래도 N104가 초기에 나온 모델인 관계상 뭔가 궁합이 안 맞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구글에게 물어보니까 AP 모델에 따라 아이포드 터치랑 WPA2PSK/AES로 붙니 마니 난리도 아닌 상황이었다. 그러면 암호화 방법을 AES 이외 다른 뭔가로 지정해야 하는데 TKIP(Temporal Key Integrity Protocol)이 눈에 들어왔다. WPA2PSK가 인증 과정에 AES를 사용한다고 해서 패킷 암호화 과정에서도 반드시 AES를 따라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WPA2PSK/TKIP 조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물론 2011년부터 나오는 제품에는 Wi-Fi alliance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소식도 있지만 그리 쉽지 않을 거다. 낄낄). TKIP은 11n 표준이 완벽하게 만들어지고 구현이 제대로 될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기 위한 땜빵으로 나온 규약으로 WEP과 유사한 보안 문제가 존재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보안보다는 사용성이 더 중요하므로 눈 꾹 감고 암호화 방법으로 TKIP을 선택했다. 그리고 아이포드 터치로 AP에 접속하니 성공!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포드 터치에서 성공적인 AP 접속을 기뻐하며 레노보 노트북에서 다시 AP에 접속하려니 문제가 있다며 튕겨낸다. 레노보에 딸려오는 무선랜 유틸리티로 프로파일을 깨끗하게 지우고 다시 자동으로 잡아봤지만 여전히 접속이 불가능하다. 유틸리티를 만든 사람은 분명히 WPA2PSK/AES를 염두에 두고 내부 논리를 구성했다는 생각이 들자 수동으로 프로파일을 구성하면서 WPA2PSK/TKIP 조합을 넣어보았다. 이번에는 성공! 정말 별의 별 문제가 다 생긴다.



마지막으로 맥에서 시도해보니 내부적으로 보안 설정을 바꿨는지 아무런 경고 없이 알아서 AP를 잡아준다. 이런 사소한 배려가 사용자를 기쁘게 만들어주고 결국 애플에 돈을 왕창 퍼주도록 유도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여러분들도 802.11n 공유기를 설치할 때 궁합이 잘 맞는지 여러 장비(참고: WPA2PSK/TKIP 조합은 심지어 아이북G4/맥OS X 10.3 타이거에서도 잘 인식했다)를 충분히 테스트해보기 바란다.



EOB

토요일, 9월 25, 2010

[영화광] 픽사 스토리



jhanglim님께서 선물하신 월-E DVD 패키지 2번 CD에 들어있던 픽사 스토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 우연히 맥주 한 캔 마시며 보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EBS에서도 상영해 많은 관심을 끌었고, "픽사 이야기 PIXAR TOUCH: 시대를 뒤흔든 창조산업의 산실, 픽사의 끝없는 도전과 성공"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룬 책도 나왔었는데 뒤늦게 본 셈이다. 구글에 "픽사 이야기", "픽사 스토리", "존 라세터"(픽사 스토리를 이끄는 주인공으로 올려드린 사진을 보시라)를 키워드로 넣어 물어보니 동영상 클립부터 다양한 뒷 이야기가 나왔다. 따라서 여기서 특별히 더 추가할 내용이 있을까 생각하다 갑자기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 사항을 메모해보기로 했다.




  1. 픽사가 처음부터 3D 애니메이션에 완전히 올인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토이 스토리로 일약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존 라세터는 월트 디즈니에 흠뻑 빠져 애니메이터를 지망했으니까. 나중에 라세터는 3D를 도입하려고 이리저리 노력하다 결국 디즈니 중역의 눈에 거슬려 해고당하는 불상사가 벌여졌는데, 만일 디즈니가 계속해서 라세터를 키웠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정말 궁금하다.

  2. 3D가 애니메이션의 주류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존 라세터는 빈곤한 이야기가 2D를 망쳤듯이 빈곤한 이야기는 3D도 충분히 망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존 라세터가 부재중인 상황에서 만든 토이 스토리 2는 거의 망할뻔 했는데, 뒤늦게 재앙을 예감한 사람들이 출장 다녀온 라세터를 끌고(!) 와서 전반적인 줄거리를 완전히 다시 쓰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요즘에는 월트 디즈니의 전매특허인 2D 애니메이션도 픽사에서 기획하고 제작하는 상황이니 이야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역시 기본기!

  3. 픽사에서 영화 산업에서 특수 효과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랜더맨을 만들고 나서 가장 재미를 본 곳은 어이없게도 픽사가 아니라 헐리우드 영화사였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번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T_T 스티브 잡스의 너그러운(?) 수표로 버티는 동안 독자적인 컨텐츠(토이 스토리!)가 안 나왔으면 픽사도 망했을 거다.

  4. 존 라세터가 출장에서 돌아와 다시 토이 스토리 2에 합류하게 되었을 때 실은 집에서 가족들과 푹 쉬려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존 라세터는 아들만 다섯이다!) '픽사 스토리'에서 부인이 나와 그 때 그 상황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 그 당시 난감한 상황은 안 봐도 블루레이... 아마 밤낮없이 가족들과 떨어져 몇 주를 보냈을 거다.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쇠진(burn out)이 안 되는 모양이다.

  5. 스티브 잡스가 픽사에 초기 투자금 천만 달러에 이어 매년 돈만 꼬박꼬박 붙여줬다고 하는데(다들 미쳤다고 했을거다), IPO에 올라가마자 스티브 잡스의 돈은 10년만에 1억 6천만 달러로 늘었고, 나중에 디즈니 이사회에 입성... 이 힘을 이용해 다시 아이튠즈/아이폰 사업을 눈덩이처럼 굴려 시가 총액 2위까지 오르락 내리락...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대단하다.

  6. 존 라세터는 손수 BSD daemon을 그렸다.

  7. 존 라세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광팬이며 절친한 사이로 미국에 개봉되는 하야요 작품의 더빙 작업에 여러 차례 관여했다고 한다. 인증 샷



창의력을 발휘해 멋진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면 꼭 이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기 바란다. 시간 없으신 분들께서는 EBS에서 방영한 일부 내용을 담은 클립을 보시면 되겠다.



EOB

수요일, 9월 22, 2010

[일상다반사] 추석 맞이 간이 이벤트

애독자 여러분을 위해 추석 맞이 간이 이벤트를 한번 벌여보겠다. 역시 연휴 때를 노린 기습 작전에 허탈하신 분도 많으시리라 본다. ㅋㅋ



이번 이벤트에서 방출할 선물은 다음과 같다.




  •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작품이지?
  • 스위스 은행가가 가르쳐주는 돈의 원리: 돈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서 가볍게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
  • 신뢰! 소셜 미디어 시대의 성공 키워드: 소셜 네트워크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시길...
  • START! 트위터와 미투데이: 마이크로블로그에 처음 입문하시는 분이라면 읽어보시길...
  • SOS! 죽어가는 프로젝트 살리기: 이건 특별 선물이며 B급 관리자가 번역했던 책이지?


이벤트 관련 공지 사항을 다시 한번 더 정리해보았다. 지금쯤이면 다 아실테지만. ㅋㅋ




  1. 응모 기한: 9월 26일(일) 23시 50분까지다.
  2. 이벤트 응모 대상: 이 블로그 독자라면 누구나 가능! 연휴 때도 들어와서 보시는 진짜 애독자분이 임자다.
  3. 이벤트 당첨 방식: 늘 그렇듯 댓글 선착순이다. 대신 한 명이 싹쓸이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1인당 하나만 신청이 가능하다.
  4. 우편물 배송 방식: (B급 관리자가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일반 우편 발송을 따른다. 등기나 택배를 이용할 경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5. 신청 방식: 신청은 이 블로그 기사에 대한 _선_ 리플 _후_ 전자편지다. 반드시 댓글부터 먼저 달고 전자편지를 작성하기 바란다. 댓글을 달고 나서 혹시 누가 먼저 선수를 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시라. B급 관리자의 전자 편지 주소는 jrogue@쥐메일(다들 아실거다. ㅋㅋ).com이다.
  6. 전자편지 작성 방식: 전자편지 제목은 '[책 이벤트 신청] (댓글에 사용한 id) 책 이름'을 따른다(예: [책 이벤트 신청] (jrogue) SOS! 죽어가는 프로젝트 살리기). 본문 내용에는 신청한 책 이름, 신청인 이름과 주소와 우편번호(!)를 적으면 된다.
  7. 발송 예정일: 늦어도 9월 30일(목) 이전에 모두 발송할 계획이다.
  8. 접수 완료된 책은 어떻게 알 수 있나? 9월 27일(월)에 블로그로 이벤트 당첨자(?)를 최종 공지하겠다. 물론 댓글을 잘 보면 되긴 하다.


추석 연휴 즐겁게 잘 보내시고(특히 비 피해 입으신 분들께 위로 말씀 전한다), 다음 번 이벤트까지 학수고대 하시기 바란다. 댓글 열심히 올려주시고 트위터로 격려해주시는 애독자 여러분들께 일일이 답변은 못 드리지만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마시라!



EOB

화요일, 9월 21, 2010

[독서광] Blog2Book, 프로그래머가 몰랐던 멀티코어 CPU 이야기



프로그래밍 언어의 추상화 수준이 점점 더 올라가면서, 컴퓨터 아키텍처와 운영체제 이론에 대해 몰라도 되는 세상이 도래할 듯이 보였다. 하지만 완벽하게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동작 방식을 가려버리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도는 다르겠지만) 개발자들은 여전히 아키텍처와 운영체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개발과 무관하게 이런 기초 지식을 쌓으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하는데 쉽지 않는 말이다. 이번에 Blog2Book 시리즈로 나온 "프로그래머가 몰랐던 멀티코어 CPU 이야기"는 컴퓨터 아키텍처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전산과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CPU 설계와 아키텍처는 원래 어려운 분야이므로 아무리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해봐야 한계가 있고 이 책 역시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나마 기존 딱딱한 아키텍처 교과서보다는 훨씬 눈에 잘 들어오므로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은 호사가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멀티코어 CPU라고 제목이 붙긴 했지만, 싱글코어 CPU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복잡한 구조로 올라가면서 설명을 전개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정독하기를 원한다.



x86 어셈블리어와 C 프로그래밍 언어를 모를 경우 책을 읽는 도중에 애로 사항이 꽃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CPU가 사용하는 기초적인 언어는 어셈블리이며, 비교적 어셈블리로 쉽게 변환이 가능한 언어는 C이므로 두 가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설명을 전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x86 어셈블리와 C 프로그래밍 언어 이외에 알고리즘과 자료 구조론을 이해하고 있다면 더욱 쉽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프로세스 명령어 집합 구조와 기본 부품 소개, 프로그래밍의 의미를 결정 짓는 의존성, 프로세스 기본 동작, 고성능 프로세스를 위한 명령어 파이프라인/비순차 실행/하이퍼스레딩, 멀티 코어, 데이터 병렬성, 캐시, 분기 예측, 메모리 명령 실행 알고리즘, 병렬 프로그래밍, 하이젠버그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여러 가지 컴퓨터에 대한 하드웨어 관련 내용을 모두 다루는 아키텍처 교과서와는 달리 싱글/멀티코어 CPU와 관련한 내용만 압축해놓았으므로 CPU와 관련해서 머리 속으로 정리가 필요할 때 읽어보면 좋겠다.



아쉬운 점 한 가지: Blog2Book 시리즈 구성에 맞추려다 보니 대화식으로 전개하는 내용이 본문과는 조금 동떨어져서 움직이기에 사족처럼 느껴진다.



EOB

일요일, 9월 12, 2010

[독서광] Management of the Absurd: Paradoxes in Leadership



反리더십이라는 제목을 달고 이미 한국어판이 나와 있는 이 책은 절판되었는지라 원서로 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장점은 절대로 희석되지 않는다. 조금 낯 간지럽긴 하지만 책 뒷표지 가장 위에 적힌 "이 책은 내가 지금껏 읽었던 리더십 책 중에 최고일지도 모르겠다"라는 톰 피터스 말이 허언은 아닌 듯이 보인다.



이 책은 "불합리한 경영: 리더십에 있어 모순"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기존 리더십 이론을 뒤집고 뒤틀고 옆구리를 차는 33가지 패턴을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정곡을 찌르고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제목만 봐도 이 책이 얼마나 도발적인지 또한 무슨 내용인지 충분히 감이 올 것이다.




  1. 심오한 진리는, 그 반대 또한 진리다
  2. 분명한 것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다
  3. 중요한 관계일수록 테크닉은 부차적이다
  4. 효과적인 기법을 발견했다면 즉시 그것을 버려라
  5. 훌륭한 리더는 통제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6.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 대부분은 사실 문제가 아니다
  7. 테크닉은 의도한 목적과는 정반대 되는 결과를 낳는다
  8. 인간이 기술을 발명하지만 기술이 인간을 만들기도 한다
  9.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질수록 실제 커뮤니케이션은 줄어든다
  10. 커뮤니케이션은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하다
  11. 듣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12. 칭찬으로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13. 인간의 행동은 모두 정치적이다
  14.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문제 해결의 최고 적임자이다
  15. 지원이 필요한 곳일수록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16. 조직은 약하다. 그러나 개인은 강하다
  17. 상황이 좋아질수록 불만도 늘어난다
  18. 창의력이나 변화를 외치는 곳일수록 사실은 아무 변화도 원치 않는다
  19. 우리는 부족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것을 더 많이 원한다
  20. 큰 변화를 일으키기는 쉽다 그러나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렵다
  21. 우리는 자신의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실패와 자신의 성공으로부터 배운다
  22. 어떤 방법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사실 효과가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다
  23. 계획으로는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24. 재난은 피할수록 좋다. 그러나 조직은 그만큼 약해진다
  25. 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사실 지금 그대로가 좋다
  26. 뛰어난 장점은 동시에 심각한 약점이다
  27. 사기가 오른다고 생산성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28. 리더는 없다. 다만 리더십이 있을 뿐이다.
  29. 경험이 많은 지도자일수록 직관을 신뢰한다
  30. 리더십은 훈련으로 습득되는 기법이나 방법이 아니다
  31.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아마추어가 되어야 한다
  32. 이룰 수 없는 명분이야말로 싸워볼 만한 유일한 명분이다
  33. 내 충고는 내 충고를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다 보니 이 책 내용을 요약 정리해놓은 자료도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다. 목차를 보고 흥미가 당긴 독자라면 뽐뿌질 당할 생각하고 링크를 따라가보기 바란다.



결론: 삐딱선을 타는 독자라면 이 책을 절대로 놓치지 마시라! 2010년 가을을 맞이하여 강력하게 추천한다.



EOB

[일상다반사] 오라일리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개정 3판)" 번역서를 찾습니다

애독자의 부탁으로 B급 관리자가 예전에(아주 오래 전에) 번역한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개정 3판)를 찾고 있다. 혹시 이 책이 더 이상 필요없어져서 책장만 차지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B급 관리자(jrogue 에뜨 쥐메일.com)에게 연락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OB

일요일, 9월 05, 2010

[일상다반사] 간만에 세미나 소식



정말 간만에 B급 관리자가 오는 9월 9일(목)에 코엑스 컨퍼런스 센터(317호)에서 열리는 11회 정례기술세미나 - iOS와 경쟁하는 임베디드 플랫폼 동향 세미나 연사로 나서게 되었다. 너무 오랫동안 대중 앞에 서보지 않아서 이번에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주로 경험담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하려고 하니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행사 신청을 해주시면 되겠다. 참고로 회원사만 무료이며 나머지 비회원사 소속 직원이 참석할 경우 등록비(자그마치 5만원!)를 내야 하므로 주의하시기 바란다. 대학생은 사전등록비가 1만원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발표 제목은 "정보가전 분야의 임베디드 리눅스 동향"이라고 나와 있는데, 과거 여러 가지(?) 제품에 리눅스를 적용해 보며 느낀 점과 향후 발전 방향을 소개하려고 한다. 참석하시는 애청자 여러분을 위해 이번에 새로 나온 코드로 읽는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도 증정을 위해 들고 가므로 기대하시기 바란다.



EOB

일요일, 8월 29, 2010

[독서광] 공피고아: 어떤 조직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의 비책



공피고아라는 특이한 이름을 자랑하는 이 책은 지난번에 소개한 [독서광] 일개미의 반란: 우리가 몰랐던 직장인을 위한 이솝 우화를 선물한 꼬양이(역시 꼬양이는 이런 부류의 책을 즐긴다. ㅋㅋ)가 추천해서 급히 구입한 책이다. 시중에 흔하디 흔한 사내 정치 본격 입문서 중 하나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기존 싸구려 처세술(?) 책과는 뭔가 다른 내용이 담겨 있다. 제목인 '공피고아(攻彼顧我)'는 바둑의 기본 전략에서 빌어온 단어이며,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라"는 뜻이라고 한다. '정치 게임'을 벌여 상대방을 구워삶은 방법이 아니라 나 자신을 어떻게 되돌아볼지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은 직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례와 이런 사례를 풀어내기 위해 삼국지에서 적절한 내용을 찾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솝 우화와 직장인의 자세를 혼합해서 설명하는 '일개미의 반란'과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하지만 우화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일개미의 반란'과는 달리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가기에 또 다른 맛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아주 적절하게(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예를 들기 때문에 삼국지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리라 본다. 꼬양이처럼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뭐 두말할 나위도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테다.



이 책의 장점은 지독한 '현실성'이다(삼국지를 토대로 설명한다고 쌍팔년도 책으로 오인하면 대단히 곤란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서 데자뷰를 느꼈다. 과거 B급 관리자 주변에서 일어난 황당무개한(지금 생각하면 그리 황당하지도 않다) 일과 가슴 아픈 추억들이 아련하게 되살아나는 동시에 현재 전개되고 있는 여러 가지 시츄에이션(의도적으로 외래어를 썼다. ㅋㅋ)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부하로서 상사를 바라보는 시각, 상사로서 부하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 책에는 공존하고 있으므로 양쪽에서 서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제대로 일이 전개되는지 좀더 명확하게 머리에 그려졌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지금까지 B급 관리자가 저지른 모든 실수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 몸둘바를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 앞으로는 정신 차리고 제대로 뭔가를 해봐야겠다. 샌드위치도 아닌데 아래 위로 치여서 눈물만 흘리고 있는 중간 관리자들에게 그야말로 강력하게 추천하고, 회사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신입 + 신입 티를 막 벗은 사원들에게도 역시 일독을 추천한다. 결론: 2010년 하반기 회사원의 필독서.



EOB

토요일, 8월 21, 2010

[독서광] 히든 챔피언



책이 마음에 들지만 너무 두껍고 무거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집에 책을 두고 틈틈히 읽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600페이지 밖(버럭!)에 안되지만 양장본에 두꺼운 종이를 사용한 히든 챔피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위해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는 주로 독일(+ 독일과 관련된 다국적 기업)을 다루기 때문에 처음 들어보는 낯선 회사도 많고 주변 분위기도 다르겠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작고 강한 기업의 특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름 배울 점이 있어 보인다.



우선 이 책의 제목인 히든 챔피언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히든 챔피언은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어야 한다.




  1. 세계 시장에서 1위, 2위, 3위를 차지하거나, 소속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2. 매출액은 40억 달러 이하다.
  3.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강력한 히든 챔피언은 전 세계의 시장을 지배하며, 눈에 띄게 규모가 성장하고 있으며, 생존 능력이 탁월하며,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전문적인 제품을 생산하며, 다국적인 기업과 경쟁하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기적을 이룬 기업은 아니라는 특성이 있다. 특히 저자는 가장 마지막인 '기적을 이룬게 아니라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에 초점을 맞춰 히든 챔피언들의 목표와 비전, 시장 정의, 선택과 집중, 세계화, 혁신 기법,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 지역 조건, 기업 문화의 특징, 리더십을 설명한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성장과 시장지배력, 시장과 집중, 세계화, 고객과 서비스, 혁신, 경쟁, 자금 조달/조직과 주변 환경, 직원, 리더십, 진단과 전략개발이라는 큰 틀에 맞춰 히든 챔피언을 분석한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진이나 중간 관리층에서 바로 활용이 가능한 매뉴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가장 끝에 나오는 "히든 챔피언에게 배우는 교훈"은 앞서 다룬 여러 가지 분석 내용을 토대로 히든 챔피언 나름의 성공 요소를 일목 요연하게 요약 정리해주는 센스까지 발휘한다.



책에 나오는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다.



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략의 포괄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언급했다. "전략은 함께 싸움터에 뛰어들어 현장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지시하고 수시로 전체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싸움터에서는 계획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은 한 순간도 현장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


젠하이저에 관해서는 이렇게들 말한다. "혁명이 아니라 진화가 회사를 강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기술적으로 대단한 제품들이란 실제로는 사소하고 작은 개선책들이 개발정책을 통해 나오게 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경제학자 스테번 브라크만과 카를 반 마레빙크는 그들의 논문 "결국은 큰 세계다"에서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세계는 평평하다": 경제에서 공간적인 거리가 더 이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환상의 왕국으로 인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 사람은 만일 두 국가 사이의 거리가 10% 늘어나면 무역은 9% 가량 줄어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장 훌륭한 언어는 고객들이 구사하는 언어다.


대부분의 히든 챔피언 기업들은 자신의 경쟁사들 역시 강력하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성공이 마법 덕분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아주 사소한 부분을 약간 더 잘하거나 좀더 지속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테오도르 레빗 교수는 이 점을 두고 한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지속적인 성공이란 자신에게 적합한 일에 끊임없이 집중해서 매일매일, 사소하지만 수 많은 일들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작은 기업에서 성공을 어떻게 달성할지 고민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EOB

토요일, 8월 14, 2010

[일상다반사] (출간 소식+이벤트) 코드로 읽는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



예고편을 알려드린지 거의 2년만에 드디어 야루고 시루던 "Essential Linux Device Drivers"의 한국어판인 코드로 읽는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가 8월 23일 경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학생님께서 댓글로 지적하신 바와 같이 같은 제목의 책이 여러 권 시중에 나왔지만 전반적인 리눅스 디바이스를 다룬다는 점과 원시 코드를 위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임베디드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 개발자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리라 본다. 역자 서문을 살펴보면 책 특성을 이해할 수 있을테다.



임베디드 분야에서 리눅스 사용은 이제 특별하거나 신기한 현상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렸다. 라우터와 유무선 공유기부터 시작해 IPTV와 케이블 셋톱박스를 거쳐 안드로이드 마크가 찍힌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리눅스 커널은 사실상 가전용 임베디드 세상을 지배하는 운영체제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일반 애플리케이션과는 달리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는 늘 신비에 쌓인 전문가만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아주 까다로운 리눅스 커널은 물론이고 디바이스를 둘러싼 표준과 기반 하드웨어 특성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임베디드 리눅스를 제대로 익히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원시 코드가 공개된 리눅스 특성으로 인해 다른 독점 운영체제와는 달리 리눅스 커널 내부는 물론이고 리눅스 커널을 구성하는 디바이스 드라이버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커널과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다루는 책은 많지 않으며, 임베디드 리눅스 특성에 맞춰 이를 다루는 책은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 프렌티스 홀 오픈소스 개발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은 다양한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 유형을 설명하므로 임베디드 리눅스 개발자에게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딱맞는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디바이스 드라이버 유형은 무작정 임베디드 리눅스 프로젝트에 뛰어 들기 전에 어느 정도 안정적인 출발점을 제시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 책은 디바이스 드라이버 유형마다 간단한 기술 소개, 관련된 리눅스 커널 구조체와 함수 소개, 실제로 동작하는 예제 소개와 설명, 주의 사항과 응용 방안을 제시하므로 임베디드 리눅스에 처음 뛰어든 C를 잘 아는 시스템 개발자를 위한 입문서는 물론이고, 실전에 바로 적용 가능한 지침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물론 리눅스 커널을 디바이스 드라이버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은 리눅스 커널 호사가에게도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이다. 책의 특성상 예제가 많이 나오므로 원시 코드가 필요하다면 http://www.elinuxdd.com/를 방문하기 바란다. 아무쪼록 이 책이 임베디드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 개발 과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자, 그러면 애독자 여러분께서 기대하고 고대하시던 이벤트에 들어간다. 우선 얼마 되지 않는 힌트를 보시고 정답을 맞춘 학생님께 책 한 권 먼저 선물드리기로 하고... 이 블로그 글을 블로그로 (수동) 트랙백해주신 애독자 여러분들 중에 두 분을 뽑아(기준은 B급 관리자 마음이다. 평상시에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 이벤트에도 참여를 많이 해주시고 무엇보다도 글을 잘 쓰시는 분이 당첨될 확률이 높다.) 책을 보내드리겠다. 기한은 내주 수요일(8월 18일) 저녁 23시 55분까지이며, 발표는 내주 토요일(8월 21일)에 하겠다.



애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무더운 여름 막바지 건강 주의하시기 바라며, 다음 책 이벤트까지 안녕~~~



EOB

토요일, 8월 07, 2010

[독서광]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프로그래머로서 어떤 경력을 밟아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에 대해 다들 고민이 많으리라는 생각이다. 특히 향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더 고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좋은 해법으로 직접 깨달음을 얻으면 된다. 하지만 직접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무척 힘든 길을 걸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차선책은? 바로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는 방법이다.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는 원서 제목("Apprenticeship Patterns")이 암시하듯 도제(apprentice) 시스템에서 살아남아 장인이 되기까지 필요한 패턴을 정리한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프로그래머 세상에서 장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 필요한 조언을 담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여기서 _프로그래머 세상_이라는 말에 밑줄을 그을 필요가 있다. 관리자 세상에서 장인이 되거나 큰 돈을 벌려고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굳이 아까운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로서 열정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다시 말해, 나이 40 넘어서까지 프로그래머로서 경력을 계발하려고 마음먹은(물론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분들께는 추천한다).



이 책은 장인 정신, 견습 과정, 도제 시스템 관점에서 소프트웨어를 설명하고 있으므로, 체계적이고 시스템으로 동작하고 과학적인 뭔가를 기대한 사람이 읽으면 뜬 구름 잡는 기분이 들 위험성도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는 예술과 과학, 반복적인 작업과 창의적인 작업, 새로운 개발과 유지보수가 섞여 상당한 불협(?)화음을 내는 분야라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장인 정신 관점에서 도를 닦으며 자신을 수양하는 방법도 그리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납기 준수"가 최고 목표가 되어버릴만큼 급하게 돌아가는 세상이라 과연 내일 점심값을 걱정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수련에 임할 수 있을지는 각자 가치관과 판단에 맡기겠다.



이 책을 읽다보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석대로 도를 닦는 미래의 장인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자신의 몸까지 축내가며 사파 무공을 마구 시전하는 무협지의 악당들이 머리 속에서 싸우는 바람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과연 "정의의 Force"가 이길지 "악의 Force"가 이길지 정말로 궁금하다. 참고로 B급 _관리자_는 다스베이더 편에 붙었다. T_T



뱀다리: i) 이 책을 쓴 저자들이 목과 어깨에 힘을 좀 뺐으면 좋을 뻔 했다. 자칫 프로그래머용 자기 계발서(읽을 때만 기분 좋은...)가 될 가능성도 엿보였기 때문이다. ii) 한국에서 멘토나 장인을 찾기보다 낙타가 바늘 귀에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아니 프로그래머)은 극히 일부 개발자를 제외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 직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증거: 한국에서 SI나 용역이 아닌 튼튼한 순수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가 몇 개나 존재하는지 한번 세봐라. 만일 정말 전도유망한 순수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아시는 분이 계시면 추천 댓글을 달아주시기 바란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인재를 추천해드리겠다.). 따라서 대단한 개발자가 있다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회사에서 절대로 가만히 놓아두지 않으며, 피터의 원칙에 따라 가장 바보가 되는 지위(즉 관리자)까지 승진시켜버릴 거다.



EOB

목요일, 8월 05, 2010

[독서광] 휴가 특집: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책 2선

이번달 developerWorks 서평은 여름 맞이 프리젠테이션 책 두 권을 소개한다.




  • slide:ology: 위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는 예술과 과학: 프리젠테이션 젠에 나오지 않는 발표자료를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구체적인 방법과 지침을 제공하는 책이다.
  • 파워포인트 블루스: 소위 말하는 한국형 프리젠테이션 방법을 담은 책이다. 발표자료와 보고서를 하나로 묶어 파워포인트로 만들고 싶어하는 직장인에게 안성맞춤인 듯.


프리젠테이션 젠, slide:ology:, 파워포인트 블루스를 다 읽고 나면 어느 정도 발표 자료 만들기에 자신감이 붙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 여러분께서 무더운 여름 즐거운 독서 생활되면 좋겠다.



EOB

화요일, 8월 03, 2010

[일상다반사] 2010년 여름 특별 이벤트 결과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성황리에 이벤트 행사가 끝났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말씀드린다. 꾸벅! 이벤트 결과를 정리하겠다.




  • 슈퍼 괴짜 경제학: zizukabi님(1착 늘 감사드립니다.)
  • 돈 걱정 없는 30년을 위한 분산 투자의 법칙: xlos님(email 주소를 이벤트 내용에 안 적어서 섭하셨죠?)
  • DNS와 BIND(개정 4판): crazytazo님(부지런한 사람에게 행운이!)
  • 찰스 페졸드의 WPF: izlei님(스마트폰 덕택에...)
  • 엔터프라이즈 애자일 프로젝트 관리: Jun Hwan Kim님(동작이 아주 빠르십니다)
  • 리눅스 커널 심층 분석(1판: 커널 2.4): POD님(3판이 나오는데 1판을 드려 죄송...)
  • 리눅스 방화벽: Archmond님(리눅스에도 손길을 뻗히시다니... ㅎㅎ)
  • 240P DDR3 1066 메모리(1GBytes): 낭창님(메모리 잘 쓰시기 바랍니다)
  • Sentinel SuperPro SDK: USB 타입 키와 CD-ROM 포함: 이 제품은 인기가 없어요. 엉엉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에 고무된 B급 관리자의 이벤트는 멈추지 않는다. 조만간 나올 새(!) 책 이벤트도 기대하시라!



뱀다리: 동일한 책을 놓고 늦게 신청하신 분들은 우선 순위에서 밀렸으므로 항의 편지를 보내주시면 아니 된다. 일요일과 연휴 기간에 주로 이벤트를 진행하므로 앞으로 노는 날에 블로그 잘 감시하시다 보면 떡이 생길지도...



EOB

일요일, 8월 01, 2010

[일상다반사] 2010년 여름 특별 이벤트

B급 프로그래머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서 학수고대하던 시간이 왔다. 여름 특별 이벤트! 선물로 드릴 책을 고르기 위해 책장을 뒤져보니 다음과 같은 후보가 나왔다. 이번에 드릴 선물은 일부 몰지각한 책 때문에 무게와 부피가 무지막지(!)하므로 닭 한 마리 잡을 힘도 없는 B급 프로그래머 체력을 고려해 일단 여기까지만...



비 컴퓨터 부문





컴퓨터 부문





아, hl1oap님께서 B급 프로그래머 애독자를 위해 특별히 협찬하신 의외의 선물도 있다.




  • 240P DDR3 1066 메모리(1GBytes): 제조사는 Transcend

  • Sentinel SuperPro SDK: USB 타입 키와 CD-ROM 포함(9x/NT/2000/XP), 참고로 멀티플랫폼(리눅스, 맥 OS X, 솔라리스, AIX)을 지원한다고 적혀있다.


이제 이벤트 관련 공지 내용이 이어진다. 여러 차례 이벤트를 진행했으므로 독자 여러분들도 이미 익숙해졌으리라 믿는다.




  1. 응모 기한: 8월 4일(수) 23시 50분까지다.
  2. 이벤트 응모 대상: 이 블로그 독자라면 누구나 가능! 하지만 트위터 독자가 100% 유리하다는 사실은 이야기 안 봐도 DVD다. RSS 독자들도 불리한 상황이라고 보면 틀림 없을 것이다. 대세는 트위터(응?)!
  3. 이벤트 당첨 방식: 늘 그렇듯 댓글 선착순이다. 대신 한 명이 싹쓸이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1인당 하나만 신청이 가능하다.
  4. 우편물 배송 방식: (B급 프로그래머가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일반 우편 발송을 따른다. 등기나 택배를 이용할 경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5. 신청 방식: 신청은 이 블로그 기사에 대한 _선_ 리플 _후_ 전자편지다. 반드시 댓글부터 먼저 달고 전자편지를 작성하기 바란다. 댓글을 달고 나서 혹시 누가 먼저 선수를 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시라. B급 프로그래머 전자 편지 주소는 jrogue@쥐메일(다들 아실거다. ㅋㅋ).com이다.
  6. 전자편지 작성 방식: 전자편지 제목은 '[책 이벤트 신청] (댓글에 사용한 id) 책 이름'을 따른다(예: [책 이벤트 신청] (jrogue) 리눅스 커널 심층 분석). 본문 내용에는 신청한 책 이름, 신청인 이름과 주소와 우편번호(!)를 적으면 된다.
  7. 발송 예정일: 아무리 늦어도 8월 10일(화) 이전에 모두 발송할 계획이다.
  8. 이벤트 마감 기한까지 신청하지 않은 책은 어떻게 되나? 8월 7일(토)에 모두 폐기된다. 즉, 버스 떠난 뒤에는 소용없으므로 잽싸게 신청하시라!
  9. 접수 완료된 책은 어떻게 알 수 있나? 8월 5일(목)에 블로그로 이벤트 당첨자(?)를 최종 공지하겠다. 물론 댓글을 잘 보면 되긴 하다.


이번에도 휴가간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무더위와 싸우고 있는 불쌍한(?) 독자 여러분들께 양보했다고 생각하시면 배가 덜 아프시리라. 앗! 생각해보니 스마트폰이 있구나! T_T



EOB

토요일, 7월 31, 2010

[독서광] Debug It! 실용주의 디버깅



국내에서 유난히 인기가 없는 전산/컴퓨터 관련 서적이 있다. 뭔지는 독자 여러분들도 이미 아시겠지만... 디버깅이다. B급 프로그래머도 이미 리눅스 문제 분석과 해결, 디버깅과 성능 튜닝을 번역해보았지만,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디버깅은 개발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므로(어쩌면 개발 자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부류의 개발자 서적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가 상당히 궁금하긴 하지만(찌질한 디버깅 관련 서적을 들고 다니면 덜 프로페셔널하게 보이기라도 한 건가?), 꾹 참고 있다(혹시 이유를 아는 독자라면 댓글로 알려주시라.), 그냥 그저 그려려니 하고 있다. 이렇게 디버깅에 관심이 많은 B급 프로그래머다 보니, 이번에 새로 디버깅 관련 서적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잽싸게 읽어보았다.



"Debug It! 실용주의 디버깅"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디버깅 서적이다. 구체적이고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나 주변 환경(운영체제, 컴파일러, 라이브러리)에 맞춤식으로 만든 책이 아니라 전반적인 디버깅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따라서 읽는 즉시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다면(예: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환경에서 작성한 응용 프로그램의 메모리 누수 현상을 어떻게 해결합니까? pthread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데드락이 걸려요!) 후회가 막급하겠지만, 전반적인 디버깅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싶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본다.



책의 목차를 보면 이 책의 성격을 좀더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1부에서는 재현 - 진단 - 수정 - 반영이라는 전반적인 디버깅 과정을 설명하며, 2부에서는 문제 발견 방법과 디버깅 자세를 설명하며, 3부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버그 패턴과 디버깅에 유리한 프로그램 작성 기법, 버그를 다루는 개발팀의 안티 패턴을 설명한다. 알기 쉽게 풀어쓰느라 저자가 고생했지만, 반대 급부로 깊이가 얕아지는 바람에 중급을 넘어선 개발자라면 이 책에서 아주 획기적이고 신기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늘 그렇지만 정리를 위해 책을 읽는다면 나름 의미가 있다).



결론: 구성과 가독성이 뛰어나며 분량이 작기 때문에 초급 개발자가 주말을 틈타 잽싸게 읽으면 딱 좋은 책.



EOB

일요일, 7월 18, 2010

[독서광] 슈퍼 괴짜경제학



역시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맞는 듯이 보인다. 괴짜 경제학에 이어 나온 슈퍼 괴짜경제학은 전편에 비해 훨씬 더 스케일이 커졌긴 하지만 다 읽고 나도 그리 큰 감흥은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물론 책이 나쁘거나 엉터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며, 더 이상 리마커블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이 책 서문에서 나오듯이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경제학 책이라기 보다는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특정 사회 현상에 대해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이유가 뒤집어지기도 하고 이면에 숨어있던 더 큰 이유가 등장하기도 한다. 전작에서 다룬 주제가 우리 일상에 아주 밀접하기 때문에 사람들 이목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면 이 책에서 다룬 주제는 좀더 자극적이고 스케일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간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길거리 매춘부와 백화점 산타클로스가 노리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비용과 가격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1장은 그나마 읽을만하다. 매춘부가 가난해진 이유, 오럴섹스의 가격이 싸진 이유 등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읽기에는 조금 민망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시작부터 독자 눈을 붙잡아두려는 경제학적(?)인 시도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계속해서 행운과 패턴, 냉담함과 이타주의, 쉽고 간단한 해법 추구, 지구를 구하는 외부 효과라는 주제가 이어지는데 온갖 잡스러운 부분에 흥미가 있는 B급 프로그래머 관점에서 바라봐도 1장과 비교하면(여기서 오해 마시라. 1장에 섹스 이야기가 나와서 눈이 휘둥그래졌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에는 더 놀랄만한 책도 많다. 낄낄...) 아무래도 재미가 팍팍 떨어진다.



어이없는 결론: 지구 기후 변화 온난화 등에 관심이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딱 좋겠다.



EOB

월요일, 7월 12, 2010

[독서광] 엔터프라이즈 애자일 프로젝트 관리



제목에 나오는 엔터프라이즈와 애자일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보고 도대체 이 책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주 아주 궁금해서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읽고 말았다. 혹시 애자일을 엔터프라이즈에 도입하고픈 욕구를 못이겨 구매하실 분들을 위해 확실하게 이 책의 정체를 밝혀주겠다.



가장 먼저 이 책은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적합한 애자일 기법을 소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 아님을 밝힌다(이미 떡 실신한 독자 모습이 눈에 선하다. T_T). 목차를 보고 1부 "관리자를 위한 애자일"이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혹시 1부만 읽고서 독서를 포기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1부는 건너 뛰는 편이 좋겠다. 그러면 도대체 이 책의 정체는 뭐냐고?



바로 이 책은 엔터프라이즈에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애자일에 맞춰 관리하는 방법을 다룬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인 "Agile Portfolio Management"가 이 책 내용을 너무나도 충실하게 알려주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렇게 제목을 지었다가는 어떻게 될지 다들 알고 있기에 긴 말 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가 무엇일까? 잠시 네이버 백과사전에 나온 정의를 같이 살펴보자.



주식투자에서 위험을 줄이고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방법.


역시 경제/경영 블로그 답게 포트폴리오라는 용어가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면 당신은 이 책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회사를 운영하다(아니 회사를 다니다보면) 어떤 날은 파리만 날리다가 어떤 날은 여러 프로젝트가 사방 팔방에서 쏟아져나오기 마련인데 돈되고 비전있는 프로젝트를 골라 확실하게 밀어붙이는 방법을 애자일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한문단 요약!).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자원 포트폴리오와 자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방법을 설명한 다음에 반복을 거쳐 어떤 식으로 돈 안되는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에서 제거하고 돈 되는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유지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잦은 평가, 반복적인 수행을 비롯해 애자일에서 좋은 특성을 가져오므로 애자일 포트폴리오 관리라는 제목이 붙었다고 보면 된다.



뭐 여기까지 설명했으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대상 독자층이 확실해진다. 일반 프로그래머? 아니오. 일반 프로젝트 관리자? 아니오. 애자일 애호가? 아니오. 이해관계자? 아니오. 그러면 누구? 포트폴리오 관리자, 프로젝트 관리팀(PMO)에 속한 스태프, 경영진 정도가 적합하겠다. 결론: 일반 프로그래머나 팀장 수준에서 읽기에는 시기상조고... 큰 회사에서 여러 프로젝트 때문에 고민이 많은 분들께서 읽어보고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으면 좋겠다.



EOB

일요일, 7월 04, 2010

[독서광] (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유능한 관리자



특별히 기대하지도 않았던 책이 대박인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 소개할 "(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유능한 관리자"가 바로 이런 부류에 속하는 전형적인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기존 무능한 '관리자'에 대한 풍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수 많은 책과는 달리 이 책이야 말로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어버리는 조언으로 가득 차 있다. 책 귀퉁이는 접힐대로 접혀 위쪽이 볼록한 상황에 이르렀으니 여기서 일일이 좋은 내용을 다 소개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독자 여러분을 위해 책을 읽다가 얻은 몇 가지 훌륭한 교훈을 정리해보겠다.



가장 먼저 이 책 영문 제목을 살펴보면 "First, Break All the Rules: What the World's Greatest Managers Do Differently"다. 한국어판 제목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지만 사실상 이 책은 "모든 규칙을 깨라"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관리자가 다르게 행동하는 방식"을 다루고 있다.



우선 유능한 관리자를 구분하는 (강력한!) 세 가지 질문부터 시작하겠다. 나중에 원하는 분들이 많으면 유능한 관리자들이 답한 표준 답안도 제시해드릴테니, 각자 자신이 얼마나 유능한 관리자인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참고로 (제 얼굴에 금칠해서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세 가지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한 B급 프로그래머는 유능한 관리자 맞다. 낄낄...




  1. 관리자로서 다음 중 어떤 유형의 직원을 선택하겠습니까? 독립성이 강하고 도전적인 성격으로 연간 12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유형과, 무난한 성격에 동료 직원과 잘 화합하지만 연간 6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유형. 이렇게 선택한 이유는?
  2. 부하 직원 가운데 생산성 측면에서는 아주 탁월하지만 서류 업무는 엉망진창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3. 부하 직원 가운데 두 명의 관리자가 있는데, 한 사람은 관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반면에 다른 한 사람은 평범하다고 합시다. 그리고 현재 두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첫번째 부서는 진행이 원활하고 두 번째 부서는 고전 중이지만, 아직 두 부서 모두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유능한 관리자를 어느 부서에 배치하겠습니까?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질문이 상당히 어려운가? 질문 내용을 곰곰히 뜯어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전통적으로 알려진 관리자의 미덕과 행동 규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누군가 관리자가 다음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면 미쳤다고 말할 것이다.




  • 평등이란 없다. 모든 부하직원/팀원에 대해 다르게 행동하라.
  • 내가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남에게 대접하지 마라.
  • 부하직원/팀원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마라. 장점에만 집중하라.
  • 최고의 직원에게 시간을 투자하라.
  • 승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역할이 더 중요하다.
  •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라.


이 책에서는 갤럽(!)의 축적된 경험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관리자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와 통계 분석을 토대로 공통점을 분석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이 바로 이런 조사와 통계 분석 결과의 결과(놀랍게도 뛰어난 관리자는 다르게 행동한다) 중 일부다. 이 책에서 유능한 관리자가 공유하는 사고 방식은 다음 4가지로 간략하게 요약한다.




  1. 사람들은 별로 변하지 않는다.
  2. 그 사람에게 없는 것을 있게 하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3. 가지고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내면 된다.
  4. 그것조차도 쉽지 않다.


아주 불편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전통적인 관점에서 정리한 관리자의 사고 방식을 한번 들어다볼까?


  1. 직원 선발: 경력/지능/판단력을 근거로 선발한다.
  2. 기대치 설정: 적절한 단계를 규정해준다.
  3. 동기 유발: 취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4. 자기계발: 교육과 승진을 도와준다.


하지만 경력/지능/판단력만 보고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없으며, 적절한 단계를 규정하고 사람들의 단점을 고친다고 해서 탁월한 경영 성과도 담보하기 어렵다. 직원의 승진이 '발전'의 핵심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관리자는 상기 네 가지를 부정하고 다음과 같은 혁신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한다.




  1. 직원 선발: "재능"을 근거로 선발한다.
  2. 기대치 설정: '성과'(목표)를 규정한다.
  3. 동기 유발: '장점'에 초점을 맞춘다.
  4. 자기계발: 적절한 '역할'을 찾아준다.


큰 차이가 없는 듯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관리자를 맡고 있다면 고전적인 접근 방식과 혁신적인 접근 방식에는 어렴풋이라도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눈치챌지도 모르겠다. 앞서 말한 유능한 관리자의 4가지 사고 방식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진정한 관리자에 대한 정의(강한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 유능한 관리자의 지혜), 유능한 관리자가 되기 위한 4가지 열쇠(재능을 보고 선발하기, 합리적인 목표 설정, 장점 개발, 적합한 역할 찾기), 인재 완성을 위한 방법(인터뷰, 성과 관리 토대 수립, 능동적인 대처, 전통적인 관념의 뿌리 뽑기, 직원의 재능을 자유롭게 분출하도록 조직 정비)를 이론과 실전을 총 동원해 설명하고 있으므로 유능한 관리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보면 틀림없다(99.99% 맞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서 나름 창의력을 발휘해 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능한 관리자가 되기를 (아니면 최소한 이런 관리자를 만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에 나온 스콧 피츠제럴드의 명언으로 끝을 맺는다(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을 읽은 독자라면 100% 동감할 것이다.



최고의 지성이란, 서로 상반되는 생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행동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 스콧 피츠제럴드


뱀다리: 올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초강력 블록버스터인 이 책은 나온지 오래되고 별로 알려져 있지 않기에 절판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얼른 구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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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6월 27, 2010

[영화광] 드래곤 길들이기(스포일러 없음)



올 여름 블록버스터가 줄지어 선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뒷북치는 포스팅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주 흥미롭게 본 "드래곤 길들이기" 본 소감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넘사벽인 줄만 알았던 픽사에게 끊임없이 도전장을 던져온 드림웍스가 드뎌 뭔가를 해내고 말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슈렉이 픽사에 맞짱 뜰 가능성을 열어줬다면 드래곤 길들이기는 가능성을 넘어 현실화에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디즈니의 전매특허인 고전(?)적인 소재를 골라내,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조차도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게 정교한 스토리로 만들어, 컴퓨터 그래픽과 IMAX 3D라는 매체에 실어나름으로써 상영 시간 내내 대단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다.



개성 만점의 주인공들과 아기자기하고 귀여운(정말?) 공룡들, 게다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전투기(X-wing 아니 타이 파이터 ㅋㅋ)를 떠올리게 만드는 나이트 퓨리의 아찔한 공중 기동까지 선보이니 손에 땀을 쥐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겠다. 야옹이처럼 귀여운 나이트 퓨리 한 마리 기르면 소원이 없겠군.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여기서 STOP. 블록버스터 공습에 못이겨 막을 내리기 전에 얼른 보러 가시라.



힌트: 3D를 제대로 즐기려면 비싸더라도 IMAX 상영관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편광 안경을 끼면 조금 어둡다는 느낌이 들텐데, IMAX 영사기는 일반 디지털/아날로그 영사기에 비해 훨씬 더 밝기 때문에 편광 안경으로 인한 밝기 저하를 어느 정도 보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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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6월 20, 2010

[독서광] 심리를 꿰뚫는 UX 디자인



심리학/경영/경제 블로그로 자리잡은(으잉 정말?) B급 프로그래머가 운영하는 블로그 애독자 여러분들이야 이미 충분한 지식으로 UX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으리라 믿지만, 그래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법이다. 오늘 소개하는 '심리를 꿰뚫는 UX 디자인'은 아주 새롭고 기발한 내용은 없지만 웹 페이지를 중심으로 심리학적인 이론을 쉽게 풀어쓰고 있다.



목차를 보는 순간 심리학이나 경제학 책이 떠올랐다. 각 장 별로 키워드만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설득과 무의식, 2. 소속의 욕구, 3. 의무감과 답례, 4. 희소성 부각, 5. 넛지, 6. 자기 중심, 7. 개입과 일관성, 8. 유사성과 매력, 9. 상실에 대한 두려움, 10. 무의식적 사고, 11. 사회적 동물



이 책은 홈 페이지를 어떻게 표준에 맞춰 만들고 어떻게 배치하고 색은 뭘 쓰고 그림을 어떻게 배치하고... 등등과 같은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그 대신 UX를 극대화하기 위해 웹 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는 철학을 다루므로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실전에 바로 투입 가능한 내용을 원했던 성질 급한 개발자라면 버럭!할지도 모르겠다). 개발자 입장 뿐만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내용도 많기 때문에 웹 개발자 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_훌륭한_ 개발자들도 읽으면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책도 두껍지 않고 가격도 착하게 나왔기에 심리학/경영학/경제학을 좋아하는 개발자가 가볍게 자신의 UX 지식을 정리하는 목적으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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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6월 19, 2010

[독서광] 더 딥: 포기할 것인가, 끝까지 버틸 것인가



친구 꼬양이 부탁으로 이번에 세스 고딘이 새로 집필한 더 딥을 번개처럼 훑어보았다. 세스 고딘은 보랏빛 소가 온다라는 책으로 엄청나게 성공을 거두었기에 반신반의하면서도 혹시나해서 교보문고로 달려갔다. 그리고 책을 펼쳐든지 10분만에... 다 읽었다. T_T 역시 자신이 예언한 바에 따라 한번 리마커블하고 나서 다시 한번 리마커블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끝나버려서 그게 문제다. 12,000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해서 구매할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간략하게 내용을 요약하겠다. 흔히 쓰는 용어로 슬럼프라고 부르는 정체기인 딥(dip)과 막장에 다다른 상황인 컬드색(cul-de-sac)을 구분해, 딥에 빠진 상황에서 이를 극복해야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반면 컬드색에 빠지면 출구 전략을 펼쳐 전략적인 포기를 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이 전부다. 하지만 이 책의 치명적인 단점은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딥과 컬드색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금 딥인지 컬드색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방법이 존재한다면 이 책에서 자세히 방법을 밝혔을테지만, 두루뭉실 설명할 따름이니 책을 읽으며 답답함만 증폭될 뿐이다.



세스 고딘도 자신이 딥에 빠졌는지 컬드색에 빠졌는지 잘 모르는 듯이 보여서 참으로 안타깝다. 다음에 나오는 세스 고딘 책은 구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99%로 올라갔다.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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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6월 13, 2010

[독서광]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아웃라이어에 이어 말콤 그래드웰이 새롭게 지은 책이 나왔다고 해서 허겁지겁 주문해 읽어보았다. 간단하게 결론을 요약해보면 형만한 아우 없다고 역시 말콤 그래드웰도 함정에 빠진 듯이 보인다. T_T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라는 흥미로운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1996년부터 뉴요커에 기고한 글 중에서 뽑아 만든 선집이라고 보면 정확하겠다. 그러다보니 블링크나 아웃라이어처럼 책 전체를 관통하는 특별한 주제는 없고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웃라이어를 읽으면서 책 귀퉁이를 많이 접어놓았는데(책을 보다 흥미로운 곳이 나오면 책 귀퉁이를 접어버리는 버릇이 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필기도구를 꺼내 밑줄을 긋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냥 관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주제나 서술 방식은 흥미로운 부분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지만 기존 전작에서 화끈한 화력을 보여준 전례와 비교해 사실상 크게 '아하!'하는 감탄사를 내뱉을만한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 선정은 흥미로워 보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상시에 우리가 크게 의식하지 않고 넘어가는 _당연한_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인 현상을 고른 다음에 여기에 숨어있는 비밀을 파헤치는 방법을 사용하므로 글래드웰이 지은 기존 책을 읽지 않고 이 책을 처음 읽은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지식인(뉴요커를 누가 사서 읽을지 상상해보라. 모르겠다고? 힌트를 참조하자)을 겨냥해 주제를 봅다보니, 특정 시절에서 미국 상황에 특화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는게 정상이다.



그나마 6장 "실패의 두 얼굴"에서 다루는 '위축'과 '당황'의 차이가 대단히 만족스러워서 본전은 찾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이 두 가지 현상의 차이점을 이해하기란 아주 어렵지만, 글래드웰은 양자의 차이점을 쉽게 설명한다.



위축은 생각이 너무 많아 생기는 문제고 당황은 생각이 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또한 위축되면 본능을 잃고 당황하면 본능으로 되돌아간다. 겉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든 생각: 말콤 드래드웰이 다음에 선보일 책을 살지 말지 기로에 섰다. 자신의 틀을 깨고 더욱 화끈한 모습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고만고만한 스토리텔러가 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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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6월 05, 2010

[영화광] 대부



AFI가 10주년 기념으로 발표한 100대 영화 목록 중에 시민 케인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할만큼 유명한 대부가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디지털 복원은 2008년 10월에 이미 작업이 끝났다고 한다) 재개봉되었다. 대부는 1972년도에 첫 개봉했으므로 구닥다리 영화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거의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봐도 펄펄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TV 재방송할 때마다 서너번 봐서 줄거리를 다 외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좁아 터져 특수효과가 화면 바깥으로 튀어나오고 일부 내용이 가위로 싹뚝 잘린 TV랑 큰 화면과 훌륭한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극장이랑 같을 이유가 없기에 선거하고 나서 허겁지겁 뛰어가서 보고 왔다. 멀티플렉스 속성상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막을 조금 일찍 내릴 듯이 보이므로 혹시 보려고 마음먹은 독자분이 계시면 오늘 당장 보러 가시기 바란다.



잘 만든 영화는 초반 20분 안에 승부를 거는 특성이 있다. 대부 역시 초반에 결혼식 장면 그리고 결혼식을 빙자해 대부에게 민원을 넣고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을 교차로 배치해 사람 혼을 빼버린다. 화려한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 춤, 노래, 흥겨운 분위기를 보고 있자니, 이탈리아 갔을 때 먹은 맛난 음식이 생각나는 바람에 거의 3시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배고파 실신할 뻔 했다. T_T 일단 이렇게 시선을 잡아둔 다음에 민원을 하나씩 해결해가며 승부사 집단(?)의 화끈한 속성(?)을 보여주고 본격적인 패밀리 사이, 그리고 패밀리 내부의 갈등을 대단히 정교하게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마피아 영화라고 해서 총질이 난무하고 피로 떡칠을 하고 잔인하고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꼭 필요할 때만 피를 보여주기에 요즘 만들어지는 치고박고 싸우는 영화와 확실하게 스스로를 차별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보여줄 때는 확실하게 보여주는데, 일례로 비토 꼴레이네 막내 딸인 코니와 남편인 카를로가 부엌과 욕실에서 부부싸움하는 장면은 총질과 칼질보다 더한 잔인한 폭력성을 사실감 있게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 장면을 제대로 찍기 위해 코플라 가족이 총출동해서 리허설하느라 난리법썩을 떨었다는 뒷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대부가 평론가, 관객 모두에게 극찬을 받을까? 영화를 보고나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봤는데, 연출-각본-배우-내용-편집-음악이라는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_조화_를 이루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영화를 보다 보면 뭔가 부자연스럽고 이어지지 않는 어색한 구석이 있기 마련인데, 대부를 보면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배우 개개인에 의존하지도 않았고(그 당시 말론 브란도는 한물 간 퇴물 배우... 알 파치노는 새파란 풋내기... T_T) 기발한 소재에 의존하지도 않았고 편집 기교로 망가진 내용을 살리지도 않았다. 묵직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정석대로 다룬 결과 뭔가 더 추가하거나 뭔가 더 빼버릴 내용이 없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영화가 탄생했다는 생각이다.



대부 1에 이어 7월이나 8월에 개봉하는 대부 2(역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다)도 감동의 도가니탕일텐데 무척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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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6월 03, 2010

[독서광] 책 vs 책: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개발자의 열정

이번달 developerWorks 서평은 기존 서평 형식을 바꿔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개발자의 열정을 잘 다룬 책 두 권을 소개한다.




  • 새로운 기계의 영혼(The soul of a new machine): 퓰리처 상 수상 작가인 트레이시 키더가 쓴 정말 멋진 책이다. B급 프로그래머에게 컴퓨터 관련 서적 중에 딱 한 권만 골라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고르겠다. 초강력 추천!
  • 미래를 만든 Geeks: 애플 매킨토시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봐야할 멋진 책이다. 매킨토시에 영혼을 불어넣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엔지니어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이 정도 뽐뿌질을 했으면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새로운 기계의 영혼은 과거 해적판으로 나온 책이 아니라 정식으로 라이선스를 받아 번역한 책이다. 번역판에 조금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번역 상태가 나쁘지는 않기에 구입해도 문제 없겠다.



특별 보너스: 자, 그러면 애독자를 위한 특별 선물 하나! 이번 지방 선거 투표 인증샷 + 소유하고 있는 매킨토시(powerpc 모델이면 따블, 68xxx 모델이면 따따블로 가산점이 붙는다) 인증샷을 보내주신 독자분 중 _한_ 분을 추첨해 '미래를 만든 Geeks' 책을 선물로 보내드리겠다. 응모 기간은 6월 9일(수) 23시 55분까지. 전자편지 주소는 jrogue 애뜨 gmail.co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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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6월 01, 2010

[독서광] 운명이다: 노무현 자서전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읽어야지 하고 머뭇머뭇하다가 선거를 앞둔 오늘에야 다 읽었다. 양장본과 반양장본이 있는데, 양장본에 특별화보가 더 들어간 사실을 알았다면 돈을 조금 더 주고서라도 양장본을 구입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서재 공간이 부족해 본능적으로 반양장본을 구입하는 버릇이...). 짧은 소감: 그야말로 굴곡이 컸던 인생역정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아쉽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T_T



어떤 생각으로 정치에 입문해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도 결국 대통령이 되었고 그 이후 운명적인 삶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모르는(아니 일부 몰지각한 언론에 의해 왜곡된 정보만 습득해 색안경을 끼게된) 사람이 읽어보면 더 좋을 듯 하지만, 사실상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고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인간 노무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사람만 읽게 될 듯이 보인다. 이 책이 언론에서 철저하게 무시(네이버 뉴스에 가서 한번 '노무현 운명이다'로 검색해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는 사실은 지난번 소개한 삼성을 생각한다(주요 신문사에서 아예 광고를 실어주지 않았다)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호응과 더불어 암울한 2010년에도 한 가닥 희망을 품게 만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만 정리하며, 나머지 내용은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책에서 확인하면 정말 좋겠다.



원칙을 지키면서 패배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을 잃고 패배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나는 이기든 지든, 매순간 원칙을 지키면서 선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원칙'을 지키면 '바보'아니 '병신'이 되는 험한 세상에서 오늘따라 인간 노무현이 유달리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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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30, 2010

[독서광] 슬랙: 변화와 재창조를 이끄는 힘



책장을 보면 종종 원서와 한국어판 책이 나란히(엄밀히 말해 바로 옆(?)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일상다반사다) 자리를 잡은 경우가 있다. 원서와 번역서 사이에 출간 시차가 벌어져서 미리 원서를 사놓고 보니 번역서가 나왔는데 마침 출판사에서 보내주더라... 뭐 대충 이런 시나리오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소개할 "슬랙: 변화와 재창조를 이끄는 힘"도 원서로 이미 읽어본지 오래된 책이지만 인사이트 출판사에서 보내줬기에 기억을 되살릴겸 다시 한번 꼼꼼하게 읽어봤다. 초 간단 결론: 한번 더 읽어봐도 역시 재미있는 책이다.



슬랙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 여러분을 위해 구글 사전 서비스에서 검색 결과를 정리해보았다. 슬랙이 뭐냐 하면...



slack - 〈로프·새끼 등이〉 늘어진, 느슨한(loose), 〈말고삐 등이〉 느즈러진;〈규율 등이〉 해이된, 힘이 없는, 맥이 빠진;〈걸음 등이〉 굼뜬, 되는대로의, 부주의한(careless), 태만한


이미 화들짝 놀란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정시 출근, 절도와 규율을 강조하는 높으신 분이 보시기에 발톱이 쑥 나오는 불경스러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이 국내에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 같다는 걱정은 예사롭지 않은 제목부터 시작되었다. T_T



이 책은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기업 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생산성을 절대 높이지 못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여유'를 의미하는 '슬랙'을 중심으로 기업 스트레스의 영향, 변화와 성장, 마지막으로 리스크 관리를 설명한다. 슬랙은 출간한지 제법 되었기 때문에, 톰 디마르코가 쓴 후속 작품인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서의 리스크 관리데드라인 : 소설로 읽는 프로젝트 관리를 비롯해 가장 최신 작품인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을 함께 읽어보면 더욱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다.



'슬랙'을 처음 들어본 사람을 위해 설날과 추석 때 꽉 막힌 고속도로 상황을 들 수 있다. 고속도로를 최대로 _효율_적으로 활용하려면 단위 면적당 차량을 가장 많이 수용하도록 주차장으로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최대로 _효과_적으로 활용하려면 차량 간격을 최소 100m(고속도로 100km 구간에서 안전 거리)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여기서 100m는 낭비가 아니라 슬랙이다. 슬랙이 없다면 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는 '효율'과 '효과'를 크게 혼동한다. 항상 빠듯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부족하게 사람을 유지하며 '효율'을 높였다고 자화자찬한다. 하지만 일이 집중되며 문맥 전환이 일어나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진다. '효과'적이지 못한 작업 지연, 재작업, 품질 저하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푼돈 아껴 목돈을 잃어버리는 현상은 너무나도 자주 목격하기에 크게 놀랄만한 일도 대단한 일도 아니게 되어버린 슬픈 현실이다.



'효율'을 높여 '효과'를 줄이는 선에서 끝나면 천만 다행이다. 일을 열심히 해도 '효과'가 떨어지는 조직에서 자부심을 품고 일하는 직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효율만 강조하는 회사에서는 '초과 근무'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초과 근무'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며, 개인의 영혼을 갉아먹는 독약이다. OECD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의 노동 시간이 1위지만 생산성은 결코 노동 시간에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량적인 평가에 익숙한 관리자 입장에서 출퇴근시간 만큼 좋은 평가 수단은 없다. 게다가 주말 특근까지 곁들이면 실패에 대한 훌륭한 변명거리까지 확보한 셈이 된다. "매일 오전 9시 출근 밤 12시 퇴근에 주말 모두 반납하고 모두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애당초 불가능한 일정이었습니다."



'슬랙'이 존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과 공포가 지배하는 문화 때문이다. 애플이 하청을 준 폭스콘에서 벌어진 노동자들의 집단 자실 소동은 바로 '슬랙'이 부족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두려움과 공포는 전염성이 강하며 한번이라도 이를 사용해 효과를 얻으면(아니 솔직히 말하면 효과를 얻었다고 생각이 들면), 무자비한 일정 단축과 극단적인 인력 감축을 동원하게 된다. 결국 강도는 점점 더 심해지며 결국에는 파멸에 이른다.



지금 여유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어려운 프로젝트 때문에 거의 떡실신할 지경에 놓인 개발자라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자. 그리고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어떻게 처신할지 고민해보자. 지금까지 불합리한 방식으로 일해왔다고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필요가 있을까? 성공한 조직이 규율과 유연함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 살펴보고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이 이런 변화를 수용할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면 그릇을 박살내고 나오자(그래도 세상은 절대로 안 망한다). 인생은 삽질하기에는 너무나 짧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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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5월 20, 2010

[독서광] iPhone Advanced Projects: 아이폰 개발자를 위한 실전 프로젝트 개발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폰 책을 하나 읽어보았다. 오브젝티브 C 문법은 어느 정도 알고(C+스몰토크. ㅋㅋ), 매킨토시 프로그래밍도 아주 약간을 알고 있기에 입문서를 건너 뛰고 실전 프로젝트 개발서로 직행했다.



"iPhone Advanced Projects: 아이폰 개발자를 위한 실전 프로젝트 개발서"은 아이폰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물론 전체 원시 코드와 개발 과정을 담았으면 국내 독자들이 환호성을 질렀겠지만, 지면 관계상 필요한 부분만 집중해서 설명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기에 그리 친절하지는 않다. 하지만 "Hello, world"에서 맴도는 독자라면 실제 앱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필요한 좋은 힌트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예제를 위한 억지 예제가 아니라 실제 앱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술들을 정리하고 있다. 각 장에서 파티클 시스템, 체스를 위한 통신 시스템, 웹 라디오용 오디오 스트리밍 기법, 아이폰 디버깅 기법, 데이터베이스 접근을 위한 SQLite, WebObject를 연상하게 만드는 데이터 모델인 코어 데이터, 와이파이 네트워킹, 반응성 향상 기법, 푸시 알람 서비스, OpenGS ES 기법을 사용한 실제 예를 소개한다.



일반 데스크탑 클라이언트 응용이나 웹 프로그래밍, 서버와 시스템 프로그래밍과는 상당히 다른 앱 프로그래밍 나름의 모형을 아이폰 환경에 맞춰 제시하기 때문에 아이폰스러운 앱을 만드는 과정에 힌트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전문적인 프로그래머가 어떻게 앱을 설계하고 구현했는지 그리고 구현 과정에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훔쳐볼 수 있으므로 이미 어느 정도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자신만의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이리저리 시도해보는 앱 프로그래머가 보기에 적당하다. 입문서로 처음 읽으려고 구입한 독자라면 1장부터 바로 좌절 모드로 돌입할지도 모르겠다.



번역 상태는 중간이고((비록 완결된 예제는 아니지만) 코드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오브젝티브 C 프로그래밍에 익숙한 독자라면 뭐... 못읽을 수준은 아니다), 역자주 상태는 최악이다. 보통 본문에서 사고가 터지는데 이 책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역자주에서 대형 사고가 몇 개 터졌다(한 두 개라면 실수라고 치고 넘어갔을거다). 같이 읽어보자.



레이스 컨디션의 예를 들어보자. 스레드를 말이라 가정하자. 1번 말과 2번 말 두 마리가 경주를 한다. 1번 말이 항상 우승해야 정상 동작이라고 할 때, 만약 2번 말이 우승하게 된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이런 결과가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면 크래쉬될 수 있다. 비실비실한 2번 말이 우승할 확률은 굉장히 적기 때문에 크래쉬를 재현할 수 있는 확률도 낮다. 이러한 경우를 레이스 켠디션이라 하며, 레이스 컨디션은 늘 발생하는 게 아니므로 수정하기가 어렵다.


B급 프로그래머 촌평: 그냥 삶에 찌들린 불쌍한 프로그래머들을 마구 웃기려고 이렇게 썼다고 믿는다.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서 (나름 독자를 위해) 저런 역자주를 달았다면, 뭐 여기서 더 할 말이 없다.



SQL을 어셈블리 언어에 비유한다면, 고수준 도메인 모델은 C 언어를 이용한 접근 방법이라 생각하면 된다.


B급 프로그래머 촌평: SQL을 어셈블리 언어에 비유한 책은 처음 봤다. 앞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스텁 함수란 내용이 없는 빈 함수를 의미한다.


B급 프로그래머 촌평: dummy랑 stub이랑 햇갈렸나?



픽사의 스타트랙에 나오는 우주선의 이름을 기억하는가? 그 이름이 바로 기업(enterprise, 엔터프라이즈)이다.


B급 프로그래머 촌평: 스타트랙은 픽사가 아니라 파라마운트에서 만든 시리즈물이다. 그리고 굳이 기를 쓰고 번역한다면 '기업'이 아니라 '모험'이겠지.



EOB

일요일, 5월 16, 2010

[독서광] 나쁜 사마리아인들



국방부에서 지정한 군내 반입 금지 품목으로 일약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굳이 서평으로 남길 필요가 있을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그냥 재미로 독후감을 한번 정리해보았다. 장하준 교수야 이미 이 블로그에서 [독서광] 쾌도난마 한국경제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바 있으므로 참고하기 바라며, 오늘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정체를 밝혀보기로 하자.



장하준 교수가 지목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미 경제적인 성과를 거둬 소위 말하는 선진국 대열에 낀 국가와 이 국가들이 뒤에서 조정하는 각종 국제 기구(예: 호랑이 곶감에 버금가는 공포의 I/M/F)를 일컫는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온갖 나쁜 짓을 일삼은 다음에 이를 망각한 채로 후발 주자에게 자신들이 이상향이라고 여기는 관례를 따르도록 만들어 진입장벽을 쌓는 특징이 있다. 물론 선구자니까 그 만큼 시행착오도 있었고 수업료도 내었으니 후발 주자들에게 입장료를 받아 챙기겠다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그 결과 벌어지는 눈물나는 현실은 인정하지 못하겠다.



이 책은 선진국들이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자유 무역 주의, 평평한 운동장 이론, 중앙 경제 계획의 부정과 중앙 은행의 독립성 강화, 외국인 투자 자유화, 공기업 매각, 지적 재산권 보호, 재정 건정성 강화, 부패 척결과 같은 화려한 미사여구에 맞서 허상을 파해친다. 그러다보니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를 옹호하고, 박정희 식의 중앙 경제 개발 정책을 지지하고, 보호 무역을 주장하고, 공기업을 선호한다는 인상을 주게 되어 오른쪽(?) 왼쪽(?)에서 동시에 두드려 맞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아름다운 과거가 아니라 추악한 현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샌드위치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을 파악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몇 가지 기억할만한 문구를 살펴보자.



'자유' 무역 정책은 역설적으로 그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개발 도상국의 '자유'를 축소시킨다.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은 반대론자들의 기를 꺾기 위해 자유 무역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진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암시하는 교묘한 속임수를 효과적으로 이용해왔다.


초국적 기업들은 어느 정도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발을 빼는 방식'으로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나라에게 본때를 보일 수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장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기업의 이동성이 높아져 국가의 규제가 무력해졌다고 하면서, 어째서 개발도상국들로 하여금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국제 협정에 빠짐없이 서명하게 하려고 기를 쓰는 것인가?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것보다 나쁜 딱 한가지는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지 않는 것이다.


언론은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 기근, 범죄, 파산 따위의 나쁜 사건들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국영 기업들 역시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정부가 국영 기업 내의 부정부패를 통제하거나 일소할 능력이 없다면, 민영화를 한다 해서 갑자기 부정부패를 막을 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물가 상승이 일반 대중에게 피해를 준다고 떠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중을 향한 수사는 낮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책이 취업 전망과 임금 수준을 낮춤으로써 대다수 노동자들의 미래 소득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미국 작가 고어 비달이 미국 경제 쳬제를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유 기업. 부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주의"라고 묘사한 것은 매우 유명하다.


어떤 사람들은 항상 민주주의의 미덕을 칭송하면서도 '우방'인 나라가 비민주적일 경우에는 침묵을 지킨다. 이런 견해는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니카라과의 독재자 아나스타시오 소모사에 대해 "그는 개자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우리의 개자식이다."라는 유명한 말로 대표되는 실리주의 정책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자유주의자들은 대부분 민주주의에 반대했는데, 그것은 민주주의는 자유 시장과 양립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경제 발전에 확실하게 좋거나 확실하게 나쁜 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는 평평하다 따위의 어설픈 책에 질린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참고로 이 책 1장 제목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다시 읽기: 세계화에 관한 신화와 진실"이다.



EOB

토요일, 5월 01, 2010

[영화광] 허트 로커(스포일러 주의)



머리도 아프고 일도 하기 싫어서 어떤 영화를 보러 갈까 잠깐 고민하다 아바타를 제쳤다는(?) '허트 로커'를 보러 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단한 만족! 물론 편집의 문제인지 자금의 문제인지 중간에 조금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잠깐 들기는 했지만 뭐 이 정도는 충분히 용서가 가능하리라 본다. 큰 화면에 빵빵한 사운드 시스템으로 봐야 제맛인데, 유감스럽게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마구 푸대접을 받고 있으므로 볼 사람은 얼른 봐야 할 것같다.



이 영화의 각본을 맡은 마크 보울이 플레이보이에 연재한 내용을 영화로 만든 '엘라의 계곡'도 비행기 안에서 이미 보았기에 나름 의미심장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완전히 허를 찔리고 말았다. 이 영화를 놓고 반전 영화니 미국 중심 영화니 하는 논의는 솔직히 무의미하다는 생각이다. 소재는 전쟁이되, 사실상 주제는 전쟁이 아니니까. B급 프로그래머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의 최대 미덕은 사실성도 아니고 긴장감도 아니고 액션도 아니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산파도 아니고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강조도 아니다. 그러면 뭐냐고? 바로 '몰입'을 대단히 잘 묘사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진짜 주인공이 등장할 때까지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로봇을 사용해 수색하고 폭발물을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팀장이 전사한 다음에 새로 등장한 월리엄 하사(제레미 네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폭발물 처리 임무를 수행한다. 게다가 거추장스럽다고 두터운 방호복을 벗어던지고 팀원 조언이 시끄럽다고 통신용 헤드셋 까지 집어던진 다음에 오직 뇌관 해체에만 집중하는 장면은 상황 자체만으로도 긴장감을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가장 위험할 때 가장 평온함을 느끼도록 만드는 담백한 시각적인 연출은 긴장감을 배가하는 효과를 준다.



작전 지역에 출동해서 일단 작업(?)을 시작하면 월리엄 하사는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버린다. 사방에 숨어 있는 저격병, 탱크라도 잡으려고 만들었는지 한 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함께 연결된 급조 폭탄,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구경꾼들, 촉박한 시간에서 순간적으로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목숨을 담보로 하는 폭발물 제거 작업은 절대로 불가능한 듯이 보인다. 대의 명분 때문에 군인 정신으로 작업하는 대신 아무 생각없이 집중과 몰입에 빠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이 영화에서는 성조기 휘날리는 배경에서 높으신 분이 애국심을 호소하기 위해 일장 연설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격려차 온 높으신 양반은 폭탄 몇 개 제거했으며, 많은 폭탄을 제거하는 비법이 뭐냐고 묻는다. 이에 윌리엄 하사는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우문현답을 한다. ㅎㅎㅎ)



임무를 완수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월리엄은 슈퍼마켓에서 시리얼을 못 골라서 당황해한다. 전쟁의 아픔 때문에 망가지고 사회에 부적응한 나머지 사고를 치는 대신 월리엄은 평화롭고 고요한 일상에서 벗어나 다시 전장으로 폭발물을 제거하러 돌아간다. 자신에게 능숙하고 몰입에 빠질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EOB

토요일, 4월 24, 2010

[독서광] 블랙 스완



지난 번에 천재들의 실패에서 LTCM이 완전히 망가지는 이야기를 했었다. '인간'적 요소를 잊어버린 천재들의 비극이라고... 하지만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LTCM을 필두로 현대 금융 제국(?)의 위기를 일으킨 초대형 사건을 조금 색다른 시각으로 분석한다. 요약해서 말하지면 "블랙 스완"은 플라톤적 사고관과 정규 분포/가우스 곡선으로 무장한 이들이 다이너마이트 장작 더미에 올라 불장난을 치는 광경을 다양한 각도로 카메라에 담아낸다.



책 제목이자 아이디어를 일컫는 용어인 검은 백조(Black Swan, 모두 대문자로 시작함에 주목하라!)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속성이 있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1. 과거의 경험으로 그 존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는 '극단값': 대대수 사람들은 '극단값'을 배제한 상태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주목함으로써 불확실성이 없다고 눈감고 있다.
  2. 극심한 충격을 가져오는 요인: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극단값'이 일단 등장했다하면 사람들이 전혀 무방비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에 엄청난 충격이 온다.
  3. 일단 존재가 드러나고 나면, 설명과 예견이 가능한 대상으로 전락: 하지만 사람들은 설명의 귀재들이라, 일단 벌어진 사건은 어떤 형태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즉, 사후 설명이 불가능한 사건은 없다.


자, 그렇다면 탈레브는 '검은 백조'에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할까? 책 자체가 여러 가지 개념 소개, 예제 제시, 비유, 설명으로 범벅이 되어 있기 때문에 내용 파악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일관성있게(어떤 사람은 이를 '중언부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장하는 내용을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 자가 증식이라는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신장이나 체중으로 줄을 세우는 평범한 왕국에서는 중력의 법칙에 지배를 받으며, 유토피아적인 평등이 지배하며, 하나의 관측값이 전체를 좌우하며, 집단이 지배하며, 과거 정보로 예측이 가능하며, 정규분포 곡선을 따른다. 하지만 재산이나 책 판매량으로 줄을 세우는 극단의 왕국에서는 불평등이 극심하고, 물리적인 제약이 없으며, 극단적인 몇 개 사건이 전체를 결정해버리며, 돌발 사건이 지배하며, 과거 정보로 예측하기가 어려운 프래탈적인 속성이 있다.
  • 확인 편향의 오류의 위험성을 깨달아야 한다: "검은 백조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를 "검은 백조가 출현할 가능성이 없다는 증거가 있다"로 혼동하기 쉽다. 확증해주는 증거만 찾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 사후 합리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순화를 강요하는 조건이 세계를 실제보다 덜 무작위스럽게 여기게끔 만든다. 기억하기 쉽게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팔기 쉽게 만드는 '이야기 짓기'는 주변에서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뒷북치는 수 많은 분석 기사(과도한 원인 찾기라는 오류)가 이를 증명한다. 사후 합리화는 심지어 미래 예측에서도 고개를 내민다. 사람들은 이야기 짓기로 만들어낸 가짜 검은 백조에 열광하는 반면 머리 아프고 추상적인 진짜 검은 백조는 과소평가하기 마련이다.
  • 정보는 지식의 장애물이다: 배움, 훈련, 경험이 인식론적 오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이 일반인들보다 예측을 훨씬 더 멍청하게 하곤 한다. 바쁜 티와 배운 티를 내어야 인정을 받는 상황에서 '부산 떨기'는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상적인 행동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변화하는 분야, 그래서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대체로 전문가가 나오기 어렵다. 극단의 왕국에서는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예측으로 먹고 사는 전문가는 더욱 나오기 어렵다. 극단의 왕국에서는 어떤 일(또는 프로젝트)을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앞으로 더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더욱 길어지기 때문이다.


탈레브는 검은 백조 아이디어를 사용해서 소위 말하는 (주로 금융) 전문가를 가장한 사기꾼(?)들을 마음껏 조롱하고 비웃는다. 삐딱선을 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짜릿함을 느낄테고, 보수적인 사람들은 이 친구 잘난 척에 그냥 이를 갈지도 모르겠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를 읽고난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떠올려보면 되겠다.



EOB

토요일, 4월 17, 2010

[독서광] 슈퍼자본주의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한 세트로 엮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을 공격하면 당연히 다른 쪽도 부정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슈퍼자본주의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가 썼으며, 요즘과 같은 비즈니스 후(!)렌들리한 환경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분리(decouple)되는지에 대해 다루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미국의 황금기(1945~1975)를 설명한 다음에 바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분리되면서 자본주의가 압도적으로 성장해 '슈퍼자본주의'라는 괴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정말로 무지막지하고 막강한 자본주의 앞에서 맥도 못추는 민주주의를 바라보면 일방적인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직도 '좌빨'이니 하는 케케묵은 용어를 사용하면서 남탓하는 사람들을 병진 취급할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미안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왼'쪽으로 살아가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가정: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한 세트).



이 책의 주요 논지를 정리하자면, 요즘 세상은 너무나도 변동성이 크고(버튼 하나면 주식 매수/매도가 가능하고, 뮤추얼 펀드 가입/환매가 가능한 세상),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 전파력이 막강하고(금리/환율/주식 정보가 실시간으로 휴대폰에 전송되는 세상), 대량생산보다는 개인에 맞춰진 서비스가 압도적이므로(인터넷을 사용한 유통, 훌륭한 택배 시스템을 사용한 물류를 제공하는 세상) 더 이상 계획적이고 예측 가능하고 규모의 경제에 의존하는 독과점 기업 몇몇이 아니라 유동적으로 변신 합체가 가능한 기업으로 주도권이 넘어갔으며, 그 결과 개인들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으로 자본을 집중시키기에(수익을 극대화하는 기업에 실시간으로 투자하며 1원이라도 싸고 서비스가 좋은 프렌차이즈로 고고씽!)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쥐락펴락해버린다는 내용이다.



독과점 기업에서는 개인의 선택권을 제약하고(대량 생산 때문에 모델 개수가 적으니), 품질이 그리 좋지 않고(경쟁사가 적으니 굳이 품질 싸움을 벌일 이유가 없으니), 비용이 그리 저렴하지 않은(직원 월급과 복리 후생에 신경쓰다보니) 대신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을 충분히 지고 있었다(그래야 독(과)점을 보장 받을테니). 하지만 요즘 기업들은 개인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안 그러면 내일 새로 생기는 기업에게 먹힐테니), 품질이 좋으며(경쟁 기업이 아주 많기에), 비용이 저렴한(직원 월급과 복리 후생은 나중 문제니) 대신 사회적인 책임도 지지 않는다(로비를 벌여 법과 정책도 바꾼다. 낄낄). 소비자이자 투자자로서 우리는 독과점 기업보다는 요즘 기업을 선호하기 마련이지만, 그 결과 벌어지는 일은 바로 민주주의 후퇴로 나타난다(기업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몇 가지 좋은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은 우리 대부분의 안에 두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와 투자자로서 우리는 더 좋은 거래를 원한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우리는 그런 거래에서 비롯되는 많은 사회적 결과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비교 쇼핑을 하고 최선의 가장 멋지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싼 물건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우리 안의 시민은 그것의 불가피한 결과인 스트레스와 불안정에 대해 걱정한다.


현대의 CEO는 때로는 무자비해야 하고 어떻게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교과서와 같은 표준적인 규칙은 없으며 잘 마련된 전략지침서도 없다. 그런 것이 있다면 경쟁자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도덕성도 시장의 다른 상품처럼 가격만 맞으면 살 수 있는 것이다.


회사들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이 말은 기업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뭔가를 하다가 우연히 사회를 위해서도 나름대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될 것이다.


대중은 금방 잊기 때문에 금방 용서한다.


주주들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자선 행위에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주주들은 높은 수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은 공동선에 관심이 없다. 선행은 기업들의 의무가 아니다.


가령 미국인들은 "Microsoft is trying to......" 혹은 "Wal-Mart wants......"라는 식으로 기업을 독립적인 단수로 취급한다. 반면에 영국인들은 "Rolls-Royce are considering ......"이라는 식으로 기업을 복수인 사람들의 집합으로 다룬다.


기업은 애국적이 아니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는 조금 충격적인 해법이 나온다. 의료보험을 직장에서 분리해 고소득자에게 돌아가는 막대한 혜택을 줄이는 동시에 저소득층을 위한 기금을 확보한다는 방식이나 법인세를 완전히 폐지하고 주주에게 세금을 부담하게 만들어 기업의 수익을 주주들의 수익 형태로 변경해서 기업들이 사내 유보를 못하게 만들고, 소득세를 통합함으로써 주식을 소유한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세율을 자기 전체 소득에 맞춰 조정한다는 방식을 제시한다.



이 책은 내용이 중첩되기 때문에 빠르고 뭔가 화끈한 대응책과 결론을 요구하는 독자에게는 지루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충분히 읽을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도 이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세계화라는 쓰나미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고민거리만 하나 더 안겨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뱀다리: '삼성을 생각한다'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다보니 '삼성'(여기서 '단수'다. 낄낄)은 아주 톡특한 사례로 보여진다. 하지만 언제까지 현 성장동력이 유효할지가 정말로 궁금하다. '위기'라고 느꼈다니 어떻게든 대응하겠지?



EOB

토요일, 4월 10, 2010

[독서광]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스포일러 있음)



머리도 식힐겸 경제/경영/IT 서적 대신 소설 책을 읽어보았다. 독서광인 B급 프로그래머의 관심을 끈 책은 바로 '더 리더'! 책도 많이 팔리고(무려 초판 26쇄!) 영화로도 나왔지만 다행히 주제, 줄거리를 전혀 모른 채로 읽어보았다. 혹시라도 책이나 영화를 접하시려는 독자분이 계시면 바로 [Back] 버튼을 눌러주시라.




이 책은 처음에는 사춘기 소년과 연상의 여인 사이에 사랑 놀이를 다루며 남자와 여자 심리를 파고드는 척(!)하다가 중반에는 2차 세계 대전 중에 벌어진 아픈 과거에 휩싸였지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누명을 뒤집어쓰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후반에는 책이라는 매개물을 사용한 소통을 다루는 복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심리 묘사가 아주 잘 되어 있기에 주인공의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며 손발이 '오그라'들면서도 그 와중에서도 무거운 과거 역사를 철학적으로 생각하게 만들므로 책을 다 읽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멤돌았다.



이 책 지은이가 법대 교수이자 재판관이다 보니 법과 철학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도 제대로 나온다.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내용을 정리해보았다(법대 다니는 주인공과 철학과 교수인 아버지 사이에 오간 대화다).



"하지만 어른들의 경우에는 내가 그들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좋다고 여기는 것보다 우위에 두려고 하면 절대 안 돼."

"나중에 가서 그들 스스로 그로 인해 행복해질 경우에도 말인가요?"

"우리는 지금 행복이 아니라 품위와 자유에 대해 말하고 있어. 넌 아주 꼬마였을 때부터 그 차이를 잘 알았잖니. 엄마의 말이 늘 옳은 것이 내겐 별로 마음 편치 않았잖아."


이 책의 중심에는 책을 읽는 행위가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다. 사랑을 나누기 전에 책을 읽으며, 편지 대신 책을 읽는 목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로 서로 소통한다. 그 중간에는 책을 읽지 못하며 글을 쓰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용이 나온다. 책은 눈으로 읽는 물건이라고 인식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책이 귀로도 듣는 물건으로 탈바꿈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눈으로 읽거나 귀로 듣거나 머리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갑자기 누군가 B급 프로그래머에게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 사치스러운 생각일까? 그냥 아이포드 터치에 오디오 북이나 포드캐스트를 넣어서 듣고 다녀야겠다.



EOB

수요일, 4월 07, 2010

[독서광] 봄 맞이 책 2선: 인터넷에서 살아남는 법

불가피한 외부(?) 사정에 의해 2월 달 developerWorks는 건너뛰었었다. 혹시나 걱정해주신 애독자분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이번 달 developerWorks 서평은 인터넷 관련 이야기를 담은 서적 두 권이다.




  • 구글드: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구글이 기존 미디어 업계를 완전히 뒤집어놓은 이야기를 연대기순으로 정리한 책이다. 구글이 기존 질서를 붕괴시키고 주도권을 잡는 과정이 적나나하게 나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국내 미디어 업계의 미래에 대해서도 대충(?) 예측이 가능하리라 본다.
  • 크라임웨어: 쥐도 새도 모르게 일어나는 해킹 범죄의 비밀: 이 책은 해킹 범죄의 중심에 서 있는 크라임웨어를 기술적, 사회(공학)적, 경제적, 정치/법률적인 관점에서 다룬다. 스타일과 내용 전개 방식이 논문처럼 느껴져서 딱딱하긴 하지만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므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겠다. 개인 정보 보호 사고가 많이 터지는 상황에서 정신 바짝 차릴만한 동기를 부여한다.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인터넷 세상에서 정신 줄 놓지 않도록 늘 깨어있도록 하자.



EOB

월요일, 4월 05, 2010

[독서광] 삼성을 생각한다(스포일러 없음)



소시적에 대본소(!) 무협지를 아주 즐겨 읽었다. 솔직히 무협지 10질만 읽고나면 그 다음부터 대동소이한 전개 방식에 따분함을 느낄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주인공의 끝내주는 활약을 기대하며 지치지 않고 읽었었다. 무협지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현실적인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현실 도피처로 활용(?)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 '삼성을 생각한다' 2부를 읽으면서 딱 반대 느낌이 들었다. 김용철 변호사가 쓴 내용이 너무나 현실적이라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다른 책과는 달리 A, B, C가 아니라 진짜 실명이 팍팍 나오므로 자기 이름이 안 나왔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구매한 사람도 많으리라는 생각이다. 낄낄...). 물론 주인공(?)과 주인공을 보필하는 주변 인물의 끝내주는 활약(?)은 여느 무협지나 마찬가지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이번에 회장님께서 복귀하는 소식을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은 이유는 '삼성을 생각한다'의 외전이 나왔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때가 되었기에 돌아오시지 않았을까 싶다. T_T



책 내용이야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하면 예고 편이 주루룩 나오므로 여기서 굳이 열거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스포일러를 적으면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론? 2010년 최강의 블록버스터인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뱀다리: 책 분량의 압박 때문에 3부에 들어가기 전에 지칠지도 모르겠는데, B급 프로그래머는 오히려 본방송인 2부보다는 3부가 더 재미있었다. 엔지니어들이 사회 생활을 힘들어하는 이유가 다 있었구만... T_T



EOB

토요일, 3월 20, 2010

[독서광] 경제학 콘서트2



2007년 11월에 경제학콘서트1에 대한 서평을 올리고 거의 2년 반만에 2탄 서평을 올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형만한 아우가 있을지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하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1편보다는 2편이 좀더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다. 1장부터 섹스와 AIDS 이야기로 시작해 3장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는 이유(낄낄)과 4장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연봉의 비밀을 거쳐 7장 도시에서 영리하게 살아가기에 이르기까지 평상시에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나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이 책은 논리 전개 방식에서 게임 이론에 상당히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폰 노이만 방식(낄낄)이 아니라 토머스 셸링을 따르고 있다. 셸링은 수학과 논리가 아니라 수학으로는 보이지 않는 '초점(focal point)'에 의해 인간의 전략적 상호 작용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게임 이론 자체가 잘못되거나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니라 인간의 상호 작용 대부분이 모호함으로 가득차 있기에 초점을 이용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를 알려주는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본문 예를 한번 볼까?



노조 대표는 임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10퍼센트 미만의 임금 인상률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닐지도 모른다. 10퍼센트는 수학적으로 중요한 숫자가 아니다. 폰 노이만이라도 '10퍼센트'라는 숫자가 나온 기준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셸링은 일단 10퍼센트라는 숫자가 언급되고 나면 이 숫자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나온 익숙한 소재인 워싱턴-모스크바 핫 라인(긴급 직통 전화)도 셸링이 제안했다고 한다. 냉전의 한 복판에서도 핫 라인 운영자들은 매일 인사말을 주고 받으며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했고, 그 결과 빠르고 신뢰할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지구 멸망(?)을 피하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셸링이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며 한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일어났던 가장 극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이다. 우리는 분노에 휩싸여 핵무기를 터뜨리는 사고 없이 지난 60년을 살았다.


이 책에서 이런 이야기만 계속해서 나왔다면 읽다가 집어 던질 가능성이 높겠지만 셸링의 이론을 활용해서 여러 곳에 응용을 하고 있기에 '강남에 이쁜 여자가 많은 이유', '나보다 못생긴 내 친구가 어여쁜 아가씨를 친구로 두는 이유', '놀고 먹는듯이 보이는 사람이 매일 밤새는 나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이유', '강남 집값이 지칠줄 모르고 오르는 이유', '골드 미스가 인기가 없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뭐 이 책 내용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지엽적이라도 "아하~ 그렇군!"하는 순간이 몇 번 올테니까.



EOB

일요일, 3월 14, 2010

[일상다반사] 클린 코드: 애자일 소프트웨어 장인 정신



작업이 거의 1년 정도 지연된 끝에 결국 해님과 함께 번역한 클린 코드 번역서가 출간되었다. 로버트 C. "엉클 밥" 마틴이 쓴 이 책은 자바 프로그래머를 대상으로 코드를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양한 사례와 (경험으로 정리한) 패턴을 들어 설명한다.



자바 쪽으로 치우쳤고 너무 자의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고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일단 (속는 셈치고) 한번 읽어보면 실제로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좋은 코드와 나쁜 코드를 구분하는 방법
  2. 좋은 코드를 작성하는 방법과 나쁜 코드를 좋은 코드로 바꾸는 방법
  3. 좋은 이름, 좋은 함수, 좋은 객체, 좋은 클래스를 작성하는 방법
  4. 가독성이 높아지도록 코드 형식을 맞추는 방법
  5. 코드 논리를 흩뜨리지 않고서 완벽한 오류 처리를 구현하는 방법
  6. 단위 테스트와 테스트 주도 개발을 적용하는 방법


여느 자기 개발서(?)와 유사한 책과는 달리 읽을 순간에만 기분좋게 만드는 이론적인 내용이 많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책은 중반 이후부터 실제 코드 예를 분석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므로 코드 흐름을 잘 쫓아가며 읽어야 한다. 따라서 가벼운 기분으로 출퇴근 시간에 읽기에는 조금 무거운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온라인 서점에는 역자 서문이 올라와 있지 않기에 여기에 독후감을 대신해 정리해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한 동안 프로그램을 짜기가 싫어졌다. 급하다고 허둥지둥 서둘러오면서 온갖 나쁜 코드를 만들어온 스스로가 이유 없이 미워지기도 하고 자신감도 잃어버렸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회복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 정신을 차린 다음에 요즘도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조금 더 나아진 방법으로 코드를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신경을 쓴다.

이 책은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서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자기도 만족스럽고 남도 만족스럽도록 깨끗한 코드를 작성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뭐 여기에 엄청나게 위대한 코드 스타일이나 여태껏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비법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겠지만, 평상시에 놓치기 쉽고 실수하기 쉬운 여러 가지 패턴을 실제 예를 들면서 소개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자바 프로그램에 익숙한 사람이 보면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다.

우리가 프로그램을 짜다 보면 코드를 쓰는 시간보다 (남은 물론이고 자신도 정신이 하나도 없이 어지럽힌) 코드를 읽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보이스카웃 규칙을 다를 모든 규칙에 앞서 특히 신경을 써서 봐야 한다. 보이스카웃 단원들에게 야영장에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더 깨끗한 상태로 만들 의무가 있다면, 우리 개발자들에게는 체크아웃해서 코드를 꺼낼 때보다 체크인해서 코드를 넣을 때 더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기능 개선의 낭만적인 표현인 유지보수 작업으로 인해 모두들 신경 쇠약에 걸리고 있는 주변을 보면 이런 규칙의 중요성이 더욱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이 책 앞 부분에서 몇 가지 패턴과 규칙을 익혔다면 저자 머리 속에서 코드를 정리하는 흐름에 따라 코드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후반부에 집중하도록 하자. 단편적인 코드 스타일과 코드 기법을 다루는 책은 시중에 제법 나와 있으나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투영해 완결된 코드를 대상으로 차음부터 끝까지 리펙터링하는 진풍경을 다루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책이 독자 여러분에게 주는 가치는 아주 특별하리라.


이 책이 절대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거나 이 책만 읽으면 100% 깨끗한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믿으면 곤란하다. 늘 그렇듯 핵심은 '실천'에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길을 찾아 계속해서 갈고 닦고 노력하지 않으면 잠시 기분 좋았다가 일상으로 돌아가자마자 다시 번뇌에 휩싸이는 악순환이 반복될테니까...



EOB

월요일, 3월 01, 2010

[독서광] 질병 판매학



이 책은 처음 제목에서 상상한 바와는 달리 다국적 기업에 얽힌 온갖 비리와 악행을 폭로하기 보다는 질병을 세련되고 정교하게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런저런 뒷 이야기를 까발리는 재미가 떨어지므로(실제로 저자는 다국적 기업의 못마당한 마케팅 태도에 대해 비판하는 와중에서도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무지 노력한다.) 책 띠지에 나온 '충격 보고서'까지는 가지 못한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의 표본인 거대 제약사가 수행하는 마케팅에 대해서는 책을 다 읽고나면 어느 정도 감이 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



바쁜 애독자 여러분을 위해 이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건강한 사람에게 약을 팔기 위해 없는 병도 만들어 내고, 특정 증상을 특정 질환의 특징으로 좁히고, 교묘하게 병명을 바꿈으로써 약으로 완치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은 (흔치 않은 질병을) 캠페인 형태로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식품의약국, 대학, 연구자들에게 도넛부터 시작해서 연구자금까지 막대한 $을 퍼부어 우호적으로 만드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고콜레스테롤, 고혈압, 골다공증, 과민성 대장 증후군, 우울증, 월경 전 _불쾌_장애, 폐경, 사회불안장애, 주의력결핍장애, 여성 성기능 장애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고 보면 된다.



책을 읽다보면 다소 따분한 느낌이 오는데, 회사와 질병만 다르지 사실상 거의 유사한 시나리오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통계 자료 조작,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언급, 부작용에 대해서는 문제가 생길 때까지 함구, 사고 터졌을 경우 입막음, 유명인을 활용한 질병 전파, 오피니언 리더를 활용한 지역 사회 여론 조장 등 각 장마다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펼쳐지고 그 와중에서 피해는 우리 모두가 지게 된다(환자 아닌 환자의 고통, 의료비 상승으로 인해 사회 보장 제도의 여건 악화).



이 책에 나오는 양심적인 의사들은 하나같이 약으로 특정 질병이 완벽하게 치료된다는 착각을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점에 대해 경고한다. 사실상 적절한 운동과 건강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약물 사용은 그 자체만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가 극히 어려울 뿐더러 건강한 사람까지 약물을 사용함으로 인해 얻게되는 부작용도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적절한 약물 사용으로 진짜 환자를 고통에서 구원해준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대부분 이런 반론은 제약사 연구 자금을 얻어 연구한 쪽에서 나온다) 어디까지 환자로 규정해야 하는지를 두고 다국적 기업과 시민단체가 벌이는 갑론을박을 보고 있으려면 진실은 저 건너 편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약을 두고 '충족되지 않은 수요'와 '충족된 불필요한 수요'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에서 제 3 국가에서 사용하는 효과적인 말라리아 치료제는 '충족되지 않은 수요'임에 틀림이 없지만 막상 다국적 기업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수요' 문제가 아니라 '돈' 문제가 아닐까? 제약사들도 자선 사업이 아니라 실패 확률이 비교적 높은 일종의 벤처(?)를 하다보니 한 몫 잡아야 한다는 사실은 납득이 가지만 소비자를 속이고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괴씸한 생각이 저절로 든다. 여튼 최첨단 마케팅에 속지 말고 화끈한 약 선전일수록 한번 더 의심하는 습관을 기르자. 자기 건강은 자기가 지켜야 하기에...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