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5월 11, 2013

[독서광] 라이프 해커

위키북스에서 보내주신 행운의 상자에서 꺼낸 책 한 권을 더 소개하려 한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알고 계신 라이프해커의 일부 내용을 오프라인으로 옮겨놓은 동명의 책이다. 'The Guide to Working Smarter, Faster, and Better'라는 영어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일을 똑똑하고, 빠르고, 제대로 하는 방법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컴퓨터 관련 팁이 많을 것으로 예상할지도 모르겠는데, GTD를 비롯한 각종 작업 프레임워크을 비롯해 개인의 습관을 바꾸는 여러 가지 방법과 도구를 소개하므로 단순 유틸리티 활용서와는 확실하게 스스로를 차별화한다.

목차의 큰 제목만 보면 알겠지만, 이메일 관리하기, 데이터 정리하기, 작업 잘 마무리하기, 생각 정리하기, 주의력 방화벽 설치하기, 자주 하는 일 간편히 하기, 반복 작업 자동화하기, 이동 중 데이터 활용하기, 스마트폰으로 똑똑하게 일하기, 웹 마스터하기, 컴퓨터 생존 기술 익히기, 여러 컴퓨터 관리하기 등, 일상에서 흔히 부딪히는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팁과 힌트를 담고 있다. 어떤 작업을 하기 위해 특정 플랫폼과 특정 도구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대신, 윈도우, 맥OS X, 안드로이드, iOS 등 여러 플랫폼에서 동작 가능한 교차 플랫폼을 지원하는 도구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기기를 사용하는 독자에게 특히 도움이 많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25] 할 일 목록을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우기: '실제로 해야 하는 항목만 목록에 추가한다'라는 한 문장만으로도 진가를 발휘했다. 욕심으로 인해 해야 하는 항목 뿐만이 아니라 하고 싶은 항목도 할 일 목록에 추가하곤 했는데, 반성 중이다.
  • [30] 제리 제인필드의 체인을 통해 새 습관 들이기: '평범한 매일의 노력과 작은 행동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면 복리 이자처럼 엄청난 결과가 나오도록' 매일 하는 일이 끊어지지 않도록 연결하는 습관을 구축하기 위해 Don't Break The Chain이라는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는데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다. 매주 하는 운동도 이렇게 기록을 해야겠다.
  • [39] 시간을 낭비하는 웹사이트 방문 제한하기: 급하게 끝내야 하는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이트에 들어가곤 하는데, 강제적으로 이를 막아주는 여러 가지 기법을 보고서는 무릎을 탁 쳤다. 특히 구글 크롬 확장인 StayFocusd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 [49] 키 세 번으로 웹 검색하기: 원래 단축키를 조금씩 쓰곤 했었는데, 귀찮아서(T_T) 제대로 된 활용법을 익히지는 않았었다. 여기 소개한 각종 단축키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산성을 높이기로 마음 먹었다.
  • [92] 주소 표시줄에서 특정 웹사이트 내 빠르게 검색하기: 구글 크롬을 사용할 때 주소 표시줄을 나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방문한 사이트의 키워드 검색 폼을 자동으로 채워주는 기능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크롬에서 환경 설정으로 들어가 검색 엔진 관리 버튼을 눌러보면 크롬이 자동으로 인식하는 키워드 검색 서비스 목록이 나온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 이외에도 어렴풋이 알고 있으나 몇 가지 사소한 문제점이나 게으름으로 인해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던 좋은 사례가 곳곳에 나오므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해커'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알집'(!)을 사용해 압축을 풀어라는 내용(339페이지)을 보고서는 기절할뻔했다(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서에서 '알집'을 언급했을리 만무하다). 그리고 스크립트/단축키 등을 설명하는 내용에 번역/편집 과정에서 끼어든 오탈자가 있어 구글의 도움을 빌어야 했다. 그리고 책 내용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 현지 사정상 미국에서만 서비스되는 일부 내용(특히 9장 '스마트폰으로 똑똑하게 일하기')은 그림의 떡이었다.

결론: 회사나 집에서 이 책을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뒤적거리면서 점차 생산성을 발휘하는 좋은 습관을 들이면 인생이 더욱 풍요로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주장하듯 단순 반복적인 작업은 컴퓨터에 맡기고 중요한 일을 하자!

EOB

화요일, 5월 07, 2013

[독서광] 큐브: The Cube

3x3x3 루빅스 짝퉁 큐브를 초등학교 때 처음 만져봤는데, 1면만 (그것도 엉터리로) 맞추는 선에서 만족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다시 한번 큐브 맞추기에 도전했는데, 큐브: The Cube가 아니었다면 다시 한번 좌절을 맛봤을지도 모르겠다.

교보문고 퍼즐 서가에서 30분 정도 투자해 다양한 큐브 해설서를 읽어봤지만, 결론적으로 현재까지는 이 책이 최강이 아닐까 싶다. 이유는 간단한데, 기존 해설서와는 달리 이 책은 최초로 6x6x6과 7x7x7을 풀어낸 업적으로 유명한 웨이화 황이 무려 2x2x2, 3x3x3, 4x4x4, 5x5x5, 6x6x6, 7x7x7에 모두 사용 가능한 일반적인 표기법과 재사용 가능한 해법을 총정리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웨이와 황은 퍼즐/스도쿠 챔피언이며 구글에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 분야의 전문가(?)이므로 무조건적인 암기를 넘어서 원리를 차근차근 잘 풀어쓰는 능력이 돋보인다.

기존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앙부터 맞춰들어가는) 3x3x3 해법에 익숙한 분이라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법이 느려터져 보이거나 어느 순간 큐브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원상 복구하기에 머리가 핑핑 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이 책에서 나오는 해법을 익히고 나면 홀수나 짝수 모두 풀어낼 수 있으므로, 한 번에 3x3x3과 2x2x2를 둘 다 풀 수 있게 된다(물론 4x4x4 이상은 3x3x3에서 나온 공식 이외에 몇 가지 상황에 필요한 추가 공식을 익혀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크기의 큐브에 관련된 일반적인 해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약간의 속력 저하와 머리 아픔 따위야 충분히 극복할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은 고유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엄청나게 많은 오리지널과 복제품 큐브가 시중에 나와 있는데, 초염가형 제품을 살 경우 폭발(돌리다가 분해되는 경우)과 뻑뻑(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잘 돌아가지 않는 경우)이라는 두 가지 문제점에 부딪혀 무척 괴로울테니, cubeNjoy와 같은 곳(부지런한 분이라면 오픈 마켓에서 발품을 팔아도 된다)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녀석을 골라서 구입하면 될 것 같다. 루빅스 오리지널과 V-큐브를 써봤는데, 가격이 착하지 않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V-큐브가 최강으로 보인다. 가격 대비 성능을 생각하자면 셩쇼우 제품도 좋다고 한다. 사람마다 워낙 호불호가 갈리므로 적당한 제품(+ 스티커가 벗겨지는 경우를 대비한 여분의 시트지)과 큐브용 윤활유를 구입해 자신의 손에 맞춰 적절히 튜닝하는 방법이 최선으로 보인다. 아, 큐브가 폭발하거나 윤활유를 바르기 위해 분해했을 경우 조립을 위해 유투브 동영상을 참고하면 좋겠다. 다양한 크기와 다양한 제품을 키워드로 넣어 검색해보면 다양한 결과가 나오므로 큐브 분해/조립 설명서와 함께 보면 된다.

결론: 처음 큐브를 선물받았거나 옛날에는 포기했지만 아직도 큐브에 미련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오늘 뽐뿌질은 여기까지.

토요일, 5월 04, 2013

[독서광]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어쩌다 보니(아니 직업상...) 책장에 프리젠테이션 관련 서적이 잔뜩 꽃혀 있게 되었다. 그런데 또 다른 프리젠테이션 책을 읽고 좁아 터진 책장에 추가할 필요가 있을까? 대답은 '그럴지도'. 이와 관련해 오늘은 에이콘출판사에서 온 행운의 상자에 들어있었던 책 중에서 '퍼펙트 프리젠테이션'이라는 프리젠테이션 관련 서적을 소개하겠다.

이 책은 발표 기획에서 시작해 프리젠테이션 자료의 디자인을 거쳐 청중 앞에서 발표와 최종 평가에 이르는 프리젠테이션 전 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프리젠테이션 관련 서적을 딱 한 권만 골라야 할 경우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만하다. 본문을 한번 볼까? 프리젠테이션 책에 어울리도록 편집이 깔끔하게 본문 설명에 잘 부합되도록 적절하게 예를 잘 배치하고 있다. 본문에서 주장하는 바와 실제 본문에 사용한 예가 완전히 불일치하는 괴작(?)도 시중에 나와 있는 반면, 이 책은 본문에서 제시하는 내용과 실제 예제가 잘 맞아 떨어지므로 본문에 나온 예제만 잘 응용하더라도 프리젠테이션 기획이나 디자인 과정에서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기획 과정에서 처음부터 파워포인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사용을 지양하고 종이나 포스트 잇으로 생각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조언은 시간에 쫓겨 충분히 구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 자료를 만들 경우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고 있기에 많은 분들이 뜨끔할 것이다(앗, 뜨끔!). 젠 스타일과 컨설팅 보고서 스타일 중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분들께 똑 부러지게 기준을 정의해주기도 한다. 내가 발표하는 주제를 'TV 광고 형태로 찍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 '예'일 경우 젠 스타일을 적용하고 '아니오'일 경우에는 컨설팅 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는 힌트를 읽고서 애정남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발표 자료 작성 부분에 들어가면, 클립 아트 검색 과정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명사로 전환하는 팁, 젠 스타일로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텍스트 삽입 위치를 알려주는 팀, 엑셀 등으로 만든 그래프를 강조하는 팁 등은 읽는 즉시 써먹을 수 있기에 바쁜 현대인에게 딱 맞지 않을까 싶다. 또한 글을 활용하는 과정과 이미지 선택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 내용을 체계화하는 슬라이드 분할 기법, 조화로운 색상 사용 팁 등도 기본적이지만 튼튼한 발표 자료 구성에 큰 몫을 하므로 프리젠테이션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반 이후부터는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준비 과정과 연습, 그리고 최종 발표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정리하고 있는데, 흔히 실수하기 쉬운 부분을 잘 지적하고 체크리스트까지 제공하므로 큰 욕심내지 말고 이 책에 나온 사항만 잘 숙지하고 실천하면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향해 한 걸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프리젠테이션 과정이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OB

화요일, 4월 30, 2013

[일상다반사] 구글 캘린더에서 예문을 제시하는 진짜 이유

구글 달력은 왜 내게 ‘압구정 브런치’를 추천할까를 읽다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구글 쪽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답변이 담백하더군요. “예시를 넣으면서 많은 이들이 잘 알거나 재미있는 것들을 제시해 사용자에게 대강의 아이디어를 주고자 했다”라는 겁니다. 압구정 브런치는 ‘Breakfast at Tiffany’s'란 영문 표현을 국내 실정에 맞게 표현했을 뿐이랍니다. ‘Dinner at Pancho’s'와 ‘멕시코 음식점’도 같은 논리지요. 설정된 달력마다 다른 예시를 제시한 것이지, 특별한 논리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후후... 특별한 논리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란 얘기를 하지만, 구글 캘린더에 일정을 입력할 때 자연어 처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 때문에 예시를 제시한다는 사실을 (기자분께는 무척 미안하지만... 그러니까 기사 쓰기 전에 미리 물어보지! :P) 뒤늦게 폭로(응?)해버리기로 했다. 자 그러면 월별 보기 화면에서 임의의 날짜를 하나 골라서 클릭해보자.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뜰 것이다.

'예: 오후 7시에 멕시코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라는 문구가 나온다. 넛지(!)해주는 예시에 따라 '오후 6시에 용산 CGV에서 영화 관람'이라고 입력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용을 채워넣고 [일정 만들기] 버튼을 콕 누르면 다음과 같이 자동으로 시작과 끝 시각을 설정해준다. '오후 6시'라는 문구를 파싱해 자동으로 일정을 채워주는 셈이다. 그런데 '오후 6시' 대신 6pm 또는 18pm이라 입력해도 정상적으로 오후 6시로 인식한다.

여기서 끝나면 무척 심심한 포스팅이 되어버릴텐데... 환경 설정에서 언어를 'English US'로 바꾸고 나서 실험해보자. 예제에 맞춰 '6pm Movie at 용산 CGV'라고 영어로 한번 적어보자.

그리고 나서 확인해보면 위치(Where)까지 자동으로 추가된다. 즉 'at' 뒤에 있는 단어를 파싱해 자동으로 위치를 채워주고, 필요하다면 지도까지 보여준다. 'map' 링크를 클릭하면 용산역이 정상적으로 지도에 표시된다.

아직 한국어 버전에서는 지역을 설정하지 못하지만(at로 표시해도 완전히 무시한다. T_T 하지만 옛날에는 한국어 버전에서는 일정조차 자동으로 채워주지 않았으니 언젠가는 가능하겠지?), 영어 버전을 사용할 경우 빠르게 일정을 잡을 수 있다. 별거 아닌 기능처럼 보일지 몰라도 음성 인식을 지원하는 환경이라면 한 방에 시간, 약속 내용, 장소를 입력할 수 있으므로 나름 의미가 있다. 이제 예문이 존재하는 특별한 논리와 이유를 찾았는가?

보너스: 구글 캘린더의 월별 일정에서 이틀 이상의 날짜를 드래그 하면 예문으로 뭐가 나오는지 확인해보시라. ㅋㅋ

EOB

토요일, 4월 27, 2013

[독서광] 우리 집 네트워크 입문&활용

제주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컴퓨터 관련 책도 저술하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는 신재훈님께서 이번에 새로 출간된 네트워크 책을 하나 보내오셨기에 출퇴근 길에 꼼꼼하게 읽어본 소감을 정리해봤다. '우리 집 네트워크 입문&활용'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은 가정에서 유무선 네트워크 구성부터 보안 강화와 활용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지침서로 손색 없다는 생각이다.

초보자를 위한 입문서는 무작정 따라하기 식의 전개나 쥬라기 공원도 아니고 철지난 옛날 기술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사람들을 실망시켜 왔기에 이 책 역시 제목만 보고서 오해하기 쉬운데... 어려운 네트워크 관련 이론을 정확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동시에 최신 기술 추이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고르는 과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므로 기존 입문서와 궤를 달리한다. 이더넷 케이블 제작 방법, IP 주소 체계(공인과 사설 주소가 어떻게 다를까요?), TCP/IP 기본 구조, 하드웨어 주소와 ARP 동작 방식, 스위칭 허브와 공유기의 차이점, DNS와 DHCP의 기초 원리, 무선 네트워크 프로토콜과 암호화 기법 소개, 네트워크 보안 기초, 내부 파일/프린터 공유와 클라우드 저장소를 사용한 파일 공유를 적절한 예제, 그림(본문에 나오는 그림은 품질이 정말 대단하다! 인포그래픽을 응용한 개념도를 보고 있으면 입이 떡 벌어진다.), 윈도우 환경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설정 방법을 들어가면서 꼭 필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다룬다.

본문 중간 중간 나오는 멀더와 스컬리의 대화, 손 교수와 전문가 대담, 앙대리의 해킹 일지, 열쇠말 퍼즐도 고급 유머로 인해 빵빵 터지는 재미가 쏠쏠하므로 네트워크라는 다소 딱딱한 기술 주제를 부드럽게 중화시킨다. 인터넷 유무선 공유기 등도 '흥보네 넷웍'이라는 벤더 중립적인(응?) 가상의 제품을 도입해 설치와 구성, 문제 해결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특정 제품에 얽매이지 않고 개념 정립에 필요한 핵심만 뽑아내기에 참신한 시도로 보인다.

결론: 네트워크 입문서와 활용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리에 다 잡은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EOB

화요일, 4월 23, 2013

[독서광] 내인생 나를 위해서만

시중에 흘러 넘치다 못해 홍수가 날 지경인 '자기 계발서'의 피로감 속에서, 또 자기 계발서를 소개하는 글을 쓰면 자살 행위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간만에 아주 특이한(응?) 자기 계발서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오늘 소개할 '내인생 나를 위해서만'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놀랍게도 [독서광]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 원칙을 쓴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가 집필했다. 슈프렝어의 발톱 쑥쑥 나오는 몇몇 책을 읽고서 기절 초풍한 독자라면 이 책의 전개 방식이 어떨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리라 믿는다. T_T

일단 책 뒤표지에 적힌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한 12가지 원칙부터 옮겨보겠다.

  • 내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나의 자유 의지로 선택한 것이다.
  • ‘그렇게 살도록’ 강요하는 현실적 압박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은 다른 게 더 중요한다는 뜻이다.
  • 남들의 기대를 채워주고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 정말 원하는 일은 결심할 필요 없이 ‘지금 당장’ 하면 된다.
  • 내가 행하는 모든 일들은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 보상은 기쁨과 열정으로 시작한 일을 시시한 일로 끝내버린다.
  • 칭찬은 외부의 평가 기준에 의해 내 삶을 재단하게 만든다.
  • 결정을 내리는 것이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보다 언제나 훨씬 더 낫다.
  •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은 바꾸거나, 떠나거나, 사랑하라.
  • 행복한 사람은 ‘지금, 여기’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 행복한 인생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나 자신에게 있다.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환한 다음 인위적으로 만든 성공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희생을 점점 더 강요하는 4가지 없는 자기 계발서와는 달리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스스로 결정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데드볼을 각오하고 던진 차갑디 차가운 돌직구가 인정사정없이 날아오므로 책을 읽다가 보면 푹 찔리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고 미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인생이라는 자동차의 운전대는 자기가 잡아야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남이 운전대를 잡아주기를 바란다고 비유하면서 슈프렝어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실행하는 능동적인 삶의 자세를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슈프렝어의 여느 책과 마찬가지로 본문에 나오는 표현들이 가슴을 팍팍 찌른다.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누군가 "난 할 수 없어"라고 말하면, 그건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실적 압박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한탄하지 말고 행위하라!
"시간 없어"는 다른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남들의 기대란 남들의 기대이다.
스트레스란 '노'를 생각하면서 "예스"를 말할 때만 생긴다.
짜증이란 스스로 한 짓에 대해 남에게 그 책임을 미루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은 꼭 하는 법이다.
고통을 겪는 것이 행위하는 것보다 더 쉽다.
우리는 남을 위해서 뭔가를 한 적이 결코 없다.
비교는 곧 모든 행복의 죽음이다.
지금의 인생과 앞으로 되어야할 인생을 구분짓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많은 사람들이 늘 인생살이 직전의 상태에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거기에 있는 사람은 없다.
결정은 언제나 나에게 달려있다.

결론: 사회에 맞추고, 주변 사람 비위 맞추고 눈치 보느라 정신 없고, 남의 기준으로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 새빠지게 일하다 탈진해 쓰러질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 바란다. 결국 내 인생은 내 것이니까.

보너스: 며칠 전 [일상다반사]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싫어할까요?라는 글에서 '자기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대답이 이 책에 정리되어 있는데, 이 책 가장 처음에 나오는 경구가 답이 아닐까 싶다.

신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뜻한 바를 행하라. 그리고 그 대가를 지불하라. - 스페인 격언

결국 상황을 개선하려면 이 책에서 주장하듯 바꾸거나, 떠나거나, 사랑하거나 셋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어느 것도 하지 않으면서 불평만 한다면 실은 직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과 다름 아니다.

EOB

토요일, 4월 20, 2013

[일상다반사]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싫어할까요?

Quora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올라왔다.

Why do so many people hate their jobs?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싫어할까요?'라는 질문에 1k가 넘는 몰표를 받은 대답이 있기에 정리해보았다.

좋은 대학 교육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싫어하는 한 가지 이유는 (졸업 직후) 젊었을 때 사다리를 오르는 보수적인 경력을 택한 다음 한번도 바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2살이라는 나이에 처음으로 경력을 선택했을 때...

  • 자신의 사람에서 무엇을 하기 원하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 자신들에게 선택 가능한 경력이 무엇인지 시각이 아주 협소했다.
  • 처음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했기 때문에 돈을 벌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 학교처럼 자격이 필요하고 미리 정의된 마일스톤과 관련이 있는 직업에 끌렸다.

그리고 나서 첫 직업을 선택한지 7년에서 10년이 경과해 보면, 빼도박도 못한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 어떻게 변화를 줘야 할지 모릅니다. 첫 경력에서 재정적으로는 상당히 잘 나가고 있기에 경력 전환에 따르는 엄청난 위험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머지 인생 동안 똑같이 다람쥐 쳇바퀴를 돌립니다. 주변의 변호사, 교수, 은행원, (종종) 선생님들을 한번 보세요.

자, 그렇다면 자기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다음 글을 기대하시라!

EOB

금요일, 4월 19, 2013

[일상다반사] 오픈 뱅킹을 사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기본 보안(예: 윈도우 사용자 계정 컨트롤 UAC)을 우회해 액티브X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습관이 들었기에 (다양한 이유로 인해) 위조 사이트로 잘못 접속했을 경우에도 이상한 프로그램 설치를 허가하거나 민감한 개인 정보를 입력하는 문제점이 연일 터지고 있다. 초기에 웹 브라우저에 기본 내장된 두 가지 강력한 기능(사이트 인증서 검증, SSL/TLS 통신 보안)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액티브X 기반의 암호화 인프라에 공인인증서 조합을 사용한 대가를 치루고 있다고 보면 틀림 없겠다. 물론 2000년 1월 이전에 미국 바깥으로 수출되는 암호 관련 소프트웨어는 SSL 키 크기를 40이나 56비트로 제약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행보가 필요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무려 2013년이니 13년이 흐르는 동안 다들 넋놓고 뭐했지? T_T

하지만 점점 상황이 개선되고 있고,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술은 바로 오픈 뱅킹이다. 오픈 뱅킹은 윈도우 운영체제와 IE에서 벗어나 다양한 운영체제(리눅스, 맥OS X)와 다양한 브라우저(크롬, 파이어폭스)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출발한 개념인데, 보안 강화라는 긍정적인 부산물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오픈 뱅킹을 지원하는 국민, 기업, 산업, 신한, 우리, 씨티, 하나(가나다 순)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면 베리사인에서 인증 받은 사이트 표식이 뜨면서 TLS를 사용한 보안 채널로 통신한다(은행마다 112비트부터 256비트까지 암호화 수준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물론 오픈 뱅킹을 사용하더라도 각종 보안 프로그램(키보드 보안, 백신 등)을 설치해야 하므로 결국 반쪽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URL 입력창이 초록색으로 변하기에 접속하는 사이트 자체가 위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최소한 이런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각종 (보안) 소프트웨어는 안심하고 설치할 수 있게 된다(물론 100% 완벽하지는 않다. 보안 업체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가 감염되면... 음...). 예전에는 안전하게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함부로 이메일이나 블로그 링크를 클릭하는 대신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들어가거나, 북마크해서 들어가거나, 외워서 들어가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물론 일부 은행에서 제공하는 보안 안전 그림이나 문자열을 보고 정상 사이트인지를 확인하는 서비스도 나름 좋았지만, 오픈 뱅킹을 사용할 경우에는 웹 브라우저 자체에서 접속하는 사이트 인증서에 문제가 있을 경우 즉시 경고를 주므로 사이트 진위 여부를 따지는 번거로움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둥 어쩌구하면서 보안카드 입력을 요구하는 요상한 사이트로 피싱을 유도해도 한눈에 사이트 진위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초록색 막대가 안 뜨면 바로 브라우저를 닫으면 된다! 참 쉽죠?

단순한 UI에 접근성도 강화되고, 보안도 강화되고, 운영체제나 웹 브라우저도 골라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도 빨리 동참하도록 오픈 뱅킹 사용을 늘이면 어떨까 싶다. 사람의 습관이란 무서워서 아마 이 글을 읽고 나서도 기존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게 될텐데(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지 국민/산업/우리은행은 아예 오픈 뱅킹으로 시작한다. 앞으로도 대다수 은행 사이트가 기본으로 오픈 뱅킹을 지원하면 더욱 좋겠지?), (심지어 IE를 사용할 경우에도) 의식적으로 오픈 뱅킹으로 접속하면 어떨까 싶다. 보안은 대부분 기술보다는 사람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므로 남에게 맡기는 대신 평상시에 스스로가 알아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EOB

화요일, 4월 16, 2013

[독서광] 코딩 호러의 이펙티브 프로그래밍

위키북스에서 행운의 상자(?)를 보내주셨기에 잽싸게 개봉했는데 '코딩 호러의 이펙티브 프로그래밍'이라는 책이 들어 있었다. 코딩 호러는 젯프 앳우드가 운영하는 IT 기술 관련 블로그인데, 여기 실린 글 중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선별해 책으로 묶은 형태다. IT 업계를 강타했던 '조엘 온 소프트웨어'을 시작으로 블로그를 토대로 만들어진 다양한 책이 선보였는데, 다들 '형만한 아우'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코딩 호러...'는 매트릭스 2편에서 네오가 에이전트 스미스를 만나 격투하는 도중 '업그레이드?'라고 외치는 장면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젯프 앳우드는 스택 오버플로우를 만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재미있게 풀어쓰고 있으므로 프로그래밍, 팀 구축, 사용자 편의성, 보안, 테스트와 관련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 책은 블로그를 옮겨놓은 특성으로 인해 호흡이 짧지만 그렇다고 수필집처럼 마냥 빨리 페이지를 뒤적거리기는 힘들 것이다.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하는) 독자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주제와 소재거리로 넘쳐나므로 책을 읽으면서 병렬로 문제를 풀거나 고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머를 채용하는 방법"에 나오는 전화 인터뷰에 사용할 질문을 한번 볼까?

  1. 그 자리에서 곧바로 코딩을 하는 질문 약간. 예를 들어 "배열 안에 있는 정수 값 중에서 가장 큰 값을 찾아라."
  2. 간단한 설계 약간. "HTML을 모델링하기 위한 표현 방식을 생각해보라."
  3. 스크립트 작성과 정규 표현식. "디렉터리 내에서 특정 형식의 전화번호가 저장된 텍스트 파일의 목록을 만들어보라."
  4. 자료 구조. "어떤 경우에 배열 대신 해시테이블을 사용할 것인가?"
  5. 비트와 바이트. "프로그래머에게 10월 31일과 12월 25일이 같은지 묻는 것이 왜 우스운 일인가?"

아마 열정과 호기심 넘치는 프로그래머라면 이 부분을 읽는 즉시 머리 속에서 스레드가 하나 떠서 배경 작업으로 문제를 풀고 있으리라. 10월 31일과 12월 25일 문제는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의도를 바로 파악하고 한참 웃었다(힌트: 각 월을 대표하는 영어 단어! 그래도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은 댓글 다시면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다.).

단순히 문제 풀이에 끝나지 않고 일상에서 부딪힐만한 고민 거리도 던져준다. "그들이 어떤 말을 하든 그것은 결국 사람과 관련된 문제다"에 나오는 프로젝트 성공 유무를 예측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볼까?

  1. 당신의 팀이 얼마나 많은 줄의 코드를 작성할 것인가?
  2.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가?
  3. 동료 프로그래머를 좋아하는가?

3번 '동료 프로그래머를 좋아하는가?'라는 항목에서 무릎을 탁 쳤다. 실제로 회사는 성인의 삶에 있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특히 대한민국... 음...). 그런데 배우자와 자녀보다 더 많이 시간을 같이 보내는 동료 프로그래머들과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서로 못 죽여 안 달이고 물고 뜯고 싸우는 환경에서 일이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 하지만 대부분 형편없는 아키텍쳐, 돈은 적게 주면서 최대한 많이 얻어내려고 드는 깐깐한 갑, 원저자는 어디론가 사라져서 도저히 해독 불가능한 레거시 코드, ... 등과 같은 외부 요인만 탓하며 내부 사람 문제에 대해서는 눈가리고 아웅하니 땅이 꺼지라 한숨만 나올 뿐이다.

여기서 그냥 끝내기가 너무 아쉬우므로 마지막으로 정말 뜨끔했던 예를 하나 더 소개하겠다.

(동료 프로그래머들의) 신뢰와 존경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엄청난 노력과 실질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개발 방법론을 이메일로 전송하거나, 어떤 기술을 이용하면 훌륭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식의 조언을 보내닌 식의 값싸고 피상적인 대체물은 동일한 결과를 낳지 못하며, 설령 그렇다고 해도 효과가 지속되지 못한다.
행동은 말보다 설득력이 있다. 팀블로그나 위키, 새로운 소스코드 관리 메커니즘, 혹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 말하는 것은 값싼 일이다. 누군가 힘든 노력을 통해 그런 것들을 실제로 구현했을 때 당신은 그저 그 아이디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려고 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뭔가를 제안하고자 한다면 제안을 뒷받침하는 노력을 실제로 기울려야 한다.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지행합일: 아니 말보다 행동이다!

요약: 2013년 상반기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추천 서적으로 평가한다!

EOB

토요일, 4월 13, 2013

[독서광] 안드로이드 포렌식

최근 스마트폰이 일반에 보급됨에 따라 스미싱과 같은 사회공학적인(이걸 기술적으로 고급 기법이라 부르기는 상당히 민망하다. 스마트폰에도 백신을 강제로 설치해 스미싱을 막아야 한다고 떠드는 언론들을 보면 웃기지도 않다.) 보안 침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 공격(?)인지라 심지어 며칠 전 B급 프로그래머의 2G(!) 폰으로도 1355(국민연금)을 가장해 '보험금 미납금 명세서 조회'라는 내용과 함께 URL이 하나 날라올 정도였다. (그래도 명색이 포렌식 책 역자라서) 도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호기심에 한번 추적을 해봤다.

  • 사람들이 축약된 형태의 URL은 잘 안 누르고 있기 때문에 철자 등을 우체국과 조금 유사하게 만든 URL이 왔기에 도메인 소유권자를 추적해봤다. 음. 역시 중국 친구네? T_T
  • 바로 해당 URL의 IP 주소를 추적해봤더니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조금 더 상세히 파고드니 미국 모처의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클라우드 서비스회사였다.
  • PC에서 해당 URL로 접근하니 redirection되어 AWS S3에 담긴 apk 파일이 다운로드 되었다. 귀여운 것들...
  • 해당 apk 파일을 까서 살펴보니 hello, world급 프로그램을 조금 수정한 SMS 탈취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SMS 내용은 해당 URL의 IP 주소로 보내도록 되어 있었다. 표시가 덜 나게 아이콘이나 제대로 좀 만들지... 어익후...
  • URL에 접속했더니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기반의 운영체제에서 동작하는 PHP 프로그램이 나를 반겼다. 상황 파악을 끝냈으니, 바로 연결을 끊었다.
  • 그나저나, 도대체 국민연금으로 발신자 번호까지 위조해서 이런 메시지를 날리는 상황을 용인하는 이통사와 법 집행 기관은 도대체 뭐하는지? SMS 올 때마다 개인이 일일이 손으로 URL 치고 들어가서 진위 여부를 다 따져봐야 하나? T_T 그나마 신종 금융사기, 구제책 없나?라는 기사를 보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뭔가 조치를 취하는 모양이다.

뭐 여기까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더 이상 안 봐도 DVD다. SMS 탈취 목적이 뭔지는 다들 잘 아실테고(인증 번호가 2nd channel인 SMS로 날아올 경우 바로 가로챌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일반적인 포렌식 기법으로 가볍게 분석을 마쳤는데, 실제 스마트폰에서 사고가 터지고 나서 포렌식을 진행해야 할 경우에는 스마트폰과 관련해 좀더 세부적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오늘은 에이콘 출판사에서 보내준 보물 상자에서 꺼낸 3번 타자인 안드로이드 포렌식을 소개하겠다.

간단히 이 책을 요약 정리하자면, 안드로이드 하드웨어와 내장 소프트웨어를 간단히 설명하고 자료 구조와 파일 시스템, 메모리 종류와 저장 방식, 디버깅 기법과 외부 도구를 사용한 분석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반적인 PC나 서버에 대한 포렌식과는 달리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에 스마트폰에 대한 포렌식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하지만 스마트폰만큼 대중화되고 널리 쓰이고 보안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장비도 없기에 스마트폰 관련 포렌식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데 현재까지는 이 책이 스마트폰 관련 국내서/역서로는 유일하기에 나름 출발선으로 가치가 높다.

요렇게 적고 보니 이 책이 안드로이드 포렌식을 거뜬히 도와줄 구세주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아쉬운 점도 많다. 1) 이건 이 책의 잘못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워낙 빨리 발전하기에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마트폰은 이미 시중에서 구하기도 어려운 구식 모델이다. 2) 리눅스 명령어 소개가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매뉴얼 페이지 덤프한 내용도 나온다. T_T). 3) 안드로이드 내부 구조와 리눅스 내부 구조에 대한 설명은 너무나도 피상적이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초반의 실망감을 무릅쓰고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안드로이드 관련 포렌식 기법들을 차근차근 잘 설명하고 있기에 나름 참고할만한 내용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반적인 PC/서버 환경과는 다른 파일 시스템과 메모리 종류에 대한 설명은 눈여겨 봐놓아야 한다. NAND 플래시를 덤프하는 기법, YAFFS2에서 OOB 대역을 날려서 분석이 용이한 형태로 만드는 기법, Scalpel과 같은 무시무시한 도구를 사용해 YAFFS2 이미지에서 파일 카빙하는 기법 등은 기존 여느 포렌식 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이므로 눈을 크게 뜨고 봐놓아야 할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밑줄 쫘~~~악)

결론: 특히 안드로이드 포렌식에 입문한 분들께 추천드리며, 이미 포렌식 기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중급 이상 전문가들께는 요약 정리 목적으로 추천드리고 싶다.

EOB

화요일, 4월 09, 2013

[영화광] 봄날은 간다(스포일러 있음)

요즘 아침마다 운전을 하는 데 라디오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얻고자 하는 정보만 (무)의식적으로 쫓아가는 대신 우연에 의해 좋은 이야기나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종종 월척을 낚기도 한다. 얼마 전에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듣고 가사가 너무 좋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제목이 같은 영화의 OST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DVD를 주문해서 감상했는데, 2001년에 나온 영화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기에 지금까지 이런 좋은 영화를 놓치고 뭐했냐는 후회가 들고 말았다.

연애 이야기에 손발이 오그라들줄 알고 보기 시작했다가 영화의 흐름을 끊기는 커녕 오히려 분위기를 돋우도록 아기자기한 일상을 제대로 묘사하는 데다가 중간 중간 예상치못한 유머 코드까지 곁들여 가며 사랑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감독의 솜씨에 화들짝 놀랐다고나 해야할까? 한쪽은 정보를 생산하는 사운드 엔지니어(상우, 유지태)이며, 다른 한쪽은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를 소비하는 PD 겸 아나운서(은수, 이영애)의 만남과 헤어짐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 한 곳이 뻥 뚫렸다. '건축학 개론'을 보면서 핀셋으로 상처를 뒤집는 듯한 옛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면, '봄날은 간다'를 보면서는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라는 김윤아의 가사에 나오듯 봄이 주는 묘한 죽음/삶/사랑을 다시 한번 관조해 볼 수 있었다.

이 영화의 백미는 다들 공감하겠지만, 후반 벚꽃 신이다. 한국 영화사에 남을 멋진 이별 장면으로 손꼽을만큼 인상적인 이유는 바로 봄의 벚꽃을 배경으로 새로운 생명을 상징하는 '화분'을 선물로 주고 (되돌려) 받으며 약간의 주저함을 뒤로한 채 각자 갈 길을 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관습적이지 않게 그려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희망이 끝났을까? 아니다.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웃는 상우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DVD 부록으로 담겨 있는 뮤직 비디오를 찾아서 공유해본다.

봄이 되어 벚꽃을 볼 때마다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할 것 같다. 죽음, 삶,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영화 중 명대사가 가슴 한 곳에 깊숙히 와닿을만큼 사랑에 웃고 울어본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한다.

EOB

토요일, 4월 06, 2013

[독서광]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50가지 위험한 실험

예전에 비해 요즘은 애들 입장에서 놀거리가 정말 많다. TV를 켜면 24시간 만화부터 스포츠, 각종 다큐먼터리에 이르기까지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열면 게임, 퍼즐, 만화 등 컨텐츠 공급이 쏟아져나온다. 점점 축적되고 있는 영화나 음악도 골라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바깥 활동이 점점 줄어들면서 실제 몸으로 뭔가를 해보는 활동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해서 머리와 몸을 모두 활용해 뭔가 흥미로운 실험을 해보는 재미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같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뭔가를 해보려면 너무나도 막막하다. 우리 주변은 교육 과정에 맞춰 어떻게 하면 절대로 뒤쳐지지 않는 '영재'형 인간을 기를지에 대한 담론으로 넘쳐나기에 심지어 과학 실험조차도 교과 과정과 연계되어 독특한 풍미를 모두 빼버린 인스턴스 식품처럼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번 [독서광] Make Vol 5 끝부분에 소개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50가지 위험한 실험이라는 책이 나왔다. '위험'이라는 간이 철렁하는 문구가 적힌 제목과는 달리 이 책에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재미 있는 실험이 '위험하지 않게' 만들도록 여러 가지 조언이 아낌없이 나온다. 심지어 미국 내의 법규나 규칙 뿐만 아니라 한국 내의 법규와 규칙까지도 등장하므로 계획과 안전 대비책을 세우는 과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어른들 관점에서 자동차 운전, 자동차 타이어 갈아 끼우기,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등과 같은 실험을 시시(응? 정말 시시할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자기 자식들이 이런 실험을 하고 싶다고 조를 경우에는 화들짝 놀랄 것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속으로 낄낄거렸다.

책 구성은 두 페이지가 한 쌍으로 되어 있으며 왼쪽은 실험 목표, 개요, 절차, 주의 사항, 보충 설명이 자리잡고 있고, 오른쪽에는 줄이 그어진 노트가 있어 필기 도구를 사용해 실험 절차나 결과, 떠오르는 아이디어 등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의 실험이 되어야 하므로 어른들은 아이들 뒤에서 충실한 집사(!)처럼 행동하며 실험 방법을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의 사항만 지키면 자연스럽게 알아서 실험이 진행될 것 같다. :)

이 책의 집필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문장을 서문에서 골라봤다.

주도권과 능력은 무엇일가요? 저는 현실에서 마주치는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로 이를 가늠합니다. 주도권을 가진 사람은 문제의 맥락을 살펴본 후에 필요한 (혹은 사용 가능한) 도구와 재료를 확인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리고는 소규모 실험을 통해 해결방안의 핵심 이슈를 테스트해보고, 제대로 작동하는 해결법을 찾아내겠지요. 사소한 문제는 극복하고, 실패는 피드백으로 받아들여서 진행 중인 해결 방안에 반영할 것입니다. 하지만 주도권을 못 잡는 사람은 쉽거나 눈에 보이는 해결책이 없을 때 바로 포기하거나, 자신의 첫 번째 제안이 무너지는 순간 문제 자체를 쉽게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에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딱 그 상황에 맞는 정확한 크기의 밧줄이나 완벽한 도구가 준비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완벽한 해결책이 눈 앞에 있는 경우는 드물어서, 필요한 것 없이도 상황을 해결하거나 확신 없이도 앞으로 나가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손에 쥐고 있는 것으로 상황을 해쳐나가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뭔가를 만들게 되는 동력이자 실체입니다.

결론: 적정한 위험을 감내하며 안전하게 탐험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은 평생 써먹을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기본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이벤트라고 보면 틀림 없기에 아이들에게 주도권과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OB

화요일, 4월 02, 2013

[독서광] 드루팔 사용하기

오늘은 에이콘 출판사에서 보내온 행운의 상자(응?)에서 꺼낸 책 2번인 '드루팔 사용하기: 드루팔 웹사이트 제작과 모듈 활용'에 대해 소개하겠다. 드루팔(Drupal)은 개인 또는 커뮤니티가 웹사이트의 다양한 자료들을 손쉽게 관리, 조직, 출판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다.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으로 유명한 이 소프트웨어는 전세계적에서 다양한 서비스에 사용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토종 XE와 최근 뜨고 있는 워드프레스에 밀려 사용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부 커뮤티티를 제외하고는 한글화된 정보를 공유하는 곳도 찾기 어렵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워드프레스의 경우에는 여러 웹 사이트/회사는 물론이고 서점에서도 국내 저서와 번역서가 제법 보이지만 드루팔은 이제 막 번역서가 처음 나왔으니 기술적인 여러 좋은 특성으로 인해 드루팔을 도입하려는 분들 입장에서는 이 책이 유일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부제인 '드루팔 웹사이트 제작과 모듈 활용'이 이 책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드루팔의 아키텍처와 모듈 제작 방식과 내부 구조를 세부적으로 파고드는 기술서는 아니며, 드루팔을 사용해 자신의 목적(예: 게시판 만들기, 멀티미디어 자료 개시, 제품 리뷰, 모임 관리, 전자 상거래 사이트 구축)에 맞는 사이트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활용서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따라서 일반적인 오라일리 동물 책과는 달리 완결된 예제 사이트를 단계별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드루팔을 처음 접하는 사이트 관리자에게도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각 예제마다 드루팔(특히 버전 7)이 제공하는 다양한 모듈을 효과적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이 책을 다 읽을 무렵이면 드루팔의 모듈 시스템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활용서라는 특성으로 인해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기술적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한 수준까지 독자를 끌어올리기는 힘들어 보이므로, 일단 이 책을 출발선으로 삼아 직접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해야지만 원하는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는 책의 구조상 1장과 2장까지만 읽고나면 그 다음부터는 순서대로 책을 읽을 필요는 없어보이며,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선별해서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에이콘 출판사 드루팔 사용하기에 가서 목차를 확인해보면 대충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감이 올 것이며, 여기서 소스코드를 내려받거나(다운로드 아이콘을 클릭) 아니면 원서 공식 사이트인 usingdrupal에서 코드를 내려받아서 풀어보면 책을 구매하기 전에 미리 어떤 프로젝트를 다룰지 맛보기도 가능하다.

팁: 본문을 다 읽고 나서 다른 부록은 모르겠지만 부록 B는 꼭 시간내어 정독하기 바란다. 모듈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드루팔 활용에 있어 아주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작업이므로 향후 시간과 노력을 크게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드루팔을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토요일, 3월 30, 2013

[독서광] Make Vol 5

언제 나오나 계속 기다리다 잊어먹고 있었더니 어느 새 Make Vol 5권이 집에 도착했다. 이번 호는 특히 B급 프로그래머가 좋아하는 우주 DIY를 다루기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미항공우주국이 예산/지원 부족으로 예전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민간인들의 맹활약을 보고 있으려니 역시 '덕중의 최강은 양덕'이라는 명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레고 마인드스톰 NXT로 인공위성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스마트폰에 장착된 각종 센서를 사용해 인공위성 무게와 크기를 줄이려는 시도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보면 정부 차원이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우주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주 DIY 특집 기사도 좋았지만, '물 없이 스파게티 만들기'도 아주 흥미로웠다. 실제 먹을 수 있는 스파게티를 만드는 이야기는 아니고... 스톱모션 기법을 사용해 스파게티를 요리하는 과정을 만드는 뒷 이야기다. 다음에 소개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면 감탄사가 나올 것이다.

'Western Spaghetti'는 '물 없이 스파게티 만들기'에 나온 결과물이다.

'Game Over'는 8비트 게임 몇 편을 스톱모션 기법으로 만든 작품인데 정말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Fresh Guacamole'는 2013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Make 단행본으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50가지 위험한 실험(50 Dangerous Things)'이라는 즐거운 제목이 붙은 책도 출간 예정 목록에 올라있는데,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ㅋㅋ

EOB

화요일, 3월 26, 2013

[B급 프로그래머] UEFI란?

옛날 옛적에 BIOS라는 물건이 있었다. 파워 유저들은 BIOS에 들어가서 새로 장착한 하드디스크를 인식하도록 만들고,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부팅 순서(플로피, CD-ROM, HDD)도 변경하는 등 여러 가지 묘기를 부렸고 여러 잡지에서 이런 기술(?)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한 팁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영체제의 기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주변 장치 역시 엄청나게 발전함에 따라 BIOS는 부팅 시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BIOS가 기반을 두고 있는 16비트 1Mbytes 메모리 주소 체계와 더불어 구식 장비에나 어울릴법한 각종 서비스 함수들은 역사적인 가치를 제외하고서는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란 힘들 것 같다. 하지만 BIOS가 사라진다고 해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이어주는 가교가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인텔이 총대를 매고 (원래 아이태니엄을 위해) EFI(Extensible Firmware Interface) 아키텍처를 발표했고, 애플이 2006년 인텔 CPU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기존 Forth 언어 셸로 유명한 오픈 펌웨어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EFI로 갈아타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UEFI는 인텔이 EFI를 Unified EFI Forum에 기부한 결과로 나온 확장판이다.

그렇다면 UEFI는 어떤 기능을 수행할까? UEFI를 겉보기에 그래픽이 강화된 BIOS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크게 (향상된) 디바이스 진단과 관리, (안정성을 높인) 운영체제 부팅 관리, 텍스트와 그래픽 셸, 프로세서에 독립적인 디바이스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UEFI는 유서깊은 MBR(Master Boot Record)를 사용하는 표준적인 PC 디스크 파티션 대신 GPT(GUID Partition Table)라는 새로운 파티션 기법을 제공해 파티션 숫자와 크기에 대한 제약을 풀어버렸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GPT는 첫 부분(섹터 0)에 Protective MBR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구식 소프트웨어에 대한 호환성도 담보하고 있다. 최신 윈도우리눅스 모두 UEFI의 GPT를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제약많은 구닥다리 MBR은 점차 사라질 운명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외 보안 관련 문제점이 터지면서 UEFI에서 제공하는 안전 부트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기능을 사용할 경우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서명이 들어있는 드라이버 또는 운영체제 로더만을 인식하므로 부팅 과정에서 악성 프로그램이 끼여들 여지를 줄일 수 있다.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UEFI는 하드웨어적으로 안전한 저장소 내에 설정, 데이터, 키를 보관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기본으로 설치된 KEK(Key Exchange Key)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급했기에 윈도우와는 달리 리눅스의 경우 키 배포 문제로 인해 GPLv3를 따르는 GRUB 부트로더를 사용하지 못한다. 하드웨어 업체에게 리눅스 전용 키를 담도록 만들 뾰족한 유인책이 없는 상황에서 래드햇이나 수세와 같은 상용 배포판 업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KEK를 인식하도록 커널을 수정하는 동시에 SUSE and Secure Boot: The Details에서 설명하듯 GPLv3와 호환이 가능한 GRUB2 활용 기법을 고안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소스 진영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디 차갑다. 일례로 토발즈가 쌍욕을 해버린 사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론: 보안과 자유는 양립하기 어렵다. T_T

토요일, 3월 23, 2013

[독서광] 모든 것의 가격

우리가 매일 물건을 사고 팔면서 영수증을 주고 받을 때 반드시 '가격'이 찍혀 나온다. 심지어 쿠폰으로 영화를 공짜로 보더라도 가격은 (쿠폰 적용 또는 할인 결과) '0'원으로 나오니 사실상 우리의 삶은 가격에 의해 통제 받고 있다고 봐도 틀림없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단히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우리 삶에 있어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대단히 곤란 불가능해지므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엄청난 혼란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돈이 무한정 있는 부자가 아닌 이상 틀림없이 가격표는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포인트임이 틀림없다.

오늘 소개할 '모든 것의 가격'은 바로 '가격'을 토대로 우리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인 현상을 시원스럽게 풀어내는 재미있는 책이다. 가격을 기준으로 우리 모든 일상 활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어항에 들어 있는 금붕어가 물의 존재를 알지 못하듯 이렇게 중요한 '가격'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바로 우리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사물, 생명, 행복, 여성, 노동, 공짜, 문화, 신앙, 미래를 '가격'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 일부를 질문 형태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다.

  • 영국 음식(특히 런던 등 대도시)은 왜 맛이 없을까?
  • 천주교보다 기독교가 더 많은 신도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 타이타닉 호에 실린 구명정의 숫자가 탑승객을 모두 태울지 못할 정도로 작았던 이유는?
  • 바닥이 흙으로 된 집에서 살면 행복도가 올라갈까? 내려갈까?
  • 여성에게 일부일처제가 유리할까? 일부다처제가 유리할까?
  • 노예보다 노동자를 고용하는 진짜 이유는?
  • 중산층이 사라지며 양극화가 빨라지는 이유는?
  • 유명한 음악가/작가들이 유명하지 못한 음악가/작가들보다 해적 시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는?
  • 국가에서 적극 지원하도록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를 변경하기 어려운 이유는?
  • 나이 든 사람들에게 정부가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이유는?

이 책은 위에서 제시한 질문을 '가격'을 토대로 멋지게 설명한다. 물론 본문에서는 훨씬 더 복잡한 이야기가 전개되므로 경제학과 상식이 버무려진 퀴즈 책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우리의 삶에 가격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결정을 잘 내리고 제대로 평가하도록 도와주는 지침서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설명하고 나니 시중에 나온 '자기 계발서'와 유사하다는 걱정이 들지도 모르겠는데, 다양한 분야에 대해 지금까지 매겨진 가격들이 역사적으로 아직 드러나지 않거나 왜곡된 사실들을 새롭게 조명하는 시사점을 던져주므로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 부자되자는 '자기 계발서'의 모토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 하고 있다.

본문 자체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잘 만든 영화를 감상할 때 엔딩 크레딧 역시 감상할 가치가 있듯이, 이 책의 에필로그인 '가격이 실패할 때'는 케인스부터 그린스펀까지 정계와 학계에서 가격을 바라보는 시선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고 있기에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일상다반사] 커맨딩 하이츠를 보신 분들이라면 불황과 버블 붕괴를 겪으며 정부 중심과 시장 중심의 치열한 이론 전쟁이 오버랩될지도 모르겠다.

자 그러면 본문에 나오는 재미있는 내용을 정리해보겠다. 스크롤 압박이 있으므로 주의하자!

우리가 각각의 대안이 갖고 있는 가격을 이해하게 될 경우, 우리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개신교는 신도들에게 훨신 더 큰 두자를 요구함으로써 충성심을 자극한다.
현대의 삶은 주로 재화를 구입하는 행위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은 인간의 심리적 변덕, 그들의 두려움, 무의식 중에 작용하는 제약에 대한 일종의 지도를 제공한다.
특정 사물의 가격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결정되는 주관적인 성질인 것이다. 교환되는 물건들의 상대적 가격이 바로 그들 사이의 상대적 가치인 것이다.
우리는 (잉크젯 프린터의) 잉크 카트리지를 1985년산 명품 크뤼그 샴페인으로 채우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경쟁이 소비자의 최대 우군이라면, 기업이 즐겨 쓰는 전략은 어디에서 가장 좋은 조건의 거래를 할 수 있는지를 고객에게 숨기는 것이다.
세일과 가격 인상을 반복하는 것도 어디서 팔리는 시리얼이 가장 저렴한지를 소비자가 계산하기 어렵게 만드는 유용한 도구이다.
온라인 컴퓨터 칩 소매상들은 일부러 제품을 혼란스럽게 설명하고, 서로 다른 십여 가지 버전의 모델을 제시해 가격 비교를 더욱 곤란하게 만든다.
경매가 반드시 구매자에게 불리한 거래는 아니다. 하지만 매물로 나온 재화의 가치가 알려지지 않았을 경우 경매를 통한 구매는 실패를 부르기 쉽다.
사실 기업들은 소비 성향에 따라 고객들을 분리한 뒤 자기 회사의 품목을 최고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팔기 위한 예리하고도 우아한 수단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비행기 좌석을 파는 데 도사이다. 그들은 거의 30년 동안 자신의 기법을 갈고닦아 비행기의 좌석을 다 채웠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똑같은 비용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만약 기업이 모든 제품을 하나 더 생산하는 데 필요한 최저 비용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기업은 고정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여 결국 도산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남의 것보다 자기 것에 더 높은 가격을 매긴다.
젊은이를 먼저 구할 경우 평균 여명의 관점에서는 노인을 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
"돈은 추상적인 형태의 행복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인간은 돈을 모으는 데에만 전념한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물질적 부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제약을 극복하게 해 주고 삶에 대한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만든다.
우리는 평생 지속되는 만족감과 순간적인 만족감을 구별할 줄 안다고 느끼지만, 사실 순간적인 즐거움이 현재의 우리 존재를 제압하는 경향이 있다.
보수 정치인들이 진보 정치인보다 행복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
보수 정치인들은 불평등을 인간 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하는 경향이 강하고, 따라서 그런 현실과 관련된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덜 느낀다.
심지어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중국의 가정들은 점점 더 격렬해지는 결혼 시장의 경쟁에서 아들이 유리해질 수 있도록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저축 경쟁에 돌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는 노예 제도를 혐오하라고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 기록에 따르면, 근로 조건에 대한 사회의 선택은 가치관이나 도덕보다는 노동의 조직 방식에 따른 수익성과 관련된다.
오늘날의 근로자는 1890년의 근로자가 한 시간에 걸쳐 수행한 일을 10분 안에 해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임금이 오른 이유다.
미모와도 아무 상관이 없는 직업의 경우에도 못생긴 사람들은 잘생긴 사람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다.
무언가를 공짜로 얻게 되면 우리는 은혜를 입거나 부채를 진 듯한 기분에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해줘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만일 정보가 진정 공짜가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생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정보 혁명은 정보를 공짜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저 돈의 흐름을 정보 공급자들로부터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 보유자들에게로 옮겨줄 뿐이다.
"존과 나는 앉아서 '자, 그럼 이제 수영장이나 하나 사게 노래를 써볼까.'라고 말하곤 했다." - 폴 매카트니
최근에 인터넷 반군들이 내세우는 수많은 논거들은 실상 이미 수세기 전에 해적들이 기반을 다져놓은 것들이다.
정치에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 번째는 돈이고, 두 번째는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 마크 한나
문화는 우리의 개인적 비용 편익 분석을 사회의 집단적 가격 체계 범위 내로 제한한다.
문화는 내부에서 구성원들 상호 간에 이뤄지는 거래와 외부 환경을 상대로 전개되는 상호 작용에 의해 형태를 갖추게 된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국민 보건 실태가 엉망이고 성교에 의해 전염되는 치명적 질병의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성행위에 따르는 비용이 엄청나게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나라에서 사람들이 성행위를 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영국 요리가 끔찍한 이유는 산업 혁명 초기 영국인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런던 사람들이 남부럽지 않게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술이 나올 무렵에도 그들은 이미 빅토리아 시대의 식습관에 익숙해져 버린 상태였다. 따라서 형편없는 음식이 영국 문화의 필수적 요소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가난이 바로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땅이 제공하는 정직한 보상을 받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용 편익 분석을 통해 자신의 종교를 선택한다. 세속적 세계에서 많은 기회를 갖고 있는 사람, 즉 높은 임금을 받아서 시간에 대한 손실이 큰 사람이 엄격한 도덕적 규율을 지키다 보면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요구 사항이 어렵지 않은 신앙을 선택할 것이다.
신앙에 대한 혜택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보험을 위해서는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종교 단체의 혜택은 구성원들이 들이는 시간과 돈, 노력에 달려있다. 기부자에게 상당한 도덕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교회는 회비를 걷는 데 대단히 능숙하다.
하지만 종교적인 과세에서 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비용은 그것이 신자들에게 부과하는 희생, 그리고 신자들의 삶에 족쇄를 채우는 여러 제약이다.
우리는 늘 후손의 욕구를 무시한다. 중장년층은 대부분 정책 투표에 참여하지만 청년층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중장년층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정부 지출도 나이든 사람들의 취향에 크게 치우쳐 있다.
가격은 특정 경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신호를 제공한다. 즉 최고의 이익을 얻기 위해 어디에 자원을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결정에 도움을 준다.
케인스는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에서 주식을 고르는 것과 미인 대회를 비교한다. 다만 이 대회에서 투자자들은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뽑아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얼굴을 뽑아야 한다.
1970년과 2002년 사이 경제 쇼크가 정치에 미쳤던 영향을 연구한 결과 경제 성장이 1퍼센트 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유권자들의 표의 1펴센트 포인트가 우파 정당과 국가주의 정당에게 추가적으로 몰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케인스에 의하면 투자에 관한 결정은 "동물적 감각의 결과였다. 즉 가만이 있기보다는 행동을 취하려는 즉흥적 행동이며, 정량적 이익 곱하기 정량적 확률의 평균값이 아니다."

결론: 세상 만사 모두 돈으로 재단하는 물질 만능주의를 다룰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가격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는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EOB

목요일, 3월 21, 2013

[일상다반사] 내가 원한 광고 vs 내가 원하지 않은 광고

낯뜨거운 구글 광고, 내 탓이었나라는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기에 상식 선에서 한번 생각을 해봤다. 이상한(응?) 광고가 뜬 이유는 개반 바웰 때문일까 아니면 노동당 트위터 때문일까 아니면 twitlonger 때문일까 아니면 광고주 때문일까?

이 문제를 풀려면 구글 애드워즈와 애드센스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구글 애드워즈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구글의 온라인 광고 프로그램이며, 애드센스는 콘텐츠와 관련이 높은 광고를 게재하는 구글의 온라인 광고 프로그램이다. 구글 애드워즈와 애드센스에서 광고를 사고파는(!) 방식은 문맥과 관심이라는 두 가지 범주로 나뉘어진다.

  • 문맥: 특정 광고 키워드에 일치하는 글이 실린 방문 페이지의 광고 영역에 광고 표시
  • 관심: 사용자가 기존에 방문했었거나(쿠키로 파악), 관심사(쿠키, google +1, 기타 여러 가지 복잡한 방법으로 얻어낸 개인의 프로필이나 기존 웹 서핑 이력으로 파악)를 기준으로 방문한 페이지의 광고 영역에 광고 표시

그런데, 이렇게 문맥과 관심만으로 광고를 표시할 경우 여러 가지 제한이 있다. 우선 광고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우연'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기에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성향도 있으므로(그렇지 않다면 세상만사 온갖 소식을 다 전하는 TV/라디오나 인터넷 뉴스 사이트는 모두 망해야 마땅하다.) 뭔가 새로운 것을 전파하는 특성이 있는 광고라면 임의로 노출될 경우 효과를 볼 수도 있다(물론 아닐 수도 있다). 다음으로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만일 자기가 원하는 키워드가 들어 있는 광고 지면이 극히 제한적인데 이 키워드에 대한 수요가 높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광고 지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므로) 키워드 노출에 대한 가격이 터무니 없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제약을 조금 푸는 편이 유리할지도 모른다. 반면에 높은 가격을 제시한 광고주의 광고를 문맥이나 관심과 무관하게 임의로 사람이 많이 방문하고 자리가 좋은 광고 영역에 표시하는 서비스도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필요할지 모른다. 평생 돈 한번 안 빌려본 사람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애드센스에서 쌩뚱맞게 카드론이나 제 2 금융권 광고를 접하는(참고로 '신용 회복자'라는 단어와 전혀 무관한 B급 프로그래머의 오늘 gmail 상단에 붙은 광고 내용은 '신용 회복자 전용 대출'이었다. 버럭버럭! T_T) 상황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물론 이런 복잡한 광고 노출 특성으로 인해 광고 지면을 빌려주는(!) 애드센스 가입자 입장에서 불이익(예: 경쟁사 광고가 노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애드센스는 특정 사이트 차단과 특정 카테고리 차단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애드워즈 가입자 입장에서도 불이익(예: 기업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곳에 광고가 노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애드워즈에서도 원치 않는 사이트에 광고가 올라가는 상황을 막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모두 알고리즘 자동화만으로는 완벽하게 풀 수 없는 문제다.

이쯤에서 원래 제시한 문제로 돌아가보자. 앞서 설명한 내용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유주얼 서스펙트를 생각해볼 수 있다.

  • 노동당 트위터에 광고주가 원하는 키워드가 들어 있는 관계상 해당 광고가 뜬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올린 글을 살펴보면 가능성이 0%는 아니지만 개연성은 떨어진다.
  • 개반 바웰이 방문한 기존 사이트로 인해 관심사와 일치하는 관계상 해당 광고가 뜬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개인의 사생활 정보에 대해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논의 자체가 어렵다. T_T
  • twitlonger에서 광고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애드센스에서 제공하는 특정 사이트 차단이나 특정 카테고리 차단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100% 사실이다.
  • 특정 광고의 광고주는 twitlonger에 자사 광고가 노출되도록 허용했다. 이는 100% 사실이다.
  • 특정 광고의 광고주가 목 좋은 곳에 임의(!) 노출이 많이 일어나도록 충분한 예산을 집행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자 여기까지 읽었으니, 과연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해야 할까? 구글은 확실히 알지 몰라도 일반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어림 짐작만 할 뿐이다. 전혀 엉뚱한 결론: 앞으로 생뚱맞은(!) 구글 광고를 접하더라도 그다지 놀라지 말자.

EOB

화요일, 3월 19, 2013

[일상다반사] 구글 리더 종료와 RSS의 수익성

지난 주 구글이 RSS 구독 서비스인 구글 리더를 종료한다는 공식 발표(A second spring of cleaning)로 인해 트위터 타임라인에 멘붕 가득한 이야기가 오갔다. RSS의 멸망부터 시작해 구글의 인위적인 서비스 중지에 대한 원성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Channy’s Blog: 구글리더 종료와 소셜웹의 허상에서 설명한 내용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B급 프로그래머도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블로그 접근 패턴을 추적해봤는데 차니님과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다). 솔직히 돈 많이 벌어준다면 서비스를 멈출 이유가 무엇이랴? 냉정하게 말해 구글이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돈이 안 되니 사용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구글 리더 서비스를 접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은 작년부터 감지되어 왔었다. 구글은 작년 가을에 봄맞이 대청소로 이미 AdSense for Feeds라는 RSS 피드에 구글 애드센스를 적용하는 광고 프로그램을 중단한 바 있다. 테크 크런치 2012년 9월 28일자 기사인 The FeedBurner Deathwatch Continues: Google Kills AdSense For Feeds에 따르면 AdSense for Feeds 중단은 구글이 인수한 FeedBurner의 수익성에 치명타를 가하며 결국에는 FeedBurner도 봄맞이 대청소 대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는데, FeedBurner에 앞서 구글 리더가 먼저 문을 닫아버리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그나저나 FeedBurner가 문을 닫으면 이 블로그의 RSS 서비스에도 장애가 생길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수익성이 저조하기에 구글이 앞서서 RSS 관련 기술들을 속속 중단시킬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자면, RSS 독자들은 충성도가 높고 세련된 기술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특성이 있지만, 이와 맞물려 무의식중에 블로그나 기사에 붙은 광고를 잘 클릭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즉 RSS로 받아보는 글 자체에 광고가 빠질 뿐더러, 설령 AdSense for Feeds로 광고를 삽입한다고 하더라도 광고를 클릭할 확률이 지극히 낮기 때문에 사실상 이런 광고 카테고리에서 수익을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구글 플러스나 구글 검색, 심지어 경쟁 서비스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거쳐 유입되는 트래픽에서 발생하는 광고 클릭이 RSS에서 발생하는 광고 클릭을 압도해버리므로 구글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RSS 기술을 가져갈 동인이 없으며, 이에 따라 계속해서 RSS 관련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보면 맞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블로그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기술적인 관점에서 미례 예측을 하면 바보가 되기 딱 좋지만 그래도 재미 삼아 한번 수정 구슬을 바라보자면... 아무래도 호흡이 길고 분석적인 글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호흡이 짧으며 시각적인 요소가 가미된 글이 인터넷을 지배할 것 같다. 블로그랑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한동안 방치하고 방문도 전혀 하지않던 digg에 최근 다시 한번 들어가봤는데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URL을 잘못 입력해 플립보드나 핀터레스트로 들어갔다고 착각할 뻔 했다. 글 위주의 전통적인 책도 신문도 잡지도 모두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을 미뤄볼 때, 정보는 점점 많아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점점 더 바빠지니 한편으로는 이런 추세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블로그 초창기부터 계속해서 전혀 시각적이지 않고 딱딱한 글만 쓰는 입장에서 침몰하는 배에 올라탄 기분을 느낀다.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게 이 블로그도 적극적인 변화를 고민하고 있지만 딱히 정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운 빠지는 소식을 접하니 그야 말로 진퇴양난이다. T_T

엉뚱한 결론: The Google Graveyard에 가서 구글 리더에 꽃을 한 송이 놓고 왔다. 편히 잠드소서.

EOB

토요일, 3월 16, 2013

[독서광] 품질을 생각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설계

에이콘 출판사로부터 기술서적을 잔뜩 받았기에 의무감(응?) 반 호기심 반으로 독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은 간만에 임베디드 서적을 소개하려 한다. 1번 타자는 바로 '품질을 생각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설계'다. 이 책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강국인 일본에서 나왔기에 소프트웨어를 우선으로 접근하는 미국식 임베디드 책과는 달리 국내 정서에도 잘 맞아 떨어진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용어 등이 조금 일본스러운 점만 제외하고는(오히려 전자 쪽에서 접근할 경우 장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국내서를 읽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원서 제목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정복하자'라는 사실이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개인적으로는 원서 제목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책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프로페셔널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설명하고 있다. 서문에서 제시한 '임베디드 엔지니어의 고수가 되기 위한 로드맵'을 보면 크게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개인으로서 목표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로서 목표라는 두 가지 대 분류로 나눠서 각각에 대한 장애물/벽을 설명하고 이를 뛰어넘는 방법을 조감하고 있다. 다음 그림을 보면 좀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로드맵에 대한 설명은 Yes24에 소개된 이 책의 출판사 리뷰에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참조하면 되겠다.

큰 그림을 머리 속에 넣었다면 이 책 목차를 살펴보자. 앞서 제시한 로드맵을 충실하게 따라가면서 임베디드 개발자가 갖춰야할 소양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목차는 정말 그럴듯하지만 실제 본문에 들어가면 빈약한 내용으로 인해 배신감을 느끼는 일부 책과는 달리 이 책은 현업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내용으로 충실하게 채워져 있다.

  • 1장 시간분할의 장애물 넘기
    •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 요구되는 실시간 성능, 영수증 인쇄, 원칩 마이컴과 인터럽트, 실시간 OS의 기초, 실시간 OS의 동기/통신, 실시간 OS를 사용한 감열식 프린터 제어, 실시간 요구/하드웨어 의존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분할 지침
  • 2장 기능분할의 장애물 넘기
    • 2장에서 배우는 기술과 해당 기술이 필요한 배경, 기능적 분할 접근 방법, 스루풋 요구에 의한 기능적 분할의 지침, 기능적 분할과 시간적 분할의 통합(조율),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구조의 최적화
  • 3장 재사용의 벽 넘기
    • 체계적인 재사용의 성공, 임기응변적인 유용과 체계적인 재사용의 차이, 마케팅의 중요성, 도메인 분석, 재사용 자산의 이용과 관리, 핵심 자산의 신뢰성 검증
  • 4장 품질의 벽 넘기
    •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 요구되는 잠재적 가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품질 향상의 사고, 기본적 활동을 통한 시스템 신뢰성 높이기, 기존 소프트웨어의 품질 높이기, 타당성 확인과 검증, 조직성숙도에 따른 품질 향상 활동, 임베디드 제품의 잠재적 가치 향상

임베디드 관련 서적을 집필해본 B급 프로그래머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임베디드 개발 과정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을 상당히 잘 잡아내어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생각이다(솔직히 많이 놀랬다). 물론 객체 지향 설계 기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임베디드 분야에 끼워맞추려다보니) 조금 어색한 부분이 나오긴 하지만 대세에는 큰 지장은 없다. 무엇보다 추상적인 이야기 대신 현장에서 접해봤음직한 예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일례로 1부와 2부에서는 감열식 프린터에 인쇄하는 사례가 점진적으로 발전되면서 전개되는데, 임베디드 분야에서 실시간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는 예제이므로 펌웨어를 개발해본 임베디드 개발자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소 뜬구름 잡는 듯한 재사용과 품질 관련 기존 이론을 임베디드에 맞춰 줄이고 변경해 실천 가능한 형태로 일목 요연하게 제시한 3장과 4장에서도 여러 가지 좋은 사례가 나오므로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것이다.

결론: 초중급 임베디드 개발자라면 1부와 2부를 읽으며 기술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며, 중고급 임베디드 개발자라면 3부와 4부를 읽으며 개발 문화를 충실하게 다질 수 있다. 간만에 나온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임베디드 개발 서적이므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보너스: 원서 저자인 사카이 요시오 씨가 직접 Embedded Software Manufactory라는 좋은 블로그를 소개해주셨다.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 한국어로 번역해서 읽어봤는데, 좋은 내용이 많이 나오므로 관심있는 임베디드 개발자 분들께서는 방문해보시기 바란다.

EOB

화요일, 3월 12, 2013

[독서광]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 원칙

(최소한 지금까지는) 절대로 같은 책을 이 블로그에 두 번 소개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과거에 운영하던 야후! 블로그가 문을 닫는 바람에 그 동안 올렸던 포스트가 모두 공중으로 사라지는 상황에 직면했기에 백업 받은 내용 중에서 좋았던 책을 다시 골라내어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물론 Command+C와 Command+V 키를 눌러 단순하게 긁어다 붙이는 수준을 벗어나 완전히 새롭게 글을 다시 작성할 예정이므로 기대해도 좋겠다. (솔직히 다시 읽어본 야후! 블로그 글 내용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수준을 넘어서 폭파되기를 잘했다는(응?) 생각이 들 정도니... T_T)

오늘은 1번 타자로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가 쓴 역작인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 원칙'을 다시 한번 소개하겠다. 아쉽게도 이 책은 야후! 블로그에 소개 글이 올라간 직후 바로 절판 상태가 되어버렸기에, 관심있는 독자분들께서는 중고 서점을 잘 뒤져봐야 할 것이다. 미리 주의 사항 하나 짚고 넘어가겠다.

주의 사항: 이 책은 개개인의 특징과 개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획일적인 부품으로 만드는 경영 원칙에 반기를 드는 내용으로 첫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 돌직구를 인정사정없이 던지기에 기존 질서와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 약한 분들은 절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목차부터 한번 정리해볼까?

  1. 균일화하는 기업(혹은 위기의 이름)
  2. 기업 내의 기업주의(혹은 직원을 분재목으로 만드는 방법)
  3. 360도 평가(혹은 완벽한 통제의 비밀스런 매력)
  4. 코치하기(혹은 기업을 탁아소로 만드는 방법)
  5. 능력평가(혹은 스스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
  6. 직원 설문조사(혹은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7. 인력계발(혹은 좋은 의도로 지옥행 길을 포장하는 방법에 관하여)
  8. 팀 드림, 드림 팀(혹은 창조성을 방해하는 방법)
  9. 목표에 대한 합의(혹은 시지프를 행복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
  10. 트레이닝(혹은 심리학 놀음을 경영자에게 되팔기)
  11. 동일시(혹은 신념의 강요에 관하여)
  12. 개성을 강조하는 기업(혹은 성공하는 사람들)
  13. 경영(혹은 차이가 중요한 이유)
  14. 방해(또는 성공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길)
  15. 선택(혹은 누가 로저 래빗을 찾았는가?)
  16. 직원 배치(혹은 누가 어떤 업무에 적합한가?)
  17. 유대감(혹은 돈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 이유)
  18. 성과(혹은 직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고자 하는 이유)
  19. 결정(혹은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유)
  20. 교육(혹은 경영을 배울 수 없는 이유)
  21. 개인화 경영(혹은 나의 주권)

목차에서 소개한 각 장 제목부터 발톱이 쑥쑥 나온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가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를 괄호 안의 내용이 핵심만 뽑아주므로 본문의 내용이 어떨지는 충분히 상상 가능하리라 본다. 이 책 핵심을 정리하려 했으나, 이 책의 경우 날 것으로 먹는 회가 훨씬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어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정신이 번쩍 든 문구를 뽑아보았다. 주의: 스크롤 압박이 엄청나다!

시스템은 가장 지적인 방법을 우둔하게 만든다. - 샤테스 베리
경영진들은 시스템의 '고유한 질서'를 방해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는 포상을 내리고, 길들여지지 않은 돌연변이에게는 철퇴를 가한다. 이렇게 완성된 경영원리 속에서 도구화된 개인은 면역력을 상실한 채 시스템의 바이러스에 조금씩 감염되어 간다.
"이곳에서 나는 자유로운 개인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개인적인 권리를 보장받고 싶고, 우리 회사는 그것을 충족시켜 준다. - SAS 직원
일은 '자기 발전'이라는 목적의 수단으로 쓰여야 한다.
독창성이 규범이 될 때 독창성은 사라진다.
직원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성공 스토리에 의거한 평등주의 횡포와 가혹한 행동규약은 '건전한 기업문화'라는 이중잣대 뒤로 모든 개성을 추방한다. 기업의 건강은 위기에 처해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향수병을 앓고 있다. 기업은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크게 성공한 기업일수록 성공적인 현황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이는 일은 거의 없다.
기업가는 자신의 미래를 채무자로 만드는 사람이다.
자립적으로 행동하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라, 그러나 내가 옳다고 말하는 일만을 해라
기업은 분재화된 기업가와 직원을 무성증식시키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독창성을 기업에 내보이지 않는다.
360도 평가는 압박의 수단이 되고 복수의 도구가 된다. 결코 민주주의의 지렛대가 아니다.
'코칭'이란 우월감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경영 현장에는 '내가 당신보다 더 잘 안다'라는 생각이 판치고 있다.
"당신은 내가 허락한 그런 모습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인간은 결코 가르칠 수는 없다. 다만 스스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 갈릴레이
시스템이 애용하는 또 하나의 함정은 직원들 스스로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일견 민주적인 듯 보이면서 함께 이끌어갈 수 있다는 그럴듯한 인상을 주어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것은 사장이 자기부담을 줄이기 위한 역겨운 눈속임에 불과하다. 이 함정은 직원들이 자책감을 갖도록 강요하는 파렴치한 짓거리다.
스스로를 낮추면 높은 사람이 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나쁘게 만들어야 하나, 아니면 사장에게 기꺼이 점수를 깎기기 위해 자화자찬해야 하나? 이것은 '악마의 흥정'이다.
변화란 말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자신이 먼저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혹시 우리는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부차적 목적, 즉 통제의 제도권 속에 편입되어 가는 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화를 세심하게 준비하는 사람은 대화를 방해한다. - 요한네스 그로스
상호 평가 방식은 이렇게 묻는 연인과 비슷하다. "나 괜찮았어?"
미리 도출된 대답을 토대로 설문지가 만들어졌다면, 상부의 심리적 통제도 다분히 개입되어 있다는 뜻이 된다.
누가 감히 '만약 능력 계발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생각하신다면 무능력을 계발해 보시죠?"라는 말에 선뜻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인력 계발이란 인력계발을 통해 해결해야겠다고 하는 문제의 일부분이다. 기업에서 개성은 치료되어야 할 질병으로 정의된다. 그것도 개성 자체를 통해서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사이비 사회심리주의다. 이것은 두려움과 자신감의 결여라는 틈을 파고 든다. 그것도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동경심을 이용해서 말이다.
인간의 습관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변화는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다.
의욕을 꺾는 업무 분위기를 직원의 학습 부족으로 해석해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다는 건 웃기는 일이다.
직원들 사이에 다른 직원의 성공적인 학습이 곧 나의 패배를 의미한다는 두려움이 팽배해있다.
시스템은 하나의 조직을 나머지 조직들과 분리하면서 동시에 연결해주는 경계를 통해 정의된다.
"우리는 모두가 함께 협력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우리를 팀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우리는 임무를 빨리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팀 회의를 할 시간이 없었다. 대화가 필요하면 누구든 그 즉시 논의할 수 있었다." - 오펜하이머
"성공을 겨냥하지 말라! 성공을 목표로 집착할수록 성공으로부터 멀어진다!" - 빅터 프랭클
"좋은 직원들과 목표를 합의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지만, 일을 잘 못하는 직원과 목표 합의하는 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다." - 라이너 발트만
기업은 목표 합의를 통한 경영의 기치를 내세우지만, 대부분은 '목표 하달을 통한 경영'일 뿐이다.
목표를 합의할 때 사람들은 목표에 합의하지 않는다. 다만 불러주는 목표를 받아적을 뿐이다.
경영과 심리학이 이렇게 궁합이 잘 맞는 또 다른 이유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깊은 교감의 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영은 지적인 상담자가 필요했고, 심리학은 권력의 안락한 생활을 원했다.
파트너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이다. 성인의 관계는 분석도 심리학도 필요없는 협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친밀함을 통해 손상된다. 어떤 대가를 치루고서라도 다시 거리를 유지하고, 끌어올리고, 베일을 씌워야 한다." - 보토 슈트라우스
회사가 이윤만을 추구한다면 직원들은 봉급에 대한 요구만을 할 뿐이다.
능력이 없다면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거리를 유지할 줄 아는 능력은 업무능력을 향상시킨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과의 '동일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행위와의 '동일시 '다.
"여러분은 인텔 사 직원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위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전세계 수백 만의 구직자와 오늘도 경쟁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자신을 계발하고 경력을 쌓을 책음을 스스로 떠맡아야 합니다." - 인텔 앤드류 그로브
기업의 가치는 직원 머리 속에 담겨 있다.
"지도자들에게는 그를 따르는 추종자가 있었다."
권위의 인정은 '아래에서부터' 이뤄진다.
이미 증명된 바와 같이 경영자들은 근무시간의 90%를 조직이 조직으로서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쓰고 있다.
사람들은 고상한 동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처럼 군다. 이렇게 이기심은 이타심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아주 잘 위장되어 있다.
우리의 성공 처방전은 그 처방전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는 25년 동안 경영을 해왔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경영자는 단 1년 동안의 경험으로 24년을 버텨온 것이다.
직원들을 변화에 대응하도록 준비시키고자 하는 경영인은 철저한 훼방꾼이 되어야 한다. 직원들의 지지기반을 모조리 뒤흔들고, 현실 구조를 교란해야 하며, 대안을 제시해 직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이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직원들은 그제야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통해 힘과 참여 정신을 생산해낸다.
"경영은 문제를 만드는 기술이며, 그 문제를 풀려면 직원들을 긴장시켜야 한다." - 에즈라 파운드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직원만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PSI 이사 디트리히 애슈케
훌륭한 직원들만이 훌륭한 일을 한다. 직원 채용이 이렇게 중요한 시안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여전히 비전문적인 직원채용을 한다.
구직광고에는 '팀워크, 자연스러운 권위, 사회적 능력, 감성적 지적 수준' 등이 제시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개 권력지향적인, 전통적인 인물이 채용된다.
내가 채용한 직원 중에서 나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나를 앞지르고 승진한 직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자.
"기업은 다양한 직원들이 공존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이런 방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기업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 - 맥스 오트
원래 나쁜 직원은 없다. 자신과 맞지 않는 자리에 앉아 있는 직원이 있을 뿐이다.
경영자는 직원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자신의 장점을 잘 발휘하고 재능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개성을 인정해야 한다.
장점이 늘 장점은 아니고 약점이 늘 약점은 아닌 것이다. 모든 장점에는 결함이 있다.
도전이 없다면 자극도 없다!
경영의 기본 업무는 직원들을 제대로 통솔하는 데 있다. 양계장 주인이 알을 낳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협상이란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는 협력 관계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경영환경에 익숙한 경영자일수록 입 밖에 드러내지 않은 기대를 당연한 것이라 단정해버리는 성향이 강하다.
경영자의 기대를 알아서 처리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목표만 제시할 뿐, 직원들이 목표에 이르는 길을 스스로 찾아낼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예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절대로 직원들을 틀 속에 밀어넣지 마라. 기업을 '아주 간단하게' 만들려는 사람은 바보들만 얻는다.
변화는 당신이 열정적으로 일을 추진할 때 일어난다.
경영자에 대한 직원의 의무는 합의이지 서약이 아니다. 경영자는 합의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토로할 수 있지만 서약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서약은 신뢰와 동일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때로 너무 멀어질까 두려운 나머지 멀리 가지 못할 때가 많다.
빙빙 둘러서 말하지 말고, 원하는 바를 분명하고 또렷하게 '나는 당신 때문에 화가 났다'고 말하라. 분명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자신이 상대방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두려움은 대상이 있고 불안은 대상이 없다." 하이데거
새로운 질서에 대한 두려움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시킨다. 다시 말해 경영자와 직원은 게임의 끝에 선 자신을 인식해야 한다.
경영자는 항상 출구가 없는 딜레마를 경험한다.
"한 가지 결정을 내리기 위해 경영자가 할애하는 시간은 항상 결정의 중대성에 반비례한다." - 프리츠 암만
"우리는 잘못 생각하고 언제나 앞질러간다." - 오도 마르카드
우리는 적을 알아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위에서 정리한 아름다운 문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진짜 끝내주는 내용으로 알차게 꽉꽉 채워진 이 책은 절대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기 바란다. 그런데 이 책을 구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으니... 혹시 번역서를 출간한 '뜨인돌' 출판사가 되었거나 아니면 다른 통 큰 출판사가 되었거나 큰 마음 먹고 절판된 이 책을 다시 한번 살려주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본다.

요약: 개인의 개성을 살려 신명나게 일하고 싶은 조직과 개인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또 추천한다!

EOB

토요일, 3월 09, 2013

[B급 관리자] 사후분석 AAR(After-Action Reviews)

Replacing the Performance Appraisal을 읽다 보니 AAR이라는 낯익은(?) 단어가 눈에 띄웠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사후 분석'인데, 베트남 전을 거치며 땅에 떨어진 가치, 진실성, 책임과 의무를 회복하는 수단으로 1973년부터 미 육군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방법이다. 단순히 정해진 작업만 하는 대신 작업(품질, 효율, 성과)을 개선하려 노력해야 마땅한 모든 조직(특히 사람 목숨이 걸려있거나 사회를 지탱하는 기간 시설을 운영하는 분야)에서 이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AAR의 핵심이자 매번 수행할 때마다 물어봐야 하는 중요한 네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어떤 일이 일어나리라 기대했는가?
  •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 여기서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 무엇을 배웠으며, 다음에는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는가?

AAR의 목적은 잘못이나 문제점을 바로잡으려는 데 있지 않고 생각하는 방법을 바로잡으려는 데 있다. 미육군은 잘못된 가정이 잘못된 행동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에, 잘못 자체를 꾸짖고 비난하는 대신 잘못된 행동을 이끈 사고 방식을 수정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잘못 자체를 꾸짖고 비난할 경우 이를 감추기에 급급하므로 (특히 군대 같은 조직에서)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마련이다. 로마 시절의 '전투에 패했다고 지휘관의 목을 함부로 치지 않는' 정책과 유사한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다.

미 육군은 AAR 질문으로 끝나지 않고 마무리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추가 질문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 (생각처럼 잘 되었고 생각만큼 잘 되지 않은) 이번 경험에서 조직이 배워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 앞으로 어떻게 지금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하나?
  • 여기서 배운 교훈과 결론을 누가 알 필요가 있는가?
  • 여기서 배운 교훈을 향후 써먹기 위해 지식 관리 시스템에 누가 입력해야 하나?
  • 의사 결정과 계획을 위해 이런 교훈을 리더십 과정에 누가 추가해야 하나?

오류나 실수를 비난하는 조직에서는 사소한 실수조차도 경력에 치명타를 가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들을 함부로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폐쇄적인 문화는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을 가로막는 강력한 방해물이므로 문제점을 깊숙히 숨기는 과정을 반복하다 결국 곪을만큼 곪아 터져 백약이 무효인 순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원문에도 나오지만, 이런 폐쇄적인 문화를 벗어나려면 AAR 기저에 깔린 배경 사상인 "용서와 기억"이라는 두 단어를 항상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보너스: 기업에서 AAR을 활용하는 방법은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방법: AAR(한국어)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글을 읽고 AAR에 관심이 가는 독자분들께서는 꼭 읽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한번 소개했지만 [독서광] Managing the Unexpected(영어책이다)도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되겠다.

EOB

화요일, 3월 05, 2013

[일상다반사] 최소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업은?

Quora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올라왔다.

What is the best business to start with the lowest overhead?
I don't have a lot of money. I also don't have any real skills (i.e. video editor, designer, writer, etc.). What kind of business could I create that wouldn't cost a lot of money?

한글로 번역하자면 "최소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업이 무엇일까요? 저는 돈이 없습니다. 또한 특별한 기술(비디오 편집, 디자이너, 작가 등)도 없습니다. 돈이 많이 들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일까요?" 정도다.

최근 스타트업 관련해서 몇 가지 재미있는 글을 연속으로 올렸는데(Running Lean: 린 스타트업, 린 스타트업, 마우스 드라이버 크로니클), 초기 자본 부트스트래핑은 스타트업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임이 틀림이 없다. 정말 천사라도 만나 초기 자본을 확보하면 좋겠지만, 이 세상에 천사를 찾기란 하늘에서 별따기에 가깝기에 어떻게든 수중에 쥔 몇 푼 안 되는 돈과 신용카드로 어떻게든 사업을 일궈내어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업이 무엇일까?

아쉽게도 이런 사업은 쉽게 찾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T_T 하지만, (비록 질문에 대한 핵심을 피해갔다고 투덜거리는 민원성 댓글이 달리기는 했지만) Andrew Bellay가 던진 돌직구가 가장 마음에 들어 간략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1. 선택: 이 모든 것은 전략이다.
    • 역사를 활용하고 제대로 배우자. 바퀴를 다시 발명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미래를 위한 길잡이로 과거를 활용하자.
    • 규칙을 알고 게임을 능숙하게 풀어내자. 종종 인생에 있어 규칙에 따라 경기를 펼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경기를 진행하는 게임이 무엇이며, 이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아는 편이 더욱 중요하다. 가능하면 규칙을 어기고, 더 좋게는 당신에게 유리하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자.
    • 당신만이 실현할 수 있다. 상대편이 "예" 또는 "얼른 꺼져"라고 말할 때까지 요청하자.
    • (준비되었을 때) 본업을 그만두자. 본업은 너무 과대평가되어있다. 본업은 가격 대비 성능이 나오지 않으며, 당신을 갈기갈기 찢으며, 좋은 투자가 아니다.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발전도 없고, 재미도 없고, 돈도 벌지 못한다.
    • 경험을 통해 빨리 실패하자. 나는 기회를 믿지 운을 믿지 않는다. 시간과 돈을 나쁜 곳에 투자하지 말고 바쁜 경험과 좋은 경험을 가릴 수 있는 똑똑한 실험을 준비하자.
    • 성공할 때까지 성공한 척 하자. 장래 성공을 그리면 성공할 것이고, 장래 실패를 그리면 실패할 것이다. 성공 이외 다른 옵션이 없도록 배수진을 쳐라.
  2. 홈 경기: 유리한 카드를 손에 쥐자.
    • 돈, 시간, 정열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다. 일할 때는 결정을 먼저 내리고 행동에 임하도록 규칙을 만들자. 효율이 높고 투자 대비 이익(ROI)이 많이 남는 활동에 집중하자.
    • 균형 감각을 유지하자. 멘토, 동료를 활용하며,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하자.
    • 더 많이 얻기 위한 지렛대를 만들자. 현재 기반에서 뭔가를 만들자. 도움을 요청하자.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자. 시간이 돈이다.
  3. 경험: 가능한 모든 것을 얻자.
    • 경험의 대체품으로 지식을 쌓자. 모든 사람에게서 경험을 훔치고 빌리자. 관심있는 분야의 가장 유명한 책을 골라 두 세권 정도 읽자. 당신이 잘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구성하자.
    • 적극적인 실험을 통해 빨리 실패하자. 여기에 대해 더 이상 말하면 잔소리다.
    • 성공할 때까지 성공한 척 하자. 낯선 분야의 일도 해보자.
  4. 태도: 가능한 팔방미인이 되자.
    • 모든 것은 학습 기회다. 태도를 바꾸자. 모든 것은 학습 기회라고 생각하자.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을 시작해 여기서 뭔가를 배우는 과정을 기록하자.
    • 끈기와 확신. 자의식을 버리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도록 학습하자. 모든 프로젝트에서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포인트를 정의해 너무 오버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결정 분석 기법을 스스로 배우자.
    • 실행이 전부다. 실행을 연습하자. 매주 세 가지 가장 우선 순위가 높은 작업을 고르자. 작은 목표를 잡자. 다음 실행 가능한 작업으로 작업을 가차없이 쪼개자. 실행하고 측정하고 개선하자.
  5. 팀: 사람들이야 말로 인생에 있어 최고이자 최악인 존재다.
    •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뭘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하다. 바로 사람, 관계, 네트워크가 전부다.
    • 인센티브가 중요하다. 항상 자신과 남에 대한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기억하고 기본적인 욕구에서 시작하자.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피드백 고리를 만들자.
    • 협상 방법을 배우자. 사람을 원칙에서 분리하자.
  6. 듣는 연습을 하자. 특정 맥락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하자. 듣는 연습이 자신, 사업, 생각, 제품, 서비스, 심지어 연애는 물론이고 식당에서 멋진 자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강력한 수단인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가장 좋은 사업을 소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어차피 돈 안드는 특정 사업이 내게 가장 좋으면 남들에게도 가장 좋기 마련이고 이는 치열한 경쟁을 의미하므로 남과 다르지 않고서는 성공하기는 극히 어렵기 때문에, 위에서 제시하는 힌트를 토대로 각자 선택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자신이 지키고 따라야 하는 전략을 세워보면 좋을 것 같다.

EOB

토요일, 3월 02, 2013

[독서광] 아이디어 라이터

오늘은 경제/경영 4번 타자로 '새로운 마케팅 시대의 창의적 아이디어'라는 부제가 붙은 마케팅/광고 관련 서적인 '아이디어 라이터'를 소개하겠다. "도대체 마케팅/광고가 경제/경영이랑 무슨 상관이 있지?"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마케팅/광고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회사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파괴력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주제임에 틀림이 없다. 결국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마케팅과 광고가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구글의 수익 중에서 상당 부분이 어디서 오는지를 생각해보면(정답: 광고!) 더욱 실감나리라.

이 책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마케팅 세상에서 모든 것이 연결된 상호대화식 디지털 마케팅 세상으로 옮겨오는 과정을 소개하며 '창의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유와 규율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에서 조감한다. 광고 문구를 만들던 작업에서 출발한 카피라이터가 크리에이터로 변신하는 과정은 단순 문구 작성에서 브랜드 켐페인/스토리텔링 기획과 제작, 더 나가서는 디지털로 양방향 상호 작용이 가능한 소통 수단의 기획과 제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변화를 요구한다. 마케팅과 광고 자체는 창의적인 내용과 관련이 깊은데, 마케팅과 광고라는 분야 자체도 창의적인 방법으로 계속해서 재정의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 대행사 그리고 여기 속한 유명인들과 여러 가지 마케팅/광고 사례를 제시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정리하고 있으므로 광고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창의력이나 광고에 관심이 많은 호사가들도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본문 중에 훌륭한 광고와 브랜드 켐페인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끌려 찾아본 몇 가지 사례를 정리해봤다. (단, 인터넷 관련 상호대화식 켐페인은 제외한다.)

BMW 광고 중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시리즈물인 'The Hire' 중에서 앙리가 감독으로 나선 'Chosen'은 단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재미를 선사한다. 여느 시리즈물과 마찬가지로 빠지지 않는 BMW 추격 장면에 짧지만 굵은 스토리를 결합하는 능력은 '라이프 오브 파이'로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할만 앙리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루브 골드버그 머신은 너무나도 많은 광고에서 사용했기에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기 딱 좋지만, 대표적인 광고인 혼다 '코그'는 이런 식상함조차도 경탄으로 바꾼다.

공전의 히트를 친 헤일로 시리즈 3편을 광고로 만든 '빌리브'는 컴퓨터 에니메이션이 아니라 세트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세부 묘사가 정말 대단하다.

이코노미스트 '헨리 케신저 편'은 이코노미스트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흥미로운 내용을 재치있게 풀어낸다.

이 책은 소셜 러닝 플랫폼을 표방하는 북밀에서 책 내용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본문 중간 중간에 나오는 '북밀'이라는 태그를 보고 독서를 멈춘 다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필요한 참조 자료를 읽고 다시 독서로 돌아오기에는 상당히 번거로워 책 따로 사이트 따로 되어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향후 전자책과 결합할 경우에는 상당한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북밀에서도 제공하는 다음 도서 세미나 자료를 참조하면 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번역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고유 명사가 특히 많이 나오는 관계로 인해 번역이 어려웠을 것이라 추측은 하지만 Time Warner를 팀 워너(으악)로 번역한 경우처럼 영어 병기가 없었으면 갸우뚱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문장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 많아서 읽는 과정에서 조금 주의를 요한다. 물론 워낙 인터넷이 발달했기에 궁금한 부분에 부딪히더라도 전후 문맥을 활용해 구글에서 검색하면 어느 정도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조금 더 신경 썼으면 더욱 좋을뻔 했다.

본문 중 눈에 들어오는 몇몇 문구를 정리하며 마무리하겠다.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것인가? 유용하거나, 재미있거나, 아름다운가?
기술은 신선한 감각과 멋진 요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것이지만, 그것에만 의존한다면 천박한 것입니다. 그 때는 속임수가 되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일을 하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마케팅은 비용이 아니다. 세상이 당신의 회사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투자다.
스토리를 이야기할 수 없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광고 작성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품 자체다.
EOB

일요일, 2월 24, 2013

[영화광] 신세계(큰 스포일러 없음)

작년 2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보고나서 한국에서도 때깔나는 느와르 장르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목격했는데, 1년이 지나면서 등장한 '신세계'를 보니 이제 한국에서도 확실하게 느와르의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에 잡입한 경찰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무간도'와 비교하는데, '신세계'는 남의 영화를 기웃거리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꿋꿋하게 가기 때문에 복제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일랑 덜어도 될 것 같다. 최민식과 황정민 사이에 끼여 묻혀버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게다가 두 사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연기까지 해야했으니 더욱 힘들었을법한) 이정재가 선방하고 주연 같은 조연으로 나오는 박성웅이 세 사람의 남은 빈틈까지 꽉꽉 채움으로써 풍성하면서도 입체적인 인물들의 향연이 펼쳐졌다고 보면 되겠다.

극 중에서 정청 역을 맡은 황정민은 웃긴 소리 해가면서도 행동으로 돌입할 때는 전혀 빈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다음 장면을 가슴 졸이면서 기다려야 하는 적당한 스트레스(응?)를 관객에게 끊임없이 퍼부으며 2시간 넘게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든 일등 공신이다. 특히 다른 계파 조직원들과 한 판 뜨는 엘리베이터 씬은 두고 두고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강과장 역을 맡은 최민식은 (뒤에 가서는 조금 누그러들긴 하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인정도 보이지 않는 악랄한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내며 사실상 전체 프로젝트(!)의 설계자 노릇을 충실히 해냈다. 마지막으로 이자성 역을 맡은 이정재는 선과 악이 맞부딪히는 갈등의 중심에서 이 영화가 무너지지 않도록 중심을 아주 잘 잡아내었다. 이정재의 주도하에 빠르게 전개되는 후반부는 대부 2편에서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의 속시원한 마무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할 말은 많은데, 스포일러의 우려 때문에 이쯤 해두자. 그나저나 이 영화의 프리퀄이 나온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다. 정청-강과장-이자성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는 대부 2편에 나오는 '콜레오네' 가의 크로니클 만큼이나 흥미로울 테니까.

결론: (특히 '선과 악'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의리'에 목마른 남자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한다. 숨막히는 갈등 상황을 확실하게 느끼려면 좁은 PC 화면 대신 넓은 영화관 화면을 택하기 바란다.

EOB

토요일, 2월 23, 2013

[독서광] 마우스드라이버 크로니클

오늘은 경제/경영 3번째 타자로 '마우스드라이버 크로니클'을 소개하겠다. 안철수 교수님이 추천했다고 해서 유명세를 탄 책인데, 표지에 나오는 진짜 '청년'뿐만 아니라 마음이 '청년'인 분들께도 해당하는 책인 듯이 보인다. 솔직히 처음에 책 제목만 듣고서는 '마우스드라이버'라는 물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는데, 책 표지에 나온 그림을 보고 이 책은 소프트웨어로서 마우스 드라이버가 아니라 진짜 하드웨어로서 골프 드라이브 같은 마우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드웨어를 다룬다는 사실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인데(본문에서도 신경제 하에서 사람들이 하드웨어를 몰라준다고 투덜거리는 내용이 나온다), 임베디드 쪽 - 특히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소매 판매용 제품을 개발해본 경험이 있는 - 개발자들이라면 완전 재미있을테고, 일반적인 기업 고객 대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SI 성 작업을 하신 분들이라면 조금은 분위기를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정장 차림으로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들고 멋지게 아침을 시작하고 저녁에는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한다'는 안정적이고 월급 많이 받는 대기업의 낭만적 환상 만큼이나 위험한 '내가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제품이 때 돈을 벌어다 줄거야'라는 스타트업의 낭만적인 장미빛 환상을 품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책 저자들이 좌충우돌 하면서 몸으로 배운 교훈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책은 셀프 힐링하고 셀프 계발하는 여느 책과는 완전히 다른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주인공들은 마우스드라이버를 제작하고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얻지 못하는 여러 가지 경험을 쌓지만, 결국 엄청난 부와 성공, IPO, 유명세, ..., 흔히 요즘 사람들이 성공이라 판단하는 기준(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 하긴 뭐 마우스를 팔아서 구글이 되기는 많이 곤란하지? T_T)을 달성하지 못하고 좌초해버린다. 이 책은 '완전한 원'이라는 제목의 장에서 끝나는데, 특히 마지막 장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자신들이 얻은 쓰디쓴 경험을 자신들의 자랑질이 아니라 비장미가 느껴지는, 정말 간만에 제대로 보는 사후 분석 보고서 느낌이 났도록 정리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독자들의 고통이나 연민을 이끌어내려는 자학적인 태도가 아니라 중간 중간 폭소가 터져나올만큼 유머 감각을 유지하며 자신들이 벌인 제품과 사업을 좋아한다는 애정을 잘 표현하기에 더욱 사람을 찡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2001년 이후 플래티넘 사의 사업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나도 궁금해 MouseDriver Chronicles 홈 페이지에 들어가봤는데, 2003년 6월 16일이 뉴스레터 마지막 발행일이었고 더 이상 새로운 제품도 새로운 소식지도 없었다. 또한 두 사람의 최근 동향이 궁금해 creepyblues 블로그의 도움을 받아 존 러스크와 카일 해리슨의 링크드인 계정을 알아내어 확인해보니 존 러스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른 작은 회사를 떠돌다 최근에는 안경 온라인 쇼핑물을 개업했고, 카일 해리슨은 구글에서 제품 관리자를 하고 있었다.

기억 남는 문구 하나: 가장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카일 해리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업가들은 여러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모두 다른 경험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의 골자다. 어느 정도의 자금을 받은, 얼마나 인맥이 좋든, 또는 얼마나 운이 좋든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은 모험이다.

사업에 본질적인 따라나오는 모험적인 속성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일반화해 당신도 일단 뛰어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옆에서 속삭이는 사슴(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바로 그 사슴!)들의 화려한 글과 말에 둘러 쌓여있다가 너무나도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아주 좋았다. 뭔가 새로운 일에 뛰어들려는 사람들에게 피랴나와 악어가 가득한 척박한 환경에서 가상적인 스타트업을 머리 속으로 굴려보도록 시물레이터를 제공한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낸다.

보너스: Why developers should start choosing conscience over profit(주의: 영어)도 읽어보자. 요즘 세상이 황금만능주의라고 하지만 세상을 바꿀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돈에만 최적화된 행태를 보이는 대신 나도 필요하고 남도 필요한 뭔가를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요즘과 같이 험한 세상에서 그냥 안 튀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면 돈을 많이 버는 방법도 나름 유효하긴 하다. T_T

EOB

토요일, 2월 16, 2013

[독서광] Running Lean: 린 스타트업

오늘은 경제/경영 특집 2회로 2012년 졸트 상 Best Book에 최종 선정된 Running Lean: 린 스타트업(이후 'Running Lean')을 소개드리겠다. 지난번 설명드린 린 스타트업과 제목이 동일하므로 조금 혼란이 올 수도 있는데, 이번에 소개드리는 책의 원서 제목은 'Running Lean'이므로 착오 없으시기 바란다. 두 책은 린 개념을 도입해 스타트업이 시간/돈 낭비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나름 과학적으로 기술하려 노력한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술 방식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번 소개드린 '린 스타트업'이 이론서라면, 오늘 소개드리는 'Running Lean'은 워크북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두 책을 함께 읽으면 상승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Running Lean'은 원래 블로그에 올린 글을 전자책으로 출판한 다음 다시 일반책으로 출판했기 때문에 호흡이 상당히 짧다. 따라서, 속도감 있게 스타트업의 전반적인 핵심 행동에 대해 조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클라우드파이어라는 미디어 공유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부터 출시까지 전과정을 단계적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서랑도 비교적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책 내용은 크게 로드맵 작성, 플랜 A를 문서화하기, 계획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을 식별하기, 계획을 체계적으로 테스트하기라는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계획에서 위험한 부분을 식별하고 테스트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예: 우선 순위 결정, 실험 준비, 고객 인터뷰 준비, 문제 인터뷰, 솔루션 인터뷰, MVP 구축, 측정 준비, MVP 인터뷰, 고객 생애 주기 검증, 과잉 기능, 제품/시장 적합성 평가)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인터뷰와 관련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인터뷰 결과를 반영해 린 캔버스를 채워(그리고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유기적으로 설명하고 있기에 린캔버스 개념을 반복적이고 점진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좋은 지침을 제공한다는 생각이다.

린캔버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독자분들을 위해 본문에 나오는 예를 보여드리겠다.

위와 같은 린캔버스는 이면지에 끄적거릴 수도 있겠지만(대부분 이렇게 종이에 직접 연필로 쓰는 방식이 사고를 촉진하리라 생각한다) 온라인(이 사이트도 애시 모리아가 만든 Spark59에서 서비스하는 제품(!)이다)으로도 작성할 수 있다.

본문 중에 여러 가지 좋은 도표와 그림이 나오는 데, 그 중에서 다음에 소개하는 '속도, 학습, 초점의 극대화(최적화된 학습)'이라는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속도와 학습만 강조하면 '섣부른 최적화', 속도와 초점만 강조하면 '제자리 걸음 또는 자기 꼬리 물기', 학습과 초점만 강조하면 '자원 소진'이라는 함정에 빠지므로 결국 속도, 학습, 초점을 극대화해 최적의 학습 고리를 찾아내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절묘한 균형을 잡으려면 의식적이면서 적극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므로 끊임없는 자기 계발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학습을 거쳐 아이디어를 얻고, 아이디어를 개발해 실제 제품을 만들고, 제품을 측정해 데이터를 얻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학습하는 선순환을 어떻게 기민하게 맞물려 돌아가게 만드느냐가 사실상 스타트업의 성공 유무를 가르는 핵심이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번역 상태를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역자주인데.... 많이 난감하다. 예를 들어, 부트스트래핑을 설명할 때 "한국어로는 자율 향상이라고도 하며,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든 한다"는 뜻이다. 또 사물의 초기 단계에서 단순 요소로부터 복잡한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을 가리킬 때도 있다."라고 적어 놓았고, 브랜칭을 설명할 때 "원래 브랜칭의 의미는 2개의 블록 사이 또는 2개의 노드 사이의 연결을 의미한다. 본문에서 브랜칭이란 소스 콘트롤 트리 안에서의 상호 연결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역자주를 읽으니까 더 이해가 안 가기 시작했다. T_T 역시 기술 단어는 주변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설명이 쉬워진다는 만고 불변의 진리가 여기서도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본문 자체는 읽을만하니까 너무 걱정 마시라.

마지막으로 애시 모리아가 만든 슬라이드인 'Running Lean' 발표자료(영어)를 올려드리니, 혹시 책을 구입하기 전에 미리 맛보기를 원하시는 독자분들께서는 간단하게 읽어보시기 바란다.

보너스 한 가지: '실리콘 벨리에 있는 성공적인 스타트업 이면에 숨겨진 공식'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붙은 'Startup DNA'라는 발표자료를 추천받았는데 나름 내용이 좋았기에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공유해드리겠다.

EOB

토요일, 2월 09, 2013

[독서광] 디맨드

2월에는 경제/경영 블로그답게 관련 서적들을 특집으로 올려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은 1번 타자로 '디맨드: 세상의 수요를 미리 알아챈 사람들'을 소개한다. 책 앞 뒤표지에는 요란스럽게 '피터 드러커, 잭 웰치와 함께 금세기 가장 위대한 경영 구루'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의 역작'이라고 나와 있는데, 솔직히 이 책 읽기 전까지 이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고 고백하겠다(여기가 도대체 경제/경영 블로그 맞아? 응?).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명성이 조금 과장되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식 전개 방식을 따른다. 풍부한 자료, 흥미로운 소재,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불굴의 의지,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 조망하기... (갑자기 짐 콜린스가 생각난다. ㅋㅋ) 여튼 손발이 조금 오그라들기는 하지만 대중적인 취향에 딱 맞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상 이 책 자체가 독자의 '디멘드'를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해도 그리 틀리지 않으리라. 그런데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무척 단순하다. 하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이런 단순함을 풀어쓰려다보니 다소 지루하고 늘어지는 느낌을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받았다. 100분이면 충분할 영화를 3시간으로 만들었다고 보면 틀림없겠다(물론 독자에 따라 이런 전개방식은 호불호로 나뉠 것이다). 자 그렇다면 서문에도 정리되어 있는 이 책의 핵심을 소개해볼까?

위대한 수요 창조자들이 따르는 프로세스는 다음의 여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1. 매력적인 제품을 만든다(Magnetic).
2. 고객의 '고충지도'를 바로 잡는다(Hassle Map).
3. 완벽한 배경스토리를 창조한다(Backstory).
4. 결정적인 방아쇠를 찾는다(Trigger).
5. 가파른 '궤도'를 구축한다(Trajectory).
6. 평균화하지 않는다(Variation).

축하한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 책을 절반 정도 읽은 셈이다. 나머지 절반은 성공이라는 정상에 도달한 수요 창조자들이 온갖 방해를 극복해 여섯 단계를 어떻게 밟고 올라갔는지를 다루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넷플릭스, 집카, 웨그먼스, 블룸버그, 킨들, 네스프레소, 티치포아메리카, 시애틀 오페라단, 유로스타, 픽사, 클라이너 퍼킨스, 프리우스 등 이름만 들어도 흥미로운 회사와 제품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이나 제품의 성공이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성공한 기업이나 제품마다 성공한 이유가 제각각 다르며(성공한 기업이 100개라면 성공한 이유도 100가지다. 엉엉) 위대한 수요 창조자들이 한번 써먹어 대박난 방법이 다음에 또 다시 유효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저자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영리하게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가긴 하지만(복권 100장 사놓고 1등을 기대하는 불확실성에 배팅하지 마라는 말을 하는데... 세상에 정말 확실한게 뭐가 있나?) 그렇다고 해서 딱히 은총알이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최근 접했던 예를 하나 들어보자. 꿈의 항공기라고 불리는 보잉 787에 이런 저런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바람에 드림라이너라는 명성에 먹칠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베터리 발화 사건만 하더라도 배터리 제조업체 쪽의 문제라고 알려졌다가 세부 조사 끝에 배터리를 제어하는 회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다 아시다시피, 보잉 787은 고객의 디맨드(응?)를 잘 읽어 2012년까지 1000대 넘게 판매가 이뤄진 보잉 777의 후속 작품이다. 777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 여객기 개발과 다른 경로를 걸었다. 처음부터 비행기를 운영할 항공사와 밀접하게 공동 개발을 진행했고, 쌍발 엔진/광섬유등 가벼운 재료 사용으로 연료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정비가 용이하도록 최첨단 기법을 동원했다. 그 결과 장거리 여객기 시장을 효과적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멋진 스토리!). 하지만 보잉 777을 벤치마크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객의 디맨드를 수용한 보잉 787은 여러 가지 문제를 노출하면서 인도 시기도 지연되고 인도된 여객기에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급기야는 777부터 공동 개발 파트너로 참여했던 ANA의 787기 17대가 조사를 위해 지상에 묶이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망했다 T_T). 물론 '디맨드'에 나오는 내용처럼 보잉이 성공적으로 난관을 극복해 고객의 디멘드를 충족한 결과 최후의 승자가 되리라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경쟁사인 에어버스가 380과 350 시리즈의 개발/판매 과정에서 엄청난 삽질을 해야한다는 중요한 가정이 필요하다. 이처럼 세상은 몇 가지 단순한 법칙을 따르는 대신 상호 유기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며 복잡하게 돌아간다. 따라서, 성공하는 기업의 비밀은 쉽게 손에 쥐기 어렵다.

결론: 마케팅 담당자들이나 기획자들이 참고삼아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조언을 따르더라도 성공할 확률은 제각각이라는 사실은 꼭 기억하자.

EOB

금요일, 2월 08, 2013

[B급 관리자] 기가옴 창립자인 옴 말릭의 발표 자료

웹 2.0을 표방하며 업계의 새로운 뉴스를 실어나르는 기가옴을 창립한 옴 말릭의 "Lessons Learned Evolution of a Founder"라는 발표 자료를 읽었는데, 좋은 부분이 눈에 띄여 자체적으로 정리할 겸(요즘 머리가 나빠서... 뭐든 잘 잊어먹는다. T_T) 독자 여러분들께도 소개하겠다. 지난번 인라인으로 올려드린 Papperman의 호응이 좋아 오늘도 발표 자료를 인라인 코드 형태로 삽입해봤다.

본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그림으로 캡쳐해서 올려놓은 "Openness is not just a word, it is a state of mind"였다. "'열린 마음'은 단순히 단어라기 보다는 마음의 상태"라는 요약은 소위 말해 잘 나가고 있는 회사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을 정확하게 집어낸 문구가 아닐까? 솔직히 여기저기서 남발하는 "우리 회사는 개방적입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지불식간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리더들이 '행동'은 뒷전에 두고 '말'만 남발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막대한 부와 명예는 제쳐두더라도, 평평한 조직에서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응집력 있는 팀을 만들어 역경을 극복해나가며 함께 웃고 일하고 배울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라는 생각이다. 영어도 어렵지 않고 분량도 짧으니 리더십에 대해 통찰력을 얻고 싶은 분들께서는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다.

특별 보너스: 자세한 배경 설명이 필요하신 분들께서는 블로그 글인 Evolution of a Founder: Lessons I have learned를 참고하면 좋겠다.

EOB

토요일, 2월 02, 2013

[영화광] Paperman

올 겨울 국내 개봉해 8비트 게임 악동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주먹왕 랄프의 보너스 단편 애니메이션인 Paperman이 유튜브에 공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애독자 여러분을 위해 평상시 하지 않던 인라인 코드까지 삽입해보았다.

주먹왕 랄프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흥미로운 본편에 앞서 잔잔한 여운을 제공한 페이퍼맨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기에 다시 한 번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절묘하게 공개되었기에 타이밍 한번 제대로라는 생각이다. 자료를 뒤적거리다 보니 주먹왕 랄프와 페이퍼맨 둘 다 각각 장편과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85회 아카데미 상 후보작으로 올랐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John Kahrs의 아카데미 후보작 감독 설문지에 따르면 존 카스는 8살부터 영화를 만들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픽사에서 제작에 참여한 여러 멋진 장편 애니메이션에 이어 디즈니로 와서 단편에서 감독겸 목소리 배우로 좋은 출발을 보인 존 카스의 향후 작품을 기대해본다.

EOB

[독서광] 움직이는 사물의 비밀: DIY를 위한 기계와 메커니즘의 기초

이 책을 읽으며 과거 다녔던 회사 중에서 안광학 진단 장비를 만들던 H사(요즘 코스닥에서 잘나가고 있는 회사인데... 아마도 아는 분은 다들 아시리라...)에서 여러 가지 삶에 유용한 지식을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고 말았다. 솔직히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기계/기구/전자 쪽 분야의 공학자들과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적극적으로 협업을 하는 상황은 경력이 풍부한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자라도 경험하기가 그다지 수월치 않다. 전자 쪽이라면 어느 정도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기계나 기구 쪽까지 망라하려면 운이 있어야 한다. 덕분에 기초적인 전자제품 분해/조립, 록타이트와 WD-40의 활용법, 나사산이 나갔을 경우 기초적인 대처 방안, 금형에 대한 기본 원리, 톱니에 대한 기본 원리, 모터 유형, ... 등등 여러 가지를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움직이는 사물의 비밀'을 읽으니 어렵사리 몸으로 배운 내용을 너무나도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기에 이런 책이 왜 진작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이 증폭되었다. 뒤 늦게라도 출간되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

한국어판 제목과 원서 제목("Making Things Move DIY Mechanisms for Inventors, Hobbyists, and Artists")을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기존에 많이 나왔던 전자/개발 보드 중심의 하드웨어 설명서와는 달리 기계/기구 쪽에서 전자 쪽을 접근하는 방법을 사용해 물체를 움직이고 동작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목차를 보면 지레, 도르래, 바퀴/축, 경사판/쐐기, 나사, 기어라는 여섯 가지 단순 기계를 소개하는 도입부터 시작해, 재료의 종류, 부품 고정과 결합을 위한 방법, 물체를 움직이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힘/마찰력/토크에 이은 기계/전기적 힘과 에너지, 각종 모터 제어, 기구물의 내장인 베어링/커플링/기어/나사/스프링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응용 방안과 실제 프로젝트 사례가 이어진다. 초보자 눈높이에서 물리/기계적인 특성을 알기 쉽게 풀어 쓰고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아직 감이 잘 안 오시는 독자분을 위해 몇 가지 추가 정보를 드리겠다. 이 책에서 다루는 움직이는 사물(?)의 실제 형상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한빛미디어 블로그과 함께 유튜브의 Making Things Move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기 바란다. 또한 공식 블로그의 Resource 섹션을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특히 6장에 대해 단계별 조립 방법을 동영상 자료로 제공하므로 꼼꼼하게 감상하기 바란다).

하지만 본문을 읽다보니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는데, i) 손으로 그린 삽화가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이해를 방해하며, ii) 흑백으로 된 사진 때문에 색상 구분이 어려우며(전선 색깔이 뒤바뀌면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iii) DIY가 활발한 미국(또는 유럽) 환경에 맞춰져 있기에 국내에서 이 모든 부품을 제대로 수급해 가공까지 마치기가 초보자 입장에서 용이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런 불편한 부분이 여러분의 하드웨어 해킹을 방해하지는 않으므로 이 정도는 눈감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애호가들이라면 책 말미에도 나오지만 온라인으로 정리된 『움직이는 사물의 비밀』(Making Things Move): 국내외 부품 구입처 및 유용한 DIY 자료 웹사이트 정리 페이지도 꼭 방문해보기 바란다. 디바이스마트, 마우저를 비롯한 각종 국내/외 DIY 사이트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므로 상당한 뽐뿌질을 받을 것이다(ㅋㅋ).

결론: 뭔가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애호가 여러분들께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