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3월 31, 2011

[독서광] 인간, 조직, 권력 그리고 어느 SW 엔지니어의 변(辯)



인사이트 출판사에서 출간 기념으로 선물로 보내준 인간, 조직, 권력 그리고 어느 SW 엔지니어의 변(辯)을 지난 주에 출퇴근하며 틈틈히 읽어보았다. 읽고난 소감을 정리하자면... 이거 참... 난감하다. B급 관리자도 14년 전 처음으로 입사한 회사가 SI성 작업을 주로하던 회사였기에 갑/을/병/정에서 주로 '정'을 도맡아 해보았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바뀐 건 정말 하나도 없나보다.



이 책은 SI 업계에서 일하며 나름 깨달음을 얻은 어떤 SW 엔지니어의 자기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진흙탕에 가까운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대 비급을 기대했다면(프레드 브룩스에 따르면 은총알은 없다. ㅋㅋ) 번지수가 조금 틀리긴 하겠지만, 최소한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가 어떤 상황인지 감을 잡기에는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솔직히 말해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도 상당히 순화되었기에 실제 상황은 이 보다 훨씬 더 나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바닥이라고? 미안하지만 바닥 아래 지하실 있고 지하실 아래에 지하 주차장이 줄을 죽 서서 기다린다고 보면 되겠다. T_T



이 책의 대상 독자가 아주 난감하다. 이미 10년 이상 이 바닥에서 굴러버린 독자라면 막장에서 볼 거 다 봤으니 이 책에서 얻을 내용은 제한되어 보이고, 처음 입문한 신참 개발자라면 이 책에서 그리는 현실의 비참함에 강력히 저항(자기가 택한 길이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이 좋을리 만무하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한 번 정도 거울에 비춰보고 싶은 분이 읽어보면 되겠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알고 보면 단순하다(책에서는 복잡하게 써놓았지만 다음처럼 요약 가능하다). "강력한 생존 능력과 백데이터(이 단어 정말 간만에 써본다. ㅋㅋ 재사용 가능한 코드, 문서, 템플릿, 도메인 지식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를 갖추고, 믿을만한 팀을 구축해서 함께 일하고, 착한 사람이 되길 포기하며 힘들고 티 안나는 일은 재주껏 피하고, 적당한 정치력을 갖춰 갑이 되었든 을이 되었든 자기 상사가 되었든 자신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잘 포섭하고, 늘 정신을 바짝 차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살아남자."로 보면 되겠다.



오늘따라 암울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은 듯이 보여 가슴이 아픈데...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에 몸 담고 계신 애독자 여러분이 모두모두 성공하시길 항상 기원한다. 그래야 나중에 눈치 안 보고 맥주라도 얻어마시지...



EOB

토요일, 3월 26, 2011

[독서광] 100 Best Business Books - 당신이 찾는 비즈니스의 모든 것



매년 나오는 경제/경영 관련 서적 종류가 어마어마한데다(참고로 미국에서는 1년에 만 권이 넘는 경제/경영 서적이 나온다고 한다) 기존에 나왔던 고전으로 추앙받는 서적까지 합치면 거의 책더미에 깔려버리는 상황이다. B급 관리자 블로그에서도 독자 여러분을 위해 몸소 읽어보고 여러 가지 좋은 경제/경영 서적을 추천하고 다양한 정보를 물어다 주긴 하지만(모 메타 블로그에는 '경제/경영' 블로그로 분류되기도 했었다. 낄낄...), 여전히 책에 굶주린 독자분들이 많으리라. 마침 "100 Best Business Books - 당신이 찾는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이 있기에 읽어보았다. 자 이 책의 특징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이 책은 800-CEO-READ (미국은 전화번호를 회사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라는 경제경영 전문도서를 판매하는 회사의 설립자/CEO인 잭 커버트/타트 새터스턴이 지난 50년간 주목받은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00권을 엄선해 정리한 책이다. 물론 이 책에서 선별한 책에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저자들조차 그런 기적을 바라지도 않는다), 놓치고 지나간 책들에 대해 다시 한번 존재가치를 깨닫게 만들어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저자들은 설득력, 참신성, 비즈니스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적용 가능성이라는 4가지 질문을 거쳐 100권이라는 책을 압축해서 선별했다. 또한 독자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쓴 책에 우선 순위를 둠으로써 내용은 좋지만 졸리는 책도 피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 책은 선별한 책에 대해 아주 간략한 정보(책 주제, 책이 중요한 이유, 책이 도움을 주는 방식, 기타 참고 도서)만을 제공하므로 엄청난 기대를 품고 읽어서는 곤란하다. 즉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 책 한 권으로 수 많은 책을 정리하려는 자세로 접근했다가는 바로 침몰한다. T_T



국내 독자를 위해 100권과 참고 도서 중에 국내에 번역된 책의 경우 서지 정보에서 역서명과 국내 출판 관련 정보(가장 최근에 출판된 연도)를 제시하므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그냥 외국 제목만 덩그러니 올려놓았다면 발톱 팍 내어 뜯어버렸을 거다). 따라서 본문을 읽다가 뭔가 느낌(!)이 오면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바로 주문하면 된다(뽐뿌질 요주의). 책 구성을 보면 자기 경영, 성공, 아이디어, 새로운 미래, 리더십, 혁신 전략, 기업가 정신, 위대한 기업, 마케팅, 재무 회계, 인적 관리라는 대분류에 맞춰 관련된 주요 서적을 소개하므로, 흥미가 있는 부분만 추려서 볼 수도 있고 처음부터 다른 분야에 어떤 책이 존재하는지를 차근차근 볼 수도 있다.



책의 목차만 보고서도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강력한 혜안을 소유한 독자라면 굳이 이 책을 구입할 필요는 없어보이지만, 시간은 황금이기에 남이 정리해놓은 내용을 보고 자기에게 맞는 책을 선별하는 방법이 요즘같이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심심풀이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 중에 B급 관리자가 읽었던 책을 정리해보았다(15/100). 독자 여러분들도 한번 정리해보시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유쾌한 이노베이션, 인간과 공학 이야기,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게릴라 마케팅,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 머니볼, 천재들의 실패, 설득의 심리학, 보랏빛 소가 온다, 티핑 포인트, 프로페셔널의 조건, 더 골, 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유능한 관리자, 미래의 투자



EOB

일요일, 3월 20, 2011

[독서광]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



컴퓨터 공학이나 전산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앨런 튜링이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테다. 그를 기리는 아주 권위 있는 튜링 상부터 시작해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기 위한 튜링 테스트, 알고리즘 시간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가상의 튜링 기계, 그리고 메모리를 탑재한 현대적인 컴퓨터 아키텍처, 컴퓨터가 아니라 수학에 가까운 오토마타 이론에 이르기까지 튜링은 컴퓨터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사실상 튜링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제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독일군의 암호를 푸느라 상당 수가 기밀로 분류되어 있었고 설상 가상으로 그 당시 금기시 되던 동성애자라는 딱지까지 붙는 바람에 진짜 업적을 재평가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재평가 자체도 대부분 컴퓨터에 국한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튜링을 뒤쫓아간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튜링의 개인적인 성격이 어떻게 위대한 업적을 남겼는지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정말 감동적이다(물론 기술적인 측면을 다루기도 하지만 소위 말하는 컴퓨터 전문가들조차도 튜링의 논문을 읽기란 절대로 쉽지 않기에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용상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역사에서 '만일'을 논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튜링이 조금만 자신을 더 내세우고(선거 때만 등장하는 폴리페서들의 능력(?)을 튜링이 1/100만 갖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동성애 등에 관대하고(튜링의 논문을 읽다보면 동성애에 대한 세상의 몰지각함에 대항해 감춰진 발톱이 팍팍 나오는 경우가 있다), 정부나 회사의 지원을 받을만한 운이 있었다면 아마도 차원 높은 컴퓨터가 좀더 일찍 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금 튜링이 (한국은 당연히 제외하고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아마도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을지도 모르겠다. 튜링은 어떤 의미에서 세상을 해킹하는 천재였고, 위대한 해커의 운명이 늘 그렇듯 세상은 튜링을 박해하고 말았다.



튜링은 논문을 쓰면서 남이 무엇을 했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오로지 자신이 실제로 궁금한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데서 만족을 구할 뿐이었다. 그래서 젋었을 때부터 이미 남이 끝낸 작업을 처음부터(!) 그대로 다시 진행해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심지어 (아직까지도) 가장 영향력이 큰 논문인 '계산 가능수와 결정문제에 대한 응용'조차도 프린스턴의 수학자 알론조 처치가 발표한 '기초수론의 해결불능문제'에 영광을 빼앗기게 된다). 게다가 자기가 한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지극히 무관심한 태도로 논문을 쓰는데다 회의나 강연 등에서 장점이 아니라 단점을 말함으로써 안 그래도 좁은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만다. 하지만 이런 반사회적인 특성은 튜링이 쓴 논문의 서술 방식에 영향을 미쳐, 미적이고 철학적이면서도 독특한(그리고 함부로 반박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를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수학, 논리학, 철학, 컴퓨터, 그리고 백설공주를 사랑한 튜링이라는 인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EOB

목요일, 3월 17, 2011

문제는 상상력과 BIEGE다: TMI에서 배운 교훈

연일 뉴스에서 일본 원전에 대한 여러 가지 다양한(몇몇은 사실상 소설에 가까운 경우도 있어 황당할 지경...)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데, 이미 짐작하신 분은 짐작했겠지만 (누가 뭐라 말하든) 체르노빌에는 못미치지만 TMI(드리마일) 원전 사고는 가뿐하게 압도하는 초대형 사고로 보인다. 한 시라도 빨리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지만 세상이 어디 우리 맘대로 되지는 않는 듯이 보이므로 답답할 따름이다. 오늘은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TMI에서 얻은 교훈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TMI 사고야 일반에게 워낙 많이 알려져서 굳이 여기서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신문 기사를 보니 이건 한번 정리하지 않고 넘어가면 여럿 바보가 될 듯이 보였다. 진행하다보면 이미 알고 있는 식상한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튀어 나올지도 모르기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



아주 간단하게 TMI 사건 개요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유지보수 작업중에 일어난 이상 동작이 응축 밸브를 닫히게 만들었다.
  2.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가 올라가고 압력이 높아졌다. 가압기의 PORV(Pilot Operated Relief Valve)가 자동으로 열렸다.
  3. 자동 명령에 반응해 (원래 닫혀야 하는) PORV가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4. 가압기를 통해 냉각수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5. 운영자가 원자로 냉각수 수위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 비상 냉각 시스템을 중단하고 더 많은 냉각수를 배수했다.
  6. 노심 절반이 녹아내린 다음에야 문제를 발견했다.


요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진짜 별거 아닌 단순 사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당일 원전 제어실은 아비규환이었다. 4시에 문제가 발생하면서부터 운영 요원들이 악전분투를 벌였지만 성과가 없었고 6시 경에는 50명여에 이르는 엔지니어, 감독관, 교대 요원이 제어실을 가득 채우고 계기반에서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있었다. 마스터 알람은 계속 울려대고(시끄럽다고 마스터 알람을 끄면 주요 계기반도 함께 동작을 멈춰버리니 신경을 긁는 클락숀 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있어야 한다), 110개에 달하는 경고등이 동시에 껌뻑거리는 데다 유일한 외부 통로로 몇 회선 안 되는 귀중한 전화로는 ("도대체 이렇게 된 원인이 뭐야?"와 같은 ... 그걸 알면 벌써 해결했지!) 현장에서 파악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는 고위 관계자의 참견이 쏟아지고, 워낙 얽히고 섥힌 문제가 많다보니 몇 시간 전 로그 기록이 아직도 출력되는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여기서 멜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멜러는 원래 문제가 된 TMI Unit 2 소속이 아니었지만 5시 무렵 참다 못한 엔지니어 한 명이 귀중한 전화선을 빌려 백업으로 와달라고 부탁했고, 사람들이 기진맥진할 무렵인 6시 경에 도착해서 난장판이 된 원전 제어실로 들어간다. 잠시 브리핑을 들은 멜러는 아주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다. 바로 상상력을 사용한 '사고 실험'이다. 멜러가 주목한 내용은 가압기의 수위가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수압이 떨어지고 있다는 모순이다. 매뉴얼에도 해당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으므로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난장판 속에서 15분 정도 곰곰히 생각하던 멜러는 두 가지 가설을 세운다. 한 가지는 가압기 탱크의 전자 히터를 망가뜨린 고장난 회로 차단기였다. 멜러는 사람을 보내 차단기 패널을 살펴보게 했다. 그 사이에 멜러는 잽싸게 다른 가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일 원전 냉각 시스템에 자그마한 구멍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노심을 둘러싼 격납 빌딩에 들어가서 문을 열고 증기가 분출되는 장면을 볼 수는 없다(그랬다간 죽을테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미 두 시간 동안 2000여개에 달하는 계기반을 점검하느라 파김치가 되었지만 단서는 없었다.



절반쯤 찾다 포기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끈질긴 멜러는 격납 빌딩의 공기 압력이 올라가고 온도도 올라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돔형 빌딩에 증기 균열이 있다는 신호였다. 멜러가 컴퓨터 터미널로 가서 온도 그래프를 본 결과 온도는 PORV에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미 관리자들도 PORV를 의심하고 점검을 했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동시에 쏟아졌고 설상가상으로 계기반에서 이미 PORV가 닫혀있다고 잘못된 정보를 주는 바람에 이를 무시하고 넘어간 상황이었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멜러는 허락을 받아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PORV를 닫자마자 급격하게 압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넋놓고 있던 제어실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일단 PORV가 닫히면서부터는 냉각수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져 노심 온도를 떨어뜨렸고 다음 날 수소 거품이 발생해 폭발의 위험이 감지되긴 했지만 용케 무사히 잘 넘겼다.



그나마 TMI는 나름 행복한(정말 다행스럽게 직접 피폭되어 죽은 사람은 없지만 완전히 정리하는 데 10년 넘게 10억불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결론으로 끝나니 기분이 좋아졌는가? 나중에 조사해보니 내부 노심이 상당히 많이 녹아 격납 용기 아래 쪽에 고여있었다. 만일 조금만 더 대응이 늦었으면 완전히 노심이 다 녹아 엄청난 재앙이 발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TMI에서 배운 교훈은 바로 상상력이다. 다들 계기반을 뚫어지게 보느라 사고 실험을 할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15분을 투자함으로써 멜러는 정확하게 문제가 어디 있는지 머리 속으로 원자로를 훓고 다닐 수 있었다. 또한 매뉴얼이나 절차나 완벽함에 의존하지 않고 만족스런 해법을 찾아나서는 BIEGE(Better is the Enemy of Good Enough,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3장 1절 참고) 역시 중요하다. 멜러는 완벽한 정보를 얻기를 포기하고 최소한의 가용 정보로 적용 가능하고 빠르게 행동 가능한 해법을 만들어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는 상부에 보고한 다음 명령을 기다리거나 곧이 곧대로 수습하기 위해 완벽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뜸을 들일 여유가 없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완벽에 근접한 해법을 찾으면 바로 적용해야 한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식을 들으면 현장에서 상상력과 BIEGE를 발휘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관료주의와 매뉴얼/절차에 너무 목을 매달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스럽다. <日대지진> "탐욕과 IAEA의 유착이 재앙불러"에서 안드레프 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서는 "창조적 해법, 심지어 판타지나 즉흥성까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좋다. 옆나라 일본은 그렇다 치고 한국은? 그게 더욱 궁금하다.

토요일, 3월 12, 2011

[독서광] 명연사, 명연설, 명강의



이번에 해님께서 번역한 명연사, 명연설, 명강의: 청중을 사로잡는 명연설의 비결이 출간되었다. 해님 번역 실력이야 워낙 뛰어나니 이번에도 절대로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보증한다(솔직히 출간하기 훨씬 전에 초벌 번역한 내용을 빠짐없이 다 읽어보았다).



이 책은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이노베이션 신화의 진실과 오해를 쓴 스콧 버쿤이 자신이 여러 곳에 강연을 하면서 망가진(?) 일화를 중심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효과적인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대다수 사람들이야 강의나 강연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부류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할지 몰라도, 회사 내부에서 특정 주제를 놓고 보고서를 쓴 다음에 사내 발표를 하거나 고객사에 제안을 하기 위해 사외 발표를 하거나 운이 좋다면 세미나나 워크샵에 연사로 초청받을 가능성은 어느 누구 앞에나 펼쳐져 있으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번에 독자 여러분들께 이미 소개 올린 slide:ology: 위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는 예술과 과학이나 프리젠테이션 젠은 청중들을 사로잡기 위한 발표 자료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실제 강연/강의/발표를 어떻게 잘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함께 읽어보면 위력이 배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멋진 발표 자료를 준비해가더라도 청중 앞에서 "어버버버" 한 방이면 그냥 침몰하기 때문에(청중들이 하품하고 졸고 중간에 나가면 진짜 당황스럽다)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연습하고 충분히 대비해야 하지만, 막상 이를 조언해주는 스승을 만나기는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여러분이 강의나 발표 과정에서 주의해야 하는 사항을 선배된 입장에서 유머러스한 필체로 잘 정리하고 있다. B급 관리자도 여러 차례 발표와 강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많은 내용을 배웠고 또 남들도 역시 청중을 꼬시기 위해 유사한 방법(예: 청중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선물 등으로 유혹)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래 본문 중 재미있는 내용을 정리해서 독자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드렸는데, 이번에는 해님께서 직접 본문 중 재미있는 인용구를 뽑아주셨다. 한번 읽어보시고 뽐뿌질 받으시실... :)



EOB

토요일, 3월 05, 2011

[독서광]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눈 감으면 코 베가는 세상이기에 신문 기사 중에서도 다들 경제 기사에 관심이 많으리라 본다. 그런데 이 경제 기사가 정말로 우리를 위한 진실된 내용만을 담고 있을까? 여기에 대해 늘 의문을 품고 있는 분이라면 '당신이 절대 모르는 경제기사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은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을 읽다보면 많은 궁금중이 해소되리라 본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이폰은 '까고' 갤럭시S는 '띄우고'전세값 뛰니 집값도? 언론의 바람잡이 '위험천만'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로 신문사, 기자, 기업 사이의 비열한 뒷거래를 지목한다. 독자를 위한 기사가 기업을 위한 기사로 변절되어버리는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이 세상 믿을 놈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들어준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는 무조건 일간지의 경제 섹션이나 경제지를 멀리하라는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기사 하나에 부화뇌동해 탐욕스럽게 한 건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꾸준하게 여러 신문과 원래 보도 자료 또는 외신 자료를 검토하며 비평적으로 기사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공력이 올라간다고 말한다. 본문에서는 주로 (경제에 얽힌)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정책 기사, 금융 기사, 부동산 기사, 산업 기사를 까칠하게 읽기 위해 어떤 측면에서 바라봐야하고 어떤 점에 주의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이런 비평적인 시각을 토대로 경제 기사를 읽다보면 급변하는 환경에 좀더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자신이 기자인 관계상 여러 가지 언론에 얽히고 섥힌 뒷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정리하고 있기에 언론의 말을 무조건적인 진실(!?)로 받아들였던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테다.



이미 경제지, 경제 잡지를 읽는 방법을 통달해(힌트: 거꾸로 읽으면 된다. ㅋㅋㅋ) 자유자재로 재테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갓 사회에 진출한 새내기(송골매가 병아리를 노리듯 신문은 주로 이런 사람들을 노린다)나 경제지에 속아 몇 번 눈물을 흘리면서도 여전히 미련을 떨치지 못한 분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마음 가짐을 새롭게 다지면 어떨까?



뱀다리: 이 책을 선물해주신 jhanglim 님께 감사 말씀드린다. ;)



EOB

일요일, 2월 27, 2011

[끝없는 뽐뿌질] 보드 게임 1856과 TTD



지난 금요일 밤에 J.B님 때문에 말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철도 경영 보드 게임 시리즈인 18xx 모임(그 날은 동부 캐나다를 기초로 만든 1856을 다 같이 연구(?)했다)에 참석해 구경만 하려다 졸지에 바통 이어받아 맛을 보고 말았다. 18xx 시리즈는 현실을 너무나도 잘 반영하고 있기에(최대주주 먹튀, 적대적 M&A, 높은 가격에 개인 회사 주식 인수, ...) 경제/경영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눈에 하트짜가 안 그려질 수 없게 만드는 게임이다.



한 판을 끝내기 위해 거의 4~5시간이 필요하므로, 맛만 보다 중간에 눈물을 머금고 탈출(?)했는데 다음 날 가만히 생각해보니 옛날에 뭔가 강력하게 홀렸던 철도 경영 게임이 하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구글을 찾아봤다(경고: 여기서부터 의지력이 약한 사람들은 보지 말기 바란다). 시드 마이어가 만든 레일로드 타이쿤은 분명히(!) 아니었고 기차, 버스, 항공까지 다 망라하며 컴퓨터 A.I와 싸우느라 정말 열이 끝까지 받았는 게임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마구 괴로워하다 구글의 도움을 받아 결국 찾아냈다. 과거 6개월 동안 말렸던 악마의 게임은 바로 Transport Tycoon이었다! 이 게임은 시간 말아먹는 악마(?)의 퍼블리셔로 불렸던 마이크로프로즈가 1990년대 중반에 출시했으며, 육로, 철로, 항공로를 이용해 최대의 수익을 올리면서 경쟁사를 완전히 말아먹어야 하는 경영 시물레이션의 수작이다. 심시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또 다른 각도로 이 게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약자로 TT와 TTD(Transport Tycoon Deluxe)로 더욱 유명한 Transport Tycoon을 다운로드(!)하려고 살펴보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TTD 애호가들이 기존 프로그램의 운영체제 호환성과 버그를 참지 못하고 TTD Patch 프로젝트를 시작해 원본 게임 파일을 그대로 두고 필요한 부분만 패치하는 방법으로 게임의 수명을 늘이고 있었다(아쉽게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2007년도에 중단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로 아예 원본 TTD를 역공학 기법으로 완전히 뒤집어 도스/윈도우 플랫폼 뿐만 아니라 신형 윈도우(XP/비스타/7 계열)는 물론이고 리눅스, 맥OS X(최근에 지원이 조금 약해지긴 했다)에서도 돌아가는 OpenTTD 프로젝트가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OpenTTD 버전 1.0에 와서는 그래픽, 사운드, 음악까지 모두 오픈소스 결과물을 활용하므로 게임을 합법적으로 즐기기 위해 TTD 라이선스가 필요하지 않다.



호기심(야옹야옹~~~)을 못 이기고 OpenTTD를 내려받아 설치해보니 너어무우나 훌륭한 짜임새에 눈물이 앞을 가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어 번역 담당도 있어서 거의 모든 메시지(번역 프로젝트 상황판을 보면 한국어 번역률이 98.7%라고 나온다)가 친절한(!) 한국어로 나온다(이 분께 갑자기 커피를 사주고 싶어졌으니, 혹시 우연히 이 글을 보시게 되면 댓글을 부탁드린다). 이 게임을 처음하는 분들이라면 복잡한 규칙에 머리가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진짜 큰일날지도 모른다고 미리 경고한다. (Open)TTD는 1950년부터 시작해 2050년에 끝나게 되는데, 현실 시간으로 사상하면 대략 24시간 정도라고 한다(무슨 이야기인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ㅋㅋㅋ).



간만에 화끈한(?) 맛을 봤으니 얼른 OpenTTD를 지워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지금 지우러 가야 하므로 블록 쌓기는 여기까지...



EOB

목요일, 2월 24, 2011

[독서광] 종이 한 장의 차이



혹시 챌린저 호 폭파 사고가 기억나는가? 원인은? 챌린저호의 폭발 원인이 O링에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근본을 추적하다 보면 표준 철도 규격이 나온다. 유타 주에 있는 고체 로켓 제작사인 모턴 티오콜 사에서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까지 마련된 운송 수단이 철로인데, 보조 추진 로켓이 터널을 통과할 수 있는 칸에 담기기 위해 분리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초의 디자인 선택이 연쇄적인 실패를 불러일으킨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떤 자세로 디자인을 해야 하나? 페트로스키는 바로 이런 어려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여정에 나섰다. 오늘 소개할 한국어판 "종이 한 장의 차이"의 원서 제목은 "Success through Failure"이며 단순히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종이 한 장의 차이를 강조하기 보다는('종이 한 장의 차이'는 본문 중에 챌린저 호의 폭발을 일으킨 O 링을 다루는 절의 제목이다) 실패를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공학적인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과 실패라는 기묘한 단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동굴 벽화부터 시작해 촛불에 비친 그림자를 거쳐 OHP(이 물건이 뭔지 안다면 옛날 사람이다. ㅋㅋ)와 프로젝트로 파워포인트를 스크린에 투영하는 가장 최근에 이르기까지 실패가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1장부터 사람 혼을 빼기 시작한다. 그리고 발톱 나오는 여행 가방, 펜티엄 프로세서(!), 약병을 비롯해 여러 가지 실패 사례에 대해 다룬 다음에 본격적으로 거대한 구조물(마천루, 다리)에 얽힌 여러 가지 실패담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나사(?) 빠진 NASA 이야기와 911 무역 센터 건물 붕괴 사고 등에 대한 교훈을 제시한다.



이 책의 강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에 올리기도 걸끄러워 하는 실패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다루는 데 있다. 기운을 북돋아 준다는 미명하에 읽을 때만 기분 좋은(읽고 나서 뒤돌아서면 아무런 기억도 안남는)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는 대신 고양이 혓바닥처럼 까칠하게 개선점이나 실패를 절대로 놓치지 않고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공학도의 자세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기 때문에 토목/건축/기계 공학도는 물론이고 (특히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컴퓨터 공학도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번역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일례로 다음 문장을 한번 볼까?



하드웨어 버그는 가장 드문데, 왜냐하면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이 칩에 대한 테스트를 단순화하기 위해 회로를 정기적으로 덧붙이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게 추가해서 칩의 크기가 커지고, 공장에서 출고된 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사용되지 않는 한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위의 내용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는가? 본문을 읽다 보면 원서를 참고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나도록 만든다. T_T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이 기다리는 본문 중 하이라이트를 구경해보자.



디자인된 물건은 모두 의도한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특정 형태로 계획적으로 조합하거나 조립한 것이다. 하지만 우연에 의한 디자인도 있다.


기술적인 진보는 보통은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결코 완벽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실패는 물건의 디자인에 관해 성공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실패는 기대한 성능과 실제로 관찰한 성능 사이의 받아들일 수 없는 차이다.'


엔지니어들이 일반적으로 쉬운 작업을 자동화하고, 어려운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남겨진다.


실수를 저지름으로써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실패는 없다. 오로지 피드백만 있을 뿐'


성공적인 디자인이란 실패에 대한 최선의, 가장 완성된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디자인은 실패에서 성공으로 가는 불굴의 인내력을 통해 진전된다.


엔지니어링이나 디자인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성공에 기초한 것과 실패에 기초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은 언제나 후자이다.


한 우주 공학자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커다란 프로젝트의 디자인에 숨은 함정을 피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가장 초기 단계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을 프로그램에 끝까지 남겨둬야 한다. 문서로 된 보고서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로는 옮겨질 수 없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기술은 일반적으로 실수나 실패에서 크게 자유로워질 수도 있겠지만,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에서 완전무결함이란 있을 수 없다.


좋은 디자인은 언제나 실패를 고려 대상에 집어넣고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투한다.


자 독자 여러분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한 보너스로 다음 문장의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를 생각해보자.



똑같은 작은 연장을 수백만 개 혹은 그 이상으로 찍어내는 공장의 제조 부문과 달리, (_____)의 저주와 기쁨은 사실상 모든 프로젝트마다 고유하다. 고객의 필요에 맞추고 지엽적인 상황에 일치시키는 그 과정 말이다. 일부 고객들은 되도록이면 빨리 일을 마치도록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 업계에서 일하는 누군가가 그 어떤 것이라도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충분한 시간과 돈만 있으면 말이다. 그 두 요소가 없으면 프로젝트는 쓰라린 과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잽싸게 손들고 '프로그램'이라 말하고 싶겠지만... 답은 건축이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OB

토요일, 2월 12, 2011

[독서광] 부유한 노예



지난번에 소개했던 [독서광] 슈퍼자본주의에 이어 로버트 라이시가 쓴 '부유한 노예'를 읽어보았다. 물론 두 책의 내용은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다루는 각도가 조금 다르다. '슈퍼자본주의'는 주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명암을 다뤘다면, '부유한 노예'는 신경제에 휩쓸려들어가는 개인과 사회의 명암을 다룬다.



요즘 KBS스페셜 - 대한민국은 행복한가...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마치 한국만 행복을 놓고 물고 뜯는 엄청난 경쟁 사회라는 착각(?)이 들지 모르겠는데 '부유한 노예'를 읽다보면 엄청난 경쟁 사회의 원조는 확실히 미국이며 전 세계로 이런 사상이 전파되어 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엄청나게 불안한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공부가 되었든 일이 되었든)으로 밀어붙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가?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이거나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뭔가 부족하지 않은가?



로버트 라이시는 그 어느 때보다 살기 좋은 요즘 세상에서 좀더 멋지게 살기 위해 반드시 치뤄야 할 댓가가 있다고 말한다. 필사적인 삶, 1년 365일 24시간을 떠나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엄청난 빈부격차, "강남은 왕족, 강북은 노비?"…부동산 계급표 등장과 같은 사회 분화 현상 심화는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얻기 위한 필연적인 비용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구매자이자 판매자이기 때문에 구매자로서 우리가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처를 쉽게 바꿀 수 있다면, 판매자로서 우리는 당연히 구매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 라이시는 이른 '햇볕이 들 때 건초를 만드는 일처럼, 현재 보이는 모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부자들은 여유를 즐긴다고 했지만, 요즘 부자들조차도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더욱 굳건하게 다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해야 하는 사회로 변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은 신경제가 도래함에 따라 일자리가 불안해지는 이유, 교육에 목을 매다는 이유, 가정이 거의 하숙집 형태로 잠만 자는 숙소로 변하는 이유, 삶과 일의 균형이 일로 넘어간 이유, 사회 불균형이 더욱더 커지는 이유, 부자들이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는 이유, 끼리끼리 모이는 사회 분화 현상이 더욱 효과적으로 동작하는 이유, 가족이 줄어들고 남의 관심조차 돈으로 사야하는 이유를 유머를 섞으면서도 아주 적나라하게 분석한다(맘 약한 독자들은 독서 금지!). 또한 처음 산업 혁명이 도래하고 사회의 가치관과 제도 재정립하기 위해 엄청난 고통이 따랐듯이 신경제가 도래한 현 시점에서도 사회의 가치관과 제도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살아가기 위한 변화를 주장한다.



로버트 라이시에 따르면 신경제에 접어들면서 우리 삶에 일어난 변화는 다음과 같다.




  • 앞으로 수입이 어떻게 될지 과거보다 더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따라서 미래에는 수입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위험이 있으므로, 지금 직업이 있을 때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다면, 과거 경제 시스템의 소득 사다리의 꼭대기에 위치했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 사람들이 적당하다 생각하는 생활 수준에 상대적으로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가정의 수입을 지탱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배우자 근무시간도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잘 풀리고 돈을 많이 버는 경우에도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지 않을 때 감수해야 하는 희생, 일이 주는 재미 이외에 추가 수입과 각종 부수입 등의 혜택은 과거 경제 때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 현재 잘 해나가고 있다 할지라도 그 상태를 늦춰서는 안 된다. 현재 멋있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그 수명은 며칠이나 몇 주가 고작이다.
  • 빠른 길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인맥을 개발하고, 자신의 분야의 새로운 기술에 항상 보조를 맞춰야 한다. 장기휴가나 안식년을 다녀오면 책상은 없다.
  • 능력있게 일을 잘 처리한다고 해서 꾸준히 승진의 계단을 밟고 올라게게 해주는 대기업 소속이 더 이상 아니다. 특정 회사나 조직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대신, 자신의 이름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 열심히 일하고 자신을 효과적으로 판매하고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벌어들인 수입을 자신처럼 성공적인 사람들과 함께 묶을 수도 있다.



위에서 정리한 내용을 읽다보면 정말 산 넘어 산이라는 생각이 들테다. "발바닥에 땀나게 살지 않으면 너 진짜로 큰일난다"가 이 책에 숨겨놓은 진짜 주제인지도 모르겠다. T_T 자 그러면 본문에 나오는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정리해볼까?



현대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탄압 정치를 일삼는 정권의 과도한 통제가 아니라, 구매자가 자신을 더 만족시키는 상품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시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인 셈이다.


일에는 두 종류가 있다. 먼저 지면이나 지면 가까이 있는 물체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런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시키는 것이다. - 버트란드 러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 6년 동안은 전체의 60%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 일하지만, 20년이 지나면 단지 19%만 남는다는 통계 조사도 있다. 이 사실은 재학생들을 끌어오기 위해 높은 초봉과 후한 계약금을 제시하지만, 왜 만족을 못 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가치가 얼마 안 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고용의 개념이 없어진 시대에는 실직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더 많이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는 자신의 서비스에 대해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물론 생계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19세기 위대한 작가이자 철학가인 헨리 소로는 돈이 필요해서 측량 일을 했으며, T.S. 엘리엇은 은행에서 일했다. 나사니엘 호손은 '주홍글씨'에 나왔던 세일럼 세관에서 근무했다. 월리엄 포크너는 하루에 열 두시간 막노동을 할 때 남는 시간을 이용해 '임종의 자리에 누워서'를 썼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특허사무소의 직원이었던 26세 때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논문을 썼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이것이다 - 대부분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공식 통계에 나오는 정식 근무시간뿐만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 과거보다 우리 삶의 나머지 부분을 더 많이 침범하고 있다.


시장은 열려 있고, 여러 기기를 통해 언제라도 접촉이 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무언가 다른 것을 하기로 분명하게 결정한 시간 외에는 일을 하지 않는 데에 대한 변명거리는 아예 없다. 그러나 일을 하는 공간적 제약이 점점 없어지면서 뭔가 다른 것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더 싸고 좋은 제품을 더 빨리 소비자 손에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항상 개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번 마감 시한은 맞추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번 마감 시한은 더욱더 어렵다. 비용을 줄이고 지난 프로젝트 때보다(당시에도 어려웠는데)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또 찾아야 한다. 밤늦게 퇴근하고 다시 아침 일찍 나오는 생활이 반복되고, 마감 시한이 다가올수록 하루는 더 길어진다.


시장과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그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만일 느린 길을 택했다면, 갈수록 더 뒤로 처지며 빠른 길로 다시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다. 휴가를 더 오래 가거나 작업 시간을 줄이고, 가족 휴가를 가거나 심지어 '안식년'을 보내겠다는 선택을 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거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금만 밖으로 나가려는 선택은 영원히 나가겠다는 선택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득 사다리의 길이가 과거보다 훨씬 더 길어졌기 때문에, 한 단 상승은 과거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적인 풍요로움' 대신 '의미 있는 인생 철학 계발'을 선택하는 데 따르는 경제적 손실 역시 늘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쉽게 진입할 수 있으므로 이름을 알릴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상품이나 서비스가 뛰어나면 고객을 자동으로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당신의 작품이 훌륭하다 할지라도 여러 소음과 구호 속에 파묻혀 그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


더 많이 벌수록 더 열심히 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 열심히 일한다고 돈을 더 벌어서가 아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함으로써 벌 수 있는 것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빈곤층 자녀들은 부모들이 고생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삶은 상대적으로 더 쉽다고 느끼는 반면, 부유층 자녀들은 열심히 하지 않으면 후퇴할 수도 있다는 암묵적인 경고가 들어간 부모의 '성공담'을 듣는다.


현재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경제와 사회라는 더 큰 틀이 아닌 개인의 문제로 간주하고 접근한다면, 이는 진실의 많은 부분을 놓치는 것이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범위를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벨트에 소형 디지털 타이머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다음 행동으로 넘어갈 시각에 그 타이머가 진동해 알려준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사람의 시간 관리가 더 효율적이 됐으리라고 믿지는 않는다. 전보다 신경과민 정도가 더 증가했음은 분명할 것이다.


맡고 있는 책임이 많을수록, 다시 말해 시끌벅적한 상황에 더 가까이 있으면 있을수록 일과 관련된 시간이 요구하는 사항을 통제하기는 더 어려운 법이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일에 소요되는 실제 시간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쏟고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발적 단순함을 강조하는 접근 방법에서는 '필요로 하는 것'은 '원하는 것'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고, 마치 '필수품'과 '사치품'을 구별하는 것과 같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 단계를 넘어서면 '필요로 하는 것'은 전적으로 주관적인 판단에 들어간다.


슬슬 이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을테다. ㅋㅋㅋ 이 글을 계기로 스스로가 이 험한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좋겠다.



EOB

토요일, 2월 05, 2011

[끝없는 뽐뿌질] AT&T vs 버라이즌 아이폰 비교 기사

버라이즌이 아이폰을 예약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하루도 안 되어 매진되어버렸다는 소식이 들린다(현재 버라이즌 아이폰 페이지에 접속하면 "We are no longer taking pre-sale orders."라는 문구가 나온다). 물론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AT&T 서비스에 발톱이 팍팍 나온 사람들이나 AT&T에서 서비스 하지 않는 사용자들이 대거 몰린 듯이 보인다.



AT&T와 버라이즌 아이폰이 거의 유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AT&T vs. Verizon iPhone - A comparison chart to help you choose [Infographic]이라는 기사를 보니 요즘 유행하는 인포그래픽 기법으로 양쪽의 차이점을 잘 정리해두었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차이점만 간추려보겠다.




  • AT&T는 GSM인 반면 버라이즌은 CDMA다. 기사에서는 U.S only라고 적어놓았지만 한국도 있다구!
  • AT&T는 블루투스 테더링만 지원하는 반면 버라이즌은 아예 WiFi 핫스팟을 지원한다. 연결 가능한 기기는 5개까지 가능하다.
  • 버라이즌은 요금이 비싼 대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였다.
  • 속력은 현 상황에서 버라이즌의 압승으로 보인다. 물론 향후 4G가 깔리고 신형 아이폰이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 초반 안정성도 버라이즌이 유리하다. 안테나 설계를 일부 변경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기에 버라이즌에서 데스그립 문제는 민원이 적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 음성+데이터 멀티태스킹은 AT&T만 가능하다. 버라이즌이 채택한 CDMA 특성상 음성 통화 과정에서 데이터 멀티태스킹은 불가능하다고 한다(이런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다. 만일(!) 국내 SKT에서 CDMA로 아이폰이 출시될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 독자분들 중에 SKT 다니는 분이 계시다면 CDMA에서 음성+데이터 멀티태스킹 제약을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미국의 예를 보면, 국내에서도 SKT가 아이폰을 발매할 경우 KT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버라이즌이 CDMA 폰을 다 빨아댕기고 있으므로 만의 하나라도 SKT가 아이폰을 발매하기로 결정을 내릴지라도 국내 상륙은 시기상조처럼 보인다.



뱀다리: 제목이 왜 뽐뿌질이냐구? 미국에서 접속하는 독자에게는 강력한 뽐뿌질이지. ㅋㅋ



EOB

금요일, 2월 04, 2011

[일상다반사] 설 맞이 간이 이벤트

공지: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이벤트 신청이 완료되어버렸다. :) 해당 책에 신청하신 분의 ID를 적어놓았으므로 gmail로 편지 주시면 감사하겠다. 매 추석/설마다 빠짐없이 찾아오시는 애독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 드린다. 꾸버억~~~



아마 설 맞이 이벤트가 안 올라오기에 실망한 독자분들이 많으시리라. 하지만 이를 노려 잽싸게 허를 찔러보겠다.



일단 이벤트 선물부터 살펴보자. 참고로 이번을 마지막으로 컴퓨터 서적은 이벤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이유는? 요즘에는 컴퓨터 책은 잘 안 사본다는 슬픈 이야기... 꼭 필요하면 그냥 아마존에서 ebook으로 사보련다.).





책은 총 8권이지만 1, 2권으로 나눠진 책은 한 묶음으로 같이 드리겠다(총 여섯 분께서 행운을 차지하리라...). 자 그러면 이벤트 관련 공지 사항을 다시 한번 정리한다.




  1. 응모 기한: 2월 6일(일) 23시 50분까지다.
  2. 이벤트 응모 대상: 지금까지 이 블로그에 댓글을 한 번이라도 올리신 분(각자 양심에 맡기겠지만... 댓글 다신 분 ID는 (몇 명 되지 않기에) 다 알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기억하자!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악플이나 (특히 사람 열 받게 만드는) 스팸성 댓글을 올리신 분(?)은 이벤트 대상에서 제외다.)
  3. 이벤트 당첨 방식: 뭐 늘 그렇듯 댓글 선착순이다. 대신 한 명이 싹쓸이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1인당 하나만 신청이 가능하다.
  4. 우편물 배송 방식: 이번에도 역시 일반 우편 발송을 따른다. 등기나 택배를 이용할 경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5. 신청 방식: 신청은 이 블로그 기사에 대한 _선_ 리플 _후_ 전자편지다. 반드시 댓글부터 먼저 달고 전자편지를 작성하기 바란다. 댓글을 달고 나서 혹시 누가 먼저 선수를 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시라. B급 관리자의 전자 편지 주소는 jrogue@쥐메일(다들 아실거다. ㅋㅋ).com이다.
  6. 전자편지 작성 방식: 전자편지 제목은 '[책 이벤트 신청] (댓글에 사용한 id) 책 이름'을 따른다(예: [책 이벤트 신청] (jrogue) 전염병의 문화사). 본문 내용에는 신청한 책 이름, 신청인 이름과 주소와 우편번호(!)를 적으면 된다.
  7. 발송 예정일: 2월 15일(화) 이전에 모두 발송할 계획이다.
  8. 접수 완료된 책은 어떻게 알 수 있나? 여기 댓글로 최종 결과를 정리하겠다.



일일이 답장이나 댓글을 드리지 못하더라도 애독자 여러분들의 열렬한 성원(댓글, 트위터 멘션, 기타 등등)은 맘 속으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얼마 남지 않은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기 바란다.



EOB

수요일, 2월 02, 2011

[독서광] 머니랩: 돈이 벌리는 경제 실험실



흔히 연구실에서 뭔가를 한다면 다소 이론적이고 현실에 뒤떨어지고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돈이 벌리는 경제 실험실"이라는 부제가 붙은 "머니랩"을 처음 보면서 "실험실"과 "랩"이라는 단어에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제목과 부제에 낚여 구입한 사회적 원자 생각도 나고 해서 말이다. 하지만 독서 과정에서 이 책이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실전서임이 밝혀지면서 신나고 재미있게 읽었다.



"정부가 정책을 세우면 국민은 대책을 세운다"는 유명한 말이 있는데, 이 책은 HP와 같은 대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울 때 헛점은 없는지 과연 기대했던 효과가 있는지를 미리 실험해보는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실험 경제학을 소개하고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겉으로는 좋아보이는 정책도 얼마든지 악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여기에 대해 충분히 시물레이션을 해보지 않으면 완전히 당하기 마련인지라 어떻게든 충분히 시물레이션을 거쳐 다른 부작용이 없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험 경제학은 바로 이런 요구에 의해 생겨난 학문으로 행동 경제학과도 유사성이 많다.



이 책은 "리스크", "형평성", "상호주의", "합리성", "평판", "신뢰"라는 키워드를 놓고 사람들의 욕망과 행동을 파헤치고 있다. 뒷부분에서는 시스템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미래를 예측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금 다루고 있긴 하다(이미 예상했겠지만... 자신의 맥락에 맞춰 적용하기란 항상 언제나 늘 어렵다!). 이 책은 리스크와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인간의 불합리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행동 경제학에서 다루는 내용과 유사한 부분도 많지만 평판과 신뢰를 강조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에 대한 속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색다른 맛을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자 그러면 본문에 나오는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위험을 피하기 위한 서로 다른 두가지 전략'은 위험 분산과 위험 이전 방법이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만한 것이 무엇인가'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이성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이 거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역시 명심할 대목이다. 그러므로 내 감정이 상대의 감정을 짓누르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협상을 위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부자란 아내의 친구의 남편보다 연봉을 100달러 더 받는 사람이다."


당신이 설득해야 하는 혹은 협상을 앞둔 누군가가 있다면 기필코 대면해서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러 기를 써야 할 것이다. 반면, 당신이 누군가에게 설득당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면, 그리고 그 설득에 넘어가고 싶지 않다면 기필고 대면하지 않을 방법을 찾는 편이 현명할지 모른다.


협상에서 무언가 상대에게 제안을 할 때는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성인의 판단력을 동원하고, 상대의 제안을 거절할 때는 단순한 어린아이의 판단력을 동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성찰은 현실에서 아주 유용하다.


언제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도록 노력하고, 내 입장에서 중립적이거나 심지어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상대에게는 전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때로는 실제 나의 모습보다 더 친절하게 행동하고, 지나친 흥정을 삼가고, 내 요구를 주장할 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는 문제와 전혀 '연관이 없는' 정보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무작정 가정하는 것은 오류다. 하지만 상대가 무조건 비이성적이고 허황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 역시 심각한 오류의 원인이 된다. 결국 우리가 기준 삼을 수 있는 것은 의도가 아니라 사실뿐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데에는 지독히 재능이 없다.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바로 의심을 가지는 반면, 다른 사람들 역시 나에 대해 미심쩍어 한다는 것은 잊곤 한다.


평판에는 사람들이 보통 감지하지 못하는 중요한 차이를 가진 두 가지 '핵심 양태'가 있다. '품질이나 역량'에 대한 평판이 그 하나고, '의도나 동기'에 대한 평판이 다른 하나다.


"미래에 할 일을 가지고 평판을 만들 수는 없다."


요점은 평판이 '미래를 약속해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실 평판은 과거에 대한 정보에 불과하다.


나쁜 행동 자체가 개인의 의도가 아닌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 나쁜 행동은 그 어떤 악의도 아닌, 단지 무능력의 결과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기꺼이 일을 맡길 만한지 판단하려면, 신뢰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즉 '의도', '능력', '맥락' 모두를 유념해야 한다.


신뢰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따른다.


생산성이 없는 학생이라면 학위를 따느라 시간과 돈을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유력한 대학의 학위는 지원자의 능력에 대한 고용주의 신뢰를 높여주는 값비싼 신호다."


장기간 동안 비싼 값으로 제품을 팔 수 있는 기업이라면, 그 가격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을 파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특정한 규칙을 실행해 사업을 일대 혼란에 빠뜨리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정말 도출되는지 실험하고 시물레이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이상적이다.


"물고기는 먹이를 낚아채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있다. 에너지를 최소로 쓰면서 물속을 유영하고, 본능적으로 위치를 정하고 효과적으로 공격한다. 하지만 물고기는 유체역학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들 물고기처럼 사업가 역시 사업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업가가 자신의 일을 지배하는 원리를 정확히 이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제/경영이 많은 독자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풍부한 사례(종종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도 나올지 모르겠다. 실제로 B급 관리자도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에 걸쳐 과거 실수한 기억이 생생하게 나면서 마음 한 구석이 푹푹 찔렸다. T_T)를 읽으며 즐겁게 머리 속으로 경제 실험을 하시기 바란다. 강력 추천!



참고: 이 책을 읽다보면 중간 중간 생각해볼 문제가 나오는데, 일부는 본문 중에 답이 있고 일부는 없는 경우가 있다. 쉬운 문제부터 머리 아픈 문제까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므로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문제 풀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주 신날 것이다.



EOB

일요일, 1월 30, 2011

[일상다반사] 공인인증서 유감

1년마다 세 차례식 난리 법썩을 떨어야 하는 시기가 있다. 1번은 연말정산 기간으로 액티브 엑스 컨트롤에 파묻혀 며칠을 허우적 거려야 한다. 물론 요즘은 국세청 연말 간소화 서비스가 예상 외로 많은 부분을 처리하고 있어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긴 하지만 말이다. 2번은 종합소득 신고기간으로 국세청에서 만든 아주 신비로운 소프트웨어랑 씨름을 벌여야 한다. 물론 작년부터 집에서 가능할 수준까지 퀀텀 점프를 하는 바람에 깜짝 놀란 기억이 생생하다(올 5월을 기대하시라). 3번은? 오늘 이야기할 공인인증서 갱신이다.



빌어먹을 공인인증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악의 화신이지만(보안 강화 어쩌구 하는 입에 발린 말은 인터넷에 오가는 바이트가 아까우므로 언급조차 하지 말자. 그렇게 완전무결한 보안 환경을 제공한다면 역전 앞 거지도 아니고 OTP는 왜 도입했는데?) 유효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함으로써 거의 폭탄에 가까운 사용자 경험을 만끽하도록 만들어준다.



자 거래은행이 1개이며 스마트폰 이런거 사용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이 없다. 그냥 은행의 공인 인증 센터로 들어가서 갱신하면 되니까. 하지만 거래 은행이 4개고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고난의 행진이 이어진다. 우선 첫 은행으로 들어가서 액티브 액스 크리 맞아가며 인증서를 하나 갱신한 다음에 스마트폰으로 인증서를 내린다. 계속해서 다음 은행으로 들어가서 타행 인증서 등록이라는 요상한 절차를 거치는데 은행에 따라 OTP 일련번호를 요구하는(K모 은행이라는 정도는 이미 눈치 챘을 거다) 경우가 있다. 문제는 호주머니에서 이리저리 OTP가 구불다 보니 닳고 달은 레이블에 일련번호가 보일리 만무하다. T_T 과거에 OTP 신청하며 금이야 옥이야 보관해둔 꼬깃꼬깃해진 문서를 1시간 동안 서랍을 뒤져 찾아내어 등록에 성공한 다음에 다시 스마트폰으로 내리는 쇼를 해야 한다. 은행 4개면 총 8번에 걸쳐 난리법썩을 떨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액티브액스 크리 몇 번 강타 당하고 휴대폰 인증 번호 몇 차례 따고 안 보이는 눈 비벼가며 인증 번호와 주민등록 번호를 여러 차례 넣고 나면 가까스로 한숨을 돌리게 된다. 최소한 1년 동안은 유예 기간이 생기는 셈이니까. 이게 나 혼자만의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공인인증서를 갱신하느라 보내는 시간을 정말정말 좋게 봐줘서 평균적으로 1인당 1시간으로 가정하고(오늘 초 스피드로 처리했는데도 OTP 일련번호 찾고 숨겨진 통장을 뒤지고 난리치느라 거의 2시간 걸렸다) 경제 인구가 2000만명이라면 1년에 2000만 시간이 그냥 공중에 날아가는 거다. 말이 쉬워 연2천만 시간이지 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지 감도 오지 않는다. 이렇게 비경제적인 공인인증서를 왜 계속해서 고집하는지 너무너무 신기하고 이해가 안 간다. 누가 제발 논리적으로 설명을 좀 해다오.



인감 제도가 없어지면 그 다음 사라질 차례는 공인인증서가 되리라 확신한다. 최후의 승자는 영원히 살아남을 주민등록번호가 되겠지?



뱀다리: 각 금융 기관을 모두 방문해야 하는 치명적인 크리를 동반하는 OTP 갱신이 5년에 한 번이라는 사실은 엄청난 위안이다. 여권 신규 발급과 더불어 슬슬 그 날도 함께 손잡고 다가오고 있네? T_T



EOB

토요일, 1월 29, 2011

[독서광]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한다



며칠 전 신승환 님께서 책을 한 권 보내주셨기에 번개처럼 다 읽고 독후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물론 부제인 "어느 개발자의 직장 생활에 대한 보고서"가 힌트를 주긴 하지만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한다"의 책 제목만 보고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를 추론하기란 쉽지 않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간략하게 요약 정리해보자면, IT 개발자(주의: 광의의 개발자다)로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여러 가지 일화와 생각을 수필식으로 작성한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다(명쾌하지? ㅋㅋ).



소프트웨어 개발을 잘하는 방법이나, IT 업계의 비리를 까발기거나, 외국계 회사로 이직을 잘하는 방법을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냥 일반적인 IT 관련 회사에서 안 튀고 고만고만(?)하게 월급장이로 살아온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동감을 많이 느끼리라는 생각이다. 목차 등을 보다 보면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이 들 가능성도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 강령(참고: 대다수 자기 계발서는 어떻게 살아갈지를 주변 맥락에 무관하게 딱 몇 가지로 정리해서 알려주는 친철함을 발휘하지만 열이면 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이 없기 때문에 자기 계발서로 분류하기는 곤란하고 차라리 개발자들의 애환을 다루는 성장 소설(?)로 생각하는 편이 좀더 정확하겠다.



아주 복잡하거나 머리를 쥐어짜는 내용도 아니며 책 분량이 많지 않으므로 종종 일상에서 벗어나 머리 식힐 필요가 있는 중급 개발자들이 설 연휴 때 짬 내어 읽어보면 잠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정리할 단초를 제공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는 도중에 B급 관리자도 옛날 생각이 떠올라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는데 역시 어딜가나 개발자들의 삶에는 뭔가 기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흥미로웠다. 여러분들도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과거에 밟아온 발자취와 한번 비교해보시길...



EOB

일요일, 1월 23, 2011

[독서광] 장인: 아름다운 외길



이 책은 태우님이 선물로 주셨는데, 천성적인 게으름 때문에 다 읽고 나서 이제야 서평을 올려본다(아직도 서평 못 쓴 책도 잔뜩, 읽은 책은 더욱 많아 산더미...).



요즘처럼 기술이 1년을 못버티고 휙휙 바뀌는 핫(!)하고 쿨(!)한 시대에 한 가지만 고집하며 자신의 역량을 끊임없이 갈고 닦는 장인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옛 것을 고집하고 외길만 걷는 '장인'의 가치와 미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체가 사치라고도 보이겠지만... 그래도 한번 뿐인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필요한 가르침을 (비록 간접적이지만) 받는다는 데서 이 책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꼰대(?) 이야기라면 질겁을 하고 내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 몸 바쳐 평생을 한 가지 일에만 전력을 다한 선배들의 말은 이모저모로 배울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이 책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일본의 장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책은 크게 장인들의 말, 장인들과 나눈 대화, 장인 대학에서 연설한 내용로 나눠지며, 장인들과 나는 대화와 장인 대학에서 연설한 내용은 일본 전통 문화를 다루므로 일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장인들의 말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몇 개 뽑아서 정리해보겠다.



나는 솜씨 없는 놈은 가르치지 않아. 그런 놈 가르치면 내 솜씨까지 무뎌져버려.


요즘 젊은 치들이란 또박또박 설명을 해주면 제법 일을 잘 처리합니다. 야, 제법이로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좋을 대로 해봐"하고 말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게 희한합니다.


도제제도의 세계에서는 물건도 만들어왔지만, 사람도 만들어왔지.


수련시절엔 인간 취급 못 받고, 간심히 한 몫 하는 사람이 되지요. 그러던 차에 자신이 제자를 거느리게 되었을 땜 묘하게도 친절히 대해주게 돼버려요. 결국 제자를 위해서는 몹쓸 짓입니다. 어중간한 장인을 만들어버리는 거지요. 연민 때문에...


인간이란 '출세했나 안 했나'가 아니다. '천박한가 천박하지 않은가' 둘 중 하나다.


사진을 박아 내거나 좋아라하고 매스컴과 인터뷰를 하는 장인은 장인이 아닙니다. 장인은 자기 자신의 일 이외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입니다.


예술가가라는 게 모두 피곤해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건 말이지 예술가인척 하니까 피곤한 거예요.


비평가들은 대단한 것인 양 좋다 나쁘다 얘기합니다만, 그건 좋다 나쁘다가 아니고 단순히 자기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몇 해 전에 (야외에서 전어구이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며) 줄타기 공연을 관람하면서 줄 위에서 뛰고 앉고 눕고(!) 하는 놀라운 모습 이외에도 줄타기 달인이 줄타기에 앞서 자신이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산신령(?)과 스승에 대해 한참 동안 예를 표하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곱씹어 보게 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컴퓨터 분야에서는 왜 이리 장인(?)을 만들어내기 어려운지 정리해볼 계획이다.



EOB

일요일, 1월 16, 2011

[독서광] 사회적 원자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라는 부제에 낚여(!) 구입한 이 책은 인간과 사회를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주장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강화하기 위해 기존 경제학에 대해 집중 공격을 퍼붓지만 차별성이 떨어지므로 자기 얼굴에 금칠한 꼴이다. 주장하는 이론 자체가 아주 독창적이면서 이론적으로 탄탄하다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뭐 책을 읽다보면 기존에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가 줄줄이 나온다) 바람에 자꾸 본전 생각이 나게 만들었다. 잠깐 본문 내용을 볼까?



극적이고 예기치 않게 꼬이고 실생활의 흥분과 긴장을 잘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또는 인간 세계에 대한 과학 법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한다.


요렇게 썼지만 자신도 여기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니 이게 문제다. 원자와 분자라는 물리학적인 기본 구성 요소를 사회 과학에 접합해 뭔가 엄청난 비밀을 캐낼 듯이 몰아붙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다른 주장을 하나 살펴볼까?



과학자들이 인간 세계의 법칙을 발견해서 완벽한 세계를 만들려고 해도 사람들은 거기에 반항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 차려진 밥상도 심통 맞게 걷어차 버리는 '종잡을 수 없는 두발 동물'이다. 그저 자기가 반항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생각하며 책을 서술했으니 본문에서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는 안 봐도 블루레이다. 물론 인간의 예측 불허를 강조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썼다고 이해가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지 계속해서 나오면 질린다(책 1/2 지점까지 테이프를 반복해서 틀고 있다). T_T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왜 많은 회사들이 피고용자들에게,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 꼭 줘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급여를 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마크 뷰캐넌이 경제학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위의 인용문으로 요약 정리할 수 있다. 다음 서평에 소개하겠지만 '머니 랩'과 같은 책에서는 1장(chapter)를 투입해 상호 호혜주의라는 주제로 급여와 관련한 멋진 실험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많은 경제/경영/심리학자들이 마크 뷰캐넌에 앞서 뭔가를 캐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마크 뷰캐넌은 그걸 몰랐거나 아니면 모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여튼 이 책은 "개인은 예측 불허하고 변덕스러우며 멍청하지만, 집단은 예측 가능하며 질서 있고 똑똑하다"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다. 한 줄 결론: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는 생각.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다른 좋은 책도 많으므로 이 책은 독자 여러분께 추천하지 않음.



EOB

토요일, 1월 15, 2011

[독서광]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간만에 경제/경영책 잠시 접어두고 정치(?) 관련 주제를 읽으려고 책을 한 권 집어들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는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원서 제목은 "The Rhetoric of Reaction"으로 반동(!)의 수사학 정도로 번역이 가능한데, '보수'와 '지배'를 엮여 2011년 현재 한국 실정에 너무나도 잘 맞는 제목을 뽑았기에 출판사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하지만 반동 아니 보수 세력들이 주로 사용하는 세 가지 수사 기법을 역사적/정치적/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으므로 얇고 주장하는 내용이 단순하다고 해서 읽기가 쉽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정치적인 가십거리를 기대했다면 난감한 상황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영국 정치, 프랑스 혁명, 마르크스, 하이에크, 케인즈 등의 이야기가 나오므로 정치, 역사, 경제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만 이 책을 권한다.



책에서 주장하는 보수의 3대 수사 기법은 다음과 같다.




  •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역효과 명제
  • 그래 봐야 기존의 체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무용 명제
  • 그렇게 하면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위험 명제


보자마자 뭔가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요즘 복지와 무상급식을 놓고 일부 정치가들이 말한 내용을 한번 보자.



민주당의 소위 보편적 복지정책은 참으로 무책임한 것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을 괴롭히고 큰 부담을 안겨주는 정책이다.
(이회창, 역효과 명제 적용)

민주당의 무상복지 정책에 대해 "극도의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좌파적 사회주의적 정책 방향이 민주당의 차기 대권전략이라면 민주당은 사회주의 정권 수립을 옹호하고 있는 것"
(역시 이회창, 위험 명제 적용)

무상의료가 될 경우 의료의 질이 저하돼 서민건강 수준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한나라당, 역효과 명제 적용)

복지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저소득층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중산층 이상에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들을 펴고 있거든요?
(오세훈, 무용론 명제 적용)

보수 진영에서 자주 사용하는 수사 기법 그대로를 라떼르도 안 떼고 차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혀를 끌끌차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에게 이런 논리가 먹혀들어가니 그게 더욱 황당하다. 역시 대한민국에서 논리나 철학 교육을 안 시키는 이유는 다 여기 있었어. T_T



정치 이야기가 많이 나와 조금 읽기가 힘들기도 했지만, 커맨딩 하이츠에 나오는 케인즈와 하이에크 사이의 치열한 이념 전쟁에서 사용한 논리 체계가 무엇인지를 부수적으로 획득하는 성과도 있었다. 케인즈는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입주의적인 거시 경제 정책을 주장했다.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에서 "복지국가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그 당시로서는 미덥지 못한 위험론을 제시함으로써 나중에 케인즈 사상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일약 스타가 되어버린 경우다. 밀턴 프리드먼도 반복지국가적 주장을 펼치면서 통화/재정 정책이 불경기를 심화시키거나 실업을 증가시킨다는 무용론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역시 인기(?)를 끌게 된다. 커멘딩 하이츠를 놓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물고 뜯고 어떻게 논쟁이 벌어졌는지 안 봐도  블루레이 되겠다.



역효과 명제와 무용 명제는 반동(?) 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강력한 무기지만 양쪽의 근본은 완전히 다르다. 역효과 명제 지지자들은 매우 변덕스런 인간 세계의 특성 때문에 변화 하나하나가 곧바로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 가지 반작용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반면, 무용 명제 지지자들은 고도로 조직화되어 있고 내재하는 법칙에 따라 진화하는 세계의 특성 때문에 인간의 행위는 세상을 바꾸기에 너무나도 무력하다고 본다. 역효과론은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하는 정치/경제/사회 관련 정책을 심각하게 여기는 반면, 무용 명제는 이 모든 정책을 어리석거나 나쁘다고 비웃는다. 물론 둘 다 변화/진보를 하지 못하도록 초를 친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한 목적이 있다. 본문에 나오는 문구를 한번 볼까?



무용론은 종종 사회 시스템의 기본적인 '구조'를 무시하고, 먼저 그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은 채 이런저런 '부분적' 개선(더 민주적인 통치나 의무 초등교육, 특정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을 키우고 퍼뜨린다해서 진보주의자들이나 개혁가들을 꾸짖는다.


(역효과 명제를 주장하는) 반동파는 목적이 진심이건 진심이 아니건 겉으로는 찬성하면서, 그 목적을 위해 제안되거나 취해진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입증하려고 한다. 실제로 반동파는 그런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여러 결과를 낳기 때문에 결국 처음 주창되고 추진됐던 목적과 정확히 반대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흔히 주장한다.


자 그렇다면 이런 논리에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까? 저자인 앨버트 허시먼에 따르면 역효과, 위혐, 무용론은 신화부터 시작해 역사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고 적용해왔기에 세 가지 방법 자체는 아주 확실(!)하게 사람들 뇌리에 박혀 있어 효과(?)를 발휘하지만 실제 세 가지 틀 속에 숨은 논리 자체는 말이 안 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앨버트 허시먼은 누군가(주로 반동세력) 반복적인 주장을 기계적으로 남용할 경우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고 보고 대칭되는 극단적인 예를 들어 숨은 의도를 분쇄하면 된다고 쐐기를 박는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보수/반동세력이 사용하는 수사 기법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므로 앞으로도 씨가 먹힐테고 언론에도 많이 오르내리라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오늘의 교훈: 이런 교묘한 속임수에 당하지 않으려면 못 먹어도 배워야 한다!



EOB

일요일, 1월 09, 2011

[독서광] 페이스북 시대



요 몇 주 동안 정신 없이 지내느라 블로그도 뜸했는데, 2011년에도 독자 여러분들께 알찬 서평과 각종 뽐뿌질을 계속해드리기로 약속드리며 올해 첫 서평을 시작해보겠다. 요즘 한창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열풍이 불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비즈니스와 마케팅 서적인 "페이스북 시대"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이 워낙 많이 나와있으므로 여기서 일반적인 서평을 써봐야 건초더미에 바늘을 하나 더 추가한 꼴이 되므로 조금 다른 각도로 한번 검토를 해보자.



우선 이 책은 텍스트 압박이 상당하고 페이지 분량도 445페이지에 달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다 읽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비슷한 내용이 본문에 중복되어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테다. 본문 중 전문가 기고가 중간 중간에 나오는데 이 부분은 짧지만 핵심을 찌르므로 만족스럽다. 비즈니스와 마케팅 관점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을 벌이는 방법을 다루고 있으므로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전반적인 개괄이나 구체적인 개발 방법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포인트가 안 맞고 실제 온/오프라인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쇼셜 네트워크를 사용해 광고나 마케팅을 대신해주는 분야에 있는 분들에게 적합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제목은 '페이스북 시대'지만 단순히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링크드인, 트위터도 다룬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이 책은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의 특성을 고려해(각 서비스마다 특성이 많이 다르다) 어떻게 티 안내고 비즈니스를 벌이는지에 설명하고 있으므로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나서 (유일하게 개발자 스스로를 제대로 마케팅(?)할 수 있는 서비스인) 링크드인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이 생겼기에 거의 버려두었던 프로파일의 내용을 조금씩 개선하고 있다.



본문 중 흥미로운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뿌리고, 기도하는" 식의 무차별적인 구매 권유와 마케팅 메시지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오늘날 많은 잠재고객들은 원하지 않는 전화나 이메일은 물론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춤화된 고객지향적 권유도 거절한다.


누군가를 고용하거나, 고용되거나, 계약을 할 때, 가장 친한 친구나 가족들보다는 지인이나 친구의 친구 또는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람과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약한 유대는 많은 사람 사이에서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는데, 이 때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에게 정보 상의 이점도 제공한다.


B2B 영업은 보통 협상을 포함하는데, 이는 높은 가격 인상과 제공되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불분명한 정보 때문이다.


사고는 글로벌을 대상으로 크고 원대하게 하되, 실행은 현지 실정에 맞게 행동하자


궁극적으로 디자인은 하나의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창조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한 창조성은 특정 사람들만이 가진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독특한 특성이다.


반복이 완벽을 능가한다: 문을 걸어 잠그고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마라. 협업과 혁신은 본질적으로 반복적이며, 다소 혼란스러운 교환(give and take) 관계임을 깨달아야 한다.


직원들과 직원 친구들은 비슷한 면이 있다.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고... 그러니까, 그런 친구들은 벌써 우리의 1차 채용기준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일이 어떻게든 진행되게 만들고 싶기 때문에 통제권을 갖기를 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지도자가 윗선에 있으면서도 '통제권'을 어떻게 포기하는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페이스북 사용자가 200만을 넘겼고, 트위터가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신형 미디어를 이용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을지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페이스북 이펙트와 더불어 한번 쯤 읽어보면 좋겠다.



EOB

일요일, 12월 26, 2010

[독서광] 신기술 도입의 함정



엘리 골드렛은 제약 이론으로 유명한 물리학자로 더 골/한계를 넘어서라는 책이 이미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졌으리라는 생각이다. 이번에 소개할 "신기술 도입의 함정"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ToC에 대한 소설 형식으로 풀어 쓴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자세한 ToC에 대한 소개는 생략하고(따라서 이 책을 읽기 앞서 더 골/한계를 넘어서를 미리 읽어보는 편이 좋겠다) 소프트웨어 분야(특히 ERP)에서 벌어지는 생산성 측면을 파고든다.



책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BGSoft라는 세계적인 ERP 소프트웨어 업체와 BGSoft에서 만든 시스템을 적용해주는 협력 회사인 KPI 솔루션이 피어코라는 고객사가 직면한 위험을 극복하게 도와주면서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ERP 업계에서 꿋꿋하게 승자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다. 열심히 하니 성공했습니다라고 주장하는 아주 전형적인 성공 사례를 그린 인간 시장 스타일이라면 서평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겠지만(아니면 反서평 후보 1위에 올랐을테다), 이 책은 그런 내용과 거리가 멀다. ToC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적용해 실질적으로 고객이 ERP를 도입함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어떤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기술만 맹신하는 사람들이 꼭 한번 읽고(물론 이런 사람들은 이런 책 안 읽는다) 반성할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을 읽는 도중에 발견한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겠다(이 부분만 기다리는 독자들도 많으리라. ㅋㅋ).



문제는 '그저 일반 상식'이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은 그 정보를 무시하고 기존의 일반적인 비상식을 계속 따르게 되는 것이 문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구든 프로그램이 자신이 원했던 것과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정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그 때쯤에는 이미 전체 패키지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며 어느 부분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를 제대로 아는 직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서비스의 질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되돌려 놓으려면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기능은 복잡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스템의 기능이 더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시스템은 더욱더 나빠진다....


이런 사람들에게 봉급 자체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돈은 돈 이상의 의미가 있다. 봉급은 그들의 능력에 대한 인정과 평가이며, 성공을 확인하는 수단이다.


최상의 가격이나 최상의 제안서가 승리하리라고 절대 장담하지 말라. 이길 거라고 가정하는 사람은 지게 될 것이다.


지금은 현재 상황은 좋지만 미래가 어둡다. 과거에는 현재는 괴로웠지만 미래는 밝았다.


그러니까 작업장에 여유 능력이 적을수록 스케줄은 더 불안정해진다는 뜻이겠지요.


시스템이 어떤 혼란의 범위 안에서 변동되고 있을 때, 일부 변동에 정확하게 맞추려고 자꾸 애쓸수록 시스템은 더 크게 변동한다는 겁니다.


사실 고객들은 돈을 들이더라도 끊임없이 변경을 요구하고 있지요. 그러한 경우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문을 닫든가, 아니면 고객을 성질나게 만들고 문을 닫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결론: ToC에 관심이 있으며 소프트웨어 업계에 몸담고 계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EOB

토요일, 12월 18, 2010

[독서광]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꿈꾸다



요즘 게을러졌더니 블로그 서평으로 올릴 책이 점점 쌓여가는 중이다. 오늘은 그 중에서 한 권을 골라 정리해보겠다.



바쁜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소개하자면,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꿈꾸다"는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로 도약하지 못하는(또는 않는)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한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이 책에는 성공 방법이 나오지는 않는다. 성공에 이르는 왕도도 없거니와 워낙 빠르게 급변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문화가 아닌 기술만으로 성공에 이르기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의 고질병을 한번 짚고 넘어간다는 의미에서 가치를 부여하면 틀림없겠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독자라면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문제라는 생각도 들지만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하듯이 무신경 무감각하게 지나치는 상황을 제 3자가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나름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다.



구글을 검색해보니 서평이 많이 나오므로 굳이 여기에 내용 요약은 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다른 생각을 한 가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요구분석 - 설계 - 구현을 나눠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를 하고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세 가지 활등은 칼로 두부 자르듯 싹뚝 자르기가 어렵다(역설적으로 이 책 본문에서도 요구분석과 설계/구현으로 나눠 분할 발주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도 어느 정도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 ㅋㅋ).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설계와 구현인데, 설계에 사용하는 언어(이게 장황한 텍스트가 되었든 플로 차트가 되었든 UML이 되었든 M-Spec이 되었든 무관하게)의 표현력이 프로그래밍 언어의 표현력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건축이나 기계 공학처럼 설계도만 보고서 완성품을 만들기가 엄청나게 어렵다. 하지만 설계 구현을 나눠야 한다는 내용이 본문 중에 계속해서 나오니 어떻게 하면 설계와 코딩(!)의 구분이 가능한지 알고 싶어 거의 미칠 지경이다. 혹시 이 비밀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저녁 정말 근사하게 대접해드리고 한 수 가르침을 받고 싶다(절대로 농담이 아니다. 이런 비밀을 밝히는 논문이 나온다면 CACM이나 Computer 지의 표지를 장식할 수 있다. 아니 저커버그를 밀어내고 타임지에 올해의 인물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금 반론하고 싶어 근질근질하신 분들께서는 잠시만 참아주시기 바란다. UML과 같은 강력한 모델링 언어와 디자인 패턴을 사용하면 해결 방안이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리눅스 커널에서 사용 중인 입출력 스케줄러인 CFQ 스케줄러의 설계 도면을 한번 그려보시기 바란다(커널 전문가가 아니라서 힘들다고? 꿩 대신 닭이라고 선수용 스톱워치를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설계 도면이라도 한번 제대로 그려보시라. 그리고 그 도면을 딴 사람에게 주고 추가 설명 없이 도면 그대로 구현해보라고 부탁하자. 뺨 안 맞으면 다행이다.). 음 무지무지 어렵다고? 그렇다면 구글에서 "Linux CFQ design"으로 설계 도면을 검색해봐라. 못 찾겠다고? 당연하지. (믿거나 말거나는 자유지만...) 리눅스 커널 코드 자체가 설계 도면이니까.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