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8월 08, 2007

[끝없는 뽐뿌질] 애플, 신형 키보드 선보여...

이번에 애플이 신형 아이맥이랑 아이웍스, 아이라이프를 선보였다. 여기저기서 소식을 물어다 주니 여기서 굳이 반복할 필요는 없겠고... 하지만 애플 키보드도 바뀌었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아직 많지 않은 듯이 보인다. 신형 키보드가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가장 먼저 무선 키보드이다. 블루투스를 지원하므로 인텔 CPU를 내장한 신형 매킨토시라면 큰 문제 없이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 숫자 키패드가 없으므로 이동성이 무척 높아졌다는 특징이 있다. 가격은 대략 9만원(미국에서는 79불) 선에서 결정나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 유선 키보드이다. 역시 숫자키를 지원한다. USB 2.0 포트가 두 개 나와 있으므로 주변 장치 연결이 편리해진다.





유무선 모두 알루미늄 아노다이징으로 만든 깔끔한 외형을 자랑하며(맥 미니/나노랑 잘 어울리겠다.), 엄청 얇다. 다음 그림을 살펴보기 바란다.





키감이 무척 궁금한데, 키 높이가 낮아서 맥북프로와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HHKPro가 없었다면 하나 질렀을지도... ㅎㅎㅎ



EOB

금요일, 8월 03, 2007

[독서광] Dynamics of Software Development



살다보니 어떻게(-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이유는 생략 -) 회사를 그만두게 된 다음에 허탈한 마음으로 책장을 여기 저기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주인장 책장에 꽃혀서 불쌍하게도 자신히 읽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책 백 여권 중에 운 좋게(?) 딱 걸린 책이다) 'Dynamics of Softeware Development'라는 금서(!)가 보여서 이리 뒤적 저리 뒤적거리다가 눈이 맞았다. 그리고... 사흘 정도 정신없이 읽었고, 울적하던 기분이 싹 가시면서 속이 다 시원해졌다. :)



초판이 1995년에 출간된 이 책은 2006년도에 새로 개정판이 나왔기에 출간 직후 구입해두었는데, 시간이 흘러흘러 거의 1년이 다 되어서 읽는 셈이다. 시간이 무척 지났기에 이미 번역서(성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57가지 법칙)까지 나오긴 했지만, 이 책 원서 3판이 안 나온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에서 비주얼 C++ 1.0 개발에 관여한 전문가(짐 매카시 큰 형님)가 적은 책이라고 해서 별 볼릴 없을거라고 쓰레기 통으로 집어넣으면 대략 자기만 손해가 아닐지 싶다.



긴 말 할 필요없이 이 책을 딱 한 줄로 요약하라고 하면 자신 있다. 바로 다음과 같은 공식이다.



제품 = 팀


공식을 뜯어보자면, 제품을 보면 팀 상태를 알 수 있고, 팀을 보면 제품 상태를 알 수 있다는 말이며, 이는 이 책 1판이 쓰여진 10년 전이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 책의 최고 미덕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동적인 팀 역학 관계로 설명한다는 데 있다. 전반부에서는 팀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공통된 비전을 공유하며, 어떻게 용기를 북돋우며,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키며, 어떻게 경쟁사를 따라 아니 때려(?)잡으며, 어떻게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지를 다룬다. 그리고 중반부에서는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에서도 일부 다루는 빌드, 마일스톤, 일정 관리 기법을 정신없는 전장의 포화 가운데 평정심을 잃어버리지 않고 제대로 수행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후반부에서는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만들어낸 제품을 제대로 출시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데자뷰가 느껴지곤 하는데, 이 책이 기존 책 내용을 그대로 답습했다기 보다는 기존에 나온 서적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개념을 상당수 차용했다기 때문이다. 특히 스티브 맥코넬과 스캇 버쿤은 짐 매카시 큰 형님에게 많은 빚을 졌다는 생각이다.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의미 심장한 피카소식 그림(매카시 동생이 그렸다는 설이 있다)과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각종 문구가 상당히 난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제품, 프로젝트, 팀 때문에 고민해본 개발자라면 한번 쯤 이 책에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2007년도 소프트웨어 개발 부분 초강력 추천서로 이 책을 지목하겠다.



뱀다리: 번역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얼굴이라고 볼 수 있는 책 부제부터 번역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문제점을 잠깐 짚고 넘어가겠다.



번역서에서는 부제를 "'무책임한 비난을 하지 말 것'외 56가지의 반드시 알아야 할 규칙들"이라고 붙였다. 목차에 따르면 여기서 '무책임한 비난을 하지 말 것'은 규칙 4번인 'Don't flip the bozo bit'이다. 여기서 bozo가 바로 문제인데, bozo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어릿광대(clown) 이름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사 내부에서는 '자기 밥 값도 못하는 병신같은 XX'를 의미하는 속어(XX는 동물이 낳은 자식을 의미하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단어로 치환해라)이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bozo 비트를 켜면 병신 취급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bozo는 '무책임'이랑 상관없다. 일을 시켜봤더니 아니면 말을 붙여 봤더니 마음에 안 들게 멍청하게 진행하면/대답하면(예: 열 받게도 일일 빌드를 두 번 이상 깨먹을 경우) 바로 주홍글씨가 이마에 팍 찍히면서 bozo 비트가 켜지는거다. 따라서 이 문구를 조금만 더 생각해서 번역했다면 '함부로 사람 병신 취급하지 마라' 또는 '멍청이 딱지를 무턱대고 붙이지마라' 정도가 되었을테다. 이 책을 구입해서 규칙 4를 보면 어릿광대 목을 비트는 그림이 나올텐데, 여기 설명이 '무책임하게 비난을 하지 말 것"이라고 붙어 있으면 과연 어느 누가 이해를 할까? 애꿎은 어릿광대(= bozo?)를 무책임하게 비난하지 마라? 글쎄올시다...



EOB

월요일, 7월 30, 2007

[일상다반사] 코레일 대략 유감


무자비한 철도회원 숙청(?) 작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얼마전부터 코레일 홈페이지에서는 구 철도 회원 계정 접근을 차단해버렸다. 물론 코레일 입장에서야 어서 빨리 신규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싶겠지만, 고객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행정의 표본이다. 직접 경험했던 문제점을 정리해보았다.



사건의 발단은 7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7월 말에 부산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구 철도 회원 자격으로 표를 미리 예매해두었다. 물론 신용카드 결제까지 끝낸 상황이다. 내려갈 날짜를 하루 앞두고 다시 한번 예매 시각을 확인하러 www.barota.com으로 접속했을 때 자동으로 www.korail.com으로 들어갔다. 뭐 여기까지는 좋다.



로그인 창에서 접속을 시도하니, 접속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멤버십 통합에 따른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 미등록 고객으로 접속하니 휴대폰 번호를 넣어라고 한다. 무슨 얼어죽을 휴대폰 번호? 그래서 회원 등록번호 찾기 기능을 이용해서 예전 구 철도 회원 계정을 입력하니 본색이 들어나고 말았다.



구 철도회원은 탈퇴하고 다시 가입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몇 가지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 탈퇴했을 경우 구 회원 트랜잭션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냥 날아갈까?
  • 탈퇴하지 않고 표 정보만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신용카드 승인은 취소되지 않은 상태라 아직 트랜잭션은 살아다고 보여지지만, 이 상황에서 뭐 어떻게 하라고?
  • 신규 회원을 가입하려면 탈퇴를 먼저 해야 하는데 탈퇴 후 다시 가입할 경우 구 회원 트랜잭션을 자동으로 마이그레이션 해주나?


남아있는 마일리지나 할인 혜택 이런 부가적인 내용은 뒤로 하고, 황당하게도 예매한 결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니 열이 받을만하지 않은가?



서울역이나 광명역을 방문할 경황이 없어서 급히 집 근처 일반 열차 표 구입이 가능한 국철 역을 방문해서 조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국철 역 매표소에서 참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 jrogue: (구 회원 카드를 보여주며) 예매한 표 확인 부탁드릴께요.
  • 직원: 고객님, 구 회원 카드로는 예약/예매가 불가능합니다.
  • jrogue: 틀림없이 얘매했습니다. 신용카드 승인까지 떨어진거 알고 왔습니다.
  • 직원: (반신반의) 그러면 신규 멤버십으로 전환하셨나???
  • jrogue: 아뇨. 그렇지만 일단 한번 조회 넣어보세요.
  • 직원: (surprising!!!) 아니 이거 어떻게 예매하신거에요? (화면에 트랜잭션이 나온다)
  • jrogue: (그러면 그렇지) 저도 자초지종은 잘 모르겠고... 어쨌거나 나온 표 모두 다 발권해주세요.


결국 원하는 표는 손에 다 넣었다. 그리고 구 철도 회원 탈퇴하고 2만원 돌려받으며 깨끗하게 철도 공사와의 인연을 끝냈다.



구 회원으로 뛰면서 적립한 남아 있는 마일리지도 하나도 안 아깝고(나중에 주민등록번호를 불러 사용하게 해준다고 하는데... 알게 뭐야?), 1만원 더 내고 신 멤버십으로 가입했을 때 받게 되는 혜택(아무 필요도 없는 교통카드(! - 지금 내 지갑에 교통 카드가 석 장이나 들어있다) 겸용 기능을 비롯한 몇 가지 가맹점 할인 해택 + (기존 5% 할인을 폐지하고 제공하는) 5% 마일리지 적립이란다)도 하나도 안 부러웠다. 그저 카드 재발급 비용으로 5천원씩 받는다는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인 안내 문구에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뱀다리: 신규 코레일 홈페이지 예매 시스템 설명에 따르면 회원이 아니더라도 표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본인만 구입가능하며, 신용카드랑 휴대폰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신용카드 결제를 통한 SMS 티켓만 발권이 가능하니까. 소위 말하는 국민의 공기업이 정말 잘 놀지?



EOB

목요일, 7월 26, 2007

[일상다반사] '세상을 뒤바꾼 IT 기업 흥망성쇠의 비밀: IBM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까지, 좌충우돌 25년사' 개봉 박두



"조엘 온 소프트웨어: 유쾌한 오프라인 블로그"가 출간되었는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이런 감칠맛나는 책을 읽고 나서 입맛을 다셨던 독자를 위해 역자들과 출판사 관계자들이 다시 힘을 합쳐 열심히 노력한 결과 "29장. 릭 채프먼이 아둔함을 찾습니다"에 나오는 릭 채프먼이 쓴 "In Search of Stupidity 2nd Ed." 한국어판인 '세상을 뒤바꾼 IT 기업 흥망성쇠의 비밀: IBM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까지, 좌충우돌 25년사'(가제)가 슬슬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In Search of Excellence'(한국어 판 제목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제목을 패러디한 '- 흥망성쇠의 비밀'은 IT 업계에서 벌어진 엄청난 삽질을 책 한 권 전체를 할당해서 다루고 있다. 주인공으로 IBM,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애시톤태이트, 볼랜드, 넷스케이프, 노벨, 인텔, 모토롤라가 등장하며, 2판에서 새롭게 캐스팅한 구글이랑 오픈소스 공동체까지 합세해서 완전히 사람 혼을 쑥 빼놓는다. 화끈한 블록버스터를 본따 IT 기업이 부서지고 깨지고 망가지고 망하고 잡아먹히는 내용이 너무나도 잔혹하게(일부 베타리더 표현에 따르면 '조엘 온 소프트웨어'가 전체 관람가라면 '- 흥망성쇠의 비밀'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19금이란다.) 숨돌릴 틈 없이 전개되므로 이 책 읽다가 밤 새고 퇴근 길에서 지하철 타고 순환선 한 바퀴 돌고 버스 종점까지 가도 절대 책임 못 진다.



현재 완성도 높은 내용과 풍부한 볼거리를 위해 한창 편집과 특수 효과(?) 보강을 비롯한 후반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다.



개봉 박두: 9월 첫 주를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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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7월 17, 2007

[일상다반사] 악성코드, 구글 검색 엔진, StopBadware.org

오늘 아침에 구글로 검색을 하다 보니 검색 결과에 "이 사이트는 컴퓨터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궁금증을 못참고 도움말 센터로 들어가서 도움말을 읽다보니 흥미로운 사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StopBadware.org!



StopBadware.org는 악성코드와 전투를 벌이기 위해 만든 사이트로서, 사람들에게 악성코드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각종 사례와 자료를 제공하고 악성코드를 담고 있는 사이트 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방법으로 인터넷을 더럽히는 악의 무리(?)를 줄여나간다는 목표를 추구한다.



처음에는 구글이 StopBadware.org에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줄 알았는데, 구글과 StopBadware.org가 맺은 협약에 따라, 구글 검색 엔진이 찾아낸 악성 코드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 사이트 정보를 StopBadware.org로 넘기고, StopBadware.org는 이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인터넷으로 제공하므로, StopBadware.org는 어디까지나 추가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아직 구글 검색엔진이 완벽하게 악성 코드를 포함한 사이트를 찾아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해지고 검색 결과에 등장하는 "이 사이트는 컴퓨터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StopBadware.org가 제공하는 보고 결과에 사용자들이 점점 더 민감해진다면 "악성 코드"를 사용해서 못되게 돈을 벌려는 회사들이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악을 행하지 말자"라는 구호에 걸맞는 멋진 서비스 계속 기대하겠다.



EOB

월요일, 7월 16, 2007

[일상다반사] 이공계 살리기에 매달릴 필요없다?!

지난번 서X신문에 무개념 기사가 올라와서 안 그래도 열 받은 이공계 인력들 속을 박박 긁어놓더니, 이번에는 신문사끼리 연합해서 시리즈 물을 기획했는지 조X일보에 또 다른 무개념 기사가 올라왔다.



조금 이해가 안 가는게, 블로그 주인장이 조X일보에서 이번에 주장한 논술에 알맞도록 잘 만들어(?)진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훌륭한 책을 소개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아직 덜 읽은 모양이다. 송XX 논설실장이 "세계는 평평하다"를 읽고나면 다음 번 논설 주제가 180도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지금 이 시각부터 미국 사회에서 이공계 부활을 부르짓는 프리더먼 책 평점을 별 0개에서 별 1/2개로 올리는(그래,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바이다.



자 그렇다면 이 논설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골통인지 분석해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인상깊었던 딱 한 문단만 찍어보겠다.



우리도 규제 개혁과 경영 혁신이 이루어지면 유통업이나 음식료업, 레저산업, 의료·복지 같은 내수(內需) 서비스업 분야에서 얼마든지 돈벌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다. 조X일보에서 쓴 자영업에 내몰리는 한국: 취업자 4명중 1명이 종사 ‘세계최고 수준’을 읽어보면 대표적인 음식료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은 이미 (과)포화상태다. 규제 개혁과 경형 혁신이 이뤄지면 음식점 장사가 더 잘 된다는 이야기인가? 도대체 어느 전문가가 이 따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는지 밝혀라! 마지막으로 자영업 문제점을 다루는 해당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경총도 “우리 GDP 수준을 감안하면 자영업자 비율을 현재보다 5%포인트 이상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보완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OB

금요일, 7월 13, 2007

[독서광] 피드백 이야기 : 사람을 움직이는 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면벽수련하면서 고독을 즐기지 않은 이상 매일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고, 이런 상호작용에는 피드백이 필수이다. 하지만 회사 다니면서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피드백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특히 상사!)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사람들이 학창 시절이나 사회 생활에서 '피드백'을 어떻게 하는지 배우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이긴 하지만 말이다.



'피드백 이야기: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피드백에 서툰 스콧이라는 주인공이 멋진 피드백 강사를 잘 만나 무너저가고 있던 직장과 가정 생활을 회복한다는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전형적인 미국식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판이 박혔다고 내용까지 판에 박혔다고 짐작하면 안 되는 법! 이 책은 피드백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지를 알기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피드백은 다음 네 가지 종류로 나뉘어진다.




  • 지지적 피드백: 소통의긍정적인 에너지에 바탕하며, 서로가 서로의 견해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격려하므로 모든 인간 관계의 선한 근원을 이룬다.
  • 교정적 피드백: 기존에 형성된 관계를 개선/발전시켜 나가는 데 유용하며, 반복되는 실수나 잘못을 수정하는 과정에 유용하다. 지지적 피드백에서 포착하기어려운 공백을 보완하는 수단이다.
  • 학대적 피드백: 이 피드백이 뭔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갈등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이니...
  • 무의미한 피드백: 차라리 학대적 피드백이 무의미한 피드백보다 훨씬 바람직하다고 알려져있다. 무의미한 피드백은 관계의 타성과 나태함, 권태로움을 양산하는 보이지 않는 학대적 피드백이므로 최악의 피드백이다.


문제는 무엇이냐 하면... 상사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피드백 기법이 '지지적'과 '교정적'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 주인장이 봤을 때는 '지지적'이라고 주는 피드백은 대부분 구체성이 결여된 '무의미한' 피드백이며, '교정적'이라고 주는 피드백은 대부분 감정을 자극하고 잔소리만 가득한 '학대적' 피드백이다. 이 양쪽에 벌어진 틈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는 독자 여러분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난국을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다행스럽게 '피드백 이야기'는 상기 네 가지 피드백 중에서 '지지적'과 '교정적' 피드백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 책을 차분히 읽고 기본적인 기법을 가정과 직장에서 실제로 적용해보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엉뚱한 처세술 책 열 권 읽느니 이 책 한 권을 제대로 독파하기 바라며, 강력 추천 한 표 날린다.



뱀다리: 책 부록에 나오는 피드백 평가 목록 30가지가 상당히 날카롭더라. 지면상 10가지만 소개할테니 여러분은 어떤 유형인지 한번 점검해보기 바란다.




  • 피드백을 줄 때, 특정한 예를 근거로 대화를 시작한다.
  • 상대방이 왜 그 일을 했는지 추측하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 상대방의 성격이나 태도가 아니라 무엇을 했는지에 주목한다.
  • 가능한 한 어떤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피드백을 준다.
  •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잘했는지도 말해준다.
  • 교정적 피드백을 줄 때 흥분하거나 과잉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 피드백을 줄 때는 요점을 명확하게 말하고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
  • 직원들이 실수하기를 기다렸다가 '딱 걸렸어'하는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 피드백을 줄 때, 발생한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 설명해준다.
  • 교정적 피드백을 줄 때, 상대방이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비폭력 대화와도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다.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EOB

수요일, 7월 11, 2007

[독서광] 글쓰기의 전략



공대생이 공돌이라는 단어로 비하 받는 원인은 여러 가지(수 백, 수 천가지가 넘으리라...)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글쓰기 솜씨가 떨어진다는 오해와 편견(아니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이 한몫 단단히 한다는 생각이다. 글쓰기 연습을 등한시한 대가를 치룬다는 의미에서 불공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억울한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글쓰기를 잘하면 자기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다른 사람에 전달이 가능하기에 뜻한 바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렇다면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쓰는 방법을 도와주는 책은 없을까?



우연히 '글쓰기의 전략'을 사서 읽어보았는데, 집필 기획과 다루는 내용이 좋았다. 전문적으로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 아니라 대학생이나 직장 초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므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뭔가 심오한 진리를 깨달으려는 목적으로 읽으면 난감하겠지만 기초적인 보고서조차 쓰기가 두렵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에게는 제격인 책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인문 분야가 아닌 기술 분야에서 원고 작성, 책 집필, 번역과 같은 활동을 시작하려고 마음 먹은 초보자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발상 - 계획 - 구성이라는 단계별 설명과 서두 - 결말 처리, 단락과 문장법에 대한 소개까지 곁들여 나오므로 눈으로만 읽지말고 블로그 작성 활동 등에 실제 활용할 경우 전반적인 글쓰기 실력 배양을 함양할 수 있으리라... 아, 이 책은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문법(!) 책과는 달리 실용적인 예제가 많이 나오므로 읽는 재미도 솔솔하며, 핵심 요약을 잘 내놓았기에 어렵지 않게 독파가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구성'을 설명하는 대목이 마음에 들었다. 구성이란 정적으로 딱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주제를 구현하기위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힘(구심력)이자 흐름이라는 설명에 고개글 끄덕였다. 구성을 짤 때는 형식에 맞추는 대신 글의 흐름에 맞춰서 살아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가슴에 품으련다. 겉은 번지르할지 몰라도 알맹이가 없는, 죽은 글은 두뇌의 사생아이기에...



EOB

월요일, 7월 09, 2007

[독서광] 뮤추얼펀드 제국 피델리티



늘 그렇듯이, 뭔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탐구해야 한다. 물론 이 바쁜 시절에 몇 줄로 요약해서 핵심만 머리에 넣어주는 서비스가 최고라고 부르짓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세상 만사 공짜 점심은 없다.



요즘 주식 시장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행보를 보이기에 뮤추얼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뮤추얼펀드에 대한 책을 찾아보면 상품소개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뮤추얼펀드 제국 피델리티'는 아직도 가족 기업으로서 철저하게 폐쇄적으로 움직이는 뮤추얼펀드 명가(?)인 피델리티를 중심으로 뮤추얼펀드 태동부터 시작해서 성장 과정과 이에 수반한 성장통, MMF, 정크 본드, 벌처 펀드, 섹터 펀드를 아우르는 뮤추얼펀드의 명과 암을 자세하게 다룬다.



책 내용은 결코 쉽지 않다. 복잡한 배경 이야기와 다양한 인물 등장, 기업인수전, 금융 규제와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등이 쉬지않고 전개되므로 그냥 투자 기법이나 펀드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 책을 구입했다면 돈만 날린 셈이다. 하지만 한 걸음 앞선 선두주자의 족적을 쫓아가며 미래 한국 펀드 시장이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궁금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읽을 경우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싶다.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




  • 피델리티 "후방부서"를 지탱하는 데 일등 공신으로 활약한 컴퓨터 부문 전문가인 시몬스에게 피델리티 황제인 존슨은 "나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살 수 있네. 원하는 기술도 무엇이든 살 수 있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독립성이 대단히 강한 컴퓨터 전문가에게 해야 할 말은 분명히 아니었기에, 시몬스는 바로 때려치웠다. 교훈: 컴퓨터 전문가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건방떨지 마라.
  • 1970년대 오일 쇼크는 탐욕스러운 중동 국가에서 출발했다고 널리 알려져(?)있는데, 이 책에서는 덤덤하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제의 혈액과도 같은 국제 유가는 미국 달러화의 약세에 대응해 가격이 매겨졌다. 산유국들은 약화된 그들의 구매력을 보상받기 위해 1970년대 유가를 몇 차례나 크게 올렸다." 교훈: 오일 쇼크는 참지 못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만연했던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편이 공정하다.
  • "프로그램 매매"와 버튼 하나면 환매가 가능한 뮤추얼 펀드가 1987년 10월 월요일을 검게 만들었다. 교훈: 펀드 구입을 쉽게 위해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구축한 강력한 전산 시스템은 펀드 환매에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뱀다리: 이 글 쓰고 있는 현재 코스피 종합주가 지수가 1880을 넘었다.



EOB

일요일, 7월 08, 2007

[일상다반사] 기종별 캡스락키와 컨트롤키 위치

캡스락 키 무력화 프로젝트...를 읽어보신 애독자 김진한님께서 아미가 컴퓨터 키보드 배열 역시 컨트롤 키가 왼쪽 중간에 위치한다는 제보를 주셨다. 내친김에 다른 컴퓨터 키보드 배열은 어떤지 확인에 나섰는데... 이 글을 읽고 나면 옛날 하드웨어 설계자들도 대부분 컨트롤키 위치를 명당에 자리잡도록 노력했음을 깨달을테다.



애플 II를 보면 확실히 컨트롤키가 왼쪽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캡스 락 키가 없기 때문이다. :)





애플 IIe는 컨트롤키가 왼쪽 중간, 캡스락키가 왼쪽 하단에 위치한다.






아티리 400 역시 컨트롤키가 왼쪽 중간에 위치한다.





Next 컴퓨터 역시 컨트롤키가 왼쪽 중간에 위치한다. 캡스락키가 없다!





선 마이크로시스템 타입 5 키보드 역시 컨트롤키가 왼쪽 중간에 위치한다.





IBM PC XT 컨트롤키는 어디에?





XT와는 달리 101 키보드 컨트롤키와 캡스락키는 위치가 바뀐다.





제보가 들어온 아미가 키보드 배열을 보면 컨트롤키와 캡스락키가 나란히 있다.





8비트 MSX 기종 키보드 역시 컨트롤키는 좌측 중간에 있다.





애플 맥 초기 키보드 배열을 보면 캡스락키가 좌측 중간에 있다.





DEC VT-100 터미널 키보드 역시 아미가와 유사하게 컨트롤키와 캡스키가 나란히 있다.





이 많은 키보드 홍수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냐구? 그냥 눈 딱 감고 다음 키보드를 구매하자.





결국 오늘도 뽐뿌질로 끝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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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7월 07, 2007

[독서광] 세계는 평평하다



원래 이 책을 구입해서 읽고 싶은 마음은 돼지 털 끝만큼도 없었지만, 필요성(?)에 의해 금쪽같은 돈을 들여 구입한 다음에 첫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참고로 이 책은 832페이지이며, 술주정뱅이처럼 똑 같은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쉴세없이 반복하므로 아주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만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가 가능하리라... 한국 내에서도 주류 언론에 호의적인 서평을 쓴 사람들은 진짜로 이 책 첫 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 제대로(?) 읽어 보기나 했는지 궁금하다.) 읽어보았다.



결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이 책 만드느라 소비되었을 종이와 잉크값이 아깝다.



부제가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이라고 하는데, 통찰은 고사하고 자기 주장을 아전인수격으로 이리저리 짜맞춘 책이다. 빠르고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야기를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형식으로 꾸며놓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열심히 인용한 빈약한 통계,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진 내용, 동어 반복을 제대로 활용한 세뇌 작용(세계화가 필요한 이유는? 세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으로 인해 다 읽고 나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지 혼란만 커진다.



프리드먼 주장에 따르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제대로 되고 엄한 부모님 아래에서 제대로 큰 다음 부가가치 높은 일을 찾아서 (물론 미국 주도의 다국적 기업에 입사하거나 다국적 기업과 관련을 맺고 있는 자국내 하청 기업에 취직해서) 자아 계발과 더불어 세계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서 공학을 전문으로 배우고, 엄한 부모님 아래에서 제대로 큰 다음에 (여기까지는 좋다) 부가가치 높은 일을 찾아서 공무원이나 의사/판사 시험을 친다. 한국이 인도나 중국보다 영어를 못해서 다국적 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 빌붙어 사는 한국 하청 기업에 입사하는 사람이 적을까? 프리드먼씨, 인도나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시시콜콜 늘어놓으셨는데, 그렇다면 그 뛰어난 통찰력으로 대한민국을 한번 설명해보시지 그래?



뱀다리: 프리드먼 보다는 채프먼 주장이 훨씬 와 닿는다. In Search of Stupidity 1장 내용을 슬쩍 미리 한번 볼까?



2006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델 랩탑이 리튬 이온 배터리 셀 결함으로 화염에 휩싸인 장면이 사진으로 찍혔다. 이 사진은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전 세계에 퍼졌다. 이 사건은 델 사에게 특히나 곤혹스러웠는데, 회사가 직전 해에 ‘안 그래도 그저그런’ 고객 지원 서비스를 ‘패커드 벨 망령이 되살아날 수준’으로 삭감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첨단 기술 영웅과 내일의 어릿광대는 아둔한 결정 한 방의 차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한 사건이라 하겠다. 델 사는 즉시 고객 지원에 1억불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 돈이면 불가해한 발음으로 자기 이름을 “라메시”가 아니라 “랄프”라고 발음하며 “솔리드 드라이브를 제거해서 연결 구멍에 접착이 올바른지 확인해 주시겠습니까?”라고 요청하는 인도인을 더 이상 고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적어도 델 사 고객은 그렇게 믿었다.


프리드먼이 14장 '델의 충돌예방 이론'에서 그렇게 극찬하던 델 사는 요즘 자기 사업 모델에 대해 심각한 고민중국 아웃소싱에 대한 고심에 빠져있다고 한다. 참으로 웃긴 세상이다.



EOB

목요일, 7월 05, 2007

[독서광] IBM developerWorks에 올라간 서평 2선

지난번 기고에 이어 '여름맞이 책 2선'이라는 제목으로 컴퓨터 관련 분야 책 서평을 IBM 디벨로퍼웍스(한국어)에 기고했다.



참고로 이번에 소개한 책 두 권은 다음과 같다.




  • 인사이드 머신: 그림으로 배우는 컴퓨터 아키텍처와 마이크로프로세서
    존 스토크스 지음, 전동환/안익진 옮김, 에이콘출판사 2007년 출간
  • Effective C#: 강력한 C# 코드를 구현하는 개발지침 50가지
    빌 와그너 지음, 김명신 옮김, 한빛미디어 2007년 출간


책과 더불어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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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7월 04, 2007

[독서광] 리눅스 실전 가이드



유닉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리눅스를 처음 시작할 때 참조할만한 책이나 문서 부족으로 무척 고생한 경험은 없는가? 리눅스에 대한 문서가 인터넷에 널렸고, 도움말 파일(유닉스 세상에서 도움말이란 십중팔구 악명높은 man(1) 페이지를 의미한다)을 읽으면 된다는 충고 아닌 충고가 판을 치지만 실제로 두 팔 걷어붙이고 쓸만한 책을 찾아보려면 딱히 없다. 배포판 설치와 활용 관련 서적이나 유틸리티 소개와 프로그래밍 서적은 그나마 가물에 콩나듯 몇 권 보이긴 하지만 배포판 설치가 끝난 다음에 리눅스를 리눅스 답게 본격 활용하기 위한 지침서를 찾기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마크 G 소벨 큰 형님께서 집필하신 "A Practical Guide to Linux(R): Commands, Editors, Shell Programming을 번역한 리눅스 실전가이드가 나왔기에 리눅스 초보자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주리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나온 리눅스 서적과 비교해서 이 책은 어떤 점이 다를까?



잠시 인터넷을 활용해 간단한 검색을 해보자. 아마존에 들어가서 Mark G Sobell이라고 저자 검색을 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리눅스 실전가이드 원저자인 소벨은 1980년대 중반부터 유닉스 관련 교과서를 집필해왔으며, 출간한 책마다 별 넷 반아니면 다섯을 받고 있다. 명불허전이라고 리눅스 실전가이드 역시 풍부한 예제를 곁들인 정확하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유닉스에 연이은 리눅스 입문서로서 대를 이어가는 중이다. 고백하자면 본인 역시 90년대 초반에 소벨이 쓴 UNIX System V: A Practical Guide(물론 3판이 아니라 2판이었다)로 유닉스를 배웠고 이 때 배운 지식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려먹고 또 우려먹고 또또 우려먹고 있고 (리눅스가 계속해서 살아남는다면) 앞으로도 최소 10년은 더 우러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리눅스 실전가이드는 GUI 방식으로 동작하는 화려한 응용 프로그램은 (거짓말 조금 보태 - 429페이지에 tkCVS 유틸리티 덤프 화면이 나온다) 단 한 페이지도 다루지 않는다. 그 대신 일반 터미널에서 동작하는 표준 셸을 기준으로 리눅스를 리눅스 답게 활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각종 유틸리티와 명령어를 (어떻게 보면 우직할 정도로) 하나씩 짚어나간다. 손쉽게 다루는 리눅스 배포판 설명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거의 준프로그래밍에 가까운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 때문에 좌절할지도 모르겠지만,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리눅스를 처음 설치한 다음에 터미널에 셸을 하나 띄어 놓고 이 책에 나온 설명에 따라 기본 유틸리티 사용법, 파일 시스템 관련 명령, 셸 기본 명령과 고급 명령, 편집기, 셸 프로그래밍과 문자열 처리와 관련한 활용법을 하나둘씩 익히다보면 시스템 관리자, 시스템 프로그래머, 응용 프로그래머로서 갖춰야할 기초를 쌓을 수 있다. 몇 번 강조하지만 예전에 뛰어난 유닉스 프로그래머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유닉스 관리자였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뛰어난 리눅스 프로그래머는 뛰어난 리눅스 관리자이다. 유닉스 아니 리눅스 운영체제 자체가 거대한 프로그래머용 도구 상자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시스템 관리자가 프로그래머이고 프로그래머가 시스템 관리자라는 현상이 절대로 이상하지 않다. 따라서 리눅스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특정 라이브러리나 프로그래밍 언어에 바로 뛰어드는 대신 이 책부터 독파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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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7월 03, 2007

[일상다반사] 김규항님의 '떠남'을 읽고...

오늘 김규항님이 쓴 떠남이라는 글을 읽다보니 다음 문단에 눈이 머물렀다.



그런 곤란과 모멸의 아수라장을 뚫고 떠날 때 우리는 비로소 얼굴에 빛을 내며 고백하게 된다.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까 마음이 얼마나 편한지 몰라.’ 우리는 떠남에서 작은 열반을 체험하는 것이다.


나도 지금 마음이 무척 편하다. white hand 기념으로 그 동안 밀렸던 서평이나 줄줄이 적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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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6월 21, 2007

[일상다반사] 고양이 떼몰이와 개발자



In search of stupidity를 번역하는 도중에 2000년 슈퍼볼 중간 광고로 등장한 EDS 고양이 떼몰이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LG-EDS라는 회사 이름에 등장하는 바로 그 EDS가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만든 삽질 광고를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아니라 한숨이 나왔다.



사람에 따라 이 고양이 떼가 의미하는 바가 다를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고양이는 바로 개발자(프로그래머, 코더, 기타 등등 뭐라도 좋다)이며, 이렇게 지지리도 말 안듣는 고양이(?) 무리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 만드는 EDS의 두둑한 배짱에 손 발 다 들었다. 그런데 과연 EDS만 이런 환상을 쫓고 있을까? 잠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여러분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시라.



우리 개발자 맞아? (이구동성) 야옹~~~~~~ ///// \\\\\



뱀다리: 요즘 갑작스럽게 개인 신상에 일어난 변화 때문에 블로그에 소흘했었다(지금 한창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러 돌아다니는 중이다). 걱정되어 안부를 물어보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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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6월 08, 2007

[독서광] 또라이 제로 조직: 건전한 기업 문화의 핵심



세상 어딜가나 진상은 있게 마련이다. 회사도 예외는 아니라서 주변에서 또라이 때문에 맘 고생하는 사람을 찾기란 식은 죽먹기이다. 하지만 이런 '또라이'에 대한 정의와 효과적인 대응법이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너무 공공연한 비밀이라서 그런가?



하지만 제목부터 거시기한(?) "또라이 제로 조직"이라는 책을 읽다보니 평상시 궁금했던 또라이 정체 파악과 대응 전략/전술 방안이 어느 정도 머리 속에서 정리되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사회의 암세포처럼 자라나는 또라이들을 막아내어 건전한 기업 문화를 이루겠다는 다소 엽기발랄한 목적으로 만든 책이다.



책에서 나온 또라이의 특징을 읽다보니 몇 가지 공감가는 점이 있어,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 또라이는 자기가 또라이인지 모른다
  • 또라이에게 '너 또라이야'라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 또라이는 자신과 똑같은 또라이만 뽑는다
  • 또라이 한 명을 그대로 두면 주변 모든 사람이 또라이로 변한다
  • 또라이는 생산적인 활동을 제외한 모든 활동을 서슴치 않고 저지르고 다닌다
  • 특별히 눈에 띄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므로 해고 당하지도 않는다


열거된 항목을 보는 순간 과거 '또라이' 얼굴이 겹치면서 답답합을 호소할 것이다. 이렇게 '또라이' 한 명만 있으면 회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잘나가는 조직을 와해시키므로 '또라이'는 시범 케이스(?)로 남겨놓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로 제거해야 할 1순위 제거 대상이라고 부를만하다. '또라이'를 발견하면 즉각 차단에 나서거나 건전한 방향으로 조직에 도움이 되도록 '또라이'를 이용해보자. 또라이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망한 회사가 어디 한 둘이던가?



자... 여기서 마지막으로 주의 사항 하나 적어본다. 혹시... 정말 혹시... 나도 '또라이'가 아닐까? 자기 자신에 대한 방심은 금물인지라 늘 고민하고 자신을 돌아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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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5월 31, 2007

[일상다반사] 최강의 디버깅 도구 BEAR



며칠전 프로그램 디버깅 과정에서 역사상 최강의 디버깅 도구로 칭송받는 신형 장비를 구매했다. 바로 곰돌이 인형이다(사무실 인증샷 한 방).



아니 수천만원짜리 ICE도 아닌 몇 만원짜리 곰돌이가 디버깅에 무슨 소용이 있냐구? 낚시성 글이라고 버럭하기 전에 잠깐 브라이언 커닝헌과 롭 파아크 큰 형님이 집필하신 "The Practice of Programming" 123페이지 중간을 열어보자. 독자 여러분을 위해 친절하게 번역까지 해보았다.



어떤 대학교 컴퓨터 센터는 헬프 데스크 근처에 테디 베어를 비치했다. 희한한 버그를 만난 학생들은 인간 카운셀러에게 질문하기 전에 곰돌이에게 현상을 먼저 설명하도록 요청받았다.


이제 이 곰돌이의 사용법을 알았을 것이다. 컴파일러 버그니 타이밍 문제니 보드 문제니 이런 수만가지 불평불만을 내새우기 앞서 개발자는 자기 자리로 곰돌이 인형을 모시고 온다. 그리고 친절하게 자신이 만든 원시 코드를 한줄한줄 따라가며 곰돌이에게 설명을 해준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다음과 같은 상황이 온다. T_T



아앗!!! 곰돌이군, 신경쓰지 말게나. 이 문제는 순전히 내 잘못이야. 방해해서 미안해.


안그래도 불쌍한 주변 개발자를 괴롭히지 않고 효과적으로 디버깅할 수 있는 최강의 도구이므로, 서둘러 회사에 요청해서 이 장비를 구매하도록 하자. 기안서나 품의서를 건내받은 팀장 안색을 보면 회사 개발 성숙도 수준(CMMI가 아니라 _B_MI라고 하자)을 깨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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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5월 30, 2007

[영화광] 슈퍼 하이 비전이란?



예전 고해상도 TV(HDTV)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오늘은 후속편으로 NHK에서 야심만만하게 주도하고 있는 슈퍼 하이 비전에 대해 좀 살펴보기로 하자.



뜬금 없이 이 주제를 꺼낸 이유는 회사 업무상 필요한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얻은 부산물을 기록해두기 위해서다. 요즘 건망증이 심해져서 이렇게라도 기록을 안 해두면 며칠 후 깨끗하게 잊어먹기 때문이다. T_T 자 그렇다면 슈퍼 하이 비전이 기존 HDTV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HDTV 최대 해상도가 Full HD 기준 1920x1080이라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슈퍼 하이 비전은 자그마치 7680x4320(게다 초당 60프레임이다!)을 자랑한다. 이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다음 그림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해상도가 이렇다보니 비디오 클립(?)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분당 194기가바이트를 요구하므로, 2시간짜리 무압축에 들어가는 저장 공간은 35테라바이트이다. 1080p HDTV 스트림 전송에 대역폭이 대략 60Mbps정도 필요하니, 가로 세로 각각 4배씩 총 16배인 슈퍼 하이 비전을 MPEG2 스트림에 담아 전송하려면 대역폭으로 960Mbps가 필요하다. H.264나 VC-1(WMV9HD)로 압축률을 높이더라도 분당 3기가바이트를 소비한다.



다음으로 나타나는 차이점은 강력한 오디오 채널 숫자이다. 돌비 디지털 AC-3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5.1ch을 벗어나 22.2ch 시스템으로 소리를 뿌려준다(귀 위쪽: 9ch, 귀: 10ch, 귀 아래쪽: 3ch, 저주파 효과: 2ch). 감동 물결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이제 상용화 가능성을 점쳐보자. 워낙 기술이 빨리 발전하고 있으니 초고해상도 LCD나 PDP를 탑재한 슈퍼 하이 비전 대응 프로젝터 등이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물론 첫 제품은 가격표에 적혀 있는 자리 수가 완전히 다를거다 T_T).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고 가정하, 전달 매체가 중요한데, 슈퍼 하이 비전으로 만든 영화는 6층 블루레이와 같은 미디어를 사용하더라도(200기가바이트) 대략 30분(MPEG2)에서 1시간(H.264/VC-1) 조금 넘는 분량만 저장이 가능하다. 블루레이나 HD-DVD 재생기 보급률을 생각해보면 오프라인 배포가 대략 난감하다는 말씀이다. 그렇다면 온라인으로 전송하면 어떨까? FTTH나 광랜 수준에서는 실시간 스트리밍은 고사하고 다운로드도 꿈꾸지 말지어다. 하긴 다운로드 받을 경우에도 최신 테라급 HDD가 아니면 저장 자체가 난감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서도 HDTV나 디지털 영화관을 능가하는 초고화질 영상을 볼 수 있다면 충분한 댓가를 치룰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소비자는 점점 더 늘어나리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맥스 영화조차도 상업성이 떨어진다고 벌벌떨고 있는 영화사 입장에서 과연 슈퍼 하이 비전을 채택할까? 결국 승부는 컨텐츠에서 결정나게 되어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조금 더 지켜보자.



참고 URL


  • http://www.nhk.or.jp/digital/en/superhivision/index.html
  • http://en.wikipedia.org/wiki/UHD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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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5월 26, 2007

[일상다반사] 핵심 엔지니어 국가가 관리해야?

신문을 읽다보면 개념 무탑재 그 자체인 논설이 눈에 띄게 된다. 예를 들면 끝도 없겠지만, 엊그제 서X신문에 등장한 이런 논설을 읽으면 대략 난감하다.



이 논설의 하이라이트를 같이 보자. 주의) 혈압 높으신 분은 바로 [Back] 버튼 누르시라.



필자는 국가핵심기술 등록제의 도입을 제안하고자 한다. 국가핵심기술 대상을 지정하고, 관련 기술 및 인력의 등록을 의무화해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국가핵심기술의 개발에 참여한 인력에 대해서는 해당 기술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외국기업 이직을 금지해야 한다. 그 대신 이들이 실직하는 경우 생계와 재취업 지원 등 이직금지에 대한 보상을 해주면 된다. 국가핵심기술 관련 엔지니어 1000명만 이렇게 특별관리한다면 한국의 기술안보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핵심 기술자의 국유화(?)이다. 이 논설을 읽는 순간 박통의 위대한(?) 아우라가 염주영씨와 겹쳐져서 눈을 뜰 수가 없다. 21세기가 열린지도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1970년대에 사는 대한민국 핵심 기술자들이 서러울 뿐이다. 국가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도 된다는 수구꼴통적인 주장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국가 경쟁력 강화 따위는 기대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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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5월 25, 2007

[새소식] CAPTCHA를 능가하는 reCAPTCHA

스팸 발송자와 일반 사용자 사이에 벌어지는 전투는 정말 치열하다. 스팸봇이 웹 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방어 시스템인 CAPTCHA는 "Completely Automated Public Turing test to tell Computers and Humans Apart"라는 설명이 의미하듯이 사람과 컴퓨터를 구분하는 튜링 테스트 기법을 활용한다. 이에 뒤질새라 스팸 편지 전송기도 이미지를 활용해서 스팸 필터기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문자 인식 기술로 판독하기 어렵도록 CAPTCHA를 응용한 방법으로 편지 본문 내용을 이미지로 만들어서 보내기 때문에 상당히 머리가 아프다.



물론 요즘은 일부 간단한 CAPTCHA를 무력화하는 기술도 슬슬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도록 하고, 오늘은 CAPTCHA를 좀더 생산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reCAPTCHA를 소개하려고 한다.



reCAPTCHA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동인은 간단하다. 전세계 수 많은 사람들이 스팸봇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목적으로 글자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 낭비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통게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하루 150,000 시간 정도가 CAPTCHA 해석에 쓰여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황금같은 시간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여기서 reCAPTCHA가 등장한다. reCAPTCHA는 OCR로 읽어들인 문자를 CAPTCHA 인증을 받으면서 사람이 한 단어씩 풀어내도록 만드는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다음 그림을 한번 살펴보자.





그림은 사람들이 CAPTCHA 인증 과정에서 단어 둘을 입력하도록 지시하는 창인데, 단어 하나는 이미 확실하게 밝혀져 있으며, 나머지 단어는 밝혀지지 않은 단어이다. 사용자가 두 단어를 입력해서 이미 확실하게 밝혀져 있는 단어가 맞으면 나머지 단어도 맞을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 입력했을테니. :))



reCAPTCHA를 사용하면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현재까지는 단순히 스캔한 원본 그대로를 PDF로 바꾸거나 100% 확실하다고 믿지 못하는 OCR 기술을 사용해서 부분 디지털화가 가능했지만, 전 세계에 수 많은 사용자가 수작업(?)으로 이를 지원할 경우 OCR로 1차 가공한 원본을 디지털로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reCAPTCHA는 인터넷 어카이브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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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20, 2007

[일상다반사] 교보문고 전문서 '특별할인' 쿠폰전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기 전에 고양이 군전문가가 선택한 전문서 '특별할인' 쿠폰전에 내가 쓴 책이 여러(?) 권 올라있다고 알려주었다.



들어가보니 4위(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 10위(조엘 온 소프트웨어: 유쾌한 오프라인 블로그), 92위(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 시대를 뛰어넘는 즐거운 논쟁), 99위(IT Expert: 임베디드 리눅스)가 자리잡고 있었다.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 말씀 드리며, 올 한해도 더욱 좋은 책으로 인사 올리도록 하겠다.



뽐뿌질: 2000원짜리 쿠폰이므로 한번 둘러보시고 평소 가격 때문에 주저주저하던 책도 구매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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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5월 18, 2007

[끝없는 뽐뿌질] Polycom Communicator C100S



이번에는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되는 뽐뿌질 하나 해보자. 요즘 업무상 스카이프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다자간 통화는 물론이고 한 장소에서 특정 인물을 불러내어 컨퍼런스 회의가 필요할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마이크를 이 사람 저 사람으로 넘기는 불편함이 있는데, 이를 해결해주는 제품이 바로 폴리콤에서 나온 커뮤니케이터 C100S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손바닥에 쏙 들어가도록 생겼고, USB 선도 안쪽으로 말아넣을 수 있게 설계되었고 예쁜 가방도 주기 때문에 이동성도 뛰어나다. 요 며칠 계속해서 써봤는데, HD 보이스 테크놀로지(22Khz까지 샘플링이 가능하다고 한다)라는 기술을 통해 훌륭한 음질을 보여주어서 (중국과 같은 네트워크에 문제가 있는... 나라에서 볼 수 있는 ... T_T) 네트워크 대역폭 문제만 없다면 일반 전화와 마찬가지로 통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내장 마이크가 두 개라서 여러 명이 동시에 말을 해도 알아들을 만하다.



조작 방법은 아주 단순해서, 스카이프 응용 프로그램 실행 버튼, 음 소거(mute) 버튼, 전화 통화/중지 버튼, 볼륨 올리기 버튼, 볼륨 내리기 버튼 딱 다섯 개가 전부다. USB 단자에 연결해 놓기만 하면 스피커와 마이크로폰 장치로 인식되므로 평상시에는 모노 스피커로 사용이 가능하다. 만일 비밀(?)리에 대화를 해야 한다면, C100S 우측에 붙어있는 이어폰 단자에 이어폰을 연결하면 외부로 소리가 나가지 않는다.



이런 혜택이 윈도우 사용자 뿐만 아니라 매킨토시 사용자에게도 제공되니 금상첨화라고 볼 수 있겠다. 내장 카메라로 스카이프 화상 통화까지 가능한 맥북에 붙인 다음에 Mac OS X 시스템 환경 설정에 들어가서 사운드를 누르고 출력과 입력을 모두 'Polycom Communicator'로 바꾸면 아무런 추가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멋지게 동작했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장 스피커였다. T_T 혹시 맥에서 Polycom Communicator를 사용하고 계신 분이 있느면 동작 확인 부탁드린다.



스카이프로 컨퍼런스 콜을 하려는 분들께 이 장비를 추천한다. 후회 없으리라. ;)



EOB

수요일, 5월 16, 2007

[일상다반사] 블로그 검색 엔진 나루 오픈



전문 블로그 검색 엔진을 표방하는 나루가 오픈되었다. 오픈 기념으로 '컴퓨터 vs 책' 블로그 검색을 해본 결과를 캡쳐했다. 꾸준하고 인기 7이라고 한다. 아직 최근 자료 갱신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정확한 상태를 반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컴퓨터 vs 책' 포스팅이 무척 뜸해져서 말이다. T_T



나루를 사용해서 블로그 검색 이외에 포스트 내용 검색을 시도해보았는데, 동시 접속자를 고려하지 않은 이유인지 계속해서 접속자 폭주에 따른 오류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빠른 시간 내 서비스 정상화가 이뤄져서 블로그 검색 과정에서 즐거움을 주면 좋겠다.



EOB

화요일, 5월 08, 2007

[독서광] 비폭력 대화: 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



며칠전에 자칼 마을의 소년 시장을 소개하면서 잠시 비폭력대화라는 용어를 소개한 적이 있다. 여기서 책 제목이 비폭력대화라서 욕안하고 차카게 살자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이 책을 펼쳐보면 +욕+을 하나도 하지 안고서도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사람과 폭력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지 느낌(!)이 올 것이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회유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폭력은 일상생활화되어있기에 느끼지 못할 뿐이리라...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는 개인마다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차이를 인정하고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대화 방법으로, 분노를 자아내고 자존심을 떨어뜨리는 말을 피하고,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가치와 욕구에 초점을 둔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기본 느낌과 욕구를 인식하고 이를 상대방과 공유한다는 NVC의 핵심은 너무나도 단순해서 왜 이런 방법을 몰랐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천은 무척 어렵다는 장벽이 존재한다. NVC와 100%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철학으로 운영하는 수 많은 마음 공부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폭력 대화 책 가장 뒷 페이지를 보면 NVC를 적용하는 방법이 나와있다. 같이 한번 살펴보자.




  •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때
  • 상대방의 말을 비난이나 비판이 아닌 공감적으로 들을 때


관찰



  • 나의 느낌을 일으키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내가 ~을 (보거나, 듣거나) 했을 때

  • 상대의 느낌을 일으키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당신이 ~을 (보거나, 듣거나) 했을 때



느낌



  • 관찰에 대한 나의 느낌
    나는 ~게 느낀다

  • 관찰에 대한 상대의 느낌
    당신은 ~게 느끼십니까?



욕구/필요



  • 나의 느낌 뒤에 있는 욕구/필요
    나는 ~이(가) 필요(원, 중요)하기 때문에 ...

  • 상대의 느낌 뒤에 있는 욕구/필요
    당신은 ~이(가) 필요(원, 중요)하기 때문에 ...



부탁/요청



  • 내가 부탁/요청하는 구체적인 행동
    연결부탁: 내가 이렇게 말할 때 너는 어떻게 느끼니/생각하니?

    행동부탁: ~게 해주시겠어요?

  • 상대가 부탁/요청하는 구체적인 행동
    당신은 내가 ~하기를 바라십니까?




NVC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를 보면 참으로 간단한 듯이 보이지만 실천은 정말 쉽지 않다. 나-메시지 기법과 더불어 생각날 때마다 위에 정리한 네 가지 요소를 사용해서 생각하고 대화하는 연습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기에...



뱀다리: 이 책 각 장 뒤에 나온 연습 문제 풀이를 보고 감탄했다. O/X 문제에서 보통 문제 답이 틀렸을 경우 틀렸다고 강조하지만, 이 책은 문제 풀이부터 비폭력적으로 전개한다. 예를 한번 볼까?



이 번호에 동그라미를 쳤다면 우리 견해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신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문제 풀이하는 과정만 놓고 보더라도 2007년도 한해를 통틀어 애독자 여러분께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OB

화요일, 5월 01, 2007

[일상다반사] D 도너츠와 브랜드 본질


(DONUTS DONUTS라는 짝퉁(?) 상표는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웃음을 뚝(!) 그치게 만드는 사건이 터졌으니...)

D 도너츠를 국내 배급하고 있는 B 사가 이번에 초대형 사고를 하나 터트린 모양이다. 요즘 한창 번역 중인 "In Search of Stupidity 2nd Ed"에 나오는 브랜드의 본질을 망각한 울트라 슈퍼 삽질로 인해 도너츠 업계에서 국내 1위 브랜드가 완전히 망가지게 생겼으니 오호 통재라. T_T



메릴 R. 채프먼 큰 형님 말씀을 잠깐 들어볼까?




브랜딩 재단 아래 죄 없음을 고하고 몸을 의탁하려면, 브랜드가 무엇인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우선, 브랜드는 결코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며,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 수도 없다. 이는 많은 마케팅 종사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개념이다. 물론 회사를 인수하여 브랜드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브랜드 자체를 고객에게 팔기는 불가능하다. 고객에게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 따름이다.

브랜드를 팔지 못하는 이유는 브랜드가 심볼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우수한 제품, 끊임없는 PR, 광고, 긍정적 자산에서 얻어지는 무형의 존재이다.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공생하는 관계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치 있고 유용하면, 브랜드는 구매자 마음 속에 ‘내 구매는 올바른 결정이다’라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구매 결정을 “부추긴다”. 브랜딩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프리미엄을 붙이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혹은 둘 다를 얻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긍정적 자산 positive equity라는 문구에 주목한다. 브랜드 가치는 긍정에서 부정으로 변하기도 한다. 가치가 부정적으로 하락한 브랜드는 더 이상 브랜드가 아니다. 브랜드 부채 brand liability 혹은 안티브랜드 antibrand이다.


이번에 B사가 블로고스피어를 대상으로 초강력 대응수를 둔 행위 자체가 바로 안티 브랜드의 가장 좋은 예이다. B사 높으신 양반과 B사 홍보 대행 업체와 B사 범무팀은 왜 갑자기 멀쩡하던 블로고스피어가 벌집 쑤셔놓은 분위기로 변했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일테니 친절한 j군이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기로 하겠다.



뭐가 도대체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도너츠 주요 소비 층이 젊은 친구들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물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도넛을 먹긴 하겠지만, 젊은 층이 가장 큰 고객임이 확실하다. 문제는 이 젊은 친구들이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D 도너츠 마케팅 공략 원칙 상 젊은 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는데,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젊은 층이 주로 활용하는 소통 창구(즉 블로그!)를 물리적으로 막겠다고 나서므로서 불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되어버렸다. 블로그 운영하는 젊은 층이 안 사주면 블로그 운영 안하는 어르신께서 대신 도너츠를 소비해주나?



다음으로 사고(?) 발생 직후 초동 대응이 지극히 폐쇄적이고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였다는 데 있다. 이 대응에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는 빠져있었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소비자 중 상당수가 블로거였다. T_T B사에서 공식 발표문이랍시고 올린 문구를 같이 볼까?



그 결과, 처음 문제제기를 했다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게시물이 계속 남아있고 이것이 여론화되면서 그 피해는 던킨도너츠와 저희를 믿고 함께 해주신 전국의 수많은 가맹점주님들이 떠안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뭔가 참 이상하다. 가장 중요한 (불안에 떨고 있는) 고객에 대한 내용은 없지 않는가? 본사와 가맹점주님에 대한 피해만 나와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만약 정말 안전과 관련한 대형 사고(?)가 터지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응하지 않겠는가? 당장 매출 몇 푼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회사를 가장 중요한 소비자 안전 보장 관점에서 어떻게 믿지?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냐?



문제는 터졌으니, 수습이 중요하다. 초강수를 두면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고전적인 수법을 사용할텐데, 과거 몇몇 언론만 통제하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포털 사이트 몇 군대만 막아버리면 끝난다는 안이한 대응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정확하게 문제 원인을 파악해서 뭔가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세상에 우리가 어떤 회사인데 우리를 못믿습니까?"라고 막연히 립 서비스만 해서는 싸늘한 냉소만 돌아온다(이 험한 세상에서 믿을 놈 그 누구냐? T_T).

B사는

가장 좋은 상품을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판매한다
라는 기업 이념을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따라 타이레놀 사건에 제대로 대응해서 침몰 일보직전에 놓였던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되살린 존슨 & 존슨 사의 훌륭한 교훈이 귓가에 맴돈다.



EOB

일요일, 4월 29, 2007

[독서광] 자칼 마을의 소년 시장



예비군 훈련을 받으면서 M-16A1 소총을 들고 정말 아무 생각없이(!) 훈련장을 왔다갔다 하다 보니 며칠전 읽었던 비폭력 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의 핵심만 뽑아서 다루는 '자칼 마을의 소년 시장'이 자꾸만 머리에 맴돌았다. 인명 살상용 개인 화기를 들고 하루 종일 비폭력을 계속 생각하다니... 정말 모순되는 상황이 아닌가? T_T



마셜 B. 로젠버그 큰 형님이 지은 "비폭력 대화"(다음 번에 소개할 계획이다)에서 핵심적인 내용만 뽑아서 동화로 만든 이 책은 비록 독자 대상층이 초등학생이긴 하지만 다 큰(?) 애들도 읽어보면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이 책의 가장 훌륭한 미덕은 이런 부류의 책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교훈적이고 설교적이고 계몽적인 내용을 가장한 폭력적인(!) 어투에서 탈패해서 책 자체가 이미 비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비폭력 대화의 메시지를 억지로 주입시키는 대신 스스로가 한번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책 내용은 절대 어렵지 않다. 자칼 마을을 맡고 있는 소년 시장이 자칼 자신들의 욕심으로 인해 발생한 무질서를 규칙과 강제가 아닌 의사 소통을 통해 풀어나간다는 줄거리이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소년 시장의 좋은 멘토인 기린이 가져온 요술 안경(NVC 기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도구이다)을 사용해서 내면의 참모습을 파악하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나도 이제 사람사이에 부대끼면서 왕짜증나는 상황에 부딪히면 마음 속의 기린(과 기린 전매 특허인 마음 투시 안경)을 남몰래 불러봐야겠다.



아이와 함께 보면 좋고, 애인이랑 함께 봐도 좋고, 혼자 봐도 좋을 책이다. 강력 추천!



EOB

월요일, 4월 23, 2007

[독서광] 책의 날 기념 뽐뿌질

뽐뿌질용 교보문고 쿠폰이 나왔다. 쿠폰 신공 하단을 보면 서양도서 10% 할인 쿠폰이 보이고, 2000원 할인되는 월말 쿠폰도 있다. 호시탐탐노리고 있었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인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도 새로 들어왔었는데, 벌써 일시 품절이군. 이렇게 될 줄 알고 보자마자 바로 구입했다. :)



아무쪼록 책의 날 책 많이 읽고 즐겁게 삽시다!



EOB

월요일, 4월 16, 2007

[독서광] 돈의 심리학



(특히 전문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감을 넘어서 자기 과신이 흘러 넘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 하나 내겠는데, 인터넷 검색 찬스를 사용하지 말고 다음 문제를 한번 맞춰봐라.



승객이나 짐을 싣지 않은 보잉 747기 무게를 _90%_ 정밀도로 맞추기 위해 범위를 정해보자. 정확한 무게가 아니라 90%라는 조건이 중요하다.


어떻게든 무게를 맞추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서 최대한 빡빡하게 범위를 잡을텐데, 나사나 보잉에 근무하는 공학도가 아닌 이상 정확한 값을 찾아내기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자기 과신이라는 속성이 여러분을 유혹하지 않았는가? (아니라면 당신은 대단한 고수다) 그런데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돈 좀 굴려본 사람 치고 자기가 투자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까?(그렇다면 투자를 하지도 않았을 테니... ㅎㅎ) 돈의 심리학은 투자 부문에서 자기 과신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돈과 관련된 심리를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각종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설명한다.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서평을 읽어보면 돈의 심리학을 자기 계발서나 투자 지침서로 생각해서 읽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책 내용이 지루하다거나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조금은 학구적인 '행동 경제학'적인 설명으로 인해 막연히 돈 벌 기대를 하고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당황하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자신은 아주 능숙하게 돈을 잘 굴린다는 '자기 과신'이라는 환상을 깨버리려고 노력하는 두 저자에 대한 분노의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왔던 부분은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에 대한 시각이다. 이 책 저자는 직접 경영을 하지 못하면서 경영에 준하는 이익을 얻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 바로 '주식이나 펀드 투자'이며, 집을 사지 않고서도 부동산 오름에 편승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 바로 '부동산 펀드 투자'라고 말한다. 제대로만 된다면 기업 운영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이 있을까? 장기적으로 인덱스 펀드와 같은 시장 전체를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투자 기법을 동원할 경우 자신의 감이나 운에 의존해서 무턱대고 귀가 얇게 작전이 들어간 주식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거나, 단순히 과거 수익률만 보고서 뮤츄얼 펀드를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서 잔고가 0에 수렴하는 사람에 비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대한민국과 같은 부동산 왕국에서 이 책이 얼마나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자기 심리를 알아야 돈을 벌 수 있는 법... 자기에게만 돈이 붙지 않는다고 매일 애꿏은 운만 탓하지 말고 이 책을 읽고 정신 한번 차려보자.



EOB

일요일, 4월 15, 2007

[일상다반사] 비데로 본 사용편의성

주의: 식전에 읽지 마세요.


경고: 저는 특정 비데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 사원이나 해당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가 아니며,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토대로 구입을 검토하실 경우 직접 테스트를 해서 본인에게 맞는 모델을 택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의견 있으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회사와 집에 비데가 설치되어 있어서, 어떻게 하다보니 매일 비교 평가(?)를 하게 된다. $은 잠시 제쳐두고 사용편의성 측면에서 W사의 L 비데와 N사 비데를 살펴보자. 먼저 조작 패널 그림부터 감상하시라.



W사 L 비데 조작 패널





N사 비데 조작 패널: 실제 회사에서 사용 중인 모델은 이 모델 보다 하나 앞에 만든 모델이다.





조작 패널을 보면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점자 표식을 제외하고는 W사 L 비데가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W사 L 비데는 최소로 사용해야 하는 버턴을 분리시켜 놓았으며, 기능 중첩을 줄여놓았기에 버튼 조작법을 익히기도 아주 쉬울 뿐더러 한번 익히고 나면 눈 나쁜 분들이 안경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N사 비데는 점자 표식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매번 사용할 때마다 버튼 기능과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여기 그림에 나온 모델 보다 직전 모델은 더욱 심각한 버그가 있었는데, 세정 - 비데 - 건조 버튼 배열이 아니라 건조 버튼이 다른 버튼 중간에 들어가는 바람에 매번 건조할 때마다 버튼 찾느라 발톱이 쑥쑥 나온다.



다음으로 비데 물살이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W사 L비데가 N사 비데를 압도한다. W사 L 비데가 크루즈 미사일처럼 과녁에 대한 정확한 조준이 가능하다면, N사 비데는 과녁에서 자꾸 벗어나(?) 옆으로 퍼지는 느낌이다(물살이 옆으로 퍼지는 와이드 모드를 선택하더라도 W사 L비데는 정확하게 표적을 명중(?)시킨다). 이 물살의 미묘한 차이는 아무리 글로 설명하려고 해도 어려우므로 직접 사용해봐야 알게 된다. T_T 여튼 N사 비데는 물살 튜닝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건조 기능인데, 물살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역시 W사 L비데가 N사 비데를 압도한다. W사 L비데는 변기 속을 가득 채우면서 건조 바람이 위로 불어오므로 대단히 상쾌한 반면, N사 비데는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제대로 건조가 안되는 느낌이다. 바람 세기는 N사 비데도 떨어지지 않는걸 봐서는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매커니즘이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비데가 휴지 대용품이 아니라 화장실에서 즐거운 경험을 만끽하도록 만드는 물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N사 비데는 경쟁사 제품을 좀더 벤치마크해야 할 듯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향후 비데에 도입되었으면 바라는 기능이 하나 있는데... 바로 개인화(Personalization) 기능이다. 다양한 방법으로(정 안되면 버튼 네 개 만들어서 1, 2, 3, 4를 붙어놓고 메모리 버튼 하나 더 달아라) 개인을 구별한 다음에 개인에 맞춰 노즐 위치, 변좌 온도, 수온, 물살 세기, 바람 세기 등을 한방에 세팅해준다면 대박이 아닐까? 글을 쓰고 나니 시중에 벌써 이런 제품이 나와있을지도 모르겠구나.



EOB

목요일, 4월 12, 2007

[독서광] IBM developerWorks에 올라간 서평 3선

4월에 읽을만한 책 3선이라는 제목으로 컴퓨터 관련 분야 책 서평을 IBM 디벨로퍼웍스(한국어)에 기고했다. '개발자 책꽂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매달 출판사 협찬을 받아 읽을만한 책을 시리즈로 올릴 예정이므로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다.



참고로 이번에 소개한 책 세 권은 다음과 같다.


  • 웹 애플리케이션 해킹 대작전: 웹 개발자가 꼭 알아야 할 웹 취약점과 방어법
    마이크 앤드류스, 제임스 A 휘태커 지음, 윤근용 옮김, 에이콘출판 2007년 출간
  • 실천가를 위한 실용주의 프로젝트 관리 7주: 위대한 관리의 비밀
    조하나 로스만, 에스더 더비 지음, 신승환, 정태중 옮김, 위키북스 2007년 출간
  • 당신은 웹 2.0 개발자입니까?: 웹 2.0 기술의 창의적 활용
    박지강 저, 한빛미디어 2007년 출간



EOB

목요일, 4월 05, 2007

[끝없는 뽐뿌질]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 가격 인하



콧대 높은 애플이지만 경쟁사(델)의 집중적인 가격인하(27인치 모니터 100만원 미만으로 특별 판매)와 신제품 출시(삼성전자 27인치 모니터 134만원에 출시)로 인해 점점 자사 모니터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봤는지 가격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원래 미국에서 가격 인하 조치를 취하면 시간차를 두고 한국에 반영을 했지만, 이번에는 잽싸게 반영이 된 모양이다. 어쨌거나 요즘 여기저기서 염장을 지르는 아름다운 뽐뿌질에 말리지 않도록 지갑 단속(?) 제대로 하시기 바란다. 팍팍 지르고 싶은 욕망을 억누느면 병이 되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100만원_씩_이나 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자. T_T



EOB

일요일, 4월 01, 2007

[새소식] 번역 작업에 5% 부족한 스프링노트



스프링노트가 일반에게 오픈 되었기에 이미 미투에 가입하면서 만든 오픈 아이디를 사용해서 바로 가입했다.



로그인하자마자 구글 워드 프로세서 기능에 마이크로소프트 원노트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소프트웨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기반 철학이 다르긴 하지만, 기왕 경쟁을 벌인 김에 원노트를 좀더 벤치마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다른 사용자와는 달리 스프링노트를 활용해서 번역이라는 좀 무거운 작업을 해야하므로 이 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어디까지나 _번역자_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반 사용자'입장에서 투정부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면 본문으로 들어간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뭐냐 하면... HTML 기반 편집기 컨트롤을 사용했지만 과거 나왔던 나모 웹 에디터에 비해 기능이 너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그냥 단순한 메모장 용도로 사용한다면 느끼지 못할 문제점인데, 외부에서 글을 복사해서 붙여놓을 경우 폰트 속성이 그대로 바인드 되지만, 스프링노트 내부에서는 폰트나 크기를 변경할 방법이 없어보인다. 작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xHTML 규약에 맞춰서 기능을 최소화했다는 사실에는 동감하지만, 정 안되면 HTML 편집 에디터라도 제공해서 수작업으로라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참고: 구글 워드 프로세서도 HTML 편집기를 제공한다). 검색 기능도 웹 브라우저에 있는 검색 기능에 업혀가지만, 이럴 경우 치환 기능을 사용하지 못한다. 번역하다 보면 일괄 치환 기능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



다음으로 한글 맞춤법 검사기이다. 물론 번역자 소양 1번이 올바른 한글 이해라는 사실에는 동감 하지만, 그래도 한글 맞춤법 검사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메모 스타일의 짧고 간단한 문장을 작성하든 여러 페이지에 걸친 복잡한 문장을 작성하든 맞춤법 검사의 필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소프트웨어 곳곳에 등장하는 버그이다. 가져오기로 조금 복잡한 word 파일을 열면 엉망이 되어버린 본문이 뜬다. 아주 정신 사납게 편집 도중에 자동적으로 문서 여러 곳이 선택(반전)되어 버린다(위 그림 참조). 최근 열어본 페이지에는 이미 삭제가 되버린 노트 이름이 나온다(혼동을 막기 위해 최소한 문서가 삭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표식이 있어야 한다).



직관적이지 못한 인터페이스도 사람을 괴롭힌다. 예를 들어 노트 이름을 변경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10초 내에 직접 한번 바꿔보기 바란다. 어느 정도 이런 부류의 소프트웨어에 익숙하다고 자부했지만, 거의 1분에 걸쳐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가 결국 허무한 곳에서 찾아내었다. 단순함의 미학에는 찬성하지만 이름 변경이 가능하다는 표식이나 큐를 줘야 한다. F2를 눌러 나온 도움말 창을 다루면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어떻게 하면 도움말 창을 없앨까? back 버튼 말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노트 플래그 기능과 사용자 스타일 정의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번역하다가 문제가 되는 부분을 색상, 폰트 종류를 달리해서 키 조합 한방에 다양하게 표시할 수 있으면 좋은데, 지금은 번거롭다.



지금까지 공개된 API로는 처리하기 힘든 불평불만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하지만 상기 기능과 문제점만 어느 정도 해결되면, 공동 번역과 베타리딩 과정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스프링노트의 많은 발전 기대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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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3월 29, 2007

[독서광] 위험관리가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



사람은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기에 어떤 일을 하거나 위험이 뒤따른다. 물론 위험에 겁먹어서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다는 극단적인 태도도 경계해야하지만, 위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무대포 정신도 역시 경계해야 한다. 프로젝트 관리에서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데, 경제적인 부 관점에서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파한 책이 나왔기에 바로 읽어보았다.



'위험관리가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는 부동산이랑 주식 투자해서 10억을 버는 과정에서 위험을 잘 회피해서 잘 먹고 잘 살자는 서적이 아니라 위험도가 무척 높은 대한민국(돈 많은 사람이 아주 즐겁게 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에서 제대로 살아남는 생존 전략/전술을 소개하는 책이다. 물론 다루는 입자가 좀 굵어서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유용한 내용이 많이 나왔다.



이 책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위험(재무 위험: 자산, 신용, 시장, 금리, 유동성 + 비재무 위험: 전문성, 중년, 가족 관계, 자녀 교육)을 소개하고 이런 위험을 다루기 위해 실제로 위험을 다루는 조직과 이를 감시하는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개인의 경우에는 조직으로 움직이지 못하므로 전문가나 멘토등을 잘 활용해서 스스로가 위험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모든 내용을 위험 관리 측면에서 바라보기에 조금 무리수가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위험 관리에 특히나 취약하지만 위험 관리를 배우지도 못했고(자영업이라면 위험 관리 개념을 머리로는 몰라도 몸으로 알고 있다) 바빠서 신경도 못쓰는 불쌍한 회사원(!)이라면 한번 정도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독한 다음에 (실천이 중요하므로!!!) 부록에 나온 개인 위험 관리 리포트를 복사해서(꾸준히 갱신해야 하므로 책에 직접 기록하지 마라.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스프레드 시트를 써도 되겠다) 반기별로 한번 정리해보자. 나도 이번 주말에 개인 위험 관리 리포트를 복사해서 작성해보기로 했다(이렇게 떠벌여 놓아야 나도 안미루고 작성하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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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3월 28, 2007

[일상다반사] 하나 마이웨이 카드



사용자에게 주는 혜택이 너무 많다고 _정부_가 보증한(혜택을 줄이라고 금융 감독 기관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을 정도였다) 신용카드인 하나 마이웨이 카드 발급 가능한 날짜가 며칠 안남았다. 인터넷 신청은 이미 마감되었고 영업점 신청도 30일까지니까, 지금 이 블로그 보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바로 하나은행에 뛰어가도록 하시라.



$에 대해 까탈스럽기 이루말할 수 없는 고양이(블로그 애독자라면 지금쯤이면 이 친구가 누군지 알거다) 군도 뽐뿌질에 넘어가서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할 정도니까 특별히 카드 발급에 문제가 없는 분이라면 second card로 사용하면 좋겠다.



이 카드의 기능은 하이라이트는 후불식 교통 카드 기능인데, 조만간 지하철/버스 요금이 오를 경우 이 카드의 위력이 더욱 강해진다는 점을 고려하자. 그리고 닭(역시 블로그 애독자라면 이 친구가 누군지 알거다)이 들으면 좋은 소식인데... 대전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뱀다리) 참고로 나는 하나은행 관계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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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3월 22, 2007

[독서광] 굿바이 게으름: 게으름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10가지 열쇠



요즘 처세술이나 자기 계발서가 봇물 쏟아지듯 쏟아진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기서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 되도록 이런 종류의 책은 피하려고 했지만... 고양이가 읽으라고 안겨줘서 슬쩍 읽어봤다.



종합 소감부터 말씀드리자면, 고만고만하다(읽어보면 좋고 안 읽어도 살아가는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ㅎㅎ --> 어차피 게으른 사람은 이런 책 안 읽고, 게으르지 않은 사람은 이 책에 나온 내용 정도는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다). 게으름이 뭔지에 대해 기존의 시각과는 조금 다른 각도로 조망을 하고 게으름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배해 기술하고 있지만... 결국은 자기 계발서를 게으름이라는 주제로 잘 포장한 책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책 읽다가 꾸벅꾸벅 졸린 와중에서도 이 책에서 프로젝트 관리와 관련하여 몇 가지 공통적인 측면을 찾아내었는데... 다음에 소개하는 항목은 게으름을 극복하는 과정뿐만이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에서도 필수 요소라고 보여진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 큰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로 분할해서 실천하기
  • 피드백을 통한 점진적인 개선



자, 그러면 여기서 아주 희한한(독자 여러분이 예상못했던) 결론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바로 "프로젝트 실패는 게으름에서 비롯된다."이다. 여기에 대해 혹시 이 책을 읽은 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주의: 여기서 '게으름'은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라 '굿바이 게으름'에서 굿바이 대상으로 지목하는 게으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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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3월 17, 2007

[독서광] 몰입의 경영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면 플로(flow)라는 몰입이 필요할 때가 많다. 몰입이 이뤄지면, 그 순간이 점 하나로 바뀌면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게 프로그램이 완성되어 버린다. 정말 놀라운 현상이 아닌가? 하지만 몰입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책을 찾기란 어렵다. 대부분 명상, 선, 종교에 붙은 부가적인 설명으로 따라나오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예외가 등장했다. 몰입의 대가인 칙센트 미하이가 쓴 '몰입의 경영'은 몰입이 무엇이며 어떻게 몰입에 들어가며 몰입을 통한 개인과 기업의 발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삭막하고 약육강식이 판을 치는 회사에서 몰입이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한 미하이 큰형님의 조언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직원을 교체 가능한 부속품이자 말안듣고 무능력한 불량 청소년처럼 여기는 높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펴드는 순간 회초리 맞을 준비부터 하는 편이 좋겠다.



본문에 나오는 아름다운 이야기 몇 개를 발췌해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크 머리는 팀의 성공을 흔히 좌우하는 세 가지 요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관리자는 모든 팀원이 회사가 수행해야 할 일과 관련한 목표를 갖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둘째, 관리자는 팀 전체의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팀 내부에서 수행해야 할 구체적이고 세세한 활동들을 기획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셋째, 관리자는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유지함에 있어 탁월해야 합니다.



경영인 또는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의견을 구할 수도 있고, 자신의 견해나 제안을 제공할 수도 있고, 잘한 것은 칭찬하고 못한 것은 고쳐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종류의 피드백을 과도하게 제공하면 자칫 '마이크로매니지먼트'가 될 수도 있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란 부하 직원의 업무와 관련해서 아주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점검하며 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또한 경영인이나 관리자는 업무가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을 때는 부하 직원의 업무에 간섭하지 않도록 자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라는 용어가 그에 걸맞는 악명을 얻게 된 것은 이런 관리자일수록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혼자뿐이라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은 누구든 자기를 모범으로 삼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피드백과 관련해 말한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아닌 성과에 초점을 두라는 것이다. 일부 관리자들은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다른 동료들이 있는 자리에서 부하 직원에게 호통을 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더라도 이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만큼 사람의 자존심과 의식에 막심한 피해를 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부하 직원을 훈계해야 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일대일로 만나서 해야 한다.



저는 회사에서 추진하려는 일을 금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직원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고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지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이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사람들과 관계가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태도와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던 겁니다. 좀더 성숙한 인물이 되었다는 느낌이었지요.


여러 아름다운 말이 더 듣고 싶은가? 그러면 책을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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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3월 15, 2007

[새소식] 한결체 vs 조선일보 명조체




한겨레 신문사에서 한겨레 결체라는 폰트를 공개한지도 벌써 1년하고도 거의 6개월이 다되어간다. 이에 뒤질세라 우리의(????) 조선일보에서도 조선일보 명조체를 과감하게 공개했다. 일부 몰지각한 미투(?)와는 달리 이런 따라하기(!)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두 폰트를 비교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 네모꼴과 탈네모꼴 폰트: 조선일보는 역시 전형적인 틀에 맞춘 네모꼴 폰트인 명조체를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탈네모꼴 폰트인 한결체로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한결체는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에도 적용해보았는데,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
  • 맥OS X 지원: 한겨레는 메타 정보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 맥OS X에서 이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 명조체는 이런 문제가 없으며, 홈페이지에서도 맥 OS9과 X을 지원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겨레 신문사의 분발이 요구된다.
  • 한자: 한겨레는 순수 한글 사용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폰트에 한자가 빠져있다. 물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여지긴 하지만... 조금 아쉽다. 조선일보 명조체는 역시 _조선일보_답게 한자를 탑재하고 있다. 물론 한자를 탑재한 관계로 인해 한결체보다 폰트 크기가 훨씬 더 크다(2571KB vs 22427KB).
  • 출력용 서체 지원: 한겨레는 출력용과 편집용 서체를 분리하지 않았지만, 조선일보는 실비만 받고 출력용 PS 서체 설치를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출력소에서는 당연히 조선일보 손을 들어줄거다.
  • 개인적인 느낌: 한결체는 영문와 숫자 폰트가 그다지 예쁘지 않다. 특히 영문 폰트가 한글과 같이 사용할 때 상당히 어색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오래봐도 질리지 않으므로 한글 위주로 된 출력 문서를 꾸밀 때는 한결체가 유리하다. 조선일보 명조체는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문서(?) 작성(공문서에는 한자가 필수잖아?)에 딱 맞지 않을까?


일단 조선일보가 포문을 열었으니 항상 첨단 이미지를 풍기고 싶어하는 중앙일보와 민족 정론(?)을 주장하는 동아일보도 동참하지 않을까 싶다. 조만간 소책자등에 어디서 많이 보던 폰트가 대량으로 등장해도 별로 놀랍지 않을 듯이 보인다. 자본의 논리로 인쇄물에 사용하는 폰트까지 지배하는 세상이 올까 두렵다.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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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3월 14, 2007

[일상다반사] 미투와 플톡을 보며 느낀 궁금증

요즘 미투플톡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관심의 중심에 서 있는 둘 다 유사한 서비스라는 느낌은 그냥 넘기기 어렵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해를 돕기 위해 스크린 샷부터 한번 보고 가자.







일란성 쌍둥이까지는 되지 못하더라도 이란성 쌍둥이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시력이 20/20인지(여기서 업자(?)라는 표띠가 나고 있다) 먼저 점검한 다음에 안경을 쓰고 다시 보기 바란다. 뭐 섣불리 A라는 서비스가 B라는 서비스를 _표절_했다고 말했다가는 이 블로그가 일부 성난 군중에 의해 폭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판단은 잠시 _보류_하겠다.



자...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세련되지 못한 동업자 정신'이랑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개념' 사이를 딱히 가르는 명쾌한 잣대가 없다는 데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표현이 문제이므로 특허가 걸릴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칠지도 모르겠는데, PARC에서 매킨토시 앰프(말장난이다. 말장난!)랑 초대형 스피커를 세트로 땡쳐온 스티브 잡스랑 테이프랑 라디오가 달린 미니 컴포넌트를 땡쳐온 빌 게이츠가 서로 배꼈다고 깔찌뜯고 싸우는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 인터페이스만 비슷(?)하다고 보기에는 서비스 자체가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T_T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미투가 플톡이 되고, 플톡이 미투가 되려면 상호 어떤 요소가 더 들어가면 될까? 미투에 라운지를 만들고, 플톡이 meeto!(쓰고나니 너무나도 재미있는 말장난이 되어버렸다 ㅎㅎㅎㅎㅎ 'meeto'라는 이름은 정말 센스있게 잘 지었어~)를 만들면 된다. 그리고 미투가 다녀간 방문객을 표시하고, 플톡이 태그를 지원하면 된다. 그러면 둘 다 똑같아진다. T_T 두 서비스가 언제쯤 완벽하게 100% 싱크를 이룰까? 이게 바로 오늘의 궁금증이다.



뱀다리) 미투의 초대장을 통한 지인 넓히기 기법을 두고 마케팅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가 오가는데, 네트워크 가치는 이용자 수 제곱에 비례한다는 인터넷 아버지인 멧칼프 큰형님법칙이 우세할지 사람의 원초적 욕구 중에서 가장 상위에 올라있는 고차원 욕구인 애착의 욕구가 우세할지 지켜보겠다. 플톡은 네트워크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인했고, 미투는 애착의 욕구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인했다. 참고로 아무리 뛰어난 영업 사원이라도 자기 고객을 1000명 넘게 기억하기 어렵고(주의: 물론 세상에는 희한한 사람도 많아서 몇 만명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주변 지인이 스무 명만 되어도 한계를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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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3월 11, 2007

[독서광] 30일간의 게릴라 마케팅: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이기는 마케팅



보통 책을 잡으면 일사천리로 읽는 버릇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서적을 가장한 마케팅 서적인 "In search of stupidity"를 좀더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 마케팅 관련 서적을 찾다가 레이다 망에 걸려든 대어인 '30일간의 게릴라 마케팅'은 (예외적으로!) 하루에 하루 분량씩 거의 한 달 정도 걸려서 (주로 화장실에서) 읽었다. 결국 오늘 아침에 30일분량을 모두 끝내고 무사히(?) 서평을 쓰는 중이다.



마케팅 관련 서적은 상당히 많지만 현학적이고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딴 나라 이야기만 늘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마케팅 겸 영업 겸 재무 담당자나 마케팅이 아닌 일반 개발을 맡고 있는 직원이라면 이런 어려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은 별로 없을테다. 하지만 '30일간의 게릴라 마케팅'은 1일 분량 첫 페이지부터 분명하게 "마케팅 역시 관련 부서에서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행동 강령을 마케팅의 초심자라도 쉽게 깨닫도록 해준다.



전세계적으로 '30일간의 게릴라 마케팅'이 1400백만부 이상 팔려나간 이유는 작은 기업이 최소 마케팅 비용으로 큰 기업도 울고갈만큼 강력한 마케팅 노하우를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알기 쉽고 핵심을 찌르는 내용 구성도 한 몫한다는 생각이다. 한번 숙독한 다음에 각 장 마지막에 나오는 게릴라 포인트와 행동 전략을 반복해서 읽어보면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면, 마케팅이라는 명쾌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차근 차근 읽어보기 바란다. 마케팅이 관심이 없다면 돈버리고 속는 셈 치고 차근차근 읽어보기 바란다. 로또보다는 당신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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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3월 05, 2007

[일상다반사] 미투데이 초대장 제공

요즘 항간에 뜨고 있는 서비스인 미투데이에서 초대장 4장을 발급받았다. 지금 한 장은 이미 사용했고, 나머지 석 장의 주인공을 찾는다. 관심있으신 분들께서는 다음 항목을 채워서 전자편지를 보내는 동시에


  • 이름
  • 이메일 주소
  • 오픈 아이디(www.myid.net에서 가입하기 바란다)


신청 유무를 댓글로 달아주시라(어제는 댓글 때문에 마구 투덜거리더니 오늘은 또 댓글을 달아달라고 하니 얼굴이 뜨겁다. ㅎㅎ). 초대장이 석 장 뿐이니 당근 선착순 세 분이다!!!



이런... 벌써 초대장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참고: 미투데이가 어떤 서비스인지 궁금하면 jrogue 미투데이를 참조하기 바란다. 처음 열 때보다 상당히 안정화 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도 감안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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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3월 04, 2007

[일상다반사] 글자를 읽지말고 문맥을 읽어라.

'컴퓨터 vs 책' 블로그는 직접 블로그로 들어오는 방문객 숫자보다 RSS나 ATOM 피드를 통해 구독하는 방문객 숫자가 훨씬 더 많다는 특징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특정 다수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기 보다는 고정 구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컴퓨터 vs 책'에 올라오는 글의 흐름이나 방향성, (심지어) 고양이 가필드 같이 까칠한 심뽀까지 구독자 여러분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해주시리라 믿고 특정 글이 올라왔을 때 과거 문맥까지 고려해서 귀엽게 봐주시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컴퓨터 vs 책' 블로그가 도대체 어디서 굴러먹다 온 뼈다귀인지 도저히 힌트를 주지 못하는 순위를 매기는 메타 블로그 사이트나 불특정 다수가 보는 언론 매체에 노출되는 상황을 극도로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는 경우는 드문지라... 얼마 전에 작성했던 몇몇 글이 동호회 게시판에 '펌'질을 당하는 바람에 '익명'이라고 자기 신분을 밝힌 분이 블로그를 방문하셔서 조목조목 반박과 더불어 친히 아름다운 말씀을 남기고 가신 걸로 알고 있다. 시츄에이션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이 분야에서 X도 모르는 놈이 감히 이따위 엉터리 글을 써?"이다. 벽에 똥칠하고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기에(자고로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고 했다) 게시판에 달린 댓글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안봐도 DVD인게, 틀림없이 내 글이 아니라 나에 대한 성토 대회가 열렸을거다. 예) "이런 글을 쓴 인간 머리에 뭐가 들었어?").



그러다 오늘 토비 님 블로그를 보니 요즘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과 나의 오픈소스 이야기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 중에서 공감가는 부분을 살짜쿵 인용해본다.



문제는 불특정다수가 와서 글을 읽는다는 것이다.

그럴 땐 내가 그동안 얘기를 해오면서 가져왔던 컨텍스트가 깡그리 무시된 채로 그 글자체만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때론 특정 문단이나 단어가 그들을 자극하기도 한다. 나의 말투나 스타일은 완전히 무시되고 다른 사람의 관심의 시각으로 해부되기도 한다.


문맥은 물론이고 글쓴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기 관점에서 남을 마음대로 재단해버린다는 공통점이 있는 4가지 없는 댓글을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과연 이런 글을 쓴 사람이 내 눈을 똑바로 처다보면서 과연 똑같은 이야기를 내뱉을 수 있을까?"이다. 사정상 익명으로 댓글을 달 경우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발전적인 내용을 담아라. 만일 까칠하게 한방 긁어주고 싶다면 실명을 밝히거나 개인적으로 편지를 써라. 이도 저도 싫으면 _가만히_ 있어라. 2등은 할테니까.



뱀다리: 상대방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고 섣불리 나섰다 후회해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거다.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몇번 대형 사고를 터트린 이후에 깊히 반성하고 항상 _2등_을 생활 신조로 추구한다. T_T 그러니까 블로거 여러분께서는 내가 댓글도 안 올리고 피드백도 안 건다고 너무 섭섭해하지 마시라. 대신 재미있는 글로 보답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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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3월 01, 2007

[독서광]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요즘 처세술 관련 서적이 너무나도 잘팔린다고 한다. 잘팔리기 때문에 따라하기 식으로 많이 읽는지 아니면 세상이 워낙 험한지라 이런 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찍어서 마케팅 힘을 빌어 많이 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도 역시 이런 처세술을 다루는 책이다. 뭐 가려서 잘 읽으면 약이 되겠지만 잘못 읽으면 독이 될 소지도 있으므로 이 책을 마치 회사 생활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비법이 숨어있는 바이블처럼 읽어서는 곤란할 듯이 보인다.



자자. 어떤 책일까? 탐험을 위해 책 뒤표지를 보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온다.

다음 리스트 중에서 당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항목에 체크하세요.


  1. 능력이나 실적이 뛰어나면 승진이나 연봉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2. 직접 하기 어려운 말은 이메일로 전달하는게 편하다.
  3. 직장 사람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이다.
  4.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동료나 인력개발팀(인사팀) 담당자와 상의한다.
  5. 내 업무공간은 최대한 나의 개성을 발휘해 꾸며야 한다.
  6. 회사는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리해고를 단행한다.
  7. 내가 맡은 업무는 책임지고 알아서 처리하는 게 좋다.
  8. 실적이 좋으면 당연히 높은 인사고가를 받을 수 있다.
  9. 회사와 상사는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를 원한다.
  10. 회사는 직원들을 신뢰해야 한다.
  11. 휴가는 재충전의 시간이므로 한꺼번에 몰아서 장기간 다녀온다.
  12. 노동법은 부당해고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준다.
  13. 직장에서 말하지 못했던 불만사항은 회식 때 자연스럽게 꺼내는 게 좋다.
  14. 내가 옳다면 회사는 상사보다 내 편을 들어줄 것이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뭐 이런 질문 나오면 당연히 각 질문에는 함정이 있는거구, 이 책은 각 질문에 대한 함정을 하나둘씩 까발기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블로그 주인장이야 당연히 모든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했기에(그만큼 속세에 찌들었다는 이야기다. T_T) 책을 읽는 도중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_중언부언_하는 내용에 꾸벅꾸벅 졸기도 했지만, 차카게 살아가려고 하는 대학 갖 졸업하고 청운의 꿈을 품고 직업 전선에 뛰어든 새내기 신입 사원들은 아마 이 책 보면 거의 기절초풍해서 불신의 늪으로 빠지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들기도 했다.



(스포일러 :)) 이 책의 핵심은 "인력 개발팀은 최대로 멀리 피하고 당신 상사가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생각해서 꼬투리 잡힐 일은 하지 마라"라고 한 문단으로 정리할 수 있다. 회사는 당신을 상사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고 상사라는 전령꾼을 통해 대화를 한다는 사실만 염두에 두고 있어도 회사에서 꼬이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1~4장은 졸면서 봤지만 5장은 그런대로 읽을만했다. 조금만 주의 깊게 5장 내용을 읽으면 좋은 팀장과 나쁜 팀장을 구분하는 시금석을 찾아낼 수 있을 거다. 특히 자신이 팀장이라면 책을 읽으면서 반성 좀 하시고. :P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