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ogue 군의 꼬임에 빠져 꼬양이 군은 코스피 지수를 따라가는 똑같은(운용사랑 판매사가 동일) 인덱스 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가입한 두 사람의 차이점이라고는 i) 운이 억수로 나빴던 꼬양이 군은 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한 시점이 펀드 불입 날짜였고, ii) jrogue군은 주가지수가 떨어지면 추가 적립을 했다는 사실 뿐이다. 자 그렇다면 두 사람 수익률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났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4%~5%까지 수익률 차이가 벌어졌다. 꼬양이 군 입장에서 이렇게 억세게 재수없는 이야기를 들은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아마 다음과 같지 않을까?
- 역시 시장 흐름을 잘 파고 들어 액티브하게 움직여야 한다
- 돈에는 눈이 있다
그런데 참으로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수익률 4 ~5% 차이는 무의미하다. 이유는 무엇이냐 하면... 둘 다 가입한지 1년은 고사하고 아직 6개월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분산 투자의 법칙'은 바로 이런 우스꽝스러운 수익률 환상에 빠져 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는 단기 투자가들에게 찬물을 확 끼얹어버리는 재미있는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이 책 31페이지를 보면 꼬양이 군과 jrogue 군이 한 실험과는 차이가 있겠지만(jrogue군은 추가 불입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유사한 실험을 한 결과를 정리한 표가 있다. S&P500 분기별 최고의 날과 최악의 날에 동일한 $을 투자했을 때 성과가 어땠을까?
투자 전략 | 투자 성과 |
실패자 레니(최고가 매수): 꼬양이? | 9.1% |
행운녀 프랜(최저가 매수): jrogue군? | 9.6% |
변함없는 에디(매 분기 첫날 매수) | 9.4% |
6개월이 아니라 30년에 걸쳐 완벽하게 최고인 시장 예측가와 최악인 시장 예측가의 투자 수익률 차이는... 고작 0.5%이다. 날고 기고 뛰어봐야 평균으로 수렴하므로 결국 얼마나 오랫동안 시장에 들어있었는지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자 그렇다면 시장에 들어있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보유해야 하나? 요즘 모 대통령 후보와 관련이 있는 종목이 뜬다고 난리인데, 이런 식으로 테마주를 쫓아다니면서 계속 사고 팔면서 맘을 졸여야 하나? 애널리스트가 추천하는 종목은? 미래에셋이 보유하는 종목만 보유하면 되나? 돈 되는 모든 곳에 투자한다는 액티브 펀드의 대표격인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다 잊어버리시라.
다시 이 책 52페이지를 보면 재미있는 표가 나온다. 포춘이 선정한 '향후 10년간 유망 종목 10선'이 실제로 어떻게 망가졌는지 2000.8.1~2004.12.31 기간 동안 주가 변화율을 정리해 놓았다.
종목 | 주가 변화율(%) |
Genetech | 43.15 |
S&P500 | -9.03 |
Morgan Stanley DW | -35.79 |
Viacom Class B | -44.80 |
Univision | -52.89 |
Nokia | -63.37 |
Oracle | -63.50 |
Charles Schwab | -66.43 |
Broadcom | -85.61 |
Nortel | -95.31 |
Enron | -99.99 |
아래서 위로 표를 살펴보다가 대략 난감함을 떠나서 열이 팍 받을 투자가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변화율 -99.99%가 뭘 의미하는지 엔론이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온 개뼈따귀 듣보잡 회사인지 아닌지는 여기서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추천하는 종목 선정 방법은? 바로 시장 전체를 매입하라는 초분산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사람들은 흔히 펀드 몇개 가입하거나 주식 여러 종목을 보유하면 분산 투자를 한다고 착각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분산 투자는 차원이 다르다. 소위 말해 시장을 능가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 기법(시장 예측, 종목 선택)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한 시장 전체를 클래스 별로 아주 넓은 범위에 걸쳐 사들인 다음에 장기간 보유한다면 마음 편히 시장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100%가 된다는 말이다. 자산 클래스는 가장 안전한 단기 채권부터 시작해서 중기, 장기 채권, 부동산 투자 신탁, 대형 미국주, 대형 국제주, 소형 미국주, 소형 국제주, 가장 위험(!)한 신흥시장(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ㅎㅎ)으로 나뉘어지며, 이 책에서 설명하는 MRP는 자산 클래스를 가장 위험한 클래스부터 가장 안전한 클래스를 모두 포함한다(물론 비율은 동일하지 않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 지수 펀드가 분산 포트폴리오 구축에 최적이라는 생각으로 향후 펀드 투자 방향에 나름대로 변화를 주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인덱스 펀드를 능가하는 초분산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만든 펀드가 과연 한국에 있기나 한지 아주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초분산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펀드가 있으면 지금 내가 가입한 모든 펀드를 차례로 정리하면서 주력을 바꿀지도 모르겠다. 현 시점에서는 하는 수 없이 인덱스 펀드 쪽에 승부를 걸어야지...
주의: 이 책은 자본주의의 궁극적인 승리를 가정하고 적었다(30년동안 경제 성장률이 제자리라면 수익이고 나발이고 경기 끝일테니). 쿠데타 펑펑 일어나고 혼란스러우며, 껍데기만 자본주의를 흉내내는 사회에서는 이 책 내용이 절대로 먹히지 않는다.
EOB